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스타트업이 귀하다. 뭐든지 수도권으로 쏠리는 지금, 스타트업도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어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기준 전국 스타트업 10개 중 7개는 수도권에 있다. 스타트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벤처캐피탈(VC)도 90% 가까이 서울에 편중돼있다. 스타트업 창업 생태계 자체가 서울을 중심으로 짜여진 상황이다. 지역에서 창업해서는 인재를 확보하기도, 투자를 유치하기도, 해외로 진출하기도 쉽지 않다.
스타트업계 관계자들은 결국 ’연결‘이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역 스타트업과 VC, 대기업, 해외 파트너사 등이 연결고리를 만들 기회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9월 22, 23일 이틀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축제 ‘바운스 2025’(BOUNCE 2025)는 여기에 집중했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가 2017년부터 주관한 이 행사는 올해로 9회째를 맞았다. 지역 스타트업 행사로서는 가장 오랫동안 그 명맥을 이어오는 중이다.
초기에는 랜디 주커버그 전 페이스북 마케팅 책임자 등 창업계 저명인사의 기조연설과 주제강연을 중심으로 국제적인 창업 정보와 흐름을 공유하는데 집중했다. 이후 2019년부터는 실제로 지역 창업가들의 창업에 도움이 되는 행사를 추가하며 본격적인 ‘연결’에 힘줬다. 스타트업과 대기업, 투자사가 서로를 만날 수 있는 ‘1:1 매칭 밋업’, 스타트업 대표가 직접 사업을 소개하면 투자사 심사역들이 바로 피드백해주는 ‘IR 피칭 및 쇼케이스’가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2023년부터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스타트업과 투자사 간 단순 교류를 넘어 눈에 보이는 사업적 성과가 나오도록 노력 중이다. 그 결과 최근 3년동안 스타트업과 대중견기업의 밋업 1000건 이상을 주선했다.
올해는 해양도시 부산의 전략산업인 ‘스마트 해양‘을 ’스포트라이트 섹터‘로 선정해 집중 조명했다. 연사들과 청중이 소통하는 언컨퍼런스 코너의 가장 첫 오프닝 세션도 스마트 해양 산업을 주제로 진행됐다.
혁신 기술을 찾는 대기업과 개발한 기술 수요자를 찾는 스타트업을 매칭해주는 ‘오픈이노베이션 밋업’에도 대중견기업 20여개사와 스타트업 100여개사가 참여했다. 다양한 전문가가 청중과 소통하며 강연하는 ‘언컨퍼런스’부터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는 스타트업을 위한 멘토링 창구까지 마련됐다.
스타트업 대표의 사업 설명을 듣고 실제 투자심사역들이 피드백을 주는 실전 피칭도 반응이 뜨거웠다. 이번 아티클은 바운스 2025 현장을 방문해 지역 창업 생태계를 조망했다.
○ 민트빛 행사장에서 ‘스마트 해양’ 미래 논의
행사 첫날, 바운스가 진행되는 벡스코에 들어서자 사방이 민트빛으로 물들어있었다. 곳곳에 걸린 현수막부터 연사와 청중이 소통하는 공간의 의자까지 민트색이었다. 특히 올해는 ‘바운스 랩(BOUNCE LAB)’이라는 이름으로 바운스만의 민트색 굿즈를 참가자들에게 나눠주는 코너도 운영됐다.
굿즈존은 ‘혁신의 여정을 연구하고 내일의 도전을 여는 스타트업 연구소’라는 컨셉에 맞게 실제 실험실을 옮겨놓은 것 같은 분위기로 꾸며졌다. 일반 참가자들부터 투자사 관계자들까지 민트색 계산기, 텀블러, 에코백, 티셔츠 등 귀여운 굿즈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있었다. 참가자들은 소형 드론을 조종해 게임을 즐기거나, 행사장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등 미션을 수행하고 상품을 받았다.
참가자들의 교류를 촉진할 수 있는 현장 행사도 눈에 띄었다. 사전에 밋업 행사에 미리 등록하지 못한 참가자들도 현장에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밋업존 중간에 마련된 ‘오픈 네트워킹’ 공간에서 참가자들은 자연스레 명함을 교환하고 있었다.
행사장 중앙의 개방된 무대에서는 ‘오픈 마이크’ 코너도 운영됐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무대에 올라 자유롭게 발표할 수 있도록 했다. 파트너사와 스타트업들이 즉석에서 피칭(PR)을 진행하며 현장의 에너지를 한층 끌어올렸다. 올해 바운스는 민트빛으로 물든 공간 속에서 자유로운 교류와 실험적인 시도가 이뤄지고 있었다.
이어서 참가자를 맞이하는 공간은 언컨퍼런스존이었다. 계단식 무대와 에어소파를 배치한 무대 구성으로 청중은 여러 명의 연사와 가깝게 마주할 수 있었고, 질문도 건넬 수 있었다. 김효진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매니저는 “전체 세션을 일방적인 강연이 아닌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구성해 청중과 연사 간의 거리를 좁히고자 했다”며 “참석자들도 사전에 모집해 질문을 공모하는 방식으로 토크 세션의 참여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언컨퍼런스존에서는 이틀에 걸쳐 10개 세션이 진행됐는데, 가장 첫 순서가 ‘스마트 해양’ 산업 주제였다. 바다를 끼고 있는 부산의 지역적 특색에 걸맞는 전략산업에 힘준 모습이었다. 세션 이외에도 국립한국해양대학교, 부산항만공사, 중소조선연구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 4개 기관이 현장에 부스를 설치하고 상시 참여해 해양 분야 창업 상담, 기술 협력 및 현장 연구 파트너십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세션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이미 부산이 해양 혁신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만, 이를 십분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형모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단장은 “해양 관련 스타트업은 약 1210개사지만 이 중 실제 투자를 받은 기업은 140여 개에 불과하다”며 “지난 10년 간 스마트 해양을 키우기 위한 정부 노력이 있었지만 국내 해양수산 스타트업 중 유니콘급은 없다”고 현재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해양산업은 기술 개발 주기와 검증 기간이 길어 민간투자가 활발하지 못한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아쉬운 점이라면 ‘연결’이라고 짚었다. 전 단장은 “부산은 이미 혁신기관, 앵커기업, 대학, 정부 모두 다 갖췄지만 연결이 안 되고 있다”며 기관 간 네트워킹과 공동협력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르웨이의 ‘GCE 오션테크놀로지’나 캐나다의 ‘코브 오션허브’ 등의 해외 사례를 들며 “생태계를 구성하는 주체들이 긴밀히 연결돼야 산업이 성장한다”고 덧붙였다.
원천 기술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김용우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는 “해양 분야는 딥테크가 필요해 원천 기술을 가졌느냐가 중요한데, 원천 기술 보유한 스타트업이 드물다”며 “내년부터는 부산 창경에서 대학과 연구소의 기술을 직접 조사하고 사업화하는 모델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에서 창업한 코아이는 스마트해양 분야의 우수 스타트업으로 소개됐다. 코아이는 2017년 창업 후 해양 오염물을 청소하는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고 있다. 지금까지 4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했다. 박경택 코아이 대표는 온디바이스 AI 기반 해양 청소 로봇을 소개하며 “라이다 센서와 5G 통신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오염물질을 탐지하고, 바다 위에서 자율적으로 기름을 회수한다”고 했다. 이어 “해양 환경은 파도와 조류 등으로 육상보다 훨씬 복잡한 환경이지만, 부산과 제주 등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증을 수차례 진행했다”고 개발 과정을 설명했다. 현재는 부산과 마산, 여수, 목포 4개 도시와 한려해상국립공원에 7대의 로봇을 투입해 운영 중이고 외국에도 총 9대 로봇 수출을 성공했다. 지난해 부산에서 발생한 3번의 기름유출 사고에 코아이가 개발한 로봇이 투입되기도 했다.
○ 돼지 도축장이 경북이면, 로봇 스타트업도 경북에
“서울 투자자들은 ‘지방에도 스타트업이 있는지 몰랐다’고 놀랄 때가 많다. 초보 지역 스타트업도 투자자를 어떻게 찾는지 모르고, 투자자도 지역에 어떤 좋은 스타트업이 있는지를 모른다.”
‘투자사 리버스 IR’ 세션의 연사로 등장한 박세웅 그래비티벤처스 팀장도 연결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래비티벤처스는 비수도권 초기창업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AC)다. 대부분의 스타트업 투자가 수도권 후기창업에 몰리는 추세와 정반대의 길을 가는 셈이다. 지역의 훌륭한 스타트업들을 조기에 발굴해 시드 투자금을 넣고, 향후 큰 규모의 VC와 연결하거나 해외 진출까지 돕는다.
그래비티벤처스가 지역 스타트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피지컬 AI’다. 지역 스타트업이 수도권 스타트업보다 피지컬 AI 구현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박 팀장은 “우리나라는 결국 제조업 기반 국가이고 제조업에 AI가 결합되는 ‘피지컬 AI’가 완성돼야 힘이 생긴다”고 분석했다. AI가 디지털 세계에만 머물지 않고 실물 로봇 등과 결합해 현실세계의 물리적 공정을 수행하는 AI 사업이 대세라는 것. 그는 “많은 피지컬 AI 기업은 기업 대상 B2B 사업”이라며 “서울의 사무실이 아니라 지역의 현장에서 완성된다”고 짚었다. 즉 핵심고객사가 있는 곳에 스타트업도 거점을 둬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AI 도축 자동화 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로보스’는 고객사인 돼지도축장이 많은 충남에 있다. 산업 AI를 설계하는 스타트업 ‘미스릴’은 원래 서울에서 창업했으나, 그래비티벤처스가 투자한 후 고객사인 제조업 공장이 있는 충남으로 아예 위치를 옮겼다. 결과적으로 2023년 2억원 투자로 시작한 로보스는 올해 1000억원 가치의 기업으로 성장했고, 지난해 4억원 투자로 시작한 미스릴도 내년엔 300억원까지 기업가치가 불어날 전망이다.
이런 연결 문제를 해결하는데 핵심 역할을 하는 또다른 기관이 부산창경과 같은 정부 기관이다. 어떻게 자신을 홍보하고 투자받아야 할지 모르는 지역의 유망 스타트업들을 추려 조언해주고, 초기 투자금을 지원하며, 이후 더 큰 투자사와 연결해주는 식이다. 이번 행사 언컨퍼런스 세션 ‘BCCEI 그로우스 파트너스 데이(BCCEI Growth Partners Day)’에서는 이렇게 지원 받아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스타트업들이 소개됐다.
원자력 발전소를 유지 보수하는 기업 엠유트론은 부산창경의 지원으로 투자를 유치한 대표적 사례다. 지난 4월 부산창경에서 직접투자로 2억원을 받으며 시드 투자 라운드를 시작했고, 8월까지 총 11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부산창경이 7년 이내 창업 기업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B.Startup PIE 배치 프로그램’ 등의 도움 덕분이다. 엠유트론은 원자력 발전소 정비에 쓰이는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해 2023년 고리 4호기, 지난해 한빛 1호기 교체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국내 최초로 패브릭덕트를 개발한 기업 ‘패브릭덕트’도 부산창경의 지원으로 시드투자를 받았다. 기존에는 공장과 물류센터 등에서 냉난방을 위해 금속 소재 배관을 주로 사용했는데, 설치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내부 청소도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산업용 섬유로 만든 배관은 이런 단점을 모두 보완할 수 있다. 김세원 패브릭덕트 대표는 “지난 6월부터 물류센터 냉난방의무화가 추진돼 한진, 마켓컬리, 동원F&B 등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 중”이라며 “매출 30억원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무늬만 ‘오픈이노베이션’ 실상은 ‘외주 하청’
투자자뿐 아니라 대기업도 스타트업의 중요한 파트너다. 규모가 작고 민첩한 스타트업이 빠르게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제공하면, 대기업은 자본력을 큰 조직을 제공할 수 있다. 기업이 내부 연구인력의 지식수준에만 머물지 않고 외부 기술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오픈이노베이션’이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오픈이노베이션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겨울 정도로 많이 제시됐다. 하지만 오픈이노베이션이 제대로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행사 둘째날 연사로 나선 나재석 덕성여대 글로벌융합대학 경영학전공 교수는 그 원인으로 ‘외주 개념’을 꼽았다.
나 교수는 “대부분 대기업이 ‘외주 준다’, 즉 ‘벤더링(vendoring)’한다는 생각”이라며 “진짜로 오픈 이노베이션이 이뤄지려면 하청업체에 기술을 위탁한다는 인식이 아니라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 지식을 공유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두 가지 개념의 오픈이노베이션을 소개했다.
하나는 ‘내향형’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이다. 대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이 있고, 그 기술을 외부에서 찾아오는 식이다. 미국 생활용품 기업인 P&G가 전동칫솔을 개발할 때 모터 기술을 직접 연구하는 대신, ‘스핀팝’이라는 외부 기업의 회전 막대사탕 기술을 활용한 게 대표적이다.
다른 하나는 ‘외향형’으로 내부 지식을 외부에 공유하는 형태다. 구글이 자사의 인공지능 프레임워크인 ‘텐서플로우’를 오픈소스로 무료 공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세계 AI 개발자들이 구글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도록 유도하고 구글 위주의 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그림이었다. 나 교수는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기술 특허를 무상으로 개방하면서 전기차 생태계를 넓히고, 그 장에서 테슬라가 타 기업을 리드하는 것도 비슷한 사례”라며 “어떤 생태계가 구성되려면 이런 외향형 오픈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대기업이 너무 폐쇄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스마트해양 산업에 대한 세션에 참석한 유선영 국립한국해양대 산학연구기획 교수는 “대학에서 개발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거나 함께 사업화할 때 대기업의 진입장벽을 느낀다”며 “대기업은 파트너에게 본인들의 데이터나 관련 기술을 오픈하기보다는 방어적인 태도일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대기업에서는 정부 기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희경 삼성중공업 스마트SHI사무국 그룹장은 “위에서 규제를 풀어주지 않으면 기업이 할 수 있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예를 들어 조선해양산업은 국가에서 엄격하게 보호하는 데이터가 많아 기업이 마음대로 풀 수가 없다”고 대답했다.
○ “대기업 만남의 장” 스타트업 집결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력이 외주·하청 관계를 넘어 실제로 의미 있는 오픈이노베이션을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행사에서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밀도 높은 교류를 돕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스타트업 대표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오픈이노베이션 밋업’부터, 바운스 참가자들이 가깝게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킹 행사인 ‘바운스 나잇(BOUNCE NIGHT)’이 진행됐다.
이틀 내내 행사장에서 가장 붐비는 곳은 ‘오픈이노베이션 밋업존’이었다. 대기업, 중견기업, 공공기관 담당자와 만나려는 스타트업 대표들 수십명이 노트북으로 사업 자료를 들여다보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밋업존에는 네이버 클라우드, 롯데건설, 삼성중공업, 카카오모빌리티, SK에코플랜트 등 굵직한 대·중견·공공기업 26개사가 참여했다. 스타트업 대표들은 대기업 담당자를 일대일로 직접 만나 사업을 설명하고 피드백을 들을 수 있고, 대기업은 잠재적인 파트너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다.
이날 밋업존에서 만난 최현배 스페이스플로 대표는 “이 밋업 행사를 위해 일부러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려왔다”고 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대중견기업 담당자를 직접 만나 사업모델을 소개하고 수요자 관점의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귀하다는 의미다.
스페이스플로는 문서와 데이터를 찾아주는 AI 챗봇을 만드는 기업이다. 수많은 문서를 자동으로 분류하고 인덱싱하고, 사용자는 대화형 챗봇에 본인이 찾고 싶은 문서 종류를 물어 찾을 수 있다. 최 대표는 “특히 기업 내에서 서로 다른 팀이나 사업부가 업무 문서를 공유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다”며 “챗GPT 등 기존 AI는 정보 유출 때문에 기업 업무에 쓰기 어렵지만 우리는 기업 상황에 맞춰 내부 설치형으로 AI를 서비스하는 게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이날 삼성중공업, 롯데건설, 현대중공업 등 담당자와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그는 “기업마다 세세하게 원하는 서비스가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직접 수요기업과 얘기하는 기회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 밋업 행사는 지속적인 파트너 확보를 통해 매년 이름있는 기업들이 대거 참여 중이다. 올해는 스타트업 122개사가 참여해 총 190건의 밋업이 운영됐다. 행사 당일 이루어지는 밋업 뿐 아니라 행사가 종료된 이후에도 후속 밋업이나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작업들이 계속된다. 그 결과 실제로 지난해 후속미팅은 20건 이상 이뤄졌고 4개 이상 기업이 대·중견기업과의 서비스 실증(PoC) 기회를 잡았다.
호반건설은 바운스의 밋업 행사를 통해 자동화기기 전문 스타트업 WPS와 협업 중으로, 지난 5월 인천 서구 ‘호반써밋 인천검단’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WPS의 외벽도장로봇 ‘롤롯’의 파일럿 테스트를 마쳤다. 사람이 원격으로 로봇을 조종하면 로봇이 건물 외벽에서 와이어를 따라 위아래로 이동하며 페인팅 작업을 수행하는 식이다. 사람이 직접 작업할 때와 달리 고층 작업에서 날씨 영향을 덜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네트워킹 행사인 ‘바운스 나잇’도 반응이 뜨거웠다. 행사 참여자 중 100여명만을 초청한 관계자 프라이빗 네트워킹 행사로, 주요 관계자들 간의 밀도있는 네트워킹을 통해 한 번 바운스와 파트너십을 맺으면 매년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파트너사와의 긴밀한 교류를 유지하고 있다.
3년간 바운스에 연속해 참여한 한진원 롯데건설 책임은 “바운스는 1회성 행사가 아닌 지속적인 관리와 네트워킹 지원을 통해 단골을 만드는 행사”라고 평가했다. 특히 “주관기관의 밀착 케어 덕분에 찾고자 하는 스타트업과의 연결이 더욱 잘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해외로 진출하려는 스타트업을 위한 멘토링도 이뤄졌다. 글로벌 오피스아워에는 일본 도쿄와 오키나와, 베트남, 싱가포르, 독일, 호주, 이스라엘 부스가 차려졌다. 특히 올해는 해외 파트너사가 직접 바운스에 방문해 참여자들에게 실질적인 사업 기회와 조언을 제공했다, 일본에서는 IT이노베이션전략센터 오키나와, 캐논마케팅 재팬이, 베트남에서는 롯데벤처스 베트남이, 싱가포르에서는 펜벤쳐스가 방문했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파트너사 7개사와 스타트업 45개사가 참여해 총 80건 이상의 밋업이 성사됐다.
전라남도 나주에서 온 임정민 렉스 이노베이션 대표는 한국 이스라엘 산업연구개발재단의 전문가와 상담했다. 임 대표는 “AI를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관리시스템이 주력 사업”이라며 “이미 키르기스스탄 등 해외에 진출한 상태인데, 추가로 이스라엘 진출을 계획 중”이라고 했다. 이어 “이스라엘재단에서 진행하는 공모사업에 지원했는데, 오늘 자리한 담당자께서 직접 실사를 다니는 분이라 구체적으로 어떤 질의가 오갈지 미리 알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독일 전문가로 참여한 강지은 주한독일상공회의소 부이사는 “찾아온 스타트업 대부분이 굉장히 훌륭한 기술을 갖고 있으나 독일 진출을 위해 어디에 어떻게 연락해야 할지를 모르는 상태”라고 했다. 주한독일상공회의소에서는 이런 기업들을 위해 대신 독일 현지 기업과 미팅을 주선하기도 하고, 산업 분야별로 박람회를 열어 기업을 초청하기도 한다.
일본 전문가로 자리한 최혜진 캐논 마케팅 재팬 그룹매니저는 “일본 기업들은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이 커서 검증되지 않은 해외 스타트업과 손잡기를 꺼리기도 한다”며 “일본에 진출하려는 한국 스타트업들과 서비스 실증(PoC)이라도 한번 더 쌓을 수 있게 도와드리는 편”이라고 했다.
○ “설득 못하면 창업도 어렵다” 창업 선배의 조언
새내기 창업자를 위한 조언들도 쏟아졌다. 행사 이틀차에는 스스로가 ’베테랑 창업자‘이면서 동시에 예비·초기 창업자를 돕는 민간 스타트업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대표들이 모였다.
초기 스타트업의 가장 큰 고민은 공동창업자를 찾고 인재를 채용하는 일이다. 안진범 사단법인 단디벤처포럼 회장은 “사업의 전체 과정에서 투자자, 고객 등 수많은 사람을 설득해야 한다”며 “공동창업자를 설득하는 일은 그 과정에서 가장 쉬운 종류의 설득”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설득은 스타트업 대표의 가장 기본적인 소양이고, 공동창업자도 설득하지 못한다면 향후 마케팅과 영업에서의 설득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광진 파운더스 대표는 인재채용에서 스타트업의 법적 지위를 잘 활용하라고 덧붙였다. 노 대표는 “근로기준법 상 5인 미만 기업은 해고가 보다 자유롭다”며 “채용한 근로자가 회사에 맞지 않으면 리스크를 떠앉는 대신 과감하게 다른 사람을 채용할 수 있는 게 스타트업의 장점”이라고 했다.
대다수 스타트업이 실패의 고배를 마신다. 선배 창업자들은 실패 경험을 성공의 발판으로 삼는 법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안 회장은 “실패가 너무 슬픈 단어지만 창업에서는 당연히 겪어야 하는 기본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특히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후에는 실패를 인정하는데 굉장히 큰 용기가 필요하다”며 “과감하게 방향을 틀고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 대표는 “재창업 기업도 다시 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지적했다. 이전 아이템의 실패 원인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다시 창업에 뛰어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아이템이 고객의 필요를 반영했는지,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의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9회를 맞은 바운스는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가 서로 연결되고 성장할 수 있는 교류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매년 지역 창업가들에게 오픈이노베이션과 글로벌 진출의 기회를 제공하며 실질적인 성장 동력을 더해주고 있는 바운스는 내년에 10주년을 맞이한다. 김효진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매니저는 “10주년을 계기로 내년엔 한층 더 큰 규모와 깊이있는 프로그램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글 : 최예린
편집 : 김지윤
※해당 아티클은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로부터 소정의 기고료를 받고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