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략 #운영 #마인드셋
정부지원사업 3C 분석에서 Customer가 가장 먼저여야 하는 진짜 이유

지난달 한 스타트업 대표가 찾아왔다. 

정부지원사업에 세 번 연속 떨어졌다며 발표자료를 검토해달라고 했다. 

첫 장을 열어보는 순간 바로 알았다. 
회사 연혁, CEO 프로필, 조직도가 앞쪽 5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심사위원들이 우리 회사를 잘 알아야 신뢰할 거 아닙니까." 

아니다. 
심사위원은 당신 회사에 관심이 없다. 

정부지원사업 발표자료의 첫 장은 회사 소개가 아니라 고객의 문제여야 한다. 
이게 3C 가치분석에서 Customer를 가장 먼저 다뤄야 하는 이유다.

 

문제 없이 솔루션만 있으면 사업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Company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소용없다. 
Competitor 대비 아무리 경쟁력 있어도 의미 없다. 
풀어야 할 문제가 없으면 모든 게 허사다. 

정부지원사업 심사위원들이 정말 보고 싶어하는 건 네 가지다.

  1. 구체적인 타겟 고객이 누구인지. 
  2. 그 문제가 정말 존재하는지, 착각은 아닌지. 
  3.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돈을 주고라도 해결하고 싶을 만큼 절실한지. 
  4. 개인의 무능 때문이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해결이 필요한 문제인지.

그런데 정부지원사업 발표자료를 보면 이런 게 빠져있다. 
대신 "우리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만 가득하다.

 

 

당신이 불편하다고 시장이 불편한 건 아니다

한 창업팀이 이런 사업계획서를 들고 왔다. 

"저는 매일 아침 출근길에 커피를 사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사전 주문 앱을 만들려고 합니다." 

스타벅스 사이렌오더가 있다. 각 브랜드별 앱도 다 있다. 
그런데도 "동네 커피숍은 이런 앱이 없잖아요"라고 말한다.

당신이 불편하다고 모두가 불편한 건 아니다. 
당신이 필요하다고 시장이 필요한 건 아니다.

동네 커피숍 사장님들이 이런 앱을 안 만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주문량이 적어서 굳이 필요 없거나, 앱 수수료가 부담스럽거나, 고객들이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지원사업 발표자료에서 가장 흔한 실수가 이거다. 
본인의 개인적 경험을 시장의 보편적 문제로 확대 해석하는 것.

만약 당신이 겪은 불편함을 사업 아이템으로 만들고 싶다면 최소한 이 정도는 보여줘야 한다. 

같은 문제를 겪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 숫자로 제시하라. 
그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얼마나 비용을 지불하는지 보여줘라. 
기존 솔루션이 왜 충분하지 않은지 명확하게 설명하라.

 

 

설문조사 87퍼센트 찬성의 진실

정부지원사업 발표자료에서 자주 보이는 패턴이다. 

"소상공인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7퍼센트가 재고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문제는 설문조사가 아니라 그 다음이다. 
87퍼센트가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그들이 돈을 낼 의향이 있냐는 거다.

필요하다와 돈을 내겠다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설문조사에서 필요하다고 답한 사람의 90퍼센트는 무료면 쓰겠다는 뜻이다. 
유료로 전환되는 순간 이탈하는 사람들이다.

진짜 시장 검증은 설문조사가 아니라 지갑을 여는 행동이다. 
당신의 MVP에 돈을 낸 고객이 몇 명인가. 
파일럿 테스트에서 실제로 구매 전환이 일어났는가. 
현재 그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쓰고 있는 돈이 얼마인가.

정부지원사업 발표자료에는 설문 결과가 아니라 이런 구체적 행동 데이터가 들어가야 한다.

 

 

블록체인이 먼저인가, 문제가 먼저인가

"저희는 블록체인 기반 인증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이걸로 유통 이력 관리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순서가 뒤바뀐 케이스다. 
문제가 먼저인지, 솔루션이 먼저인지는 정부지원사업 발표자료를 보면 바로 티가 난다.

솔루션이 먼저인 팀은 문제 설명이 억지스럽다. 
블록체인을 쓰고 싶어서 문제를 찾는 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려다 보니 블록체인이 필요했다는 식으로 써야 하는데 대부분은 반대로 쓴다.

진짜 문제에서 출발한 팀은 문제를 설명할 때 디테일이 살아있다. 
누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자주, 왜 이 문제로 고통받는지 생생하게 그려진다. 

솔루션에서 출발한 팀은 문제 설명이 추상적이다. 
유통 업계의 비효율성, 정보 비대칭 문제 같은 일반론만 나열한다.

정부지원사업 발표자료는 당신의 기술을 자랑하는 자리가 아니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계획을 보여주는 자리다.

 

 

많은 사람의 얕은 공감보다 일부의 깊은 고통

 

많은 창업자들이 착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문제를 찾아야 한다고. 틀렸다.

“출퇴근길 지하철이 너무 복잡해요.” 

누구나 공감한다. 하지만 얕은 문제다. 
불편하지만 참을 만하고, 돈을 내면서까지 해결하고 싶지는 않다.

“의류 제조업체인데, 원단 불량률이 20퍼센트나 되는데도 검수 단계에서 발견하지 못해요. 한 번 옷을 만들고 나면 전량 폐기해야 하고, 그때마다 평균 500만 원씩 손해를 봅니다.” 

소수만 겪는 문제다. 하지만 깊은 문제다.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사업이 안 돌아가고, 돈을 내서라도 해결하고 싶다.

깊은 문제를 찾으면 자연스럽게 유니크해진다. 
경쟁자가 없을 가능성이 높고, 진짜 문제일 확률이 높다.

 

 

VOC 하나가 설문조사 100개보다 강력하다

정부지원사업 발표자료의 첫 장에 회사 연혁을 넣지 마라. 
대신 고객이 겪고 있는 구체적인 문제 상황을 넣어라. 

사람들은 당신이 누구인지에는 관심이 없다.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지에만 관심이 있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증명은 실제 고객의 목소리다. 
정부지원사업 발표자료에 설문조사 결과 그래프를 넣지 말고, 고객 인터뷰 내용을 넣어라.

“현재 재고 관리를 위해 엑셀을 쓰고 있는데, 직원이 바뀔 때마다 데이터가 꼬여요. 한 달에 두세 번은 재고 조사를 다시 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이틀은 걸립니다. 이걸 해결해주는 솔루션이 있다면 한 달에 50만 원까지는 낼 수 있어요.”

이런 구체적인 VOC 하나가 87퍼센트가 필요하다고 답했다는 설문 결과보다 백배 설득력 있다. 
최소 3명 이상의 실제 VOC를 담아라. 
그들이 현재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고, 그 방식의 한계가 무엇이며, 
얼마나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줘라.

 

 

지금 당장 점검하라

 

정부지원사업 발표자료를 다시 펼쳐봐라. 

당신 혼자만의 불편함을 시장 문제로 포장하진 않았는가. 
설문조사로 때우고 실제 지갑을 여는 행동은 검증하지 못했는가. 
솔루션을 먼저 만들고 문제를 끼워맞추진 않았는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 

많은 사람들이 얕게 공감하는 문제인가, 
일부 사람들이 깊게 공감하는 문제인가.

진짜 문제를 찾았다면 Customer 파트는 저절로 풍성해진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고통받는지, 현재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왜 기존 방식이 불충분한지, 구체적인 이야기가 쏟아진다. 
억지로 꾸며낼 필요가 없다. 있는 그대로 쓰면 된다.

정부지원사업 발표자료를 만들면서 Customer 파트가 잘 안 써진다면, 그건 발표자료 문제가 아니다. 
사업 아이템 자체를 다시 점검해야 할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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