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검증 #운영 #프로덕트
새벽 3시, 스팸 752개와 XSS 공격을 선물해 준 첫 토이 프로젝트

여러분, 혹시 '로그인'이라는 세 글자에 지쳐본 적 없으신가요? 

이메일 인증, 비밀번호 찾기, 소셜 로그인... 또! 또! 또! 가입하라는 화면을 볼 때마다 '아, 그냥 한번 써보고 싶은 것뿐인데!' 하고 외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제 비밀번호 관리 프로그램은 이미 포화 상태였죠.

이 작은 불만에서 저의 엉뚱한 실험, '모두의 메모'가 시작되었습니다. 만약, 이 세상의 모든 메모 앱과 정반대로 가는 서비스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죠.

 

로그인? 개인정보? 그게 뭐죠? 먹는 건가요?

 

'모두의 메모'의 컨셉은 지극히 단순하고 무책임(?)합니다.

 

"아무나 쓰고, 아무나 보고, 아무나 지운다."

 

네, 맞습니다. 개인화 따위는 없습니다. 내가 쓴 메모를 옆집 철수도, 미국 사는 제임스도 볼 수 있죠. 심지어 지울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내용을 기록하기 위한 앱이 아니라,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을 가볍게 툭 던져놓고 '잊어버리기 위한' 메모장. 마치 인터넷 망망대해에 띄워 보내는 유리병 편지처럼요.

"이걸 어디다 써요?" 라고 물으신다면, 저도 처음엔 "글쎄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저 로그인 없는 서비스라는 아이디어가 좋아서, 일단 저질러보기로 했습니다.

 

 

"메모앱 만들어줘" AI에게 떠넘기기 신공 🤖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서비스는 제 손가락보다 AI의 손가락이 더 많이 수고했습니다. 요즘 개발자들 사이에서 핫하다는 Cursor를 열고, 마치 소원을 빌 듯 프롬프트를 입력했죠.

 

"누구나 쓰고 지울 수 있는 간단한 메모 앱 만들어줘."

"디자인은 그냥... 심플하게 해줘. 미니멀리즘 알지?"

"데이터는 Supabase에 저장하고, 배포는 Vercel로 한방에 가자!"

 

AI는 정말 말귀를 잘 알아듣는 인턴처럼 뚝딱뚝딱 결과물을 만들어냈습니다. 저는 그저 가끔씩 옆에서 "오, 잘하는데?" 하며 추임새를 넣는 사수 역할만 했을 뿐이죠. 덕분에 아이디어가 떠오른 지 며칠 만에 세상에 제 작은 디지털 놀이터를 오픈할 수 있었습니다.

 

 

 

GeekNews 등판! 그리고 시작된 진짜 지옥... 아니, 운영

 

덜컥 겁도 없이 세상에 나온 '모두의 메모'는 운 좋게도 GeekNews에 소개되었습니다. "오, 나도 이제 '네임드' 개발자...?" 하는 허황된 꿈에 젖어 들던 순간, 제 휴대폰이 새벽 3시에 미친 듯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고작 메모 몇 개 쓰는 서비스에 무슨 일이지?' 반쯤 감긴 눈으로 DB를 확인한 순간, 잠이 확 달아났습니다. 정체불명의 스팸 메시지가 752개나 테이블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내용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것들이었죠. 📈

 

그날 저는 잠옷 바람으로 새벽을 코딩으로 불태웠습니다. 스팸을 지우고, 메모 개수 제한을 걸고, 간단한 필터링을 추가하면서 생각했습니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운영'이구나. 서비스를 만드는 건 정말 시작에 불과하구나.'

 

하지만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바로 다음 날, 이번엔 XSS(크로스 사이트 스크립팅) 공격 시도가 로그에 찍혔습니다. 아마 심심했던 로봇의 소행이었겠지만, 순간 등골이 오싹했죠. "아니, 이 작고 하찮은 서비스에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거예요!"라고 소리치고 싶었습니다. 부랴부랴 보안 관련 코드를 덧붙이며, 저는 토이 프로젝트라도 인터넷에 공개되는 순간 '장난감'이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그래도, 만들길 잘했다

정신없는 일주일이 지나고 데이터를 열어보았습니다. 464명의 방문자, 804번의 페이지뷰. 누군가에겐 작은 숫자일지 몰라도, 제게는 정말 소중한 기록이었습니다.

 

 

스팸과 의미 없는 낙서들 사이에서, 보석 같은 메모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누군가의 진심 어린 응원, 힘이 되는 글귀, 오늘 하루를 다짐하는 소소한 목표들. 익명의 공간이기에 오히려 더 솔직하고 따뜻한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 것을 보며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저 역시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도 상관없는 할 일 목록을 '모두의 메모'에 적어두는 헤비 유저가 되었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배운 점은 명확합니다.

세상에 작은 서비스란 없다: 일단 배포 버튼을 누르는 순간, 당신의 서비스는 전 세계 해커와 스패머들의 놀이터가 될 수 있다. 대비, 또 대비!

만드는 건 튜토리얼, 운영이 진짜 게임: 개발의 끝은 끝이 아니라, '운영'이라는 무한 굴의 시작이다.

아이디어보다 중요한 것: AI 시대에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건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제 중요한 건 '누가 더 재미있게, 더 빠르게 만들고, 더 잘 소통하며, 더 끈질기게 '운영'하는가' 입니다.

혹시 지금 '이런 걸 만들어도 될까?' 망설이는 아이디어가 있으신가요? 일단 저질러보세요. 생각지도 못한 스팸과 공격에 시달릴 수도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값진 경험과 깨달음을 얻게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어쩌면 당신의 서비스를 통해 누군가는 작은 위로를 받을지도 모르고요. 😊

 

“누구나 쓸 수 있고, 볼 수 있고, 지울 수 있는 메모장”

모두의 메모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찰나의 메모를 남겨보세요!

https://memo-new-project.vercel.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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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산솔 솔앤유 · 콘텐츠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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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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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넘넘 감사합니다!!! 이오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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