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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대 22학번 아무개에서 YC까지

잘 다니던 학교를 휴학하고 창업을 시작하기까지

대략 2020년쯤부터 EO와 같은 창업 채널들이 유튜브 알고리즘에 뜨기 시작했다.

매일 공부를 하며 문제집만 풀던 고등학생들에게 ‘자기가 찾은 문제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창업가의 모습은 흡사 바다를 건너 대륙을 찾는 탐사자와 같이 느껴졌다.

거기에 한성과학고등학교의 미국 수학여행이 겹치며 한성과학고 28기 두 학생은 미국을 향해 창업을 하기로 약속했다.

돌아보면 되게 사소한 계기지만 원래 생각이 들면 행동하는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 편이라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나는 휴학을 결심했다.

버티컬 영역 독보적인 'EO채널'…퓨처플레이, '영상 플랫폼 기반 혁신' 투자 < 4차산업 종합 < 4차산업 < 기사본문 - 일간투데이

지금도 꾸준히 챙겨보는 채널, 학생 창업은 이런 가슴에 불을 지피는 매체로부터 시작되는 듯 하다.

YC를 열망했던 이유

Y Combinator (이하 YC)는 Sam Altman (ChatGPT 대표)를 포함해 미국 창업계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긴 파트너가 다수 있는 초기 투자사이다.

YC는 매년 분기 별로 총 4번에 걸쳐 투자 대상팀을 선정하고 3개월 간 교육하며 인큐베이팅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의 프라이머 등 ‘엑셀러레이터’ 투자 모델의 기초가 됐다고 한다.

YC의 투자를 받은 기업 중 ‘Reddit’, ‘Discord’, ‘Twitch’ 등은 한국에서도 알려질 만큼 큰 성장을 이루어냈다.

나와 같이 시작한 친구는 더 큰 시장을 보기 위해 미국을 대상으로 창업을 진행하고자 했고 이를 위해 YC 배치 프로그램을 목표로 했다. YC를 목표로 했던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1. 미국에서 ‘사업’이 될만한 인지도를 쌓는 방식

흔히 말하는 BM(Business Model)은 일반적으로 2개 종류로 나눈다. 기업체에게 제품을 제공하는 B2B, 다수의 개인에게 제품을 제공하는 B2C. 두 모델 모두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신뢰를 줄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신뢰를 줄 수 있는 요소는 일반적으로 학력과 투자사의 명성이 있다. 서울대학교, 포항공과대학교는 물론 훌륭한 학교이나, 일반 미국 소비자나 기업체에서 이름만으로 신뢰감을 가지고 결제, 비즈니스를 진행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 내에서도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투자사, 그 중에서도 초기 팀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YC를 목표로 하기 시작했다.

2. 창업 문화와 인큐베이팅 시스템에 대한 기대

창업을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학부생 창업이란 업무 경험도, 계약 등에 대한 이해도, 시장에 대한 전문 지식도 없는 창업이다.

또한 미국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영어도 비즈니스 수준으로 올려야 하는 동시에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 필요했다. 무려 3개월 간 파트너가 전담해서 인큐베이팅을 해주는 YC의 프로그램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Logos Download | Y Combinator

YC 로고

YC를 도전하고 합격하기까지 배웠던 점

결국 우리는 무려 3번의 도전 끝에 YC F25 배치에 합격했다. 나는 배치 프로그램 직전 스스로 주식을 반환하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떠났으므로 해당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한 Aleph Lab 파운더와 타 YC 알럼나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용을 보충해 배운 점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글로벌 제품은 설계부터 글로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우리가 YC를 준비하며 국내에서 출시한 제품 중 라이브커머스 중 나오는 채팅을 분석해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또 CS를 자동으로 답변하는 제품이 있다.

당시 우리는 TikTok에서도 라이브커머스를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접했고, 크리에이터들에게 이 제품을 판매해보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물론 결과는 실패였는데 그 이유는 기업이 대규모로 하는 라이브도 수가 적었을 뿐더러, 대부분의 틱톡 크리에이터들은 가벼운 용돈 수준의 매출(Passive Income)의 개념으로 이를 받아들이고 있었고 그 결과 방송을 위한 기획, 채팅 분석을 별도로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채팅 수도 읽지 못할 만큼 많지 않았다.

그 결과, 해당 아이템으로 지원한 YC는 아쉽게 탈락자 중 Top 10%의 결과를 얻는데 그쳤다.

이렇듯, 한국에서 통용되는 논리와 문화가 해외에선 전혀 다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글로벌을 목표로 한다면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 기능부터 마케팅 방식까지 설계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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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결국 중요한 것은 빠른 움직임, 고객에 대한 집착이다.

2번째 YC 도전 때 만들었던 제품은 Reddit을 대상으로 우리 제품 또는 우리 제품이 타겟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언급을 한 댓글을 찾아 작성자에게 DM으로 세일즈를 자동으로 해주는 AI 에이전트였다.

실제로 미국 스타트업, 커뮤니티 제작자들이 Reddit에서 세일즈를 진행했던 만큼 다양한 고객들이 초기에 들어왔었다.

다만, 개발과 기획 모두 고객에 대한 집착도 부족했고, 흔히 말하는 애자일하게 움직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자동으로 메세지를 보내는 에이전트 개발이나 UI 디자인 등이 모두 늦어지니 고객은 이게 작동하는지 판단하기도 어렵고, 우리 역시 에이전트 대신 메세지를 대신 보내느라 다른 일을 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YC 지원 이후 고객에게 들었던 “어떻게 쓰는 건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라는 피드백이었다.

사실 흔히 스타트업을 말할 때 ‘대기업보다 빠른 속도’가 장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달리는 속도’가 대기업보다 빠르다는 것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만약 동일한 아이템을 구글과 스타트업이 동시에 개발하기 시작한다면, 스타트업이 더 빠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결정이 빠르다. 검증하는 과정도 신속하다. 그와 동시에 집요해질 수 있다. 우리가 가진 것은 이것 밖에 없기에 구글과 달리 더 몰두하고 집착할 수 있다.

고객이 하는 경험 하나하나 신속히 검증해가며 고객에게 미슐랭 3성 오마카세처럼 정말 디테일하고 집착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대기업에 맞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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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결국은 팀이 잘해내야 한다.

YC에 합격한 이후 배치 프로그램을 다녀온 동료의 말을 빌리자면 다음과 같았다.

YC는 정석적인 인큐베이팅을 제공해준다.

2주에 한번 파트너와 오피스 타임을 가지며 마일스톤을 점검, 수립하기도 하고 창업가들끼리 둘러앉아 서로를 자극하는 제품 성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API 크레딧 관련 이슈와 같이 창업가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파트너가 직접 해결해주기도 하고 샘 알트만 등 연사를 초청해 강연을 해주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은 우리가 유튜브를 보고 배울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걸 말해주는 사람이 Garry Tan과 같은 창업계의 거물이 될 때, 우리는 더 경청하고 배울 수 있다. 아마 창업의 역사가 긴 만큼 많아진 창업계 거물들이 직접 인큐베이팅을 해주는 것이 YC만의 차별점이 아닐까.

반대로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이러한 인큐베이팅과 시스템을 쌓아나가면 글로벌 창업이 조금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한다.

동시에 그 모든 것들에도, 제품은 성장하지 않는다.

결국 해내는 것은 팀이다. YC 지원서 양식을 보면 팀에 대한 질문이 정말 많다. 팀과 합을 맞춘지는 얼마나 되었는지, 지분은 어떻게 나눴고 각자의 역할은 무엇인지. 기술적 역량은 어느 정도인지. 심지어는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와 기획에서도 팀의 스토리를 포함하기를 권장한다.

그만큼 팀은 중요하다. 몇몇 YC 지원자들은 아이비리그 출신이거나 MAGA (미국 빅테크) 출신이면 쉽게 받는다고 비아냥 대는 이도 있지만 실제로 창업을 해본 내 입장에선 팀의 역량과 합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YC에 합격한 이들조차 대부분이 피벗의 때를 맞는다. 그 과정에서 빛나는 건 번뜩이는 아이디어보다 팀의 행동력, 성장, 신뢰이다.

퇴사하고 돌이켜보니 왜 YC가 그렇게 팀을 중시했는지 알 것만 같은 기분이다.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법에 정답은 없지만..

좋은 아이디어, 제품을 떠올리는 법에 정답은 없다.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정확도가 51%만 되어도 창업과 개발만으로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다. 아이디어란 끊임없이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다가 마주치는 미궁 속 보물 같은 것이다.

하지만 내 경험을 떠올려보면 보통 가설 검증의 시작점은 이렇게 찾았다.

1. 기술의 변화기(AI 발전 등)로 인해 불가능하던 것이 가능해지는 곳

대표적으로 우리 아이디어 중 라이브커머스 관련 아이디어가 이에 해당하는 듯 하다. 이제는 글 뿐만 아니라 앞뒤 맥락을 이해하고, 영상 속 이미지 데이터까지 학습이 가능하므로 영상과 채팅을 기반으로 자동 답변과 분석이 가능해졌다.

이렇듯, 당연시 여기던 불편 중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해결 가능해진 기회들이 있다.

2. 산업의 변화기로 생긴 소비자의 욕구

Aleph Lab이 이에 해당한다. 게임 산업이 발전하면서 젊은 부모들은 게임을 완전히 풀어주지도, 그렇다고 예전처럼 아예 막지도 못하는 상황이 왔다.

이 모순 속에서 ‘게임을 같이 하며 영어를 교육해주는’ AI 에이전트를 만들기로 한 것이 Aleph Lab의 시작이었다.

이렇듯, 산업과 시대가 변화를 맞이하면서 소비자의 인식도, 불편을 느끼는 포인트도 욕구도 달라진다.

이런 변화는 기존 강자들이 해결해줄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이것을 신기술로 해결하는 것을 시작점으로 잡는 케이스도 있는 듯 하다.

 

창업은 힘들지만 그래도 해봄직하다.

창업은 정말 힘든 과정의 연속이다.

월요일에 출근해 목요일에 퇴근하는 일도 있을 것이고, 밤 새서 만든 것이 고객에게 거절 당하는 일도 많을 것이다. 그렇게 일해놓고 정말 입에 풀칠만 할 월급을 받을 수 밖에 없고 새벽 3 4시에 일어나 CS를 처리해야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창업을 해보라고 권유한다.

AI가 발전하는 이 대 변화기에는 똑똑한 머리보다, 쌓아온 지식보다 빠르게 행동하며 배우는 자세,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고통 저항성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낀다.

특히 성공만 해온 포항공과대학교, 서울대학교와 같은 대학교 학생들이라면 창업의 이 고통과 실패가 두려울 수 있겠으나 창업은 이 모든 것을 성취감과 함께 배울 수 있는 몇 안되는 활동이다.

전문대 창업 교육, 학생 수요에 비해 학교 관심 기대에 못 미쳐 ...

 

뉴스레터를 시작하며

나는 이제 창업씬을 떠나 창업을 했던 기획자의 시각에서, 산업을 분석하며 경험을 쌓으려고 한다. 

마케팅 부문에서 일하던 친구와 함께 산업을 분석하는 글을 꾸준히 써내려가고자 한다.

현직자와 학생의 중간에 서있는 시각으로 산업의 기획과 광고 이야기, 현직자의 이야기와 피드백을 학생에게 전달하며, 학생들이 도서관이 아닌 산업을 볼 수 있는 창구를 열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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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아스 BBIAS · 콘텐츠 크리에이터

YC 출신 학생 창업자와 마케터가 쓰는 산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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