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전략 #프로덕트 #마인드셋
한 놈만 패라.

한 놈만 패라. 

· 모든 투자자와 친해지는 게 전략일까, 시간 낭비일까?
· 자주 연락하는 것보다, 약속 하나를 deliver하는게 낫다. 
· 투자자에게 가장 어필되는 파운더 타입

투자 유치를 앞둔 파운더는 보통 DM 또는 콜드메일로 VC에게 인사치레를 보내며 나름 Qualified 리드를 수집한다. 온라인에서 만나볼 VC가 어느정도 다 소진되면, 이제는 오프라인 행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명함을 쥔 채 끝도 없이 네트워킹을 반복한다.

초기 창업자는 거의 본능적으로 투자자 네트워크 확장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투자자들은 개별적으로 조용히 움직이며 쉽게 종속되지 않으니, 뭔가 두루두루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는 모든 투자자와 친해질 필요는 없다. 오히려 대부분의 경우, 시간 낭비다.
 

좋은 투자자는 많다. 하지만 당신 회사의 스테이지, 산업, 실험 방식, 성장 전략과 맞는 투자자는 극소수다. 한국 기준, 1명 될듯 말듯이다. 고로 그 사람을 정의하고 찾는것 부터가 전략이다. 모든 투자자와 잘 지내려는 건 너무나 우리에게 큰 낭비요, 초기에 너무 몰라서 겪는 전형적 함정이다.

1️⃣ 한 놈만 패라
VC는 관계라는 말을 좋아한다. 관계업이다. 하지만 철저히 창업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중요한 건 좋은 사람이 아니라, 나와 맞는 사람을 아는게 먼저다. 당신 회사가 극초기 딥테크 B2B SaaS인데 소비자 중심 후속 투자자를 아무리 많이 만나봐야 설득의 비용만 커진다. 심지어 똑같은 섹터에 같은 단계를 보는 투자자를 만난다 하더라도, 투자자가 바라보는 내 분야에 대한 세계관이 시대에 뒤떨어졌거나, 그가 주는 인사이트나 코칭의 핏이 나와 안맞는 경우도 많다. 이런 대부분의 경우들에서, 특히 극초기엔 그 돈을 안받는게 나을수 있다. 왜냐? 극초기 딜들은 많아야 1-2억 투자를 하는데, 투자 유치를 위해 우리가 허비하는 리소스가 이를 훨씬 상회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1-2억 우리가 벌면 된다. 

여튼 투자자와의 관계의 목표는 숫자, 빈번도 등이 아니라 상호간의 정렬(Alignment)이다. 

단언컨데, 당신의 섹터를 믿고 이를 같이 뚜렷하게 그려줄 투자자 1명이, 연락중인 VC 리스트 100개보다 낫다.
후자는 심지어 돈과 시간도 더 많이 들어간다. 

2️⃣ 자주 연락하는 것보다, 약속 하나를 지켜내는 것이 낫다.
앞서 밝혔듯이 파운더에게 투자라운드는 가장 소모적인 시기인데, 이 기간동안에 파운더는 
A/ 미팅을 주도적으로 잡지 못해, 실무를 위한 타임블럭이 어렵고
B/ DD를 하는 과정에서 투자자의 요청이 수시로 떨어져 집중이 분산되고, 
C/ 본인이 아닌, 철저한 타인에 의해 YES OR NO로 결과가 명확하게 나뉘는 투자 라운드의 성격상, 알게모르게 상당한 스트레스에 장기간 노출된다.

 

게다가 극초기딜들은 주니어 또는 중간급 투자자들도 집행하기에, 투자과정에서 우리에 대한 제대로된 진단을 파트너급 레벨에서 온전히 받는것이 구조상 불가능하다. 심지어 막판에 틀어지는 경우도 많다. 200-500억 짜리 딜도 아닌, 1-2억 딜이니 그렇게 신경 써줄 여유가 없다. 

여튼, 투자는 관계를 억지로 만들어가며 결정되지 않고 파운더의 성과와 실행력에 대한 객관적인 시장 신뢰 그리고 투자자가 가진 자신의 investment thesis의 합으로 결정된다. 투자자가 가진 investment thesis는 투자자의 과거 투자 이력과 그들의 뉴스레터/글/딜메모 그리고 투자 받은 포트폴리오 파운더들에게 물어보면 매우 정확한 감을 잡을수 있다.

그렇담 이젠, 목표물을 하나를 두고 나를 어필하는 법을 연습해야 하는데, 섣불리 당신이 준비되지 않는 상태에서 스스로를 노출시켜 첫인상을 깎아 먹는것 보다, 어느정도 시장에서의 성과가 나올때 접근하는걸 추천하다. VC에게 첫인상은 매우 매우 효과적이고 강력한 필터라서, 처음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투자자들과 연습하는게 훨씬 낫다. 

자, 그리고 나서 부터 콜드메일이든, 추천이든,을 통해, 목표한 투자자와의 신뢰 쌓기를 시작하는건데, 이런 신뢰는 "말한 걸 해내는 파운더”에게만 쏠려서 생긴다. 이유는, 투자자가 만나는 파운더들 중에, 자신이 공포한 계획대로 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따라서, 똑똑한 파운더라면 여기서 두가지 옵션이 있는데, 첫째는, 이미 어느정도 달성한 프로젝트를 시간차를 두고 공유하는 것과 두번째, expectation을 낮게 잡고 over deliver하는 식이다. 올해 매출이 10억 달성될 예정이라면, 이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고, 너무 많은 수요에 크게 성장하게 되었다라고 추후에 표현하는게 더 좋다. (이런 관점을 VC들이 엄청 싫어하겠지만.)

고로, 투자자에게 보내는 5페이지 업데이트보다 “지난 주에 말한 B2B 고객 PoC 계약 오늘 서명 완료했습니다” 라는 식의 한 문장이 훨씬 더 강력하다. 신뢰는 빈 말에서 생기지 않는다. 실행에서 쌓인다.

3️⃣ 투자자에게 가장 어필되는 파운더 타입
A/ 쉽게 친해지려고 하지 않고 진중한 타입. 
진중한건 유지하기 힘든 발란스이다. 자기 어필도 해야하면서도, 연연해하지 않고 자기 길도 가야하고, 그렇다고 너무 문적박대-천상천하 유아독존 해도 안된다. 

B/ 말투나 제스처가 싼마이(?)가 아닌 타입. 
싼마이. 더 나은 표현이 있나 싶다. BM과 아이템, 심지어 트랙션이 너무 맘에 들어도, 파운더가 싼마이면 다음 라운드에 받아줄 재정신인 VC가 없을걸 알기에 투자하지 않게 된다. 슬픈 이별인거다. 이 경우, 친구가 된다. (그것도 파운더 입장에서 나쁘지 않음) 
 

C/ 팔때 파고, 펼칠때 펼치는 타입
무언갈 파내는 건, 리서치하는, 개발하는, 즉 우리의 기술적/법률적/BM적 moat를 깊게 파는 행위를 뜻한다. 대표도 엉덩이 싸움하며, 깊이 팔줄 알아야 나중에 안뺃긴다. 그래서 취향이 독특하거나, 따기 힘든 전문 자격증이 있거나 학위가 있는 파운더를 선호하기도 한다. 펼칠줄 안다는건, 어떻게 보면 놀때 놀수 있다는 거다. 다른 사람들 많이 와도 어색해하지 않고 스스럼 없이 어울릴수 있는 유연한 성격이라는 뜻이다. 그래야 세일즈를 불편하게 하지 않기에 중요하다. 


결론. 

사실, 좋은 투자자는 먼저 연락하지 않아도 당신을 지켜본다. 그래서 당신이 연락하면 바로 얘기가 통한다. 
반면 투자자에게 자주 연락하고 새로운 VC를 매주 만나는 창업자는 오히려 “이 팀은 아직 방향을 못 잡았구나”라는 인상을 준다. 나는 개인적으로 관계를 넓히는 행위 자체는 전략이 아니라 체력 낭비라고 보는 편이다. 

한 명에게 집중하라. 한놈만 패라.
당신을 믿을 가능성이 있는 단 한 명의 투자자에게 실행의 증거를, 리듬의 일관성을, 그리고 한결같은 ‘진행 중’의 신호를 보여줘라. 투자자의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PR은 SNS도, 언론 보도도 아니다.


“그 팀, 아직도 매달 뭔가 내더라.”

 

이거다. 
좋은 투자자는 설득 없이도 다음 라운드의 문이 열릴 때, 가장 먼저 손을 내밀기 마련.


꾸준한 실행이 최고의 PR이다.


[공지] 
26년 상반기 미국진출을 고민중인 Healthcare 섹터 대표님들 계시다면 DM 부탁드린다. 분야에 특화된 프로그램을 계획중이라 도움될수 있는 부분이 있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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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Bell’s Book, Palo Alto (딸 선물)

 

· 실리콘벨리를 품는 창업가들을 위한 영어 뉴스레터 - https://lnkd.in/gK67Fw_u

 

· 창업과 아이 키우는 게 비슷하다고들 한다. - https://lnkd.in/gBemNk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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