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리콘밸리의 996과 닮은 듯 다른 이유
1️⃣ ‘열심히 하는 척’과 ‘진짜 몰입’의 차이
한국의 야근 문화는 “늦게까지 남아있는 게 충성심”이라는 집단 심리에 가깝다.
조심스럽지만, 보고서 하나 더 내고, 회의 한 번 더 하며, 열심히 일하는 척으로 존재를 증명하는 문화가 아직은 너무 강하다. 특히 이상하게도 대기업 또는 스타트업, 즉 커리어에 대한 환상으로 ‘가스라이팅’이 된 경우 더 그런데,
열심히 일하려는 문화 바로 이면에 야근의 목적이 결과가 아니라 “같이 고생했다”는 자기위안인 경우가 많다.
실무자 입장에서는 헷갈리게 되는 지점이라고 보여진다.
반면, 실리콘밸리의 ‘996(9시~21시, 주 6일)’은 결과 중심이다.
누구도 시키지 않지만, 내가 만든 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 사람을 밤새게 만든다. (실제로 엑싯도 빨라지다보니 더욱 그렇다)
단순하게 말할수는 없겠지만, 한국은 ‘상사 눈치’, 실리콘밸리는 ‘미래의 가능성’을 본다.
겉보기엔 똑같이 밤 9시지만, 방향이 다르다.
2️⃣ 한국의 야근은 시스템의 결함을 덮고, 실리콘밸리의 996은 시스템을 바꾸려 한다.
한국의 야근은 대부분 비효율의 대가다. 명확하지 않은 의사결정, 책임 회피, 불필요한 보고가 만든 시간의 낭비를 근성으로 메운다. 야근은 구조적 문제의 봉합제다.
반면 실리콘밸리의 996은 일종의 실험 문화다.
코드를 고치고, 고객 데이터를 돌려보고, 실패한 가설을 밤새 수정한다.
시간을 갈아넣는 이유가 명확하다. 고로 단기간 배움이 쌓인다.
야근이 아니라, 가속이다. 이 지점에서 앞으로 적어도 당분간은 ‘실리콘벨리 VS 한국간의 기술의 격차’가 더 벌어질거라 본다.
3️⃣ 결국 문제는 ‘누구를 위한 몰입이냐’다.
한국의 야근은 타인을 위한 의례다. 상사의 눈, 조직의 분위기, 동료의 시선.
누구도 성과를 묻지 않는다. 다만 “열심히 했다”는 위로를 나눈다.
실리콘밸리의 996은 스스로를 위한 의례다.
내가 만든 제품이 돌아가는 걸 보고 싶어서,
경쟁사가 이미 릴리즈한 기능을 넘기 위해,
혹은 단순히 ‘이게 내가 선택한 삶이니까’.
한국의 야근 문화는 집단적 자기위안, 실리콘밸리의 996은 개인의 확신이 만든 집단적 광기다.
전자는 사람을 소모시키는 면이 크고, 후자는 시스템을 진화시킨다고 보여진다.
더욱 슬픈건, 둘 다 미친 듯이 일하지만, 하나는 퇴사로 끝나고, 다른 하나는 IPO로 끝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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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Alixia HQ Visit, SF. (Thank you Olof Mollstedt and Helen Y. Chen)
· 실리콘벨리를 품는 창업가들을 위한 영어 뉴스레터 - https://lnkd.in/gK67Fw_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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