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봇 #사업전략 #프로덕트
150개 서비스를 만들고 알게 됐다. 외주는 회사를 키워주지 않았다

AI가 개발자를 대체해서가 아니라, 외주만으로는 우리 회사가 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노코드로 초기 창업가의 시장 검증을 돕는 ‘(주)노코더스’를 창업한 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150개의 가까운 초기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고객 대부분은 처음 창업에 도전하는 대표님들이었습니다.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개발자를 채용할 여력은 없었고, 수천만 원을 들여 서비스를 만들기에는 아직 부담스러운 단계였습니다.

우리는 노코드 툴인 버블(bubble.io)를 활용했습니다. 기존 개발 방식보다 개발 기간을 줄여 비용을 낮추고,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장에 내놓는 것이 노코더스의 경쟁력이였습니다.

몇 달이 걸릴 서비스를 몇 주 안에 만들었고, 고객은 완성된 서비스로 사용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확신했습니다.

더 저렴하고 더 빠르게 만드는 회사라면 계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요.

하지만 올해 들어 고객들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AI가 코딩도 해주는데 외주가 필요한가요?”

“직접 만들어보고 안 되면 그때 맡겨도 되지 않을까요?”

“AI로 만들면 비용을 훨씬 줄일 수 있지 않나요?”

 

처음에는 AI가 아직 복잡한 서비스를 완성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운영 환경에는 로그인, 결제, 권한, 데이터 구조, 외부 서비스 연동처럼 단순한 화면 생성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질문의 핵심은 AI의 완성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객의 기대와 구매 기준이 이미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자랑하던 장점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았다.

 

우리가 가장 자신 있게 이야기하던 것은 저렴한 비용과 짧은 개발 기간이었습니다.

그런데 AI는 이 두 가지 기준을 동시에 흔들고 있습니다.

아직 AI가 모든 서비스를 완성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고객이 느끼는 기준은 다릅니다. 예전에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개발사를 찾아야 했지만, 이제는 먼저 AI에게 물어보고 직접 시도합니다.

완성도가 100점이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초기 창업가에게 중요한 것은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능성을 확인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외주사가 3주 만에 만들어주는 것도 빠르지만, AI가 오늘 밤 화면 하나를 만들어준다면 고객은 그것이 더 빠르다고 느낍니다.

외주사가 기존 개발보다 비용을 절반으로 줄여줘도, 고객이 AI로 거의 무료에 가까운 시도를 할 수 있다면 여전히 비싸다고 느낍니다.

우리가 어렵게 확보한 경쟁력이 고객의 눈앞에서 빠르게 평준화되고 있었습니다.

 

고객의 제품을 150개 만들었지만, 우리 제품은 없었다.

 

시장 변화보다 더 불편했던 사실은 따로 있었습니다.

우리는 고객의 제품을 150개 가까이 만들었습니다. 예약 서비스, 교육 플랫폼, 커뮤니티, 커머스, 내부 업무 시스템 등 다양한 서비스를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노코더스가 가진 제품은 없었습니다.

외주 프로젝트가 끝나면 결과물은 고객에게 돌아갑니다. 우리는 경험을 얻지만, 다음 달 매출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시 새로운 고객을 찾아야 합니다.

프로젝트가 많아질수록 매출은 늘었지만 회사에 자산이 쌓인다는 느낌은 크지 않았습니다.

고객마다 요구사항이 달랐고, 같은 기능처럼 보여도 운영 방식은 달랐습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다시 분석하고, 다시 설계하고, 다시 커뮤니케이션해야 했습니다.

인력이 늘어나면 더 많은 프로젝트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인건비와 관리 부담도 함께 늘었습니다.

일이 많아질수록 회사가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더 바빠지는 구조에 가까웠습니다.

그때 외주는 일종의 독이 든 성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약이 체결되면 당장 현금이 들어옵니다. 이번 달 직원 급여와 운영비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주를 멈추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당장의 현금흐름에만 의존하면, 반복해서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시간은 계속 뒤로 밀립니다.

“이번 프로젝트까지만 끝내고 우리 제품을 만들자.”

그 말은 다음 프로젝트가 들어올 때마다 미뤄졌습니다.

외주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노코더스가 지금까지 살아남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외주 덕분입니다.

150개에 가까운 서비스를 만들면서 책이나 시장조사 보고서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알게 됐습니다.

창업가들이 어떤 기능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실제 사용자는 어디에서 이탈하는지, 결제와 정산에서 어떤 문제가 반복되는지, 운영자가 매일 어떤 업무에 시간을 쓰는지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고객이 요청한 기능보다 요청하지 않은 기능이 더 중요할 때도 많았습니다.

대표님은 결제 기능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결제 후 콘텐츠를 전달하고 구매자를 관리하는 과정이 더 큰 문제인 경우가 있었습니다.

관리자 페이지가 필요 없다고 했다가 주문이 늘어난 뒤 수작업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제품 출시 자체가 목표였지만, 막상 출시 후에는 유입과 전환을 확인할 데이터가 없어 다음 결정을 내리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외주는 단순한 개발 사업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여러 산업의 창업가를 만나며 어떤 문제가 반복되는지 관찰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자체 제품의 단서를 찾았습니다.

외주를 하며 특히 자주 만난 고객군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가진 경험과 전문성을 상품으로 만들어 개인의 지식 자산을 판매하려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이미 판매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축적한 업무 노하우를 정리하거나, 반복해서 받던 질문을 전자책으로 만들고, 직접 사용하던 업무 양식을 템플릿으로 상품화했습니다.

콘텐츠 제작도 끝났고 SNS나 블로그를 통해 잠재 고객도 모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지식 자산을 실제 매출로 전환하려는 순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멈췄습니다.

카드 결제를 붙이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자체 홈페이지에서 결제를 받으려면 PG사를 알아보고, 계약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고, 심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PG사 심사가 끝난 뒤에는 카드사 심사가 이어졌고, 사업자 정보나 판매 상품에 대한 보완 요청이 발생하면 일정은 다시 미뤄졌습니다.

특히 전자책이나 템플릿처럼 실물이 없는 상품은 판매 방식과 콘텐츠 제공 구조를 별도로 설명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판매할 지식 자산은 이미 준비됐지만, 첫 번째 카드 결제를 받기까지는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초기 판매자에게 이 시간은 단순한 대기 기간이 아니었습니다.

상품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은 출시 시점을 놓칠 수 있었고, 이미 구매 의사를 밝힌 고객에게 계속 기다려달라고 해야 했습니다. 시장의 반응을 빠르게 확인하고 싶었지만 첫 매출을 만들기도 전에 PG 계약과 결제 개발이라는 허들을 넘어야 했습니다.

심사가 끝난다고 바로 판매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결제창을 연동하고, 결제 결과를 주문 정보로 저장하고, 구매자에게 파일이나 링크를 전달하는 기능을 별도로 개발해야 했습니다. 결제 취소, 환불, 주문 조회와 구매자 관리 기능도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판매자가 임시방편을 선택했습니다.

계좌번호를 전달하고 입금을 확인한 뒤 전자책 파일이나 템플릿 링크를 직접 보내거나, 신청 폼과 메신저를 연결해 주문을 관리했습니다.

판매량이 적을 때는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주문이 늘어나면 입금자 확인, 콘텐츠 전달, 재전송, 구매 문의와 환불 요청이 모두 수작업으로 쌓였습니다.

반대로 기존 콘텐츠 판매 플랫폼을 이용하면 시작은 쉬웠습니다.

상품을 등록하면 별도의 PG 계약이나 결제 시스템 개발 없이 판매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높은 플랫폼 수수료가 문제가 됐습니다.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직접 정리해 만든 상품인데도, 판매가 발생할 때마다 매출의 일정 비율을 플랫폼에 지급해야 했습니다.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결제 수수료뿐 아니라 플랫폼 수수료 부담도 함께 커졌습니다.

개인의 지식 자산을 판매하려는 사람들이 마주한 선택지는 비슷했습니다.

직접 PG에 가입하고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쓰거나,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며 기존 플랫폼을 이용하거나.

외주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이 문제가 반복됐습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업무 노하우를 전자책으로 판매하려 했고, 누군가는 직접 만든 노션 템플릿을 상품화하려 했습니다. 강의 영상을 판매하거나 정기적으로 자료를 제공하는 멤버십을 만들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판매하는 지식의 형태는 달랐지만 필요한 구조는 거의 같았습니다.

  •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상품으로 소개할 수 있는 판매 페이지
  • 구매자가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 결제
  • 결제 완료 후 전자책, 템플릿 링크나 강의 권한 자동 제공
  • 주문과 구매자 정보 관리
  • 결제 취소와 환불 처리
  • 상품별 판매량과 매출 확인

처음에는 고객마다 이 기능을 따로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비슷한 결제와 전달 기능을 다시 만드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한 고객을 위해 만들어 납품하고, 다음 고객을 만나면 다시 처음부터 구축했습니다.

그때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특정 고객 한 명의 요구사항이 아니라, 개인의 지식과 경험을 판매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하려는 사람들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일 수 있겠다고요.

 

지식 자산을 만들고도 판매 단계에서 포기하지 않도록

 

제로피는 이 문제에서 시작했습니다.

개인이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상품으로 만들었을 때, 직접 PG사를 비교하고 계약과 개발 연동을 모두 해결하지 않아도 카드 결제를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결제 기능만 제공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구매가 발생할 때마다 판매자가 주문을 확인하고 파일이나 링크를 직접 전달해야 한다면, 지식 자산을 반복 판매한다는 장점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품 등록부터 카드 결제, 콘텐츠 제공, 주문과 고객 관리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했습니다.

전자책을 구매하면 파일을 전달하고, 노션 템플릿을 구매하면 복제 링크를 안내하고, 온라인 강의를 구매하면 이용 권한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판매자는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더 좋은 상품으로 만드는 일과 고객을 모으는 데 집중하고, 반복되는 결제와 전달 과정은 시스템이 처리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중요하게 본 것은 거창한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만을 위한 결제 시스템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가진 작은 경험 하나를 정리한 사람도 첫 번째 고객에게 카드 결제를 받을 수 있어야 했습니다. 아직 매출이 검증되지 않은 판매자가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큰 개발비와 긴 준비 기간부터 감당하지 않아야 했습니다.

동시에 판매량이 늘어났다는 이유로 플랫폼 수수료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는 구조도 피하고 싶었습니다.

제로피는 그렇게 한 고객을 위한 외주 결과물이 아니라, 개인의 지식과 경험을 판매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하려는 사람들이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됐습니다.

 

제로피는 그렇게 한 고객을 위한 외주 결과물이 아니라, 개인의 지식과 경험을 판매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하려는 사람들이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됐습니다.

물론 제품을 만든다고 해서 외주보다 쉬워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외주는 계약이 체결되면 매출이 발생하지만, 제품은 고객 한 명을 확보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 사람들이 왜 가입하지 않는지, 얼마를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 모두 직접 확인해야 했습니다.

당장의 매출만 보면 여전히 외주가 더 매력적으로 보일 때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제품을 계속 만드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외주에서는 비슷한 문제를 고객마다 다시 해결해야 했지만, 제품에서는 오늘 해결한 문제가 다음 고객에게도 남습니다. 한 판매자의 불편을 개선하면 이후 가입하는 사람들은 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겪지 않아도 됩니다.

고객의 제품을 150개 가까이 만들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외주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자산은 빠른 개발 능력이 아니었습니다. 서로 다른 고객들이 반복해서 겪는 문제를 발견할 수 있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외주를 완전히 그만둘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고객이 요청한 기능을 만들어 전달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안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겪는 문제를 찾으려고 합니다. 반복되는 문제라면 한 번의 외주 결과물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AI가 개발의 속도와 비용을 계속 낮추는 시대에는 단순히 더 빠르게 만드는 것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반복 가능한 해결책으로 바꿀 수 있는가라고 생각합니다.

제로피는 아직 성공했다고 말할 단계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 노코더스는 고객의 제품만 만드는 회사에 머무르지 않으려 합니다. 고객을 만나며 발견한 문제를 우리만의 제품으로 해결하고, 오늘의 일이 내일도 회사 안에 남는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제로피는 그 첫 번째 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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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피 제로피 ·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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