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한국의 생성형 AI 사용률은 37.1%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설문에서는 초등학교 고학년의 72%가 생성형 AI를 쓴다고 답했다. 전 국민이 쓰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더 놀라운 건 속도다. 이 모든 변화가 2022년 11월 챗GPT 공개 이후, 불과 4년 만에 벌어졌다.
그런데 이보다 수십 년 전부터, AI를 곁에 두고 일해온 집단이 있다. 바로 게임 업계다. 사람처럼 판단하고 사람처럼 움직이는 존재를 만드는 일은, 게임 개발자에게는 20년 전에도 이미 업무였다.
이재호 팀장은 그 시간을 정통으로 통과한 사람이다. 2002년 프로그래머로 시작해 팀장, 분석가, PM, PD, 지금은 AI 개발자까지 이름표를 바꿔 달며 두 권의 책도 썼다. 그런 그가 들려준 답 중 가장 흥미로운 건 이거였다. 도구가 좋아지면 일의 결과도 상향 평준화될 것 같지만, AI의 생산성이 커질수록 사람 사이의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진다는 것.
이제 막 4년 차에 접어든 우리가 20년 차에게 물어야 할 질문은 명확하다. 그 격차의 유리한 편에 서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AI는 여전히 확률적으로 실수하고 희귀 상황에 약하다
20년 전, 이재호 팀장은 이미 사람을 상대로 카드 게임을 플레이하는 AI를 만들었다. 전체 플레이어 중 승률이 가장 높을 만큼, 사람보다 잘하는 AI였다. 다만 조건이 있었다.
"정해진 규칙대로만 플레이할 뿐이었어요. 룰이 조금만 바뀌어도 바보가 돼버려요."
주어진 판에서는 완벽하게 답을 냈지만, 판이 바뀌면 스스로 새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역설이 있다.
"예전 AI는 규칙 기반이라 논리적인 실수는 절대 없어요. 근데 지금 AI는 논리적이지 않아요. 경험적이고 확률적이라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해요. 포커로 치면, 계속 이기다가 판돈이 크게 걸린 판에서 한 번에 다 잃을 수도 있어요."
왜 하필 큰 판에서 무너질까.
"큰돈이 걸리는 판은 보통 보기 힘든 카드 조합이 나왔을 때예요. 그런 경우의 데이터는 적을 수밖에 없죠. 포카드가 나올 확률이 적은 만큼, 그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도 학습이 덜 된 거예요. 그래서 실수하기 쉬워요. 그럴 때는 알고리즘이 같이 붙어서 실수를 막아줘야 돼요. 보안 AI한테 맡길 때도 마찬가지예요. 희귀하게 벌어지는 상황들은 사람이 체크해서 알고리즘으로 막아주거나, 최소한 테스트를 해봐야 돼요."
이게 그가 "하네스"를 말할 때의 핵심이다. 딥러닝으로 만든 최신 AI 플레이어조차 결국 알고리즘이 보조해야 실제 게임에 쓸 수 있는 수준이 된다. 그리고 이 한계는 게임 밖에서도 똑같다.
"프로그래머는 코드에 문제가 생기면 논리적으로 접근해서 정확히 고쳐요. 그런데 AI는 '이런 증상이면 보통 이럴 거야'라며 수정해요. 엉뚱한 데를 고치는 경우가 많죠."
또 하나는 기억의 폭, 컨텍스트의 한계다.
"사람은 기억하는 것 중에 지금 어느 게 쓸 만한지를 순간적으로 꺼내 활용해요. AI는 그런 판단도 아직 사람보다 부족해요. 앞으로도 사람만큼 될까 싶은 부분이기도 하고요."
강력해졌지만, 지금의 AI는 여전히 확률적으로 실수하고, 희귀한 상황에 약하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스스로 판단하지 못한다. 주어진 질문에는 능숙하게 답하지만,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는 묻지 못한다. 그리고 바로 그 빈틈이, 사람이 들어가야 하는 자리다.
AI의 답은 평균이지 최선이 아니다
AI가 내놓는 답 자체에도 결이 있다. 최근 바이브 코딩으로 AI가 짠 코드를 두고 그는 이렇게 평가했다.
"AI는 좋은 코드, 나쁜 코드를 구분하는 게 아니고, 많이 쓰는 코드, 많이 안 쓰는 코드를 구분하는 거더라고요. 사람들이 좋은 코드보다 나쁜 코드를 쓴 데이터가 더 많으면, AI는 그걸 쓰고 있는 거예요."
많이 쓰이는 쪽으로 수렴하는 성향은, 다양성의 실종으로도 이어진다.
"평균으로 회귀하는 특성도 있고, 열 명이 AI를 쓰면 다 비슷비슷한 걸 쓰고 있어요. 창의성이 부족한 것도 결국 그런 한계고요. 아마 글을 써도 말은 되는데 좋은 글은 아닌 게 많이 나올 거예요. 기획도 형식은 갖췄는데, 전문 기획자가 봤을 때는 특별한 게 없는, 그런 게 아마 대부분일 거고요."
AI의 답은 평균이지 최선이 아니다. 말은 되지만 좋지는 않은 글, 형식은 갖췄지만 특별하지 않은 기획. 요즘IT 편집장이 지난 인터뷰에서 AI가 확률적으로 옳은 말만 늘어놓는 결과를 독자에 대한 기만이라 말했던 지점과, 이재호 팀장이 코드를 보며 도달한 결론은 결국 같은 이야기였다.
도구가 평준화될수록 결과물 차이는 커진다
AI가 확률적으로 실수하고, 그 답마저 평균에 머문다면, 그 빈틈을 메우는 것이 우리의 역할일 것이다.
"생산성이 좋은 AI를 두고 일한다는 건, 결과물의 격차가 더 커진다는 의미예요. 일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격차가, 앞으로는 더 벌어질 거예요. 신입이 바이브코딩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회사가 보기엔 경력자가 만든 거랑 차이가 커요. 간단한 건 차이가 안 나지만, 복잡한 프로그램에 들어가면 신입이 만든 건 에러도 많고 이상해요. 경력자는 AI로 복잡한 것도 깔끔하게 만들거든요."
![]()
격차의 어느 편에 서야 하는가. 그의 답은 "고급 기술"이었다.
"프로그래머라면 코드를 잘 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설계를 알아야 해요. 복잡한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도 알아야 하고요. 큰 장애가 났을 때, 실무자들이 달라붙어도 못 고치는 걸 다른 팀의 고수 프로그래머가 몇 시간 만에 해결해버리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가 『자동 회사 습관』에서 말한 "생산성은 일의 양이 아니라 가치의 양으로 정해진다"는 문장이 이 지점과 맞닿는다.
"1년차일 때와 10년차일 때 같은 시간에 내는 가치가 같으면 안 돼요. 더 열심히가 아니라, 같은 시간에 더 큰 가치를 내는 것. 그게 성장이에요."
도구는 누구에게나 같아지지만, 결과물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도구가 평준화될수록, 그것을 쓰는 사람의 차이가 더 분명해진다.
옳은 질문을 쥔 사람이 이긴다
격차의 어느 편에 서느냐는, 결국 '무엇을 풀 것인가'를 아느냐에 달려 있다. 이 물음은 개인만의 것이 아니었다. 조직에도 같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가 쓴 『일 잘하는 팀장』의 첫 챕터는 리더를 디렉터와 매니저로 나눈다.
"예전엔 조직도에서 밑으로 갈수록 매니저 역할이, 위로 갈수록 디렉터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AI가 대부분의 일을 처리하고 사람이 보조하는 형태가 되면, 매니저의 역할은 축소될 거예요. 반대로 디렉터의 역할이 더 요구되겠죠."
디렉터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그의 설명을 듣다 보면, 그것은 결국 질문을 던지는 일이었다.
"결국 모든 회사가 AI를 쓴다고 생각하면 경쟁력은 AI와 같이 일하는 사람한테서 나와요. 그러면 리더가 해야 되는 건 비전과 전략, 시장을 보고 우리 팀이 내야 할 결과물이 뭔지를 정리하는 거예요. 그 역할을 이제 상위 리더뿐 아니라 하위 리더도 해야 되는 거죠."
무엇을 만들 것인가, 무엇을 풀 것인가. AI에게 시킬 답을 정하는 그 질문이, 이제 더 아래 직급까지 내려온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건 리더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는 오래된 논쟁 하나를 꺼냈다. 도메인 전문가가 AI를 배우는 게 나을까, AI 전문가가 도메인을 배우는 게 나을까.
"제가 그 케이스예요. 저는 도메인 전문가고, 나중에 AI를 배운 사람이에요. 반면 같이 일했던 사람은 학교에서부터 AI 연구를 했던 사람이었어요. 모델을 구성하고, 레이어를 쌓고, 실험하는 건 그 사람이 훨씬 잘해요. 그런데 회사에서 실제로 필요한 걸 만들 때는 벽에 부딪혀요. 일단 뭐가 필요한지를 모르고, 게임에 대한 이해도 없거든요. 그런 걸 제가 많이 가르쳐주기도 했죠."
AI를 더 잘 다루는 사람이 이기는 게 아니었다. 무엇이 필요한지를 아는 사람, 즉 옳은 질문을 쥔 사람이 이겼다. 20년 전 룰이 바뀌면 바보가 되던 그 카드 게임 AI처럼, 지금의 AI도 '무엇을 풀지'는 스스로 정하지 못한다. 그 판단이 사람의 몫으로 남는 한, 격차도 거기서 생긴다.
변화는 조직의 경계에서 먼저 온다
그에겐 남들에게 없는 고민이 하나 더 있다. 보통의 직장인이 "AI를 업무에 어떻게 쓸까"를 고민할 때, 게임 개발자는 "AI를 게임 요소 자체에 어떻게 녹일까"까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후자가 훨씬 어렵다고 했다.
"업무에 쓰는 AI는 발전도 빠르고 연구가 서로 공유되면서 시너지를 내요. 그런데 게임 안에 녹이는 건 게임 회사만 할 수 있고, 그게 노하우니까 서로 공유를 잘 안 해요. 게다가 게임은 예외적인 상황이 엄청 많이 벌어지거든요. AI가 대응하기 훨씬 어렵죠."
요구되는 감각도 다르다.
"업무에 쓸 때는 효율이나 비용이 중요하지만, 게임에 녹이는 건 재미와 경험을 새로 만들어내야 의미가 있어요. 유저가 못 해본 새로운 경험을 주려는 거니까요."
그렇다면 이 모든 걸 최전선에서 다뤄온 게임 업계 자체는 얼마나 빨리 바뀌고 있을까. 대답은 의외였다.
"AI를 많이 쓰긴 하는데, 게임 만드는 방식이나 게임 자체가 크게 변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천천히 변해요. 회사는 사람을 보유하고 있는데 갑자기 반을 내보낼 수도 없고, 일하는 사람들도 원래 방식이 편하니까요."
![]()
변화는 오히려 바깥에서 더 빨리 온다고 했다.
"스타트업이나 인디 개발자 쪽이 더 빨라요. 최근에 메챠 카멜레온이라는 게임은 두 명이 두 달 동안 만들었는데, 출시 열흘 만에 500만 장을 돌파했어요. 두 명이 두 달 만든 게임이요."
그는 이걸 "누구나 성공한다"는 뜻으로 말하지 않았다. 성공은 여전히 소수라고 인정하면서도, 진입 자체가 달라졌다는 데 주목했다.
"예전엔 게임 좋아하는 사람들도 아이디어만 있고 만들 수단이 없었어요. 그런데 바이브코딩으로 직접 만들려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0.1%만 성공해도, 1천 명이 진입하면 한 명은 성공하는 거니까요. 시장 입장에서는 큰 변화죠."
그리고 그는 이 변화가 게임에만 머물지 않을 거라고 봤다. 이미 시스템화된 큰 회사보다, 1인 사업가나 개인에게서 변화가 더 빨리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변화는 큰 조직보다 작은 쪽에서 먼저 시작된다.
먼저 겪어본 사람의 조언
마지막으로, AI 때문에 불안해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정작 AI를 매일 만드는 사람의 대답은 담담했다.
"저도 AX를 고민하면서 '이걸 하면 여기 개발자들은 다 나가야 하나?' 싶었어요. 그때 내린 답은, 이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니까 우리가 안 하면 딴 데서 먼저 할 거고, 결국 떠밀려서라도 해야 된다는 거였어요. 그럴 바엔 먼저 올라타자.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전부 AX 전문가가 되면, 오히려 살아남는 사람이 되는 거죠. 불안한 건 당연해요. 그렇다고 파도가 안 오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그는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공포보다 "요구되는 게 바뀐다"는 쪽을 강조했다.
"게임 하나 만드는 데 필요한 사람은 줄지만, 프로젝트가 많아져서 전체 개발자 수는 유지될 수도 있어요. 중요한 건 늘어나느냐 줄어드느냐가 아니에요. 나한테 요구되는 게 바뀌는데, 나는 지금의 가치와 기술을 그대로 가지고 있을 건가. 그 질문을 자기한테 해야 돼요. 안 그러면 도태되니까요."
신입에게는 무엇을 말해주겠느냐고 물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필요한 건 태도예요. 적극성과 긍정. 그리고 신입한테 기대하는 건 빠른 성장이에요. 어떤 스펙을 가졌다는 것보다, 내가 얼마나 빨리 성장하는 사람인지 보여줄 수 있으면 큰 장점이죠. 그러려면 성장하는 과정 자체를 기록해두는 것도 방법이에요. 나는 성장 욕구가 강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빠른 시간에 성장해왔다는 걸 말할 수 있으면 좋으니까요."
다만 그는 지금이 신입에게 특히 가혹한 시기라는 것도 인정했다.
"경력자가 AI를 훨씬 잘 써요. 10년차가 AI를 다루면 2년차 서너 명이 할 걸 혼자 해요. 그러니 회사들이 10년차를 찾는 거죠. 반대로 2년차가 10년차처럼 AI를 쓸 수 있으면, 회사는 당연히 2년차를 더 좋아해요. 지금은 신입이 그걸 못 따라가니까 어려운 거고요."
그래서 그는 전통적인 스펙이나 포트폴리오보다 "AI로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단순히 AI를 잘 쓴다가 아니라, AI로 괜찮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 교육도 문법보다 설계를 가르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준이 '무엇을 다룰 수 있는가'에서 '무엇을 만들어냈는가'로 옮겨간 셈이다.
"할 수만 있으면 지금 회사 다니고 있는 경력자들하고 얘기를 많이 나눠볼 필요가 있어요. 교수님들도 지금 많이 헷갈려하실 것 같고요. 실제로 직장에서 꽤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얘기를 많이 해줘야 되는 상황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다른 업계 사람들에게 미리 알려주고 싶은 게 있느냐는 마지막 질문에, 그는 가장 명확한 한 문장을 남겼다.
"결국 AI 자체에서 경쟁력이 나오는 게 아니라, 사람의 경쟁력에서 나와요. 예전엔 성실함이 큰 무기였다면, 이젠 성실의 가치는 내려가고 스마트함이 중요해요. 내가 AI를 쓴 게 다른 사람이 AI를 쓴 것보다 더 좋아야 하고, 그걸 고민하는 게 경쟁력이죠."
에필로그
이제 만드는 것은 병목이 아니다. 병목은 그 나머지 모든 것이다.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 자체가 바뀌었다는 뜻이다. 그 병목은 답을 내는 영역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영역에 있다.
질문은 수동적이지 않다. 능동적이다. 어떤 상황을 붙들고 고민하고, 무엇을 풀어야 할지 스스로 찾아 나서야만 이를 수 있다. 가만히 떠먹여주기를 기다리는 자세로는, 이제 살아남기 어렵다.
이 인터뷰는 2026년 7월, 온라인으로 진행됐습니다.
이재호 | 네오위즈
2002년 게임 프로그래머로 시작해 팀장, 분석가, PM, PD를 거쳐 지금은 AI 개발자로 일한다. 20년 넘게 사람을 흉내 내는 AI를 만들어오며 『일 잘하는 팀장』과 『자동 회사 습관』을 썼다. 역할이 바뀔 때마다 그는 스스로에게 같은 것을 물었다. 여기서 내가 풀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이 인터뷰는 테크잇슈에서 발행되었습니다.
테크잇슈는 AI 시대, 저마다의 자리에서
고민하고 부딪히며 자기만의 답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