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래 유튜브에서 몰아보기를 올리는 시즌은 설 연휴다.
2. 시청자들이 학교와 직장을 쉬면서 시청 시간이 대폭 늘어나기 때문이며, 비슷한 사례는 초중고 학생의 방학, 코로나 시기 집에 갇혀 있던 시기다.
3. 유튜브는 기본적으로 과거 영상을 다시 살려주지 않는다. 영상의 노출도는 업로드 후 3~4일이면 노출도가 깎이고, 특정 터진 영상만 연금처럼 조회수가 나온다.
4. 예를 들면, 시의성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정보성 영상(짜장 라면 레시피, 초보운전 연수 같은)이거나, 코로나 끝나고 갑자기 롯데월드·에버랜드를 많이 가게 된 것처럼 외부 요인이 바뀐 경우다.
5. 그래서 (명절에) 몰아보기 콘텐츠를 많이 하지만, 몰아보기의 핵심은 과거 영상의 심폐소생이 아니다. 시청 시간(단위: 시간) 확보다.
6. 영상이 길어지면 미드롤 광고가 많이 꽂히고 → 유튜브 입장에서 매출이 높은 영상이니 → 노출도가 대폭 증가한다. 본질적으로, 유튜브의 궁극적인 목표는 틱톡이나 인스타로 유저가 빠져나가는 걸 막는 것이다. 6시간짜리 영상은 앱 이탈의 빌미 자체를 차단해 버리니, 플랫폼이 전폭적으로 밀어줄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
7. 특정 카테고리에선 몰아보기가 안 먹힌다. 1분짜리 생활 꿀팁이나 제철 식재료 레시피는 애매하고, 유럽 여행 몰아보기나 팟캐스트류 듣는 콘텐츠는 괜찮다. 쉽게 말해 뜬뜬의 풍향고·핑계고, 침착맨 같은 채널이 명절 몰아보기에 제격이라는 뜻.
8. 최근 두 유튜버의 긴 영상은 과거 영상의 몰아보기가 아니다. 고재영의 7일간 라이브 편집본 6시간 19분, 서재로36의 Q&A 1시간 44분.
9. 공통적인 반응은 "아니 누가 라이브 편집본을 6시간 넘게 올려?" "누가 Q&A를 2시간 가까이 해?"였고, 고재영은 좋아요 2.8만·댓글 4,708개, 서재로36은 좋아요 8,800개·댓글 1,302개 달렸다.
10. "이걸 풀로 다 보게 되다니"라는 반응과 함께 시청 시간과 인게이지먼트 지표가 동시에 확보됐다. 시청자들은 이 영상을 각 잡고 보는 게 아니다.
11. 방 청소할 때, 귀향길 차 안에서, 게임하며 듀얼 모니터에 띄워두는 '밥친구'이자 '노동요'로 소비한다. 숏폼이 찰나의 시선을 뺏는 거라면, 이들의 영상은 시청자의 일상 시간 자체를 점유하는 것이다.
12. 동시에 "진짜 크리에이터다"라는 인식이 심어진다. 라이브 편집본은 대부분 20분 ~ 30분 정도 재미난 부분만 하는 편이며, Q&A도 10분 ~ 30분 정도다. 하지만 라이브 편집본이 6시간 19분, Q&A가 1시간 44분이라는 사실 자체가,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밖에 없다.
13. 그리고 도전·생존 챌린지의 대중화를 이끈 고재영과, 여행 다큐의 대중화를 이끈 서재로36은 각각 유튜브의 핵심인 '재미'와 '정보'의 대표주자다. 콘텐츠가 너무 강하다 보니, 인물에 대한 팬심이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 인물을 강조하는 브이로그나 수다 중심의 스트리머들에 비해서.
14. 하지만 이렇게 긴 영상을 시청하고 나면 달라진다. 내가 이 사람한테 몇 시간을 쏟았다는 자각 자체가 팬심으로도 연결된다. 숏폼 크리에이터들의 팬덤이 약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쉽게 말해, 어제 본 쇼츠와 릴스가 대부분 기억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15. 이 둘의 채널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영상 개수가 매우 적다는 점이다. 고재영 롱폼 39개, 서재로36은 136개. 둘 다 2년 만에 100만 구독자를 달성했다. 구독자 전환율이 높다는 뜻이고, 업로드가 주 1회도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16. 즉, ‘주 1회 업로드'라는 통념이 먹히지 않는, ‘좋은 콘텐츠’의 대표적인 사례인 셈이다.
17. 결국 남들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청자한테도 각인되고, 광고주한테도 각인될 수밖에 없다.
18. 모든 카테고리엔 수많은 경쟁 채널이 있다. 하지만 [내 채널에서만 볼 수 있는 것], → 그 차별점이 결국 광고주에겐 [내 채널에 광고 했을 때만,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가 된다.
19. 남들이 다 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고재영처럼 7일간 라이브를 계속 한 뒤 편집만 한 달이 걸린, 혹은 서재로36처럼 댓글 5,000개 캡쳐에만 2시간이 걸린, 자신만의 시간을 투여해 ‘좋은 콘텐츠’를 한 땀 한 땀 빚어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