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 오래 일해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고객이 먼저 상위 플랜을 찾을 때의 유혹을요.
크린텍은 최근 그 반대로 했습니다. 아셈타워와 트레이드타워에 자율주행 청소로봇을 납품하면서, 최상위 모델이 아니라 한 단계 아래 모델을 권해 드렸습니다. 넓은 로비 옆에 좁은 복도가 이어지고 낮에도 사람이 붐비는 곳이라, 큰 장비는 통로에 끼거나 보행자와 부딪힐 위험이 있었습니다. 성능이 높은 장비가 그 현장에서는 나쁜 장비였습니다.
크린텍은 현장 성격에 따라 로봇을 구분해 제공합니다. 개방된 전시장에는 T7AMR, 어두운 지하주차장의 야간 운영에는 L4, 좁고 붐비는 오피스에는 L3입니다. 이 분류는 스펙 시트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30년간 현장을 다니며 쌓아온 경험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 기준을 세우기까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초기에는 상위 모델을 넣으면 대체로 만족하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넓은 면적을 빠르게 도는 데 최적화된 장비가 좁은 구간에서는 오히려 자주 멈췄습니다. 성능 지표는 좋은데 현장 만족도가 떨어지는 상황이었죠. 그 뒤로 크린텍은 장비를 고르기 전에 통로 폭과 사람의 동선부터 확인합니다.
지난 5월 인천국제공항 경쟁입찰에서 크린텍은 상장사와 시리즈 A 스타트업을 제치고 기술성 평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2위와의 격차는 6.5점이었습니다. 알고리즘이 더 뛰어나서가 아니라, 공항이라는 현장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더 정확히 읽었기 때문입니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들지 말고, 고객에게 진짜 필요한 것을 만들라는 말이죠. 장비 업계에서 그 말은 곧 현장에 발을 담그고 있느냐는 질문과 같습니다. 대시보드의 지표는 무엇이 일어났는지 알려주지만, 왜 일어났는지는 현장에서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표가 좋은데 고객이 떠나는 경험을 해 보신 분이라면 아실 겁니다.
크린텍이 고객의 요청에 곧바로 답하지 않고 현장을 먼저 찾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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