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제품을 처음 만들게된 PM에게> 글을 쓴 이후, 생각보다 많은 연락을 받았다.
커피챗으로, 자문과 코칭, 컨설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아주 무거운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반복해서 들었던 질문은 비슷했다.
- AI를 다루는 이 일이, Product Manager라는 직무 자체가 나에게 안 맞는 걸까?
- 내 역량이 부족한 걸까?
- 이렇게 개발하는 게 맞는 걸까?
- 혹시 우리 팀이, 아니 내가 실패한 걸까?
문제는 질문의 방향이었다. 이 모든 의문이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하고 있었다.
결국 이 모든 게 내 문제인 걸까?
AI는 어려운 기술이기 전에, 의심을 증폭시키는 환경이다
물론 AI는 어렵다.
기술 변화의 속도는 빠르고, 정답은 없고, 매일 새로운 뉴스가 쏟아진다.
우리가 쌓아온 기존의 경험과 성공 공식이 더 이상 그대로 작동하지 않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내가 많은 PM 분들을 만나며 느낀 안타까움은 여기 있었다.
AI를 다루는 과정에서 많은 PM들이 "어떻게 더 잘할까?"가 아니라
"나는 이 일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를 먼저 묻고 있었다.
커리어 전체를,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본질부터 의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회고하고, 방향을 고민하는 건 매우 건강한 일이다.
하지만 그 고민이 스스로를 부정하는 지점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점은 너무 무거운 주제다.
나도 그 과정을 겪었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나 역시 같은 고민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팀에서 유일한 PM으로서 AI 제품을 from scratch부터 책임지는 역할에 있었다.
회사의 미래와 운명이 달렸다는 수준의 막중한 책임감이 있었고,
새롭게 만들어진 조직이다보니
제품뿐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협업 구조, 역할 정의까지 동시에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팀은 미국과 한국으로 나뉘어 있었고,
Product Manager와 함께 Scrum 구조로 일해보는 것이 처음인 구성원들도 많았다.
의사결정 구조가 아직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연스레 더 많은 판단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책임감이 쌓이면서, 나 스스로에게 요구하는 기준은 더 높아졌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은 끝이 없었고, 책임감은 곧 나 자신을 향한 채찍이 되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이게 상황의 문제인지, 구조의 문제인지,
아니면 내 역량의 문제인지 점점 구분하기가 어려워지는 순간이 이어졌다.
그러다보니 내가 더 잘하면 해결될 문제 아닐까라는 생각이 습관처럼 따라붙기 시작했다.
문제는 내가 아니라, '분리되지 않은 질문'일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그 시기에 가장 어려웠던 건 일이 아니라 질문의 방향이었다.
그리고 나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물론 모든 경우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실제로 역량의 방향이 지금의 역할과 맞지 않거나,
이 직무 자체가 본인과 맞지 않아 고민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적어도 모든 질문이 아무런 분리 없이 '내가 부족해서'로만 귀결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제품을 만들 때 우리는 늘 이렇게 말한다.
- 현상과 문제를 분리하자
- 원인과 책임을 구분하자
-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자
그런데 정작 나 자신을 평가할 때는 이 모든 프레임을 내려놓은 채 모든 걸 내 탓으로 묶어버리고 있었다.
지금 겪고 있는 이 혼란이 정말 개인의 역량 문제인지, 조직 구조의 문제인지,
아니면 아직 누구도 가본 적 없는 영역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시행착오인지
이 질문들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
모든 고민이 "내가 부족해서"로만 귀결되면 사람만 지치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AI 시대의 PM에게 필요한 건, 자책보다 거리 두기다
AI를 다루는 일은 분명 쉽지 않다. 안 가본 길을 가는 데서 오는 불안과 고통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 불안을 곧바로 커리어 전체에 대한 부정으로까지 확장할 필요는 없다.
지금 필요한 건 더 많은 자책이 아니라, 나와 상황을 조금 떨어뜨려서 바라보는 힘일지도 모른다.
혹시 지금 이 모든 게 내 문제인가?라는 질문 앞에 서 있다면, 이렇게 질문을 나눠보면 좋겠다.
이건 정말 ‘나’의 문제일까?
아니면 아직 정답이 없는 환경에서 모두가 겪고 있는 과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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