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창업자가 영어 이름을 써야 하는 이유.
· 이름 바꿔라.
요즘 이름은 네이티브하게 가져가는게 트렌드라지만, 나는 한국 창업자가 해외에서 일할 때, 특히 미국 VC/고객/파트너와 대화할 때 영어 이름(혹은 부르기 쉬운 이름)을 쓰는 걸 추천한다. 이를 정체성 포기 등으로 인식하기 보다, 커뮤니케이션 비용 절감 관점으로 보면 어떨까?
내가 실제로 겪어보니, 이름이 생각보다 실전에서 차이가 큰데 몇가지 이유를 꼽으면,
1️⃣ 상대가 이름 발음에 부담을 느끼면, 관계가 짧아진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름을 제대로 발음해주는게 예의라고 생각한다. 내가 만나본 미국인들, 특히 어느정도 다양한 문화권에 자주 노출됬다고 자부(?)하는 분들은 기를쓰고 제대로 발음하려 한다. 근데, 상대가 내 이름을 한 번에 못 부르면, 그 순간부터 대화가 조금 어색해지는 경향이 있다. “어… 미안한데 다시 한 번만…”, “발음이… 맞나?”., “그냥 너 뭐라고 불러야 해?”
이게 나쁜 의도는 아니지만, 이 작은 부담이 누적되면 대화가 두 번, 세 번 이어질 관계가 한 번 하고 끝나는 관계로 바뀐다.
창업자는 결국 세일즈를 해야 하는 입장이다. 처음보는 상대가 편하게 부를 수 있는 이름은 생각보다 강력한 무기다.
2️⃣ 창업자 본인도 또렷하게 발음하는 걸 은근히 창피해한다
이건 어쩌면 더 현실적인데, 사실 창업자 본인도, 내 이름을 영어권에서 또렷하게 말하는 걸 스스로 어색해한다.
내 경우도 그랬다. “동엽”이라는 이름은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참 애매하다. 한국에서는 성까지 “신”이라, 대화주제가 연예계로 십중팔구 빠지고, 이름 얘기로 시작해서 이름 얘기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는 발음 난이도가 높다.
“동”도 어렵고(영어권에서 ‘동’이라는 음절을 거의 안 씀), “엽”은 더 난감하다. “yup”도 아니고 “yeop”도 아니고…
결국 상대가 멈칫하더라. 이 상황이 반복되면, 나도 모르게 내가 주도권을 잃고, 대화의 텐션이 떨어진다.
그냥 이름 하나 때문에.
참고로, 영문 이름이 있으면, 본인의 정체성도 그에 맞춰 변해야 한다는 명분 그리고 실제로 영향을 끼친다는 점도 있다.
아마 ‘신동엽’이었다면 나는 미국, 한국에서 얻은 네트워크에 반절이상 날리지 않았을까 한다. 나는 피터라는 정체성에 더 부합된 지금의 내가 만든 내가 더 좋다. 편하다.
그냥 바꿔라.
3️⃣ 그럼 어떤 이름을 쓰면 좋을까?
A/ 일단, 한국어인데 받침이 강한 경우는 특히 바꾸는 걸 추천
특히 아래처럼 받침이 세거나, 영어권에 없는 발음이 들어가면 난이도가 급상승한다.
- ㄱ/ㄷ/ㅂ/ㅅ/ㅈ 받침, “ㅕ, ㅛ, ㅟ” 같은 모음 조합
- “ㅓ + 받침” 구조 (외국인이 정말 헷갈려함)
- ㅖ가 들어가는 이름
- ㅇ이 아래받침으로 들어가는 이름
이런 경우는 영어 이름/이니셜이 훨씬 실전 친화적이다.
B/ 이름의 첫 글자 알파벳 조합 추천.
가장 무난하고, 한국 창업자들 사이에서도 많이 쓰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동엽이면, DY (디와이). D.Y. Shin, Peter DY (두 개를 같이 쓰는 방식도 가능). 미국에서도 이런 스타일은 흔하다. 특히 스타트업/VC 씬에서는 DK, CJ, AJ, TJ 같은 이름이 진짜 많다.
특히 TK(티케이 라고 발음) 처럼 발음이 쌘 이름들이라던지 한국인의 경우 2음절로 구성되어 있으니, 알파벳 두개 조합이 잘 나온다는 점을 활용하자. 민정 → MJ, 서준 → SJ 식으로.
이 방식의 장점은 발음 실수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상대 SEO에 매우 친화적 = 기억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결론.
이름에 뜻이나 스토리 없어도 된다 (부담 노노)
“이 이름에 의미가 있어야 하나요?”
“왜 그 이름을 골랐는지 설명할 스토리가 있어야 하나요?”
아니다. 한국인들이 영어 이름 지을 때 제일 많이 하는 착각인데, 거의 필요 없다.
가끔 누가 “왜 그 이름이야?”라고 물을 수는 있는데, 대부분은 그냥 “그냥 편해서요”면 끝이다. 기억하자, 이름은 브랜딩 정체성이 아니라 대화의 마찰을 줄이는 도구이며, 세일즈 효율의 문제다.
고객, 투자자, 팀, 파트너를 설득해야 할때,
소중한 기회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이름 때문에 대화가 끊기거나, 어색해지거나, 주도권이 흔들리는 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이건 겸손도 아니고 글로벌 감각도 아니고… 그냥 실전에서 이기는 방식이며 효율이다.
파운더분들 영어 이름도 몇개 지어드린적이 있으니, 이름 추천을 원하면 댓글 환영한다.
미국에서의 피부에 와닿는 360도 현지화를 준비중이라면 3월 나와 시작하는 Founder Sprint 추천한다.
“🇺🇸 미국” 댓글 or DM 주시면 직접 연락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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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Outsome Founder Sprint 4기 defytheodd의 Seon-min Lee 대표님.
팀은 PC방·미용실 같은 레거시 소상공인이 20년 된 구형 시스템에 갇혀 쌓인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해, 반복 운영 업무를 자동화하는 AI 에이전트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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