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GTM은 대기업과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 대규모 자본으로 모든 극장을 빌리는 블록버스터 전략이 아니라, 가장 열광할 관객들이 모인 작은 소극장에서 시작하여 입소문만으로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소극장 공연에서 100명의 팬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PART 3. 성장론 Engineer the Growth
: Building Scalable Structures, Not Just Launches
시장 진입은 운이 아니라, 잘 설계된 각본이다
훌륭한 상품(MVP)이 완성되면, 많은 창업가들은 이제 막이 오르기만을 기다리는 배우처럼 설렌다. 그리고는 무작정 무대 위로 뛰어올라 열정적으로 애드리브를 시작한다. 하지만 관객(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왜일까? 아무리 뛰어난 배우라도, 잘 짜인 각본과 연출 없이는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시장 진입 전략(Go-to-Market, GTM)은 바로 이 '각본'과 '연출'을 설계하는 과정이다. 어떤 관객(WHO)을 VIP석에 앉힐 것인지, 어떤 이야기(WHAT)로 그들을 울고 웃게 할 것인지, 어떤 무대장치와 조명(HOW TO)으로 몰입감을 높일지, 그리고 이 공연의 흥행 목표(GOAL)는 무엇인지. 이 모든 것이 사전에 치밀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성공적인 시장 진입은 운 좋은 애드리브의 결과가 아니다. 관객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내도록 처음부터 설계된, 완벽한 첫 공연이다.
성장을 위한 종합 실행 설계도
GTM 전략이란 무엇인가?
GTM 전략은 단순히 '마케팅 계획'이 아니다. 광고, 세일즈, 채널, 커뮤니케이션, 온보딩 등, 우리 상품이 고객과 만나는 첫 순간부터 관계를 맺고 가치를 전달하는 모든 접점을 하나의 흐름으로 정렬하는 '종합 실행 설계도'다. PMF가 상품의 존재 이유를 증명했다면, GTM은 그 상품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경로를 증명한다.
그러면 경로를 증명하는 GTM 전략을 풀어보자.
우리만의 워크프레임
GTM 전략의 4가지 핵심 질문
GTM 전략은 결국 이 네 가지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다. 아래 워크프레임은 우리가 뮤지컬의 각본을 쓰듯이, 우리 상품의 시장 진입 시나리오를 설계하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들을 한눈에 보여준다. 이 워크프레임은 복잡한 전략을 단순화하고, 팀 전체가 동일한 목표와 방향성을 공유하게 돕는다.
✓ WHO (누구에게 팔 것인가?)
우리의 공연을 가장 열광적으로 지지해 줄 'VIP 관객'은 누구인가? 그들의 인구통계학적 특성, 심리적 특성,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가? 이들이 바로 우리가 모든 에너지를 집중해야 할 핵심 고객 세그먼트(SOM)다.
✓ WHAT (무엇을 팔 것인가?)
그 VIP 관객에게 우리가 제공할 '잊을 수 없는 경험'은 무엇인가? 단순히 기능 나열이 아니라, 그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주고, 어떤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 한 줄의 강력한 시놉시스로 요약될 수 있는 우리만의 핵심 가치 제안(Unique Value Proposition)을 정의해야 한다.
✓ HOW TO (어떻게 팔 것인가?)
VIP 관객을 극장 로비에서 무대까지,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 친구에게 추천하게 만들 전체 '고객 여정 시나리오'는 어떻게 되는가? 인지-흥미-고려-구매-유지-추천의 각 단계에서 어떤 채널과 콘텐츠, 그리고 영업 활동을 통해 고객과 상호작용할 것인가?
✓ GOAL (무엇을 측정할 것인가?)
이 모든 노력의 '흥행 목표'는 무엇이며, 어떻게 성공을 측정할 것인가? 막연한 매출 증대가 아닌, "3개월 안에, 특정 채널에서, 특정 고객 그룹에게, 몇 %의 전환율을 달성하겠다"와 같이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목표(KPI)를 설정해야 한다.
소극장 공연에서 100명의 팬을 만들어라
스타트업의 GTM
스타트업의 GTM은 대기업과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 대규모 자본으로 모든 극장을 빌리는 블록버스터 전략이 아니라, 가장 열광할 관객들이 모인 작은 소극장에서 시작하여 입소문만으로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즉, 집중과 실험이 핵심이다.
초기 시장 진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많은 유입'이 아니라, 우리 공연이 끝나고 기립박수를 치며 주변에 열정적으로 후기를 남길 '단단한 확신을 가진 100명의 팬'을 만드는 것이다. 이들이 바로 광고비 없이 우리 뮤지컬을 전파해 줄 최고의 마케팅 채널이자, 제품 전도자(advocate)가 된다.
사례.
Figma는 어떻게 100명의 팬으로 시장을 장악했나?
디자인 툴 'Figma'의 GTM 전략은 '100명의 팬'으로 시작하는 소극장 공연의 완벽한 교과서다. 어도비라는 거대 제국이 지배하던 시장에서, Figma는 다음과 같은 GTM 각본을 실행했다.
✓ WHO (가장 열광할 관객)
그들은 '모든 디자이너'를 타깃 하지 않았다. 대신, '팀 단위로 협업하며, 빠른 프로토타이핑이 필요한 테크 스타트업의 디자이너'라는 매우 좁고 명확한 관객에게만 집중했다.
✓ WHAT (잊을 수 없는 경험)
"더 많은 기능"을 약속하는 대신, "브라우저에서 여러 명이 동시에 작업하는 혁신적인 협업 경험"이라는 단 하나의 강력한 가치를 전달했다.
✓ HOW TO (입소문 설계)
대규모 광고 대신, 디자이너 커뮤니티와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초기 사용자를 확보했다. 한 명의 디자이너가 Figma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협업을 위해 동료 개발자와 기획자를 자연스럽게 초대할 수밖에 없는 '내재적 바이럴 구조'를 통해 팬이 팬을 만드는 흐름을 설계했다.
Figma는 거대한 광고판 없이, 가장 열광할 관객 100명을 찾아 그들을 전도사로 만듦으로써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방법론.
흥행을 보장하는 GTM 시나리오 설계하기
성공적인 GTM 전략은 흩어진 전술의 나열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 행동하게 만드는 한 편의 잘 짜인 뮤지컬과 같다. 각 막(Act)은 다음 막의 성공을 위한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 된다.
제1막. WHO: 가장 열광할 VIP 관객을 캐스팅하라
모든 위대한 공연은 브로드웨이의 대극장이 아닌, 가장 열정적인 팬들이 모인 작은 소극장에서 시작된다. GTM의 첫 단계는 불특정 다수에게 초대장을 뿌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에 가장 먼저 기립박수를 쳐줄 100명의 열광하는 팬(초기 고객)을 전략적으로 캐스팅하는 것이다. 이들은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우리의 공연을 함께 만들어갈 공동 제작자(co-builder)가 되어야 한다. "마케터"가 아니라, "주 3회 광고 퍼포먼스를 보고하는 마케터"처럼 문제의 맥락을 중심으로 고객을 좁고 깊게 파고들어야 한다.
제2막. WHAT: 잊을 수 없는 한 편의 드라마를 약속하라
VIP 관객을 극장으로 불렀다면, 이제 그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을 강력한 오프닝넘버가 필요하다. 이는 수많은 기능(WHAT)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고통을 정확히 짚어내고 우리 상품이 제공할 단 하나의 압도적인 가치, 즉 '문제 해결의 드라마'를 약속하는 것이다. 고객은 기능보다 문제 해결의 느낌을 원하기 때문이다.
제3막. HOW TO: 로비에서 무대까지, 끊김 없는 경험을 설계하라
최고의 공연은 관객이 극장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GTM에서 HOW TO는 단순히 광고 채널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우리를 처음 인지하는 순간부터 가치를 경험하고 팬이 되기까지의
전체 여정을 하나의 끊김 없는 흐름으로 설계하는 것이다. 유입(블로그) → 이해(무료 자료) → 체험(데모) → 전환(결제) → 잔존(커뮤니티)의 모든 단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
제4막. GOAL: 기립박수를 숫자로 증명하라
성공적인 공연은 막연한 '좋은 반응'으로 끝나지 않는다. 박스오피스 순위, 객석 점유율, 재관람률 같은 측정 가능한 지표(KPI)로 증명되어야 한다. GTM의 GOAL은 우리의 각본이 시장에서 실제로 작동했음을 숫자로 입증하는 과정이다. "3개월 안에, 이 고객에게, 이 메시지로, 이 채널에서, 이만큼의 전환을 만들겠다"는 검증 가능한 문장을 완성해야 한다.
질문.
생각을 다시 되묻는 피드백 루프
Q1. 우리의 GTM 전략은 지금 '유입 숫자'에 집중하고 있는가, 아니면 '전환 흐름'을 설계하고 있는가?
Q2. 우리는 지금 불특정 다수를 향해 광고를 하고 있는가, 아니면 우리를 열렬히 지지해 줄 100명의 팬을 찾고 있는가?
Q3. 우리의 GTM 계획은 WHO-WHAT-HOW TO-GOAL의 4요소를 모두 갖춘 '설계도'인가, 아니면 단순한 '할 일 목록'인가?
Q4. 우리의 GTM 성공 기준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봤는가'인가, 아니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행동했는가'인가?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
당신은 지금 무대 위에서 관객의 반응을 살피는 배우인가, 아니면 무대 뒤에서 관객의 기립박수를 설계하는 연출가인가?
시장은 우연히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설계된 흐름으로 침투해야 한다. 시작을 운에 맡기지 마라, 설계된 진입이 진짜 성장의 출발점이다.
실패하지 않는 사업의 비밀은 고객을 설정하고 제품을 상품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아직 고객론과 상품론을 읽지 않으셨다면 아래 아티클을 먼저 읽어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PART 1. Decode the Customer 고객론
Codex 1. 시장에서 우리의 진짜 고객을 정의하고 찾아내기 LINK
Codex 2. 초기 고객 선정, 그물이 아니라 작살을 던져라 LINK
Codex 3. 고객의 진짜 문제, 어떻게 정의하지? LINK
Codex 4. 고객이 여러 명이라면, 어떻게 문제를 정의하지? LINK
Codex 5. 고객 확장을 통한 성장, 어떻게 하지? LINK
Codex 6. 고객 데이타는 '투자결정자산'이다. LINK
PART 2. Engineer the Sellable Product 상품론
Codex 7. 제품과 상품의 차이 모른다면 사업가가 아니다 LINK
Codex 8. 당신의 제품을 '반드시' 팔리는 상품으로 만드는 법 LINK
Codex 9. 'Only One'을 만드는 상품 설계법 LINK
Codex 10. 기술보다 타이밍이 중요한 이유 LINK
Codex 11. 반복되는 매출의 “구조”를 설계하는 법 LINK
[Startup Codex 22]
브런치 작가 jaha Kim 님의 동의 하에 콘텐츠를 활용하여 제작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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