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P1. 개발자 셋이서 디저트 카페 차릴 뻔했던 이야기
- EP2. 대학생 스타트업을 팔아버렸다!? 그것도 해외 기업에...?
- EP3. ???
지금의 펠로에는 수백만원에서부터 수십억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모의 매물이 100건이 한참 넘게 등록되어있고 지금도 계속해서 새로운 매물들이 등록을 위한 상담과 검수를 기다리고 있다. 인수를 원하는 측의 수요도 매각 쪽 수요에 못지 않다. 신규 매물이 올라올 때마다 실사 자료를 요청하시는 대표님들, 사업을 전개하면서 알게 된 수백명의 대표님들, 그리고 이로부터 파생된 네트워크가 꽤나 넓다. 이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매물별로 관심을 가질 것 같은 대표님들을 어떻게든 찾아내서 협상 테이블에 최소 한 두번씩은 앉혀드리고 있다.
하지만 펠로 역시 처음이 있었다. 그리고 그 때의 펠로는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이번 에피소드에는 우리의 극초기 시절의 시행착오들을 담아보려고 한다.
M&A 중개플랫폼이라는 아이템을 어쩌다가 선택하게 됐는지가 궁금하신 분들은 EP1. 개발자 셋이서 디저트 카페 차릴 뻔했던 이야기를 봐주세요.
"매각을 하고 싶기는 한데... 못 믿겠는데요?"
어느 금요일 밤 역삼동의 한 카페, 둘러보면 소개팅 중인 테이블, 모임으로 왁자지껄한 테이블, 친구끼리 조용히 대화하는 테이블, 노트북을 펼치고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테이블이 한 공간에 섞여있었다. 그리고 그 중의 한 테이블에서는 퇴근하고 모인 세 명의 개발자가 M&A 중개플랫폼이라는 아이디어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 결과를 놓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고객들 만나봤는데, 본인 서비스 매각하고는 싶은데 저희 랜딩페이지 보고 신뢰가 안 간대요." "왜요?" "노션으로 대충 만든 티가 나서 여기다가 자기 서비스 올리기 싫다던데요?" "노코드로 검증하는 건 이제 한계인가.. MVP 개발 들어갈까요? 그래도 팔겠다는 수요는 얼추 나온 것 같은데." "검증됐다고 할 만큼 저희가 많이 만나본 게 맞나요? 진짜로 고객에게 필요한 제품이라면 형태가 어떻든 사용하지 않을까요?" "음..."
애매한 실험 결과에 기준을 정하지 못하던 우리 셋은 그 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헤어졌다. 시간이 좀 더 흘러 결국 2명의 고객이 그 부족한 노션 페이지를 보고도 믿고 등록해줘서 좀 더 진행해보기로 결론을 내렸지만, 당시 우리 셋 중 이 아이디어가 우리나라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확신하고 있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과를 예상할 수가 없으니 실패하더라도 그냥 빨리 진행해서 빨리 실패하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MVP 개발에 착수했다.
빠르게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우리는 기획의 사이즈를 최대한 줄였다. M&A 중개플랫폼이 갖춰야 할 수많은 기능을 줄이고 줄여서 랜딩페이지, 매물 등록, 매물 조회, 인수 제안의 단 네 가지 기능만을 개발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 당시부터 지금까지 우리 팀에 항상 이어져오는 기조가 하나 있다. 속도를 위해 기능의 양은 줄이더라도 완성도만큼은 타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완성도의 부족함도 실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고, 떨어지는 완성도는 우리 실험의 의도를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하지도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팀에 디자이너도 기획자도 없었지만 각자 테크기업과 스타트업에서 구르며 서당개 바이브로 체득한 감각과 지식이 있었다. 우리는 나름대로 직전 실험에서 나온 문제점인 신뢰도를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지점까지 제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초기 제품의 부족한 신뢰도를 채우는 건 진정성
MVP가 배포되었다. 우리는 이전과 비슷한 방식으로 다시 퇴근 후와 주말을 이용해서 매물 확보를 위해 오픈채팅방, 창업가 모임, 모각코 모임 등을 전전하며 메시지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반응은 노션 기반의 랜딩페이지를 만들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입자는 간간이 있었지만 실제 매물 등록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우리는 다시 역삼동의 그 카페에 머리를 맞대고 모여 무엇이 문제일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디서 시작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스타트업 씬에는 한동안 "제품이 좋으면 알아서 팔린다"는 믿음이 크게 퍼져있었다. 하지만 완성도는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한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고객이 제품을 선택할 때는 단순히 '만듦새가 좋다', 내지는 '자신의 문제를 잘 해결한다'만을 보고 고르지 않는다. 선택은 실제로 제품을 사용해보기 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제 제품이 좋은지보다는 그 제품에 대해 홍보하는 내용이나 사용자 수, 리뷰 등을 보고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초기의 펠로는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고객의 선택을 받기가 어려웠다. 등록돼있는 매물도 몇 개 없었고 실제로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후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MVP만 만들어서 고객에게 들이밀면 바로 매물이 쌓일 것이라는 건 환상이었다. 마케팅이 필요했다. 그러나 단순한 퍼포먼스 마케팅으로는 부족했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소규모 금액의 M&A 거래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부족했고, 우리가 그리는 비전을 우리 고객도 똑같이 그릴 수 있도록 부연설명이 필요했다.
당시 우리는 마케팅 자금도 없었을 뿐더러 제대로 퍼포먼스 마케팅을 진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사실 지금도 잘 모릅니다. M&A 시장을 혁신해서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여정을 함께 하고 싶은 마케터 계시면 디엠 부탁드립니다. ^^;) 그래서 우린 단순하게 접근해보기로 했다. 창업가들에게 우리를 알리는 게 가장 중요했다고 판단하여 창업가들이 많이 모여있는 커뮤니티인 이오플래닛과 디스콰이엇에 글을 좀 써보기로 했다.
처음 이오플래닛에 글을 게시했을 때는 당시 우리 기준으로 꽤 많은 수의 회원가입과 몇 건의 인수제안이 발생했다. 하지만 여전히 매물 등록이 자연적으로 인입되는 수는 적었고, 우리가 어딘가 모임을 나가서 세일즈를 열심히 해야만 한 두 건이 겨우 등록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펠로가 플랫폼으로서 기능하려면 인바운드 매물 등록이 많아져야만 했다. 우리는 매물 등록이 안되는 허들은 결국 신뢰도이며, 이 부분은 진정성으로 채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초점을 맞춰 나는 대학 시절 기술 블로그를 운영하며 쌓아올렸던 글솜씨를 바탕으로 우리가 어떤 팀인지, 어떤 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는지, 또 그래서 우리가 그리는 비전은 무엇인지 담담하게 써내려나갔다. 주말동안 이 글을 완성해서 디스콰이엇에 등록했다.
그리고 그 다음 주, 4건의 매물이 플랫폼에 인바운드로 등록되었다.
공동창업자의 이탈
나름 유저 반응은 서서히 들어오고 있었다. 자기 제품이나 사업을 팔겠다는 사람들도, 이미 굴러가고 있는 사업체나 제품을 인수하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 우리가 보유한 풀은 너무 작았고 매칭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우리의 BM은 성공보수 수수료 모델이었기 때문에 매칭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상 아무리 고객 반응이 들어오더라도 우리의 매출은 0원에 머무를 수 밖에 없었다.
EP1에서 디저트 카페 차리자고 제안했었던 공동창업자(이하 S군)는 이전에 제품만 만들고 돈을 벌지 못한 채 사업을 접은 기억이 몇 번 있었기 때문에 즉각적인 수익화가 되는 사업을 하길 원했다. 우리의 상황에 답답함과 불안감을 느끼던 S군은 팀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PM 역할을 자처하며 스프린트 단위로 작업 방식을 개편하고 보이는 비효율을 하나씩 개선해나갔다. 하지만 S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품 런칭 이후 3달 정도가 흘렀음에도 성사된 M&A는 한 건도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당시 우리는 지금과 달리 인수를 가속화하기 위해 어떤 액션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몰랐다. 24년 여름의 어느 날, S군은 결국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지금도 S군과는 교류하고 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팀에 돌아오지는 못하고 있지만 훌륭한 개발자 분을 우리에게 추천해줘서 새로운 개발자 분과 함께 일하는 중이다. S군을 기리는 마음으로 S군의 사진과 이름을 딴 슬랙봇을 만들어 연동해두었다. 떠나간 옛 공동창업자가 함께 일하고 있는 느낌이 들어 좋다.
첫 번째 매각 - 크로스보더 딜
S군이 나간 그 다음 주, 공동창업자 지수 형과 나는 구글밋을 통해 온라인으로 만났다.
"후... 다시 둘이다."
지수 형의 탄식을 시작으로 우린 회의를 시작했다.
판매자도 확보했고 구매자도 확보했다. 이제 둘을 연결시키는 데에만 성공하면 우리의 모든 가설은 검증된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이걸 어떻게 연결시키냐는 것이었다.
우리는 일단 단순무식하게 접근해보기로 했다. 전략적/재무적 인수자 후보들을 최대한 리스트업해서 냅다 콜드메일을 무작정 뿌려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대표님들과 연이 닿아 많이 만날 수 있었고, 대표님들과 대화를 나눠보면서 매수인들이 원하는 포인트가 무엇인지, 매도인에게서 검증해둬야 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등 M&A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을 잡아나갔다. 그렇게 우리의 콜드메일 타겟팅과 문구는 조금씩 개선되어갔다.
우리가 보유한 매물 중 네티라는 서비스가 있었다. 아직 대학생 신분인 두 공동창업자가 만든 캘린더 서비스인데, 투자 논의도 진행이 되고 있어서 2달 이내에 매각이 되지 않으면 투자를 받는 방향으로 진행할 생각이라고 했다. 우리는 두 대표님께 우리가 매각을 시켜드릴 수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다는 상황을 솔직히 말씀드리고 빠르게 매수인을 찾는 절차에 들어갔다. 나른한 어느 주말 오후, 카페에서 콜드메일을 보낼 대상 기업을 리스트업하다가 일본에서 비슷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면서 꽤 큰 규모의 투자를 유치 받은 스타트업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기사를 좀 찾아보니 마침 일본 시장을 어느 정도 장악하고 다른 국가로 조금씩 확장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우리 매물은 한국에서 여러 동아리와 지역상권에 제휴를 잘 맺어놓고 유저도 확보해둔 상태였다. 인수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보였다.
예상은 적중했다. 매수인 측으로부터 인수에 관심이 있다는 답신이 왔다. 억대의 소규모 딜이었기 때문에 매칭 이후의 진행은 아주 매끄러웠다. NDA를 작성하고, 예비실사를 진행하고, 매도인과 매수인 양측이 온라인 미팅을 진행했다. 매수인 측 대표님은 두 젊은 창업가와 이야기를 나눠보고는 함께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며 크게 마음에 들어하셨고, 결국 논의 끝에 애퀴하이어(인재 인수)의 형태로 매각 조건이 합의되었다. 계약서 서명이 오가고 이전 절차와 사후 통합과정까지 거쳐 마침내 딜이 마무리되었다.
첫 딜이었지만 매수인과 매도인 양측이 모두 만족한 거래가 되었다. 특히 매도인 측은 요청했던 2개월의 타임라인, 원했던 희망매도가를 우리가 지켜냈음은 물론, 그들이 생각지도 못한 해외 기업에서 커리어를 이어나갈 기회까지 얻게 되었다. 서비스를 그냥 접었다면 그저 젊은 날 후회없이 도전해본 사람들로 남았겠지만, 이 딜이 성사됨으로 인해 두 공동창업자는 명예로운 타이틀 여러개를 얻게 되었다.
20대의 젊은 시절에 성공적으로 사업을 마무리하고 엑시트한 창업가
한 글로벌 기업의 한국 진출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책임자
대학교 졸업 후 첫 취업을 해외기업으로 시작한 커리어
매각 이후 1년 정도가 지난 시점에 우리는 두 매도인을 다시 찾아가보았다. 그들은 무거운 책임과 불안을 내려놓고 새롭게 시작한 커리어에 만족하고 있었다. 매각 이후 디스콰이엇에 쓴 창업이 매각으로 마무리된 썰에서 우리를 샤라웃해주시기도 하고, 최근까지도 주변에서 매각이나 인수를 원하시는 대표님이 있으면 소개시켜주시기도 하는 등 여전히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제 돈 벌 일만 남았나...?
팔려는 사람도 찾았고, 사려는 사람도 찾았고, 우리 플랫폼을 통해 매칭이 되어 최종 매각까지 클로징된다는 것도 확인했으니, 이젠 모든 가설이 증명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창업이란 원래 멀리서보면 낭만적이지만 가까이서보면 수시로 터지는 예상치 못한 온갖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일이다. 하지만 딜 한 건을 성사시키는 것과 성사를 반복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걸 깨닫기까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 이후에 우리는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을 마주하고 고민하며 진지하게 피봇 이야기까지 했었다.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그 이야기를 한 번 풀어보겠다.
EP2 시점까지의 성과 정리
| 가설 | 검증 |
|---|---|
| 등을 맞댈 수 있는 전우와 함께 창업을 도모할 수 있는가 | ☑️ |
| 펠로에 매물 등록을 하는 고객(seller)이 있는가 | ⚠️ |
| 펠로에 인수 제안을 하는 고객(buyer)이 있는가 | ⚠️ |
| 펠로에서 딜이 끝까지 성사될 수 있는가 | ⚠️ |
| 인수자들이 탐낼만한 좋은 매물들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가 | ⬜ |
| 확실하고 반복적인 인수 니즈가 있는 매수인들과 우리가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가 | ⬜ |
| 10억 이상 규모의 딜을 우리가 다룰 수 있는가 | ⬜ |
☑️: 지난 에피소드에서 검증 완료 ⚠️: 불완전하게 검증 ⬜: 미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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