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호 텍사스주 휴스턴 총영사 인터뷰
『텍사스로 가자』 『나는 텍사스 1호 영업사원입니다』 저자
한국 바이오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관점을 듣고자, 텍사스를 개척한 외교 현장의 리더를 직접 만났습니다. 보이지 않던 글로벌 진출의 길을 설계해온 그의 실천 전략과 통찰을 들어보았습니다.
“대한민국 총영사를 만난 건 오늘이 처음입니다.”
제가 텍사스 휴스턴 총영사로 부임한 직후,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텍사스 메디컬 센터(TMC)였습니다. TMC의 윌리엄 맥키온 회장을 직접 만났을 때, 그가 처음으로 제게 건넨 말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저는 미국 최대 의료 클러스터와 한국 바이오 산업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설명했고, 곧이어 MD 앤더슨, 칠드런스 병원, 메소디스트 병원까지 저에게 직접 브리핑을 시작했습니다.
그 신뢰는 2025년 6월 12일, TMC와 한국 정부·민간 기관이 공동 주최한 ‘한미 바이오 포럼’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날, 휴스턴 시장은 공식적으로 ‘한미 바이오데이’를 선포했고, 텍사스 주정부 장관은 한국 기업들의 진출을 지지하는 인증서를 전달했습니다. 이것은 ‘보스턴·샌프란시스코 중심의 바이오 시대’를 넘어,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글로벌 거점을 선택할 수 있는 전환점이 열렸다는 선언과도 같았습니다.
바이오텍 기업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단순한 기술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신뢰, 이해, 설득, 관계 구축, 그리고 구조화된 전략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이번 인터뷰는 ‘보이지 않던 통로’를 실체화하며,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텍사스를 기회의 플랫폼으로 삼을 수 있도록 돕는 전략적 기록이자 실질적 나침반이 되기를 바랍니다.
Q1. 한국 바이오 기업이 지금 텍사스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미국 바이오 산업의 세 번째 패권은 바로 휴스턴입니다.”
2023년 11월, TMC 헬릭스파크 오픈식에서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단호히 선언한 말입니다. 이는 단순히 한 도시의 부상을 넘어, 보스턴–샌프란시스코–휴스턴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바이오 삼각축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였습니다.
미국은 현재 동부의 보스턴, 서부의 샌프란시스코, 남부의 휴스턴을 잇는 ‘바이오 삼각지대(Bio Triangle)’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 중 휴스턴은 그 중심축으로 빠르게 부상 중입니다. 지금이 바로 이 초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전략적 창구’라 말할 수 있습니다.
텍사스는 이제 더 이상 에너지 중심지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의료 클러스터인 텍사스 메디컬 센터(TMC)를 중심으로, 미국 정부의 바이오 산업 육성 전략에 따라 막대한 투자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저는 바이오 산업의 중심축이 보스턴–샌프란시스코–휴스턴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진입 장벽이 낮고 산업 클러스터가 급성장 중인 지금이야말로,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할 최적의 타이밍입니다.
Q2. 텍사스에서 바이오 협력의 핵심 거점은 어디인가요?
텍사스 메디컬 센터(TMC)입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의료·바이오 클러스터인 TMC는 미국 내 임상 실험 누적 건수 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MD 앤더슨, 휴스턴 메소디스트, 메모리얼 허먼 등 60개 이상의 병원과 연구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TMC는 단순한 병원 집합체를 넘어 전임상–임상–실험–FDA 인허가까지 전 주기 바이오 밸류체인이 구축된 통합 생태계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특히 헬릭스파크와 이노베이션 팩토리 같은 바이오 특화 단지가 본격 가동되면서, TMC는 병원–연구–사업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진화 중입니다.
미국에는 명성과 실력이 우수한 병원이 곳곳에 있지만, 클러스터 전체가 전략적 허브처럼 작동하는 곳은 TMC가 유일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지금 이곳에는 바이오 혁신의 에너지, 자본, 글로벌 파트너십이 집중되고 있으며, 한국 기업들이 협력할 최적의 거점이라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Q3. 미국내 다른 바이오 클러스터와 비교할 때, 텍사스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보스턴과 샌프란시스코는 고비용, 고경쟁 시장입니다. 실제로 한국의 중대형 제약사조차도 현지 운영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한국의 바이오텍 기업들이 BIO USA와 같은 바이오 파트너링 행사에 참여하지만, 아직은 실질적인 계약보다는 부스 운영이나 미팅 중심의 기술 홍보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미국내 기존 메이저 허브로의 진입이 결코 쉽지 않음을 많이 체감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혼자서는 힘든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중견 기업들과 연합해 ‘인큐베이터형 진출 모델’을 구축한다면, 세제 혜택이 큰 텍사스 지역에 더 많은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큰 기업은 자본과 구조를, 작은 기업은 기술과 유연성을 갖고 함께 진입하면, TMC 내 실험실·임상 연계·벤처 지원 기관 등과의 접점을 통해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Q4. 한국 기업 중 휴스턴과 실질적으로 협력한 사례가 있나요?
네, 대표적으로 보령과 CJ 사례가 있습니다.
2023년 11월, 우주 신약 개발 사업에 투자를 했던 보령의 고위 관계자가 휴스턴을 방문했는데, 그는 당시 미국 우주개발 기업 액시엄(Axiom)의 이사회 참석차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저와의 미팅 이후, 제가 TMC 산하 이노베이션 팩토리와 JLABS(Johnson & Johnson Innovation Labs) 등을 직접 둘러보실 수 있도록 주선했습니다. 이후 보령측에서는 “반드시 이 생태계에 들어오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밝혀왔습니다.
CJ 또한 바이오 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한미 바이오 포럼의 공식 스폰서로 참여해 라운드 테이블을세션을 진행했고, CJ아메리카와 서울대병원 관계자가 직접 휴스턴을 방문해 TMC 생태계를 체험했습니다.
이들도 당초 MD 앤더슨 암병원만을 주요 기관으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방문해보고 나서는 TMC 전체 생태계의 규모와 연결 구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평가했습니다.
TMC에 대한 국내 인식은 아직 제한적이지만, 실제로 체험해본 기업들은 대부분 “이 안에 반드시 들어와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저는 앞으로도 이러한 실질적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플랫폼 역할을 계속 확장해갈 계획입니다.
Q5. FDA 승인 전략 수립을 도와줄 전문가 네트워크가 텍사스에 마련돼 있나요?
FDA 승인은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바이오 기업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관문 중 하나입니다. 이를 고려해, 저는 한미 바이오 포럼 당시 FDA 승인 자문 전문기관 ‘라크만 컨설턴츠(Lachman Consultants)’를 직접 초청했습니다.
이 기관은 뉴욕에 본사를 둔 글로벌 컨설팅사로, 유럽과 북미 전역의 제약·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FDA 전략 수립, 규제 대응, 품질 시스템 구축 등을 지원해 온 경험이 풍부합니다.
제가 마련한 라운드테이블 세션에서 라크만 측은 FDA 조직 구조, 승인 단계별 요구사항, 실무 전략 등을 구체적으로 공유했고, 현장 참석자들은 “FDA가 이렇게 체계적인 구조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FDA 승인까지의 전략을 한국 기업이 독자적으로 구축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전문 자문 네트워크와의 연결은 실질적인 진입 장벽을 낮추는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Q6. FDA 승인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바이오 인프라가 텍사스에 구축돼 있나요?
텍사스 메디컬 센터(TMC) 내에는 FDA 승인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플랫폼이 실제로 작동 중입니다.
핵심은 JLABS @ TMC, 즉 Johnson & Johnson이 2016년부터 운영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인큐베이터입니다. 이곳에서는 초기 연구 → 시제품 개발 → 임상 설계 → FDA 준비까지 전 단계를 한 곳에서 수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MD 앤더슨, 메소디스트 병원 등과 연계된 병원 기반 임상시험 인프라, 그리고 앞서 언급한 FDA 전문 자문 네트워크(예: 라크만)와 연결되어 실험부터 승인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현실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보스턴이나 샌프란시스코처럼 완전한 성숙 단계는 아니지만, 비용 구조와 진입 장벽 측면에서는 한국 기업에게 훨씬 유리합니다.
따라서 FDA 승인까지 고려하는 전략적 진출 관점에서, ‘지금의 텍사스’는 매우 유효한 타이밍입니다.
Q7. 바이오 기능성 화장품(Bio-Cosmetic) 분야도 텍사스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요?
네, 바이오텍뿐만 아니라 기능성 화장품(Bio-Cosmetic) 분야에서도 텍사스는 매우 전략적인 진출 무대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CJ 아메리카 대표와의 만남에서 다음과 같은 제안을 드렸습니다.
“올리브영이 곧 텍사스에 매장을 오픈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단순 수입이 아닌, 현지에서 ‘Made in USA’ 기반의 바이오 기능성 화장품을 직접 생산해 미국 시장에 승부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이 전략의 핵심은 단순 유통이 아닌 현지 생산 기반 확보 + FDA 수준의 기능성 인증 + 북미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제품 포지셔닝입니다.
지금 CJ, 올리브영 등 K뷰티 유통망은 북미 확장을 준비 중이며, 저는 TMC와 FDA 컨설팅 네트워크를 연계해, 기능성 뷰티 제품이 의료·바이오 기준에 맞춰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연결을 제안해 온 바 있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K뷰티 수출을 넘어서, 기술력과 기능성을 갖춘 한국 바이오 뷰티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서 ‘의미 있는 제품’으로 자리 잡아야 할 시점입니다.
그리고 그 무대는 비용 효율성과 유연성이 높은 텍사스, 그중에서도 TMC를 중심으로 한 휴스턴이 될 수 있습니다.
Q8. 한국 기업이 텍사스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 어떤 요소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할까요?
텍사스는 규제 유연성과 친기업 정책 덕분에 미국 내에서 사업하기 좋은 지역으로 꼽히지만, 미국 연방법과 주법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필수입니다. 특히 바이오텍 기업이라면 다음 세 가지 요소를 반드시 검토해야 합니다.
첫째, 환경 규제입니다. 텍사스는 타 주에 비해 규제가 완화되어 있는 편이지만, 연방 환경보호청(EPA)의 기준은 엄격히 적용됩니다. 바이오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화학물질 처리, 폐기물 관리 등은 사전 준비가 필요하며, 환경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승인 지연이나 제재 리스크를 줄여야 합니다.
둘째, 세금 전략입니다. 텍사스는 주 단위 소득세가 없고 판매세만 부과되는 구조이지만,
부동산세, 프랜차이즈세 등 간접세 부담이 있을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지 회계·법률 전문가와 함께 사전 설계를 통해 R&D 세액 공제, Tax Credit 등 가용한 인센티브를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이 요구됩니다.
셋째, 인력 확보 및 조직문화입니다. 텍사스는 다문화·고숙련 인재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특히 바이오 분야는 성과 중심 인센티브, 유연한 조직문화, 복지 수준이 인재 유치의 핵심입니다. 한국식 관리 방식의 단순 이식보다는, 현지 인력과의 융합 전략이 효과적입니다.
정리하며
텍사스는 전통 의료 중심지에서 바이오 R&D 허브로 빠르게 재편 중이며, TMC, JLABS, 헬릭스파크, FDA 네트워크 등 바이오 핵심 인프라가 집중된 곳입니다.
지금은 초기 진입자가 구조적 기회를 선점할 수 있는 ‘전략적 진입 타이밍’입니다.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이 흐름을 활용해, 미국 시장에서의 존재감과 지속가능한 기반을 구축하길 기대합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얻게된 인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바이오·의료기기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면서 언제나 1순위 시장은 단연 미국이었다. 그러나 막상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늘 막막했기에, 이제 그 문이 열리기 시작한 텍사스 휴스턴을 통해 더 많은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미주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로벌 진출에 완벽한 환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이제 막 문이 열리기 시작한 곳은 새로운 기회의 진입점이 된다. 빠르게 움직이는 기업과 개인만이 그 기회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