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식할 수 없는 새우, 실험실에서 키운다
독도새우는 한국에서 “바다의 꽃”으로 불리는 고급 수산물입니다. kg당 수십만원을 호가하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양식이 불가능하다는 것. 심해에서 서식하는 특성상 인공 환경에서 키울 수 없고, 자연산에만 의존해야 합니다. 공급은 제한적이고, 가격은 불안정합니다.
셀미트는 이 문제에 주목했습니다. “양식할 수 없다면, 세포를 배양하면 되지 않을까?”
2019년 창업한 셀미트는 독도새우의 줄기세포를 추출해 생물반응기에서 배양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새우를 잡지 않고도, 새우 고기를 만들겠다는 것. 2021년 세계 최초로 독도새우 배양육 시제품을 공개하며 주목받았습니다.
줄기세포, 단백질공학, 기계공학 전공자들이 모인 팀은 현재 27명 규모로 성장했고, 경기도 구리에 생산시설을 구축해 양산을 준비 중입니다.
그런데 질문이 생깁니다. 왜 하필 새우일까요? 소고기나 닭고기처럼 시장이 큰 품목이 아니라?
왜 새우인가? - 전략적 포지셔닝 분석
셀미트가 창업 당시 왜 독도새우를 선택했는지는 공개된 바가 많지 않습니다. 창업팀의 기술적 배경, 한국 시장에서의 스토리텔링, 또는 단순히 “해보고 싶었던 것”이 이유였을 수도 있죠.
다만 지금 시점에서 글로벌 경쟁구도를 보면,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현명했습니다.
소고기, 닭 배양육은 이미 레드오션
배양육 시장의 주류는 소고기와 닭고기입니다. 그리고 이 시장에는 이미 막대한 자본을 확보한 글로벌 기업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셀미트의 누적 투자금은 약 174~228억원. 만약 소고기나 닭고기 시장에 뛰어들었다면, 자본력에서 10배 이상 차이 나는 기업들과 정면 경쟁해야 했을 겁니다.
수산물 배양육도 경쟁자가 있지만
수산물 배양육 분야에도 선두 기업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참치, 연어 등 글로벌 범용 수산물에 집중하는 동안, 셀미트는 “독도새우”라는 한국 특화 프리미엄 품목을 잡았습니다. 직접 경쟁을 피하면서 로컬 시장에서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포지션이죠.
“양식 불가능”이라는 역설적 강점
결과적으로 보면, 독도새우의 특성도 배양육 비즈니스에 유리합니다.
- 양식 불가능 → 기존 공급망과 경쟁하지 않음
- 공급 희소성 → 가격 프리미엄 정당화 용이
- 고가 품목 → 배양육 생산 단가가 높아도 수용 가능
BlueNalt가 “바다의 와규”로 불리는 참치 토로를 선택한 것도 같은 논리입니다. 일반 닭고기를 배양육으로 만들면 가격 경쟁에서 밀리지만, 원래 비싼 품목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죠.
셀미트가 처음부터 이 모든 걸 계산하고 독도새우를 선택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포지션에 있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시제품은 나왔다, 그 다음은?
2021년 12월, 셀미트는 세계 최초로 독도새우 배양육 시제품을 공개했습니다. 무혈청 배양 배지를 사용해 윤리적 문제를 해결했고, 자체 개발한 조직공학 기술로 새우 특유의 식감을 구현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023년 셀미트는 독도새우 세포와 해조류 추출물을 결합한 세포배양 캐비아 시제품 개발에도 성공했습니다. 철갑상어를 사용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캐비아라는 콘셉트입니다.
또한 셀미트는 비동물성 무혈청 세포배양액(Serum-Free Media)을 자체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배양육 생산에 필수적이었던 소태아혈청(FBS)을 대체하는 기술로, 비용 절감과 윤리적 문제 해결 모두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검증이 필요한 부분
다만, 다음 사항들은 공개된 정보만으로는 검증이 어렵습니다.
- 구체적인 생산 단가 : 일부 자료에서 “kg당 5,000원 수준까지 낮출 잠재력”이라는 표현이 있으나, 현재 실제 단가인지 목표인지 명확하지 않음
- 대량 생산 역량 : 경기 구리에 생산시설을 구축했으나, 연간 생산량 등 구체적인 스펙은 공개되지 않음
- 무혈청 배양액의 세포 성장 효율 : “기존 대비 250% 향상ㄷ”이라는 주장의 근거 자료 미공개
배양육 스타트업들의 기술 주장은 대부분 자체 발표에 의존하고 있어, 제3자 검증이나 peer-reviewed 연구로 확인되기 전까지는 유보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규제 승인, 가장 높은 산
셀미트는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세포배양식품 원료 승인 신청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승인이 완료되면 국내 1호 세포배양 식품 원료 사례가 됩니다.
한국의 규제 환경
2024년 2월, 식약처는 세포배양식품 원료를 ‘한시적 기준·규격 인정 대상’에 추가하는 고시를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배양육의 식품 원료 인정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다만 현실적인 허들도 있습니다.

초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수수료뿐 아니라 안전성 입중 자료 준비에 드는 시간과 비용도 부담이 됩니다.
해외 진출 가능성
셀미트가 한국 승인만 기다리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2020년 세계 최초로 배양육 판매를 승인한 국가로, 규제가 상대적으로 유연합니다. 셀미트가 싱가포르에서 시식회를 연 이력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해외 시장 선진출 후 국내 역진출 전략도 가능합니다.
스타트업 관점에서의 시사점
① 니치 시장 선점 전략의 유효성
자본력에서 열세인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직접 경쟁을 피하고 차별화된 포지션을 잡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셀미트의 "독도새우 → 캐비아 → 랍스터/킹크랩"으로 이어지는 프리미엄 수산물 라인업 전략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② 기술 vs 상업화의 간극
2021년 시제품 공개 이후 4년이 지났지만, 아직 상업 판매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배양육 산업 전반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기술 개발과 상업화 사이의 간극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줍니다. 시제품 공개는 시작일 뿐, 규제 승인 → 대량 생산 → 유통 채널 확보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③ 투자 환경의 현실
2022~2023년 글로벌 배양육 투자는 급감했습니다. 2022년 8.96억 달러였던 투자가 2023년에는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시리즈A를 마감한 것은 셀미트의 성과이지만, 동시에 후속 투자 유치의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입니다.
④ 규제 승인이 핵심 마일스톤
배양육 스타트업에게 "규제 승인"은 기술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마일스톤입니다. 싱가포르, 미국, 이스라엘처럼 승인을 받은 국가에서 먼저 시장을 열고, 이를 레퍼런스로 다른 국가 승인을 추진하는 전략이 유효합니다. 셀미트가 식약처 승인 1호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마치며
셀미트는 한국 배양육 스타트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노크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독도새우라는 차별화된 품목, 무혈청 배양액 자체 개발, 시리즈A 투자 유치 등 성과를 쌓아왔습니다.
다만 냉정하게 보면, 아직 상업 판매는 이뤄지지 않았고, 글로벌 경쟁사 대비 자본력 차이가 크며, 규제 승인이라는 허들이 남아 있습니다. "실험실에서 만든 새우"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적 거부감도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세계 최초 독도새우 배양육"이라는 타이틀이 실제 시장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배양육 산업 전체가 "기술 검증 단계"를 넘어 "상업화 단계"로 진입하는 과도기에 있습니다. 셀미트가 이 전환점을 어떻게 통과하는지가 K-배양육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