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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믿는 것: 효율이 곧 생존이다
새벽 2시. 당신은 여전히 투자 제안서의 첫 문단을 고치고 있습니다. Claude는 이미 세 개 버전을 30초 만에 완성했습니다. 내용이 나쁘지 않습니다. 아니, 꽤 괜찮습니다.
옆 팀 동료는 AI가 작성한 보고서를 제출하고 금요일이라며 칼퇴를 했습니다. '이거 그냥 써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스치지만, 어딘가 마음이 불편합니다. 당신은 바보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불편함이 당신을 이기게 만들 겁니다.
맥킨지의 2023년 보고서는 "생성형 AI는 지식 노동자 업무의 최대 70%를 자동화하고, 문서 작성과 요약 시간을 거의 40% 단축할 수 있다." 고 전합니다. 시장은 빠른 사람을 원합니다. 느린 것은 더 이상 성실함이 아니라 경쟁력 부족으로 읽힙니다.
YC 스타트업 팀들은 8주간 평균 47개 투자자 미팅을 진행합니다. 주 5-6개 제안서를 AI 없이 준비하는 팀은 없습니다. "속도 = 생존"이 실리콘밸리의 오래된 법칙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당신은 무엇을 팔고 있습니까?
AI가 만들어준 기획서. 완벽한 문장, 논리적인 구조, 브랜드 톤까지 흠잡을 데 없습니다. 그런데 왜 투자자는 당신의 메일을 끝까지 읽지 않았을까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와 BCG, MIT의 공동 연구(2023) 결과는 충격적입니다. AI를 사용한 그룹은 작업 속도가 25% 빨라졌지만, 창의적 문제 해결과 비판적 사고가 필요한 과제에서는 질적으로 현저히 낮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우리는 '속도'라는 마약을 얻은 대신, '깊이'라는 사고의 근육을 잃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2,400년 전, 놀랍게도 플라톤은 《파이드로스》에서 이미 지금의 사태를 경고했습니다. 플라톤의 스승이자, 이 책의 주인공 소크라테스는 이집트 신 테우트의 일화를 빌려 말합니다. "문자는 기억을 보조할 뿐이다. 지혜의 모양만 보여주고, 진짜 지혜는 전달하지 못한다." 기술이 사람의 사고를 대신할 때 생기는 착각을 꿰뚫어 본 철학자의 경고입니다.
글쓰기는 사고의 운동장입니다
한 문단을 세 시간 동안 붙잡는 이유는 문체 때문이 아닙니다. 그 3시간 동안 당신은 묻습니다. '우리 제품이 진짜 해결하는 문제는 무엇인가.'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경쟁사와 우리의 본질적 차이는 무엇인가.'
AI는 답을 줄 수 있지만,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는 모릅니다.
Y Combinator 공동창업자 폴 그레이엄은 1993년부터 지금까지 100여 편의 에세이를 써왔습니다. 어떤 에세이는 며칠, 심지어 몇 주가 걸렸지만, 30년간 그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 남아 있습니다. 쓴 오래전 에세 <Writing, Briefly>에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Writing doesn't just communicate ideas; it generates them. If you're bad at writing and don't like to do it, you'll miss out on most of the ideas writing would have generated. 글쓰기는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아이디어를 만들어냅니다. 글쓰기를 못하거나 싫어한다면, 그 과정에서 생겨날 대부분의 아이디어를 놓치게 됩니다.”
그의 글이 스타트업 세계의 교과서가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현장에서 부딪히며 고민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AI가 대신 써줄 수 없는 고유한 경험을 기반으로 한 글쓰기이기 때문입니다. 기획자는 “기획서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 기획서를 쓰면서 “기획을 하는 사람”입니다.
도구를 쓰되, 도구가 되지 마십시오
그래서 AI를 버려야 할까요? 제가 묻는 질문은 이것이 아닙니다. 진짜 질문은 "AI를 쓸까 말까"가 아니라 "이 과정에서 내가 지켜야 할 건 무엇인가" 입니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하루 평균 6시간 연습을 멈추지 않습니다. 앨범을 준비하는 특별한 시즌에는 하루 12시간까지 연습 시간을 늘립니다. AI가 연습 없이 단 몇 초 만에 세계 최고 음악가의 연주를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어도, 연주자는 "연습하고 연주하는 과정에서 음악을 이해하게 됐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겁니다.
연주자가 수만 번의 연습을 통해 곡의 본질을 체화하듯, 기획자 역시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고, 사고하고, 기획서를 붙들고, 그 글을 고치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사업의 본질을 체화합니다. 자료 조사와 초안은 AI에게 맡기십시오. 빈 페이지의 공포를 없애고, 우선 시작하세요. 핵심은 글 전체를 직접 내 논리와 경험으로 파헤치고 완성하는 겁니다. 왜 이 내용이 중요한지, 이 논리와 저 논리가 어떻게 다른지. 편집은 AI가 거들어도, 핵심이 담긴 단어, 문장, 전체 문서의 구성과 마무리는 여러분이 해야 합니다.
당신만의 'Why'
시장은 효율을 원합니다. 그러나 고객은 진짜를 원합니다. 창업가에게 필요한 건 빠른 답이 아닙니다. 정확한 질문입니다. 대게 좋은 질문은 많은 시간의 고민 끝에 나옵니다.
폴 그레이엄의 글이 30년간 읽히는 이유는 그의 문장이 문학적으로 아름다워서가 아닙니다. 그의 수십년간의 스타트업 현장에서의 경험, 그리고 수시간, 때로는 며칠 동안 사유하며 걸러낸 서사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AI는 글을 빠르게 잘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특별한 인생 궤적, 시간과 함께 단단해진 자기만의 관점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AI가 쓸 수 없는 단 하나, 바로 당신만의 왜(Why). 그걸 찾는 훈련장이 바로 "글쓰기"입니다.
그러니 다시 묻습니다. AI가 10초 만에 써주는 기획서, 당신은 왜 몇 시간씩 고민해야 할까요? 그 이유는 당신이 파는 건 기획서가 아니라 진짜 사업 기획이기 때문입니다. 고객이 사는 건 효율이 아니라 당신이 문제를 붙들고 씨름하며 얻은 특별한 통찰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은 기계가 아니라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Letter from Apr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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