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윤 EO · 에디터
크리에이터 아티클
#MVP검증 #시장조사 #아이템 선정
400:1 경쟁률 뚫은 한 끗 차이, 어디서 비롯됐나

유니콘하우스 시즌1 우승
상금 5000만원의 주인공

 

에이블랩스는 스타트업 서바이벌 프로그램 ‘유니콘하우스’ 최종 우승 팀입니다. 바이오 실험을 자동화하는 설비를 만드는 제조 스타트업이죠. 결승에 오른 5팀 중 대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시즌1에는 서류 접수만 400팀, 결승 진출 경쟁률은 80대 1이었어요. 그만큼 치열한 오디션이었죠. 이 중에서 에이블랩스가 우승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시즌1이 끝난 후 만난 에이블랩스 신상 대표는 ‘판을 뒤집는 관점’을 강조했습니다. 암으로 가족을 잃는 경험을 한 후 암 자체를 없애기 위해 의학자가 됐고, 대학원생 때 실험 자동화가 필요하다는 걸 깨닫고 아예 실험실을 뜯어 고치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아니라 그 환경을 바꾸는 솔루션을 시도해왔던 것이죠.

 

"에이블랩스는 지금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정도의 크기가 아니라 5년 뒤, 10년 뒤 미래를 통째로 바꿀 수 있습니다” 

- 에이블랩스 신상 대표

에이블랩스 또한 이렇게 판을 뒤집으려는 도전에서 시작됐어요. 판을 흔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 때문에 유니콘하우스 결승에서 청중평가단이 에이블랩스의 손을 들어준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작 에이블랩스은 B2B 제조 스타트업 입장에서 ‘대중적인 오디션에 나가도 될까…?’ 고민했다고 합니다ㅎㅎ)

신 대표 또한 유니콘하우스를 통해 ‘우리가 생각보다 더 큰 일을 하고 있는 걸 알게 됐다’고 회상했습니다. 전 세계 실험실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확신과 자신감을 얻었다고요. 회사 내적으로도 큰 변화가 생긴 듯하죠? 에이블랩스의 탄생과 첫 1년, 4개월의 서바이벌 레이스, 판을 뒤집을 계획까지 소상히 들어봤습니다.  

※ 읽는 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터뷰 질문 및 답변을 일부 편집했습니다.

 

에이블랩스 신상 대표 인터뷰.

 

사람이 이렇게 많이 죽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나요.

 

Q.어렸을 때부터 장래희망이 ‘의학자’였다고 들었어요.

제가 진로를 결정했던 계기가 ‘사람’ 때문이었거든요. 중학교 때 할아버지, 외할아버지 모두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제가 사람을 진짜 좋아하는데, 가족 중 누군가 떠나보낸다는 게 처음이었고 그걸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었어요.

분명 2㎜밖에 안 되는 암세포를 발견한 것이었는데, 그게 엄청나게 순식간에 자랐다고 하더라고요. 대한민국 국민의 ¼이 암에 걸리고 그 중 ⅓ 이상이 사망한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어요. 너무 큰 충격이었어요. 그래서 무조건 암을 연구하는 사람이 돼야겠다, 암을 감기처럼 만들어서 진짜 부숴버려야지 생각했어요. 
 

할아버지와의 추억. (제공 : 신상)

 

Q.의사의 길도 있는데 의학자를 꿈꾸셨던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부모님께서도 의사가 되길 바라셨어요. 이것 때문에 엄청 싸웠어요. 그래도 저는 암이라는 근본적인 원인을 없애버리고 싶었어요. 당시에는 그 자체를 없애면 전 세계 사람들이 암에 안 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진짜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대학도 생명공학부로 진학했죠. 찾아보니 4학년 때 ‘암 생물학’이라는 과목이 있더라고요. 그 강의를 듣기 위해선 세포생물학, 분자생물학, 생화학까지 정말 다양한 학문을 거쳐야 했어요. ‘암이 끝판왕이구나’ 실감했습니다.

수년간 전공과목을 거쳐 드디어 암생물학 강의를 듣게 됐을 때 신 대표. 모든 연구 결과는 논문으로 나오고서도 10년 넘게 시간이 지나야 이론으로 적립돼 책에 실린다는 걸 알게 됩니다. 암을 깨부수려는 노력은 자연히 석사, 박사 과정으로 이어졌어요.  

 

Q.대학원에 진학했을 당시 어떠셨나요?

암을 연구하는 교수님 실험실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첫 번째 작업은 ‘파이펫팅’이에요. 파이펫은 액체를 1㎕(마이크로리터) 단위로 정밀하게 옮길 수 있는 기구에요. 

초반에는 1㎕씩 1000번 옮겨서 실험 용액 1000㎕를 맞추는 작업을 했어요. 근데 아무리 반복해도 1000㎕가 절대 안 나오는 거예요. 960, 970, 또 960. 계속 서로 다르게 나오니까 노하우를 전수받아야겠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선배한테 ‘도저히 1000㎕이 안 나온다’고 물어봤어요. 그 선배가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그거 원래 안 나오는 거야.”

충격에 빠졌죠. 매번 다를 수밖에 없는 실험 환경인데도 그걸 기반으로 논문이 나오고 암 치료에 임한다는 게 모순적이라고 봤던 것 같아요. 더더욱 이 상황을 바꾸고 싶어졌어요.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원래 안 되는 건 절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Q.정확히 어떤 점이 문제라고 보셨던 걸까요?

바이오 실험은 요리랑 상당히 비슷해요. 실제로 요리를 할 때 재료를 정량으로 얼마나 넣고, 레시피에 따라서 조미료를 넣고, 몇 분간 끓이잖아요. 실험을 할 때도 특정 시료나 용액을 정량으로 얼마나 넣고 섞어서 어떤 온도에 몇 분간 진행한다는 구성이 다 돼 있습니다. 요리할 때 미세한 부분에서 맛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처럼 실험에서도 미세한 부분에서 큰 차이가 발생해요. 

그래서 실험에서는 (조건이) 동일하게 ‘재현’이 되는 재현성이 중요합니다. 이게 흔들리는 순간 논문, 이론으로 적립했던 가설이 다 무너지고 실제로는 통하지 않는 치료법이 치료법으로 나오는 케이스가 발생하기도 해요.

그런데 실험에서 액체를 다루는 과정의 90% 이상이 다 수작업으로 진행되고 있고. 연구원들은 노동집약적으로 그걸 해내야 하죠. 현실적으로는 재현이 잘 안 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자동화’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연구자들이 좀 더 균일하고 재현성 높은 연구를 할 수 없을까 싶었거든요.  

 


 

암을 무찌르기 위해 실험실을 뜯어 고치다

 

Q.이미 실험에 쓰이는 자동화 장비가 있지 않나요?

기존 자동화 장비 회사들은 대부분 글로벌 대형 제약사를 타깃으로 삼아요. 엄청 크고 무겁고, 복잡한 공정 하나만을 자동화 하는 비싼 제품 위주로 개발하고 판매합니다. 그러다 보니 일반 실험실에서 이런 자동화 장비를 도입하기 매우 어려워요. 

 

Q.그렇다면 더더욱 대학원생이 자동화 장비를 도입하긴 어렵겠네요.

(그래서) 그냥 직접 시도해봤어요. (대학원 때) 정밀의학 쪽 연구를 하면서 진짜 자동화가 필요해졌거든요. 

환자 맞춤형 치료에 대해 연구하다 보니 암 세포 샘플은 빨리 자라고, 다양한 세포에 다양한 약물을 처리하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실험 가짓수가 수백, 수천 쌍이 생겼죠. 손으로 다 하는 게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었어요. 결국 실험실에 자동화 시스템을 처음 세팅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교수님께서 자동화 시스템을 셋업해서 저 포함 3명이 이걸 썼어요. 어찌보면 장비를 써보는 미션을 받은 셈이죠. 다른 두 분은 금방 포기하셨어요. 자동화 장비로 실험을 하니 손으로 하던 것보다 결과가 더 안 나온다는 이유였어요.

(저도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한 번 해보니 안 되더라’고 보고하긴 싫었어요. 무조건 사람보다 잘 나오게 만들려고 매일 밤까지 남아서 몇 달동안 자동화 장비랑 씨름 했습니다. 그렇게 자동화 장비 정밀도를 수작업보다 나아지게 만들어냈어요. 

 

실험실에 자동화 장비를 세팅하고 나니 샘플 처리가 훨씬 빨라졌습니다. (제공 : 신상)

 

1년간 전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니 실험 데이터가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근데 당시에 분석툴이 엑셀 밖에 없었어요. 이걸로 세포 하나 분석하는 데 3시간 넘게 걸렸어요. 잠깐 졸다가 엑셀을 잘못 건드려서 3시간 분석한 게 다 날아간 적도 있었어요. ‘이것도 진짜 사람이 할 게 못 된다. 무조건 자동화해야 한다’ 느꼈어요.

그래서 실험 데이터를 처리하는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시작했어요. 친구를 섭외해서 얼추 만들어보니 데이터 분석 시간이 3시간에서 3분으로 줄어든 거예요! 아예 이걸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버렸어요.

전자동화 시스템,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로 얻은 연구 결과로 신 대표는 논문을 완성할 수 있었어요. 학계에서 인정받는 ‘네이처 제네틱스’ 저널에 연구 결과를 게재할 수 있었죠. 주변 실험실에서 신 대표를 찾아오기 시작했어요. ‘자동화 장비 말고 데이터 잘 나오는 걸로 부탁해요!’ 실험 아웃소싱의 시작이었습니다.  

 

실험 자동화를 통해 완성한 논문을 네이처 저널에 게재했을 때. (출처 : Natrue Genetics)

 

Q.당시 다른 실험실 업무를 대행(?)해보니 어떠셨나요?

저희가 실험을 자동화해서 양질의 결과를 드리면 그걸 바탕으로 다른 연구원들이 좋은 논문을 쓰기 시작했어요. 처음으로 (우리가 만든 자동화 시스템을) 기반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겠구나 경험해본 것이죠. 

 

Q.하지만 곧바로 창업을 하시진 않았던 걸로 알고 있어요…!

당시 저는 직장생활도 병행하고 있었어요. 박사학위를 하면서 자동화 장비를 개발하는 반도체 검사 장비 개발회사의 바이오 신사업팀에 입사했어요. 낮에 연구실에서 실험을 하고, 그때 필요하다고 느낀 자동화 제품을 회사에서 같이 개발하고.  

특히 실험 자동화 제품이 필요한 고객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어요. 저 스스로 고객이거니와 바이오 연구를 하는 다른 고객도 많이 만나면서 아직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많이 듣고, 이 분들의 문제를 캐치하게 되면서 빨리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나중에는 아예 바이오 신사업팀 팀장이 됐습니다.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하기 위해 미국으로 포닥(박사후과정)을 갈까 생각도 했지만, 다 정리하고 2018년 겨울부터 팀을 이끄는 자리에 앉게 됐어요. 그럼에도 회사에 다니면서 ‘창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점점 커졌어요. 

 


 

너무, 너무, 너무 창업이 하고 싶었던 이유

 

Q.신사업팀에서도 제품 개발이 가능한데, 창업에 끌렸던 이유가 무엇인가요?

의사결정이 복잡하고 느릴 수밖에 없었어요. 회사 차원에서 여러 제안을 하고 (고객의) 문제를 풀어보려 했지만, 고객 입장에서 이런이런 문제를 해결하면 될 것 같았지만, 이걸 빨리 캐치해도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이 오래 걸렸죠. 회사 입장에선 인력이나 개발에 곧바로 투자하기 쉽지 않다는 것도 많이 느꼈어요. 비슷한 상황이 여러 해 반복됐어요. 

특히 팀장이 되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고객을 가장 잘 이해하고, 어떤 제품이 나와야 하는지 가장 잘 알고, 그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로 딱딱 구성된 조직이 필요하다고 봤는데, 회사에서 그렇게 만들어지긴 어렵더라고요. 우리 팀이 그 제품에 대해 온전히 담당할 수 없으니 원하는 퀄리티가 안 나오고, 그러면 고객은 안 쓰고. 그걸 뼈저리게 실감했죠.

 

Q.제품과 더불어 조직에 대한 고민도 많으셨네요.

팀장이 되니 아무래도 책임감도 커지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 고객을 만족시켜야겠다는 마음도 강했어요. 팀의 내적 성장도 절실했던 상황이고요. 신사업팀이다 보니 회사의 기대와 압박감도 크게 다가왔어요. 

그쯤 EO채널에서 파운틴 류기백 대표님 영상을 보고 되게 감명 깊었던 기억이 나요. 2018년 11월인가, 12월쯤이었는데 출퇴근 하면서 영상을 보다가 문구 하나가 딱 가슴 깊이 박혔어요. 

“Pressure makes diamonds’(압력이 다이아몬드를 만든다.)

회사에 가자마자 몇날 며칠 이 이야기를 했어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결국 엄청나게 좋은 제품으로 고객을 만족시키는, 그런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과정이라고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지금의 압박을 즐기자! 팀을 다독이고 성장시키는 데 영감이 되는 말이었고, (나중에) 실제로 창업을 할 때도 진짜 세상에 큰 기여를 하는 사람이 되자고 생각하게 됐어요. 

 

 

Q.정말 창업하고 싶으셨다는 게 느껴지네요(ㅎㅎ)

(창업을) 결정하긴 쉽지 않죠. 근데 너무너무, 너무너무 해보고 싶었어요.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내가 내린 결정에 책임을 지고. 세상에 기여하는 방식이나 제가 그렸던 조직문화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암을 없애버리고 싶다는 큰 꿈, 연구원 시절 발견한 문제점, 이 문제로 고생하는 고객까지. 마치 온 우주가 신 대표를 창업으로 이끄는 듯했어요. 이제 팀을 꾸려 빠르게 움직이기만 하면 될 것 같았죠. 하지만 창업의 현실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그렇듯 혹독했습니다.  

 


 

아무도 안 믿어주고, 돈은 바닥나고

 

Q.창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게 무엇이었나요?

처음에는 사업모델 3가지쯤 생각하고 사업을 시작했어요. ‘나 이거 다 할 거야!’ 이런 식으로 얘기하고 다녔어요. 진짜 아무것도 몰랐죠. 그렇게 사업계획서 써서 들고 다니면 다들 반응이 이랬어요. 

“대표님 너무 꿈이 크시네요.”
“이게 실현 가능할 것 같나요?”
“사업을 너무 모르시는 것 같네.”
“일단 제품부터 한 번 보여주시죠.”

하도 이런 얘기를 많이 들으니까 진짜 ‘보여주는 것’ 밖에 답이 없겠더라고요. 특히 고객 입장에서는 제품을 보고 나면 가장 빠르게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으니까요. 다른 건 다 후순위로 미루고 무조건 만들어서 일단 보여주는 팀이 되자고 다짐했어요. 

 

Q.제품을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리셨나요? 

시제품을 개발하는 데 2개월 걸렸습니다. 로봇이 파이펫으로 실험 용액을 핸들링 해주는 맞춤형 자동화 장비에요. 극강의 가성비로 한 가지 문제부터 풀어보자, 이런 마인드였습니다. 
 

Q.2개월 만에 개발이라니 빠르네요. 

고민의 깊이는 2개월짜리가 아니었어요. 창업하기 훨씬 전부터 저에게 필요했고, 제가 꼭 만들고 싶었던 제품이었기 때문에 오랜 기간 고민해왔고, (창업 후에) 고객을 더 열심히 만나면서 나온 결과물이에요.

무엇보다 팀 내에서 이런 고민을 풀어내는 자리를 자주 가졌어요. (그러면서) 제품에 대한 욕심이 서로 생겼어요. 바이오 전공인 사람이 모터의 구동 원리를 따로 공부해서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제안하기도 하고. 솔직하게 토론하면서 상대방의 (전문적인)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 공부하는, 고민의 깊이가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에이블랩스 초창기 사무실 풍경. (출처 : 에이블랩스)

 

Q.어떻게 사업을 출발시키셨는지도 궁금해요. 스타트업이 제조업에 뛰어들기 쉽지 않잖아요. 아무래도 초기비용이 크게 드니까. 

당시 3명이 함께 회사를 차렸어요. 제품에 대한 요구사항 같은 걸 문서화하고, 실제로 설계를 하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등등 각자 맡아서 일을 진행해 나갔어요. 아무래도 우리가 만들려는 제품이 단순하진 않다 보니 각 분야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필요했죠.

예컨대 장비의 정확한 요구사항을 파악할 수 있는 사람, 그 요구사항을 바탕으로 설계를 하는 사람. 기본 설계도 있지만 전기 설계도 있고. 제조업에는 다양한 파트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집약적으로 필요한데, 아무래도 리소스가 모자라서 어려움을 겪었어요.

 

Q.리소스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일단 초기에는 에이블랩스의 비전에 공감하는 외부 파트너를 찾는 데 신경을 많이 썼어요. 예를 들면 저희 제품을 실제로 만드는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회사,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브랜딩 파워가 필요하니 연구기관이나 대학 쪽으로 영향력 있는 에이전시와 업무협약(MOU)를 맺는다든지. 덕분에 실제로 시장에 저희 제품을 빠르게 침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그 외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저희가 아무래도 제조업 기반으로 시작해서 제품을 만들어내는 일을 하다 보니까 되게 비용이 많이 들었어요. 빠른 속도로 자본금이 소진이 되기 시작했고 1~2개월밖에 안 남은 상황까지 갔었죠. 실제로 거의 마지막 월급을 지급한 시점에서 이제 돈이 다 떨어졌는데, 아직 투자는 유치를 하지 못한 상황이었고. 

더는 여윳돈이 없는 상황이 진짜 왔을 때 다행히 엔젤 투자를 딱 받았어요. 그렇게 좀 더 일을 진행할 수 있게끔 지원을 받았고, 그걸 바탕으로 고객을 더 많이 만들어내면서 유니콘하우스에도 지원할 수 있게 되었던 계기가 됐죠.

이쯤 되니 궁금해졌어요. 엔젤 투자를 받아 겨우 고비를 넘긴 에이블랩스는 왜 유니콘하우스에 지원했던 걸까요? 실제로 신 대표도 유니콘하우스에 도전하기 전까지 고민이 많았다고 합니다. 예선에서 떨어지면 어쩌나, 제조업으로 오디션에서 이길 수 있을까. 그럼에도 에이블랩스는 ‘고’(GO)를 선택합니다.   

 

에이블랩스의 유니콘하우스 지원 영상 캡쳐. 

 

‘우리 생각보다 더 큰 일을 하고 있구나!’

 

Q.유니콘하우스에 지원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저희가 스타트업씬과 다소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유니콘하우스 모집 공고를 봤을 때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우리는 제조업 기반이니까 팬시(화려)하지 않고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막연히 ‘예선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겁이 났죠. 어찌보면 자기 합리화 한 거예요. 근데 도전을 안 해보는 게 왠지 패배감이 들더라고요. 

‘그래! 우리가 스타트업씬에서 멀 순 있지만 그래도 한 번 지원해보자!’

딱 결정하고 나서 공동창업자 3명이 모여서 주말에 바로 지원영상 찍고 참가 접수를 했어요.

 

Q.유니콘하우스에서 퓨처플레이 류중희 대표님과 안면이 있으셨던 것 같았어요. 

창업하고 1개월쯤 지났을 때 류 대표님을 만난 적이 있어요. 그때는 제품 도면만 갖고 있던 시점이었고, 창업 초기에 사업 계획서 갖고 돌아다니던 그 때 만났던 투자자 중 한 분이 류 대표님이었죠.

중희님 입장에서는 저희가 아직 준비가 덜 된 팀으로 보였던 것 같아요. 창업쪽 백그라운드(배경)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말씀해주셨어요. 그때 중희님 피드백을 듣고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진짜 만들어서 무조건 보여준다!’ 

(그래서) 유니콘하우스에 지원한 이유 중 류중희 대표님도 있어요…! 처음 만난 이후 6개월 만에 유니콘하우스 무대에서 다시 만났는데, 저희가 제품을 들고 나타났잖아요. 덕분에 실제로 제품이 된다는 걸 보여드릴 수 있었고. 나중에 중희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6개월 전에 말했던 게 지금 내 눈앞에서 돌아가는 걸 보니까 소름이 돋았다.”

 

Q.그 말을 들었을 때 어떠셨나요? 

만족감이 엄청 컸어요. 중희님께 어떻게든 보여줘야겠다 생각했고, 그걸 유니콘하우스 같이 큰 이벤트에서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거든요(ㅎㅎ)

 

퓨처플레이 액셀러레이팅을 받아 유니콘 하우스 우승을 거머쥔 에이블랩스. (출처 : EO스튜디오)

 

Q.저라도 그럴 것 같네요ㅎㅎ 유니콘하우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미션은 무엇인가요? 

가장 기억에 남았던 미션은 첫 번째 미션! 퓨처플레이 하우스에서 문제가 문제다를 주셨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팀이 아니라 문제를 찾는 팀이다.

그때 솔직히 좀 충격이었죠. 왜냐면 우리는 이미 문제라고 정의를 하고 이걸 풀어나가는 과정에 있었던 팀이고, 어떻게 보면 최소기능제품(MVP*)이 이미 나와 있는 팀인데 이걸 다시 한번 되돌아본다…? 약간 두려운 마음이 들었어요. 우리가 실제로 이 문제에 대해서 한 번도 검토를 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녹화를 마치고 돌아와서 팀원들에게도 얘기를 했죠. 어떻게 보면 창업자인 제가 처음에 얘기했던 것만 바라보고 달려왔는데, 실제로 이게 맞지 않으면 우리는 빠르게 피봇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요. 이런 얘기들을 하면서 실제로 이 부분이 정말 문제였는지 되돌아보기 시작하고 고객들을 만나기 시작했어요. 

고객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제가 직접 느꼈던 문제들뿐만 아니라 지금 당장 이 순간에 고객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접할 수 있었어요. 피부로 와 닿더라고요. 그 분들의 문제를 우리가 풀어야겠다는 마음과 함께 어떻게 하면 더 잘 풀 수 있는 조직이 될 수 있을까, 그런 걸 엄청나게 고민했던 시기였어요. 귀중한 경험이었죠.

 

Q.대결하는 코너도 많았는데, 가장 어려운 상대는 어디였나요? 

유니콘 하우스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상대는 단연 라이벌 대첩에서 만났던 ‘잉클’이었죠. 사실 제가 처음 예선 갔을 때부터 잉클 대표님 얘기를 많이 했어요. 처음 갔을 때 잉클 대표님이랑 얘기 많이 했었어요. 이미 업계에서도 인지도가 높고, 12개 팀 중에서 유일하게 공돌이, 테크 기반 프로덕트 회사였잖아요.

그래서 사전조사 투표할 때도 잉클을 골랐어요. 잉클은 내공이 있는 강력한 팀이고요. 슈퍼스타K든 쇼미더머니든 대단한 상대와 붙어야 멋진 씬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우리가 지더라도 장렬하게 퇴장할 수 있지 않을까 했습니다.

 

Q.라이벌 대첩은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잉클이 어려운 상대라면 ‘비책’이 필요할텐데요.

고객도 인정하는 멋진 팀을 이기려면 뭐가 필요할까 고민하다가… 저희가 내세운 전략은 ‘비전’이었어요. 단순히 지금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정도의 크기가 아니라 사실 우리가 하는 일로 인해서 5년 뒤 10년 뒤에 미래가 전체 통째로 바뀔 수 있다! 이런 부분을 더 많이 드러내고자 했었어요.

 

 


 

전 세계 실험실을 통째로 바꿔서 인류에 기여하자!

 

Q.결국 유니콘하우스에서 우승을 하셨어요. 당시 심정이 어떠셨나요? 

딱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눈물이 나올 거라고 생각 못 했는데 갑자기 튀어나왔어요.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막 온 에너지를 몸으로 딱 받는 것 같이 벅찼죠. 믿고 기다려준 가족들, 처음부터 끈끈하게 함께 해준 팀원들, 투자자분들,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 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찰나였지만 ‘이제 더 많은 압박이 우리를 기다리겠구나’ 생각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겠구나. 그런 압박감이 기분 좋게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에 확신을 더 가질 수 있게 됐거든요. 

그동안 급박하게 달려오기만 했는데, (유니콘하우스를 하면서) 고객에 대해 돌아보고 우리가 장기적으로 가지고 있는 미션과 비전, 앞으로 바꿔나갈 미래를 제품과 조직에 녹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팀 내부적으로 엄청나게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고요. 

 

우승자 발표 직후 눈물을 흘리는 신 대표의 모습. (출처 : EO스튜디오)

 

Q.대표님 개인적으로는 유니콘하우스를 통해 어떤 성장을 하셨나요? 

용기, 그리고 자신감. 처음에는 사실 ‘우리가 될까’라는 의문이 있었는데, (매 라운드를 거치며) 단순히 뭔가 제품을 만드는 걸 넘어서서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기업이라는 마음가짐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더 큰 꿈을 꿔도 되겠다’는 생각도 얻었어요. 우리 실제로는 더 할 수 있는 팀이었는데 우리가 목표를 너무 작게 잡았구나! 매 라운드를 거치면서 저희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바뀌는 것도 느꼈어요.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실제로 많아지기도 했고요. 대중으로부터 지지를 많이 받았을 때 너무 감동 받았어요.

 

Q. 에이블랩스의 다음 스텝도 궁금합니다.

현재는 제품 라인업은 4개쯤 개발하고 있어요. 출시 임박한 제품도 있고요. 궁극적인 목표는 ‘로보틱 클라우드 랩’을 만드는 겁니다.

‘클라우드 랩’은 쉽게 말해서 자동화 로봇들로 구성된 전자동화 실험실입니다. 이 실험실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데이터, 훨씬 더 많은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양질의 데이터를 드리고자 해요. 연구자들의 실험을 아웃소싱 받고 여기서 만들어진 데이터를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구조입니다.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바이오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갖추면서 자동화에 대한 엔지니어링을 할 수 있어야 해요. 에이블랩스는 두 가지 모두 가능한 유일한 팀이라고 볼 수 있고요. (현재 개발한 제품도) 고객이 원하는 정확도에 맞추면서 가격은 훨씬 저렴한 제품으로 최적화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작년 한 해 제품을 만들고 이걸 사용할 고객에 집중하는 타이밍이었다면 올해는 고객에게 직접 제품을 보여드리고 더 잘 사용하실 수 있게끔 집중하고 싶어요. 항상 ‘고객’. 고객에 더 많이 집중하고 그 분들의 문제를 우리 제품으로 푸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늘어나는 수요를 채우기 위해 열심히 달리자! (출처 : 에이블랩스)
유니콘하우스 우승 후 기념사진을 찍은 에이블랩스 팀. (제공 : 에이블랩스)

 

Q. 에이블랩스가 그리는 미래는 무엇인가요?   

처음 아마존이 AWS라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누가 그걸 쓰냐, 자체 서버를 구축하고 말지’, 이런 반응이 많았다고 해요. 근데 지금 많은 기업들이 AWS를 쓰고 있잖아요. 

이와 비슷하게 5년 뒤, 10년 뒤에는 자체 바이오 실험실을 구축한다, 또는 그 실험실에서 사람을 뽑고 장비를 사서 실험 결과를 만든다는 개념 자체가 구식(old-fashioned)이 될 거라고 봅니다. 실험은 클라우드 랩에 아웃소싱 하고, 연구자는 연구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면 전 세계에 있는 수많은 연구실에서 훨씬 더 양질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양질의 논문들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 논문들을 바탕으로 훨씬 더 나은 이론들, 훨씬 더 나은 치료제, 더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이 될 거라고 봅니다. 

누구나 본인 실험실에 작업 테이블 하나만 가지고 있다면 자동화 실험을 해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년 뒤에는 연구자들이 집에서 있으면서 외부에 실험을 맡긴 후 원하는 데이터를 받아볼 수 있겠죠? 그러니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실험실이 다 에이블랩스의 시장이고, 고객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Q. 대표님의 앞으로 포부도 알려주세요!

에이블랩스에서는 제가 중학생 때 겪어야만 했던, 가족을 잃는 슬픔을 얻는 사람들이 더 적어졌으면 좋겠어요. (이를 위해서) 실험실의 노동집약적인 현장을 보다 생산적으로 개선하고 연구의 재현성을 높이면서 가치있는 연구가 더 늘어나는 데 이바지 하길 바라요. 우리 주변의 가족들이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 싶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창업이 되게 멋진 일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내 한계에 도전해보고, 부딪혀보고, 그러면서 얻는 피드백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진화해 나가는 과정을 되게 함축적으로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올해는 훨씬 더 큰 목표를 세우고 우리가 이걸 해낼 수 있는 팀이라고 믿으며 나아가는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 본 아티클은 2022년 3월 공개된 <그가 모두의 인정을 받기까지 걸린 시간, 단 1년>의 내용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바이오 제조 스타트업 에이블랩스 대표, 신상 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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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김지윤 EO · 에디터

이 글을 읽고 당신이 용기를 얻기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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