#아이템 선정 #사업전략
우리가 풀고 있는 그 문제, 진짜 문제일까?

멘토링을 하다 보면 자주 마주치는 장면이 있습니다.

멘티 팀에게 “어떤 문제를 풀고 있어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이렇게 답해요.

“고객들이 이게 불편하다고 해서요.”

그리고 딱 거기서 멈춥니다.

저는 이 지점이 늘 아쉬웠어요. 문제를 못 찾은 게 아니거든요. 문제는 분명히 찾았습니다. 그런데 딱 한 층만 보고 있더라고요. 눈에 보이는, 고객이 입으로 말한 그 한 층이요.

오늘은 이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문제에는 층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아래층을 봐야 진짜 기회가 보인다는 것에 대해서요.


 

왜 한 층만 보면 안 될까?

 

 

고객이 입으로 말하는 불편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어요. 누구나 같은 걸 본다는 거에요.

“배송이 느려요”, “가격이 비싸요”, “쓰기 불편해요” 이건 우리 팀만 듣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같은 시장을 보는 경쟁사도 다 듣고 있어요. 그러니 여기서 출발한 해결책은 대부분 비슷비슷해집니다. 남들과 똑같은 문제를 보면, 남들과 똑같은 답이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사업계획서를 쓰거나 IR을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에요. 심사위원과 투자자가 수백 개의 계획서를 보면서 지치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다들 같은 표면 문제를 적어오거든요. 그들이 눈을 반짝이는 순간은, 남들이 못 본 아래층을 짚었을 때에요.

그래서 저는 문제를 볼 때 깊이로 쪼개서 봅니다. 표면에서 멈추지 않고, 그 아래에 뭐가 있는지 계속 파고 내려가는 거에요.

사실 이건 저만의 발견은 아니에요. 문제에 층위가 있다는 통찰은 여러 곳에서 각자의 언어로 이야기되고 있어요. 어떤 사람은 로직트리로 파고들며 “선명한 문제정의”를 말하고, 어떤 책은 현상과 본질을 구분하라고 하죠. 표현은 달라도 결국 같은 이야기에요. 눈에 보이는 것 아래에, 진짜 풀어야 할 게 따로 있다는 것.

제가 실무에서 정리한 방식은 이래요. 문제를 세 개 층으로 나눠서 봅니다.


 

문제의 세 층

기준은 딱 하나입니다. 고객이 그걸 말했느냐, 안 했느냐, 자기도 모르느냐.

 

 

[1층. 말한 문제] 고객이 입으로 꺼낸 불편이에요. “느려요”, “비싸요”, “불편해요” 눈에 보이고, 물어보면 바로 나와요. 대부분의 팀이 여기서 멈춥니다.

[2층. 안 말한 문제] 그 불편 뒤에 있는 진짜 맥락이에요. 왜 그게 불편한지, 어떤 상황과 감정이 깔려 있는지.

그런데 여기서 많은 분들이 의아해해요. “고객한테 물어보면 되잖아요?”

그런데 물어봐도 잘 안나와요. 고객이 숨기는 게 아니라, 말할 수가 없는 거에요. 이유가 세 가지쯤 되요.

하나, 자기도 인식하지 못해서예요. 감정이나 진짜 이유는 원래 말로 꺼내기 어렵거든요. “그냥 좀 불편해요”가 솔직한 대답인 거죠. 둘, 너무 당연해서예요. 오래 겪은 불편은 익숙해져서, 그게 문제라는 것조차 잊어버려요. 셋, 사소하거나 부끄러워 보여서예요. “이런 걸 문제라고 말해도 되나”싶어서 그냥 삼켜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2층은 물어보는 것만으로는 안 나와요. 고객이 하는 ‘말’이 아니라 ‘행동’을 봐야 드러나거든요. 관찰하고, 현장에 가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그리고 차별화도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3층. 모르는 문제] 고객도, 시장도 아직 언어로 꺼내지 못한 근본 이슈에요. 아무도 “이게 문제다”라고 말한 적이 없는 지점이요. 여기를 건드리면 없던 시장이 열려요. 팀이 갈리는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눈에 안 보여요. 그런데 아래로 내려갈수록 차별화는 커집니다. 안 보이니까 남들도 못 봤고, 남들이 못 봤으니 우리만 할 수 있는 거예요.

말로만 하면 잘 안 와닿으니, 실제 사례로 볼께요.


 

다들 아는 토스를, 조금 다르게 보면

토스는 다들 아실 거에요. 지금은 상장을 준비할 만큼 커졌지만, 시작은 아주 단순한 문제였어요.

말한 문제(1층)는 명확했어요. “은행 앱에서 송금 한 번 하기가 왜 이렇게 복잡하지?” 공인인증서, 보안카드, OTP... 다들 불평하던 그거요. 여기까지는 누구나 봤어요.

그런데 토스가 본 건 한 층 더 아래였어요.

안 말한 문제(2층)는 이거였어요. 사람들이 진짜로 힘들어한 건 ‘송금 절차’가 아니라, 금융 앞에서 느끼는 위축감이었어요. “이거 내가 잘못 누르면 큰일 나는 거 아니야?”하는 그 마음이요. 아무도 이걸 말로 표현하진 않았어요. 그냥 “복잡하다”고만 했죠. 하지만 복잡함의 뒤에는 ‘돈 앞에서 주눅 드는 감정’이 있었어요.

그리고 모르는 문제(3층). 여기서 누군가는 반박할지도 몰라요. “초기 토스가 과연 그런 거창한 문제까지 보고 시작했을까? 그냥 송금 하나 편하게 만들려다가 운 좋게 확장된 거 아냐?”라고요.

맞아요. 처음엔 그들도 미처 몰랐을 거예요. 3층은 원래 그런 거예요. 아무도 모르니까 3층인 거죠. 그런데 여기가 핵심이에요. 1층(복잡함)과 2층(위축감)을 집요하게 파고든 팀에게만, 3층이 결국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

송금의 장벽과 두려움을 끝까지 없애다 보니, 그 끝에서 시장의 진짜 문제가 보이기 시작한 거예요. 금융은 원래 어렵고 무서운 게 당연하다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던 전제 그 자체. 사람들은 금융이 불편하다고는 했어도, “금융이 왜 이렇게 어려워야 하지?”라고 묻진 않았어요. 원래 그런 거니까요. 그 당연함을 의심한 게 토스였어요. 간편송금이라는 뾰족한 무기로 뚫고 들어가 보니, ‘금융을 문자 보내듯 쉽게’ 만들 수 있는 거대한 판이 숨어 있었던 거죠. 송금에서 시작해 증권, 대출, 보험까지 하나로 묶인 이유가 여기 있어요.

토스를 “간편송금으로 시작했다”까지만 보면 1층에서 멈춘 거예요. 하지만 그 아래 두 층을 보면, 왜 이 회사가 여기까지 왔는지가 보입니다.


 

오늘의집이 진짜 판 것

하나 더 볼게요. 인테리어 앱 오늘의집이요.

말한 문제(1층)는 흔한 거였어요. “인테리어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정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창업자도 여기서 출발했다고 해요.

그런데 만약 이걸 1층에서만 봤다면, 오늘의집은 그냥 ‘인테리어 정보 검색 사이트’가 됐을 거예요. 정보를 잘 모아서 보여주는 서비스요.

안 말한 문제(2층)는 달랐어요. 사람들이 진짜 원한 건 ‘정보’가 아니었어요. “나도 저렇게 살 수 있다”는 확신, 그 용기였어요. 남의 예쁜 집을 보면서 “우리 집도 가능하겠네”하고 느끼는 그 감정이요. 그래서 오늘의집의 핵심은 잡지 화보 같은 완벽한 사진이 아니라, 진짜 사람이 사는 집(집들이) 사진이었어요. 나와 비슷한 평수, 비슷한 예산의 진짜 집. 그게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줬거든요. 이건 아무도 “저는 용기가 필요해요”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분명히 있던 문제였어요.

그리고 모르는 문제(3층). 집을 꾸미는 건 사실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일’이라는 것. 인테리어가 취미이자 정체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이요. 콘텐츠를 보고, 사람들과 취향을 나누고, 그러다 물건을 사는 흐름. 콘텐츠와 커뮤니티와 커머스가 하나로 묶인 이유가 여기 있어요.

같은 “인테리어가 어렵다”는 문제에서 출발했지만, 어느 층을 봤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되는 거예요.

 

 


 

한 층만 파면 생기는 일

 

 

그럼 무조건 깊은 층이 좋은 걸까요? 그건 또 아니에요. 세 층은 하나라도 비면 탈이 나거든요.

1층에만 머물면, 앞에서 봤듯이 남들과 똑같아져요. 고객이 말한 불편만 해결하니까요. “좋긴 한데, 이거 다른 데도 있잖아요?”라는 말을 듣게 돼요.

반대로 3층만 파고들면 다른 문제가 생겨요. “고객도 모르는 근본 이슈”만 붙잡고 있으면, 너무 앞서가서 아무도 못 알아들어요. IR에서 흔히 듣는 “비전은 멋진데, 그래서 지금 누가 돈을 내나요?”가 이 경우에요. 3층은 방향이지, 당장의 진입점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세 층은 연결돼야 해요. 1층(지금 당장 고객이 돈을 내는 이유)으로 들어가서, 2층(남들이 못 본 차별점)으로 벌리고, 3층(우리가 결국 만들 큰 그림)으로 뻗어가는 거예요. 토스가 ‘복잡한 송금’(1층)으로 들어와서 ‘금융 앞의 위축감’(2층)을 풀고 ‘쉬운 금융’(3층)으로 확장한 것처럼요.

내려가는 게 목적이 아니라, 세 층을 하나로 꿰는 게 목적이에요.


 

그럼 우리 아이템은 어떻게 파고들까

이제 우리 걸로 해볼 차례예요. 가상의 팀 하나를 예로 들어볼게요.

동네 세탁물을 집 앞에서 픽업해서 세탁 후 다시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준비하는 팀이 있다고 해보죠.

1층, 말한 문제. “빨래방 가기 귀찮아요. 시간이 없어요.” 고객 인터뷰하면 바로 나오는 답이에요. 여기서 멈추면? ‘빠르고 편한 세탁 배달’이 돼요. 그런데 이건 이미 여러 업체가 하고 있죠.

2층, 안 말한 문제. 조금 더 들어가 볼게요. 사람들이 세탁을 미루는 진짜 이유가 ‘귀찮음’ 뿐일까요? 관찰해보면 다른 게 보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내 옷을 남이 어떻게 다룰지 못 믿겠다”는 불안, 혹은 “빨래가 쌓여 있는 걸 보면 삶이 관리 안 되는 것 같아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감정이요. 아무도 이렇게 말하진 않았지만, 이게 진짜 문제라면 서비스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져요. ‘신뢰’를 파느냐, ‘정돈된 일상’을 파느냐로요.

3층, 모르는 문제. 더 내려가면? 어쩌면 진짜 문제는 ‘세탁’이 아닐 수 있어요. ‘집안일은 원래 내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라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전제 그 자체요. 너무 당연해서 아무도 “이걸 왜 내가 다 해야 하지?”라고 묻지 않았던 거예요. 토스가 “금융이 왜 어려워야 하지?”를 물었던 것처럼요. 그렇다면 이 팀의 진짜 기회는 세탁 하나가 아니라, ‘당연하게 여겨온 집안일을 덜어준다’는 훨씬 큰 그림일 수도 있고요.

물론 이건 제가 지어낸 예시예요. 실제로는 현장에 나가 고객을 관찰하고 물어봐야 각 층이 채워져요. 중요한 건, 같은 아이템도 어느 층까지 파고드느냐에 다라 완전히 다른 사업이 된다는 거예요.


 

오늘 한번 해보면 좋겠어요

거창한 프레임워크가 아니에요. 우리 아이템을 놓고 세 가지 질문을 던져보는 것뿐이에요.

  • 우리 고객이 입으로 말한 문제는 무엇인가?
  • 그 뒤에 있는, 고객이 말하지 않은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
  • 고객도 우리도 아직 모르는 근본 문제는 없을까?

 

 

이 세 질문에 답해보면, 어느 층이 비어 있는지가 보여요. 그리고 그 비어 있는 층이 곧 우리 사업계획서와 IR의 약점이더라고요. 대부분 1층은 꽉 차 있는데 2층, 3층이 텅 비어 있거든요.

혹시 답이 잘 안 나오면, 그건 아직 현장에 덜 가봤다는 신호일 수도 있어요. 아래층은 책상 위가 아니라 고객 옆에서 드러나니까요.

그럼 아래층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파고드는 걸까요. “왜?”를 어디까지 던져야 하는지, 고객의 어떤 행동을 봐야 하는지 같은 실제 방법들이 있는데, 그건 또 그것대로 이야기가 길어서요. 기회가 되면 따로 풀어볼게요. 먼저 궁금하거나 혼자 하다 막히는 지점이 있으면, 편하게 물어봐 주셔도 좋고요.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의 세 층, 같이 한번 짚어보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아이템은 어느 층까지 파봤는지도 궁금해요. 댓글로 남겨주시면 같이 생각해볼게요.


 

문제를 깊이로 쪼개서 본 사례들을 더 모아둔 글도 준비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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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하는별 기획하는별 · 전략 기획자

예비창업 부터 IPO, 상장사 IR 컨설팅 경험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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