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해 시작한 스타트업의 다른 선택
2019년 3월, 한국에서 두 개의 배양육 스타트업이 거의 동시에 창업했습니다.
하나는 셀미트, 양식이 불가능한 독도새우를 배양하겠다며 수산물이라는 니치 시장을 선택했습니다. 글로벌 빅플레이어들이 몰린 소고기, 닭고기 시장을 피해, 경쟁이 덜한 곳에서 차별화를 꾀한 것이죠.
다른 하나는 씨위드, 이 팀은 정반대를 선택했습니다. 소고기. 그것도 ‘한우’. 글로벌 배양육 시장의 정중앙, 가장 치열한 전쟁터였습니다.
왜 굳이 레드오션이었을까요?
김을 만들다가 소고기를 만들게 된 사연
사실 씨위드는 처음부터 배양육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DI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박사과정 학생이었던 두 공동창업자는 해조류를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처음 들고 나온 아이템은 “요오드 함량을 70% 낮춘 김”. 갑상선 환자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저요오드 김을 만들겠다는 거였죠.
기술은 인정받았습니다. 2018년 해양수산부 주최 수산창업콘테스트에서 대상을 받았거든요. 하지만 사업 모델에 물음표가 붙었습니다. 김은 한국, 일본 위주로 소비되는 식품으로 글로벌 스케일업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투자사 블루포인트와 6개월간 피봇을 고민했습니다. “해조류로 할 수 있는 더 큰 게 없을까?”
답은 배양육이었습니다. 해조류의 섬유질 구조가 세포가 붙어 자라는 지지체(스캐폴드)로 쓰일 수 있다는 걸 발견한 거죠. 김을 만들던 기술이 소고기를 만드는 기술로 진화했습니다.
소고기를 선택할 수 있었던 이유
씨위드가 소고기 시장에 뛰어든 건, 무모함이 아니라 기술적 자신감에 가깝습니다.
배양육에는 두 가지 난제가 있습니다.
난제1 : 비용
배양육 생산 비용의 80%는 세포 배양액입니다. 기존에는 소태아혈청(륜)이라는 고가의 동물성 원료가 필수였죠. 리터당 수백 달러에 달하는 이 배양액이 배양육을 “억 단위 햄버거”로 만드는 주범이었습니다.
난제2 : 두께
세포를 평면으로 키우는 건 쉽습니다. 하지만 스테이크처럼 두꺼운 덩어리로 키우려면 세포가 붙어 자랄 3차원 구조물(스캐폴드)이 필요합니다. 영양분이 내부까지 침투해야 하거든요. 대부분의 배양육 기업들이 “분쇄육(미트볼, 너겟)” 수준에 머무는 이유입니다.
씨위드는 해조류로 두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다고 봤습니다.
미세조류 기반 배양액으로 소태아혈청 없이 세포를 키울 수 있는 무혈청 배양액을 자체 개발 했습니다. 2021녅 인터뷰에서 “현재 전체 배양액의 90%를 자체 해조류 기반으로 대체했다”고 밝혔습니다.
해조류 기반 스캐폴드를 미역, 다시마의 섬유질 구조를 활용해 세포가 3차원으로 자랄 수 있는 지지체를 만들었습니다. 1cm 이상 두께의 고기 생산이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에서 CEO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리는 생명과학 기술로 식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식품으로 생명과학을 하는 팀입니다.”
기존 배양육 기업들이 고가의 바이오 소재를 하나씩 저렴한 것으로 교체하는 Top-down 방식으라면, 씨위드는 처음부터 식품 소재로 시작해 성능을 끌어올리는 Bottom-up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 접근법이 통한다면, 레드오션에서도 원가 경쟁력으로 싸울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kg당 3달러" - 야심찬 목표의 현실
씨위드의 가장 눈에 띄는 주장은 2030년까지 kg당 $3(약 4,000원)에 배양 스테이크를 생산하겠다는 것입니다. 2021년 FoodNavigator-Asia 인터뷰에서 밝힌 목표죠.
이게 어느 정도인가?
현재 일반 소고기 도매가가 kg당 수만 원대입니다. 배양육이 kg당 4,000원이라면, 기존 축산업보다 압도적으로 저렴해집니다. 이론상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죠.
문제는 "나머지 10%"
씨위드가 배양액의 90%를 해조류 기반으로 대체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희재 대표는 같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현재 비용을 높게 유지하는 건 나머지 10%의 기존 배양액입니다. 이게 매우 비싸거든요. 100% 자체 배양액으로 대체하는 순간, 가격을 극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즉, $3 목표는 "나머지 10%를 해결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아직 달성된 게 아니라 가능성을 말하는 거죠.
업계의 회의론
배양육 원가에 대해서는 업계 전반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2021년 UC Davis 생화학자 David Humbird의 분석에 따르면, 배양육은 구조적으로 생산 비용을 낮추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물론 씨위드의 해조류 기반 접근법이 이 한계를 돌파할 수 있을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어디까지 왔나
2021년 5월, 씨위드는 서울 압구정 현대카드 쿠킹라이브러리에서 한우 배양육 시식회를 열었습니다. 3주간 배양한 한우 세포로 만든 고기를 선보였고, 참석자들은 "일반 스테이크와 질감, 맛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현재는 분쇄육 형태(미트볼 등)를 우선 개발 중이며, 2026~2027년까지 두껍게 구워 먹을 수 있는 스테이크 형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23년, 씨위드는 아이슬란드의 성장인자 기업 ORF Genetics, 싱가포르의 배양육 제조사 Esco Aster와 MOU를 체결했습니다. 배양액 소재 확보와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포석입니다.
그리고 2025년 말~2026년 초, 자체 브랜드 '웰던(Welldone)'으로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식약처 허가 또는 해외(싱가포르, 미국 FDA) 승인이 완료되는 시점에 맞춘 계획이죠.
스타트업이 얻을 수 있는 교훈
① 피봇은 "포기"가 아니라 "재정의"
씨위드는 저요오드 김에서 배양육으로 피봇했습니다. 언뜻 보면 완전히 다른 사업 같지만, 핵심 역량은 동일합니다. "해조류를 다루는 기술"이죠.
좋은 피봇은 기존에 쌓은 걸 버리는 게 아니라, 더 큰 시장에 재적용하는 겁니다. "우리 기술로 할 수 있는 더 큰 게 뭘까?"라는 질문이 김 회사를 배양육 회사로 바꿨습니다.
② 레드오션에서 싸우는 법 - 같은 시장, 다른 무기
자본력에서 20배 차이 나는 경쟁사와 어떻게 싸울까요? 씨위드의 답은 "같은 전쟁터, 다른 무기"입니다.
Aleph Farms, Mosa Meat 같은 기업들이 고가의 바이오 소재를 하나씩 저렴한 걸로 교체하는 Top-down 방식이라면, 씨위드는 처음부터 식품 소재(해조류)로 시작해 성능을 끌어올리는 Bottom-up 방식을 택했습니다.
돈으로 못 이기면, 접근법 자체를 바꿔야 합니다. 물론 이 전략이 맞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지만, "자본 열세를 기술 차별화로 돌파한다"는 논리 자체는 유효합니다.
③ 한계를 직시하는 태도
씨위드 대표들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해외 선도업체들은 수백억~2천억 단위 투자를 받고 있다. 우리는 해외 투자 유치가 시급하다."
IR에서 낙관론만 말하는 팀이 많습니다. 하지만 자기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는 팀이 오히려 신뢰를 줍니다. "우리가 뭘 못하고 있고, 그래서 뭘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 이게 투자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④ B2C만이 답은 아니다
씨위드는 배양육 판매(B2C)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조류 기반 스캐폴드와 배양액을 다른 배양육 기업에 공급(B2B)하는 것도 사업 모델에 포함돼 있습니다.
자체 제품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면, 그 사이에 기술 플랫폼으로서 수익을 만드는 전략입니다. 특히 규제 승인이 불확실한 산업에서, 다각화된 수익 구조는 생존 확률을 높여줍니다.
마치며
씨위드는 "김 만들던 팀이 소고기를 만들게 된" 독특한 피봇 스토리를 가진 회사입니다. 해조류라는 한국 특화 자원을 무기로, 글로벌 레드오션에 도전장을 내밀었죠.
하지만 냉정하게 봐야 할 점들이 있습니다.
- "kg당 $3"은 목표이지, 현재 달성한 수치가 아닙니다
- 배양액의 90%를 대체했지만, 나머지 10%가 여전히 비용의 핵심입니다
- 글로벌 경쟁사 대비 자본력 차이가 20배 이상입니다
- 2021년 시제품 이후 4년째 상업 판매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원가 혁신이라는 주장이 대량 생산에서도 통할지, 65억 원으로 2,000억 원짜리 경쟁사들과 어떻게 싸울지. 아직 답이 나오지 않은 질문들입니다.
배양육 시장에서 한국 스타트업이 살아남으려면, 결국 "글로벌 기업들이 못 하는 무언가"를 해야 합니다. 셀미트는 "그들이 안 하는 품목"을 선택했고, 씨위드는 "그들보다 싸게 만드는 기술"을 선택했습니다.
2025~2026년, 두 회사의 첫 상용 제품이 나올 예정입니다. 그때가 되면 어떤 전략이 맞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