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디지털 단두대의 시대, 왜 이렇게 됐을까

1. "요즘 사람 하나 디지털 단두대에 올려놓고 칼부림하고 구경하는 게 유행인가 봄. 세상이 ㅁㅊ 돌아간다 진짜."

2. 최근 슈카의 변(辨)에 달린 댓글 중 하나다.

3. 왜일까?

4. 첫째, 맥락의 붕괴(Context Collapse)다. 특정 주제에 대해 정보나 생각을 전달할 땐, 그 시점의 사회적 맥락이 중요하다. 과거에 생산된 콘텐츠가 지금의 맥락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5. 그런데 숏폼이 대중화되면서, 1시간짜리 라이브 중 15초~60초의 자극적인 클립만 따이거나, 발언 일부가 텍스트로 잘려서 플랫폼을 넘나들며 바이럴된다.

6. 이 과정에서 원래의 의도는 탈색되고, 새로운 의미가 덧씌워지며, 결국 뉘앙스는 증발하고 공격하기 좋은 '팩트의 파편'만 남는다.

7. 둘째, 결국 이 팩트의 파편이 시청자의 관심을 끌고 → 광고가 붙고 → 플랫폼은 영상의 의미와 상관없이 노출을 높여주고 → 이렇게 생산된 숏폼이나 텍스트가 수익으로 돌아온다. 이는 채널 성장일 수도, 광고 수익을 위한 트래픽일 수도 있다. 관심 경제에서 혐오와 분노가 돈이 되는 구조다.

8. 셋째, 유튜버는 시청자와 친밀감을 쌓아 구독자가 되고, 시간이 지나며 찐팬이 된다. 이런 유사 사회적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에 기반한 친밀감은, 역설적으로 '이 사람은 내 입장을 대변해 줄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일방적 유대감이 상호적 관계라는 환상을 만드는 것이다.

9. 하지만 1명의 인플루언서를 기준으로 다수의 팬이 존재하고, 그 팬들의 생각은 전부 다르다. 특히 정치나 종교는 논리보다 믿음의 영역에 가깝기 때문에, 입장 표명이 더욱 어렵다.

10. 넷째, '인플루언서'라는 단어 그대로, "영향력이 있으니 입장을 반드시 표명하라"는 도덕적 대변자 역할을 요구받는다. 기준도 매우 높다. 그리고 이 도덕적 무결점성에 기반해 그 인플루언서의 행동에 대한 판단을 내리면, 사회적 정의를 구현했다는 착각까지 한다.

11.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그들은 엔터테인먼트나 정보, 또는 돌봄 콘텐츠를 제공하는 공급자에 가깝다.

12. 그리고 만약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그 공백을 일부가 자신의 편견과 추측으로 채워 넣는다. 침묵이 곧 동조로 해석되는 시대다.

13. 다섯째, '깨진 유리창 이론'이다. 낙서나 깨진 유리창 같은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 사회적 통제가 약화되고 → 더 강력한 범죄로 이어지는 것과 같다.

14. 댓글창에 악플과 욕설이 넘치면 무질서가 확산되고, 이곳은 공격적 행동이 허용된다는 사회적 신호가 된다. 평소 이성적이던 사람들조차 군중 심리에 휩쓸려 가담하게 된다.

15. 여기서 알고리즘은 이 댓글의 의미를 파악하지 않는다. 인게이지먼트 지표 +1로만 인식해 해당 영상을 더 널리 퍼뜨린다. 전혀 관계없는 제3자까지 그 영상을 클릭하고, 시청하게 되는 것이다.

16. 여섯째, 타인의 몰락 서사를 즐기는 이들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 한다. 독일어로 '해(Schaden)'와 '기쁨(Freude)'의 합성어로, 타인의 불행이나 실패를 목격할 때 느끼는 은밀한 쾌락이다.

17. 끊임없이 '타인과 나'를 비교하게 만드는 소셜 미디어 환경이 이를 부추긴다. 인플루언서에 대한 이미지가 '나보다 화려한 삶'에 가까운 만큼, 그와 그녀의 추락에서 느끼는 상대적 안도감도 커진다.

18. 그렇다면 인플루언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깨진 유리창을 막기 위한 즉각적 차단이 필요하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스크린 속의 나'와 '진짜 자아'를 분리해야 한다.

19. 무엇보다 사과해야 할 사안, 팩트로 반박해야 할 사안, 침묵해야 할 사안을 구별해야 한다.

20. 도덕적·실질적 과실이 있다면 변명 대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허위 사실이나 음해에 대해선 증거 기반 반박을. 입장 표명이나 가치관을 강요받을 땐 전략적 침묵을. 문화적 오해가 있었다면 신속한 인정과 교육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21. 마지막으로, "학폭이 10대에만 있는 게 아닌 것 같다"는 슈카의 말처럼, 익명성 기반 디지털 세상에선 오히려 폭력이 더 집단적으로 늘어났다.

22. 완벽한 사람은 없다. 실수와 실패를 인간적인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관용과 불완전함에 대한 사회적 성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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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힘찬 닥터튜브 · 콘텐츠 크리에이터

1:1 유튜브 '채널 관리' 서비스를 하는 1인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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