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 선정 #MVP검증 #팀빌딩
[펠로 창업기] EP1. 개발자 셋이서 디저트 카페 차릴 뻔했던 이야기

창업을 결심한 이후 들었던 질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왜 창업을 하느냐'이다. 돈, 명예, 자유, 편안함 등 좋아보이는 웬만한 것들은 고객과 시장과 투자자에게 휘둘리며 불확실함 속에서 다음 스텝을 더듬더듬 찾아가야 하는 실제 창업가의 삶과는 괴리가 있다. 내가 생각했을 때 사람들이 스타트업 창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낭만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낭만이란,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돌이켜보면 어릴 때부터 낭만을 꾸준히 좇아왔던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만화는 원피스, 학생 때는 돈도 안되는 수학을 연구하겠다고 꿈을 가졌고, 개발자가 되고 나서는 재밌어보인다는 이유로 멀쩡히 다니던 네이버를 뛰쳐나와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했었다. 사회가 정해놓은 답에서 좀 벗어나거나 조금 위험하더라도 결국 내가 행복해지지 않을 것 같으면 보편적인 길에서 바로 뛰쳐나오곤 했다.

낭만을 좇으며 살다보니 결국 창업까지 오게 됐다. 23년도 하반기 쯤부터 창업을 하려고 이런저런 시도를 시작했었다. 직장 동료 분이 창업한다고 하길래 합류해서 파트타임으로 같이 일해보기도 하고 디저트 카페 프랜차이즈 창업을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도 했다. 여러 시도와 경험 끝에 결국 IT 서비스 M&A 중개플랫폼이란 아이템에 정착하여 펠로(fello)라는 서비스를 2년째 운영하게 되었다. 이 시리즈는 M&A 중개서비스라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장에 부딪혀가며 겪은 2년간의 여정을 담은 회고록이다.

 

공동창업자 지수 형

이번 글에서는 펠로를 시작하기 전까지의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나의 소울메이트가 되어버린 지수 형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현재 펠로에서 공동창업자라 할 수 있는 멤버는 대표 역할을 맡고 있는 지수 형과 CTO 역할을 맡고 있는 나까지 2명이다.

지수 형을 처음 만난 것은 내가 대학생이었던 2017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라는 IT 창업가 배출을 목적으로 하는 정부 운영 SW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 8기 연수생으로 선발되어 연수센터에서 같이 개발도 하고 잡담도 하고 밤에 편의점에 가서 맥주도 한 캔씩 하면서 친해졌고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연락하며 지내고 있었다. 이 형과 대화해보면 희한하게도 사고 방식이 비슷하고 얘기가 잘 통한다고 느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형도 나도 둘 다 INTP이었다. 성격과 관심사가 일치하니 잘 맞을 수 밖에.

온갖 아이디어와 망상이 난무하고 서로 연락은 안 되는 숨막히는 INTP 미러전

지수 형은 두 차례의 창업과 쿠팡에 다녔던 경험이 있었고 이후 한 비대면진료 스타트업으로 이직했다. 당시 그 스타트업은 코로나의 수혜를 입어 지표가 제이커브를 그리며 급성장하고 있었다. 당시 나는 네이버에 다니고 있었고 반복되는 업무에 슬슬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는데, 지수 형이 때맞춰 이직을 제안해왔다. 얘기를 들어보고 재밌을 것 같아서 그 길로 네이버에서 퇴사하고 지수 형과 같은 팀에 합류하여 합을 맞춰 일해보게 되었다.

그러던 중 지수 형이 퇴사하고 세 번째 창업을 준비해보겠다는 말을 했다. 지수형의 장단점을 모두 알고 있고 이 형의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인사이트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꽤나 친하게 지냈던 사람이기에, 창업을 한다면 이런 사람이랑 같이 하면 좋겠다고 평소 생각하던 사람에 가장 잘 들어맞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지수 형이 창업을 한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크게 고민도 하지 않고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지수 형은 이전 두 번의 창업에서의 실패를 교훈 삼아서 이번에는 냅다 제품부터 만들지 않고 오픈톡방에 랜딩페이지를 뿌리거나 SNS에 페이드 광고를 돌려보는 식으로 고객 반응을 먼저 보고 될 것 같은 아이템으로 진행한다는 소위 MVT(Minimum Viable Test) 전략을 생각하고 있었고, 아이디에이션과 가설 검증 단계는 굳이 퇴사까지 하지 않고도 파트 타임으로도 충분히 진행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3년 11월, 그렇게 우리는 될 때까지 제로 투 원을 반복하겠다는 의미로 '팀제로'라는 가칭으로 팀을 만들고 낭만을 좇아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제 2의 탕후루, 망고사고 봄은 온다...?

현재의 아이템인 펠로에 이르기까지 여러 아이디어와 실험이 있었다. 유족의 사진을 모아주는 서비스,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잡매칭 서비스, 여행 사진 정리 서비스 등등..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망고사고 디저트 카페였다.

여러 아이디에이션과 실험을 반복하던 도중 내 대학 동기이자 토스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친구가 합류하기로 했다. 이 친구가 어느 날 검색 키워드 트렌드 데이터를 들고 와서는 망고사고라는 디저트의 검색량이 급격히 올라가고 있으니 지금 들어가면 제 2의 탕후루가 될 수 있으며, 잘만 하면 프랜차이즈를 크게 키워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개발자 세 명 모인 팀에서 디저트 카페 아이디어를 들고 온 이 친구도 특이하지만 나와 지수 형 역시 이상한 사람 티어매기기를 하면 어디서 꿀리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이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검토해보고 결국 우리는 '사업의 본질은 장사다. 장사를 잘 하는 사람이 사업도 잘한다.'라는 논리를 가지고 일단 시작해보기로 했다.

그 때부터 전국에 망고사고를 판매하고 있다는 곳들은 죄다 직접 방문해보며 사먹어보고 레시피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펄이랑 연유랑 망고랑 이것저것 사다놓고 집에 백엔드 개발자 세 명이 후드티 뒤집어쓰고 모여서 배합 바꿔가면서 시식하고 맛 평가를 하고 있는 진귀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원가를 계산해보고 임대료와 인건비를 넣어서 예상 손익을 짜보고 상가 입지에 대해 공부하며 부동산도 직접 보러 다녔다. 문래까지 임장 가서 발견한 매물 하나를 놓고 진지하게 계약 고민까지도 했었다.

망고 사고 레시피를 진지하게 연구했던 기록

하지만 새롭게 배우면 배울수록, 더 확인하면 확인할수록 내 직관은 우리 셋이서 뛰어들었다간 망할 것 같다는 신호를 강하게 보내기 시작했다. 운에 의해 결정되는 요소가 너무 많은데다가 우리의 경험치로는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가 너무 많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게다가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숨만 쉬어도 빠져나가는 비용이 많아서 단기간 내에 손익분기점을 넘겨야 하는데 우리의 역량으로 이를 장담할 수 없어보였다. 예상한대로 망고사고가 제 2의 탕후루가 된다 한들 물이 밀려들 때 우리가 노를 저으면서 경쟁사들에게 밀리지 않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결국 나의 강력한 반대로 디저트 카페는 본격적인 시작을 하기 전에 접게 되었다. 진짜로 이걸 시작했으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과연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어서도 이를 성공시킬 수 있었을까?

어차피 제 2의 탕후루는 망고사고가 아니라 두쫀쿠였고 ㅋㅋ

 

마이크로 M&A, fello

결국 우리가 최종적으로 정착한 아이템은 '마이크로 M&A 중개플랫폼'이었다. 네이버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쿠팡에서 결제시스템을, 토스에서 각종 금융 서비스를 만들던 셋이었다. 그런 우리가 가진 M&A 지식은 솔직히 말해서 0이었다. 대차대조표가 뭔지도 잘 모르는 개발자 셋이 회사를 사고파는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한 거다. 하지만 우리는 오히려 그렇기에 기회가 있다고 봤다. 기존 시장을 혁신하려면 기존 시장의 방식을 모르는 사람들의 시각이 필요하다. 기존 시장의 종사자들과는 전혀 다른 배경과 능력을 가진 우리가 M&A 시장에서 소외된 소액의 비즈니스 인수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일단 아는 게 하나도 없으니 유명 회계법인에 종사하는 회계사님부터 M&A 전문 변호사님까지 알음알음 소개 받아 냅다 찾아가 여쭤보면서 시작했다. 이 분들도 개발자 세 명이 우르르 찾아와서 M&A에 대해 알려달라고 하니 처음엔 적잖게 당황하시지 않았을까 싶지만 친절하게 하나하나 알려주시고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도 좋다는 말씀까지 주셔서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른다. 알게 된 내용들을 바탕으로 일단 간단한 랜딩페이지를 만들어 여기저기에 뿌려보았다. 자기 서비스를 팔고 싶다는 사람들은 상당히 많았다. 그냥 운영중인 서비스가 있는 사람들은 전부 다 팔고 싶어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 서비스를 통해서 팔겠다는 사람은 겨우 2명 뿐..

일단 맨땅에 헤딩해보고 한 번 얻어맞아보니 그제서야 우리에게 없는 게 뭔지 보이기 시작했다. 개발자 셋이서 갖고 있는 거라곤 코드를 짜고 제품을 만드는 능력뿐이었다. 좋은 매물을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도, 살 사람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도, 적정가를 책정하는 방법도, 계약서 쓰는 법도 몰랐다. 우리에게 없는 이 하나하나가 앞으로 우리가 증명해나가야 하는 가설이 되었다. 과연 우리가 이 험난한 M&A 중개사업을 실제로 해낼 수 있을까...

남은 시리즈에서 우리의 이 가설들이 달성되어가는 과정을 하나씩 공유해보고자 한다.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첫 거래가 성사되기까지에 대한 내용을 다뤄보겠다.

 

EP1 시점까지의 성과 정리

가설검증
등을 맞댈 수 있는 전우와 함께 창업을 도모할 수 있는가
펠로에 매물 등록을 하는 고객(seller)이 있는가
펠로에 인수 제안을 하는 고객(buyer)이 있는가
펠로에서 딜이 끝까지 성사될 수 있는가
인수자들이 탐낼만한 좋은 매물들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가
확실하고 반복적인 인수 니즈가 있는 매수인들과 우리가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가
10억 이상 규모의 딜을 우리가 다룰 수 있는가

 


 

IT 사업체나 제품을 매각해보고 싶다면? -> click!

매물들을 둘러보고 인수해보고 싶다면? -> click!

펠로 서비스가 궁금하다면? -> click!

링크 복사

fello 팀제로

쉽고 빠른 M&A 중개플랫폼 fello입니다.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추천 아티클
fello 팀제로

쉽고 빠른 M&A 중개플랫폼 fello입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