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선택 한개는 수만 시간을 상쇄한다.
스타트업에게 만큼이나 한번의 선택이 크게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영역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지금 우리 팀이 내리는 결정은 매우 중요하다.
스타트업의 궤적을 바꾸는 결정의 기준들:
1️⃣ 깊이 있는 인사이트(데이터 또는 네트워크)가 모이는가.
스타트업에게 인사이트는 결국 두 개 중 하나인데,
A/ 유저의 demographic•behavioral 데이터거나
B/ 특정 개개인들과 비즈니스할수 있는 인맥이다.
예를 들어, 병원 EMR을 자동화•관리하는 workflow agent라면, 여기서 발생하는 인사이트는 이 툴이 사용되며 발생하는 유저들(환자/의사)의 행동데이터와 의사의 진료기록이나 환자의 데이터가 A에 해당되겠고, 병원내 디지털화 담당자와 예산 담당자 등이 B에 해당되겠다. 이런 류의 인사이트가 특히 스타트업에게 중요한 이유는
- Lock-in: 이렇게 생긴 인사이트들은 고객을 락인시키는 확률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기 때문이다. 즉, 고객이 떼어내기가 불편하다는 점이 있다. 병원을 예시로, 한번 똑닥을 도입해서 CRM을 관리하기 시작하면 이를 이관하는데에 프로세스도 바꿔야 하고, 여러 레이어와 컨텍스트가 혼합되는 중의 고객의 개인데이터들이 소실/왜곡될 여지가 많이 생기기에 병원이 꺼릴수 밖에 없어 자연스러운 락인이 생긴다.
- 상대적 moat: 이렇게 모인 인사이트는 특화된 구조의 협업 또는 솔루션을 요구하기 때문에(예를 들어, 척추병원에서 잠재고객들에게 문자 보내는 cadence는 피부과의 그것과 구조적으로 다를것이니) 경쟁사에게 빼앗길 확률이 낮고, 특화된 고객군들에게 연속 세일즈 될 확률을 높이는 상대적 해자를 만들기 때문이다.
고로, 우리가 쿡킹하고 있거나 PoC중인 고객사와 A또는 B에 해당되는 인사이트가 쌓이고 있다면(보통 두개 다 쌓임) 이는 우리 팀의 궤적을 바꾸는 결정에 해당된다. 이런 인사이트가 모일수 없는 구조들도 있는데, 예컨대 내가 주로 추천하는 단발성 SI건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는 용도 그리고 업계의 행태를 배운다는 측면 외엔 우리가 활용할만한 복리성 인사이트가 적거나 없다고 봐야한다.
2️⃣ 천만원 이상 계약에 해당되는 첫 고객확보.
나는 이 트랙션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본다. 천만원짜리 정도의 계약이면 앞서 얘기한 1번이 해당되지 않을래 않을수 없다. 천만원 이상을 지불한 고객은 ROI를 위해서라도 우리가 요청하지 않은 기업내 내부사정을 우리에게 얘기하지 않을수 없고, 그 돈을 받고 우리가 이들의 요구사항에 대응하지 않을래 않을수 없다. 이건 건강한 강박인거다. 여기에 플러스, 이런 계약건에서 요구하는 영업•온보딩•오프보딩-관리 프로세스가 내재화되는 엄청난 영업 DNA가 생긴다. 이는 어떤 구간이든 유니콘이 되어야 하는 스타트업에게 반드시 필요한 순간이며 피할수 없는 선택이자 스킬셋이라 빠르면 빠를수록 경험치가 쌓이기에 좋다.
마치 서핑을 배우려는 성인이 바닷물에 몸을 담구는 시점을 앞당기면 당길수록 좋다는 논리와 비슷하다. 아무리 집에서, 워터파크에서 연습해도, 파도를 상대하는 서핑은 다르다. 바다를 일찍 느껴봐야 체감하고 준비할수 있지 않겠나.
천만원 이상되는 계약들은,
A/ 커스터마이징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강제적인 프로덕트의 니시화가 진행된다.
B/ 이를 추진한 고객사 담당자의 월급을 보통 훨씬 상회하기 때문에, 챔피언의 무조건적인 지지와 때로는 냉혹한 비판, 요구사항에 노출된다. 우리가 딜리버 못하면 챔피언이 기업에 끼칠 영향이 너무 크다.
C/ 우리에게 건강한 마진을 남길 여력이 많아 진다.
하나의 계약에 들어가는 맨먼스와 개발시 필요한 운영비 등을 고려하면 백, 이백만원짜리에 딜에서 마진이 남는건 불가능하다. 반면, 천만원 이상되는 계약은 우리 스타트업에게 적어도 두 사람의 인건비(개발과 기획) 그리고 일정부분의 부대비용(서버비, 교통비, 식대 등)까지도 넉넉히 커버하기에 건강한 unit economics를 주고, 우리도 어느정도는 자본의 힘을 레버러징할수 있는 배포를 만든다.
이렇게 한번만 맛보면, 우리 팀의 역량, 그릇이 가파르게 성장한다.
3️⃣ 창의적이고 긍정적인 전문가를 만났는가, 만나고 있는가.
스타트업 초기는 “하면 된다”는 마인드가 중요하다. 거의 이게 스타트업에 다다. 무슨 말이냐면, “무엇을 하면 안되는지”, “뭐가 가장 리스크가 큰지”를 판단하는 스타트업은 망한다는 뜻이다. 왜 그럴까? 사실 대체제가 많은 영역이 없는 현 레드오션 시장에서, 초기 스타트업은 하면 안되는 것이 다일수 밖에 없다. 현대, 삼성, 네이버와 같은 문어발 대기업, 법적 리스크, 시장 변동성 등을 따지면 할게 없는게 맞다. 아니 하면 안된다. 그게 통계적/확률적으로 우리가 거슬러 올라야 하는 시작점이다. 이런 어마어마한 부정을 뚫어야만 하는게 스타트업의 숙명인데, 뭘 안해야 하는지를 보면 뭐 할건가. 그럼 창업을 하지 말았어야죠 님.
그러니까 역설적으로 “하면 된다”만, 정말 딱 그것만 봐야하는게 초기이다. 통계도, 산업구조도, 시장도 뭣도 다 레드오션인데도, YC스타트업들은 어제도 오늘도 몇 백억, 몇 천억 투자 받는거 아닌가. 이들이 대체불가능한 아이디어로 처음부터 시작한 경우는 매우 적다. 비슷한 아이디어였지만 실행하면서 초기에 매뉴얼하고 어려운 숙제 다 풀어낸 뒤, 우리한테 짠 하고 마치 처음부터 한것처럼 미화되는 형식에 가깝다. 고로, 다들 해봤는데 실패했어도, 내가 해서 되면 되는거다. 그러니 아무것도 없는 내가 하려고 할때 된다고 믿어주는 전문가, 창의적인 사람들이 스타트업에게는 생명이다. 이들의 생각•희망 덩어리들이 스타트업 본질 그 자체이다. 처음엔 종교인거다.
결론.
제목에서 밝혔다시피, 초기 스타트업에게 좋은 선택 한번은 수만시간을 상쇄한다. 선택 한번으로 스타트업의 운명은, 파운더의 행복은, 투자•계약•엑싯의 크기는 기하급수적으로 갈린다. 그렇기에 스타트업을 오래 할 이유가 있다면, 여러가지 좋은 선택들을 단기간에 많이 낼수 있는 시스템과 투명성이 뒷받침 되게끔 기업 내부와 파운더 멘탈리티를 다져내는 것이다. (이는 추후에 좀더 풀어보기로)
이 관점에서, 딱 이 관점에서만 스타트업에게 성과와 시간은 전혀 상관관계가 없는게 아니다.
____
· 사진은 Outsome Founder Sprint 1기, Fitculator Korea 팀.
· 실리콘벨리를 품는 창업가들을 위한 영어 뉴스레터 - https://lnkd.in/gK67Fw_u
· 인사이트 중심 영업이 훨씬 더 효과적인 이유. - https://lnkd.in/gm4jcg_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