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겠습니다.”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 물어봤을 때,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질문했을 때 종종 나오는 답변입니다. 저도 크린텍이라는 회사를 이끌면서, ‘열심히’를 먼저 내세우는 경우를 봐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실제로 유의미한 결과물을 낸 경우는 없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열심히’라는 단어에는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왜 해야 하는지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위기일수록 ‘지금’에 집중해야 합니다
지난 7월 영화 <F1: 더 무비>를 보면서, 특히 기억에 남은 대사가 있습니다.
“Hope is Not a Strategy(희망은 전략이 아니다).”
곱씹어볼수록 날카롭고 정확한 말입니다. ‘어떻게든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는 희망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으니까요.
영화 속 만년 꼴찌만 하던 F1 팀도, 베테랑 레이서인 주인공이 합류하면서 ‘어떻게’를 하나씩 해결합니다. 레이싱카를 개조하고, 훈련 방식을 바꾸고, 다른 팀들이 방심하도록 기자회견장에서 일부러 허술한 척하기도 하죠. 그렇게 구체적으로 당면한 문제를 맞닥뜨린 결과가 바로 우승이고요.
크린텍도 비슷한 시절을 거쳐왔습니다. 2018년은 크린텍이 경쟁사에 매출 총액 기준 2년 연속으로 뒤처진 때였습니다. 30년간 업계 1위를 지켜왔다는 자부심이 무너졌고, 직원들도 낙심했죠.
언젠가 속상한 마음에 영업사원에게 ‘매출 1위가 아닌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직원은 ‘산업용 청소 장비, 청소차 분야는 아직 1위잖아요’라고 답했죠. 조금은 위로가 됐지만, 현실은 그대로였습니다.
그때 저에게 다가온 질문이 있습니다. 영화 <F1: 더 무비>에서, 팀 합류를 고민하는 주인공에게 단골 카페 종업원이 주인공에게 던진 질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 중요한 건 뭐지(So, what’s it all about)?
나는 왜 이 자리에 있고, 뭘 해내야 하는 거지(Why are you here)?”
문제 해결의 시작은 행동이 아니라 ‘이해’입니다
2017년~2018년은 크린텍에게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막대한 자원을 들여 사옥을 이전했고, 업계 1위 자리를 뺏겼던 때니까요. 저는 회사에서 연차가 가장 높고 경험도 풍부한 리더로써, 난관을 헤쳐나갈 방향을 제시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서두르지는 않았습니다. 문제를 정확히 이해해야 답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세 단계 과정을 거쳤습니다.
- 1단계: 남이 준 문제를 내 언어로 재정의.
- 2단계: 나의 언어로 정리한 문제의 본질을 찾고, 해결 방안 결정.
- 3단계: 일관적인 실행을 위한 명확한 커뮤니케이션.

크린텍이 업계 1위에서 밀려난 이유는 ‘오프라인 외길’이었습니다. 온라인 커머스가 급성장하는 흐름에 제때 올라타지 못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온라인 서비스를 기획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청소차 성능 유지, 소모품 교체 등을 통합 관리해 주는 ‘크린텍 케어’를 런칭했죠. 이때 쌓은 경험과 노하우는 국내 최초 살수 겸 노면 전기 청소차인 ‘크린스카이’ 개발, B2G 시장 개척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런 성과는 저 혼자 해낸 게 아닙니다. 크린텍 임직원들과 함께 달성했죠. 원격 근무하는 직원들이 많은 와중에 이룬 결과라서 더 뿌듯합니다.
크린텍 구성원들은 매년 초에 핵심 목표를 부여받지만, 어떻게 달성할지는 본인이 직접 정할 수 있습니다. 관련된 KPI를 정할 때도 직책자들과 함께하죠. 목표를 새로 정하거나, 타 부서와 협업이 필요한 경우에는 대표이사부터 임원, 팀장까지 신속하게 합의하고 결정합니다. 그렇기에 모두 어떤 일을, 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죠.
중요한 문제일수록 하지 말아야 할 3가지
실수 1: 무작정 답변부터 생각하는 것
워크숍 등을 해보면, 어떤 문제를 보자마자 바로 답을 적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입니다. 요즘은 생성형 AI도 생겨서, 더 그럴싸한 답변을 만들어내는 게 아주 쉬워졌죠. 하지만 그렇게 도출된 해결책들이 유효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F1: 더 무비>의 명대사처럼, 희망은 전략이 아닙니다. 속도가 해결로 이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당장의 위기는 모면할 수 있어도,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실수 2: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솔직히 저도 예전에는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게 능력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경력이 쌓이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걸 배웠죠. ‘빨리’에만 집중하면, 신중하게 고민해야 하는 문제도 할일 목록(to-do list)처럼 대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잘못된 판단을 내리거나, 불필요한 일을 만들게 되죠. 그래서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내 언어로 다시 정리해야 합니다.
실수3: 조직 차원에서 합의하지 않는 것
문제와 해결 방안을 조직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합의하는 과정도 꼭 필요합니다. 시간이 걸리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말이죠. 이 단계가 빠지면 리더는 리더대로, 임직원들은 임직원들대로 불만이 쌓입니다. 왜 지금 이 일을 해야 하는지, 그래서 무엇을 달성할 것인지 아무도 모른 채 앞만 보고 달리게 되니까요.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세상이 빠르게, 예측 불가능하게 변하는 때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더 차분하게, 구체적으로 직면한 문제를 분석하고 실행으로 옮겨야 합니다. ‘어떻게든 하면 되겠지’의 시대는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