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서형 연구위원
LG경영연구원 · DBR(동아비즈니스리뷰)필진
중국을 더 이상 ‘저가 생산의 나라’라고 부르긴 어렵다.
지금의 중국 시장은 기술·속도·공급망이 결합된 거대한 실험실이며, 그 중심에는 정부 지원뿐 아니라 기업과 인재 생태계가 있다. 그래서 지금을 “차이나 인사이드 2.0”이라 부를 만하다.
생산 기지에 머물던 ‘차이나 인사이드 1.0’ 시대를 지나, 중국은 속도·수직통합·프로세스 혁신을 무기로 글로벌 기술·공급망·경험 경쟁을 주도하는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
그들이 전기차를 빠르게 개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굿 이너프(Good Enough)” 전략에 있다. 완벽보다 속도와 학습을 우선하며 신뢰성 테스트 일부를 축소, 개발 기간을 단축했다.
996 근무체제로 대표되는 열정의 제도화, 그리고 고객 중심 조직으로의 전환은 후발주자가 리더로 도약하는 명확한 로드맵이었다.
이번 인터뷰는 그 흐름을 투자자의 인사이트이자 스타트업의 실행 프레임으로 압축해 보여준다.
‘차이나 인사이드 2.0’: 속도에서 경험으로
Q1. 현재 중국 자동차 시장의 경쟁 구도는 어떤 모습이며, 현재 어떤 기업이 중심에 있나요?
중국 자동차 시장은 지금 ‘초경쟁(하이퍼 경쟁)’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동시에 IT 기업인 화웨이(Huawei)는 핵심 기술 파트너로 자리 잡았습니다. 화웨이는 여러 완성차 회사들과 함께 Harmony Intelligent Mobility Alliance (鸿蒙智行, HIMA)라는 협력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화웨이는 직접 차를 만들지 않고 세레스(Seres), 체리(Chery), BAIC, JAC 등 파트너사에 솔루션을 제공하며 아이토(Aito), 럭시드(Luxeed) 등 다수의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습니다.
이처럼 중국의 경쟁은 “기술 중심을 넘어 고객 경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경쟁의 중심축이 하드웨어 스펙을 넘어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경험으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술력과 플랫폼 역량을 갖춘 비(非)자동차 기업의 시장 진입이 핵심 변수로 볼 수 있습니다.
Q2. ‘차이나 인사이드 2.0’은 무엇이며, 왜 자동차 산업에서 두드러지나요?
1.0이 생산 기지에 머물던 시대를 넘어, 2.0은 중국이 속도·수직통합·프로세스 혁신을 무기로 글로벌 경쟁을 주도하는 새로운 운영 모델입니다.
자동차 산업은 이 전환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전통적인 글로벌 OEM의 개발 주기가 중국 EV 스타트업에서는 20개월로 절반 단축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평균 2년 주기로 신차를 출시하며 글로벌 전통 브랜드보다 2배 빠른 속도를 보입니다.
실제로 독일 뮌헨 IAA 현장에서는 중국 기업 홍보 영상이 10분 넘게 대형 스크린에 상영되어 “여기가 독일인가, 중국인가”라는 인상을 줄 정도였습니다.
핵심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
① 속도, 수직 통합, 프로세스 혁신 등의 운영 모델 학습 및 모니터링
② 경쟁 구도와 가치사슬의 변화
③ 새로운 협력·경쟁 전략 마련입니다. 이 세 축을 통해 중국이 불가피한 중심축으로 떠오를 2026년, 글로벌 기업이 나아갈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중국 협력의 재정의 — 생존·인재·학습 전략
Q3.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왜 여전히 중국과 협력하고 있고 어떤 방식을 선택했나요?
현재 독일 자동차 산업 매출의 많은 비중이 중국에서 발생할 정도로 중국은 핵심 시장입니다.
동시에 중국 시장이 '판매처'를 넘어 '개발 파트너'로 진화하면서, 글로벌 OEM들은 중국의 속도와 혁신을 흡수하기 위해 적극적인 협력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판매를 위한 것이 아니라, 중국 내 기술개발 생태계와 인재풀에 접근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협력 방식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됩니다.
1. 철저한 기술 수용형(예: 도요타) — 보수적 기업으로 알려진 도요타조차 중국 시장을 위해 현지 R&D 권한을 전면적으로 위임하며, 개방적 협력으로 전환했습니다.
2. 내재화 추구형(예: 폭스바겐) — 샤오펑(Xpeng) 지분 확보 및 E/E 아키텍처 기술 협력을 통해 중국의 개발 속도와 방법론을 내부 시스템에 동화하려 시도했습니다. 이를 통해 개발 주기 30%, 원가 40% 절감을 기대했습니다. 동시에 자율주행·스마트카 기술 확보를 위해 조인트벤처 설립과 JV개발 체계를 강화했습니다.
3. 공동 창조형(예: 아우디–상하이차 협력) — 양사는 24시간 R&D 피드백 구조를 통해 시차를 극복하며 공동 개발에 성공, E5 Sportback 같은 신모델을 출시했습니다.
4. 판매·글로벌 확산형(예: 스텔란티스) — 스텔란티스는 리프모터(Leap Motor) 와 합작, 글로벌 생산기지를 구축하며 중국 기술을 세계로 확장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또한 독일 뮌헨 IAA 현장에서는 BYD, CATL, 샤오펑 등 중국 기업들이 폭스바겐과 같은 규모의 부스를 운영, 유럽 현지에서 존재감을 넓히고 있습니다.
이 모든 흐름은 “중국의 기술력+글로벌 플랫폼+서구의 품질 기준”이라는 새로운 산업 표준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모든 흐름은 중국이 제품 수출을 넘어 솔루션과 표준까지 해외로 확산하며 '차이나 아웃사이드(China Outside)'로 확장되는 전환점임을 보여줍니다.
속도와 리스크의 딜레마 속에서
Q4. 어떻게 이런 신차의 ‘빠른 출시’가 가능한가요?
정부의 지원만이 아니라 “굿 이너프(good enough)”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모든 요건을 100% 충족시키기보다 필수 기준을 통과하는 수준에서 과감히 출시하여 개발 기간을 단축합니다. 여기에 혁신 집착, 치열한 경쟁 문화, 실행 중심 조직 운영이 겹치며 속도를 극대화합니다.
거기에 더해 샤오펑(Xpeng) 은 “그간 기술 중심에 집착해 고객을 충분히 몰랐다”는 자성 위에 고객 집중형 조직·프로세스로 전환했습니다. 또한, 『이코노미스트』가 소개한 글로벌 이노베이션 인덱스(GII) 에서 중국이 10위를 달성했다는 보도는 R&D 강화와 추격 가속을 시사합니다.
Q5. 앞으로 중국의 전기차 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기대하시나요?
중국 전기차 산업은 이제 시장·기술·정책·생태계를 아우르는 총체적 역량 단계로 진입했습니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기술 혁신 속도는 압도적으로 빨라지고 있으며, ‘글로벌 확산 역량’과 ‘정책·생태계 조성력’을 동시에 갖춘 몇 안 되는 산업군으로 평가받습니다.
그 결과, 전기차와 배터리·AI 기술이 중심이 된 중국 기술 트렌드가 글로벌 표준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경쟁 구도는 새로운 형태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GM과 혼다 같은 경쟁 기업이 플랫폼을 공유하는 일이 상상조차 어려웠지만, 이제 중국 시장에서는 합종연횡(전략적 제휴와 융합) 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Software Defined Vehicle가 AI-Defined Vehicle 로 진화하면서, 기술의 중심축이 미국·유럽에서 중국으로 일부 이동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Q6. 이러한 성장 속에서 잠재된 리스크는 무엇인가요?
제가 볼 때, 현재 EV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속도 뒤에는 말씀하신 대로 여러 부작용, 즉 심각한 리스크들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시장 내부의 '구조적 딜레마' 리스크입니다. 여기에는 과잉 경쟁, 수익성 부재, 그리고 공급망 압박이 포함됩니다. 현재 중국 시장을 보면 100여 개가 넘는 EV 제조 업체가 난립하면서 치열한 '가격 전쟁'과 만성적인 '공급 과잉'에 빠져 있습니다. 테슬라가 시작한 이 가격 인하 경쟁(치킨 게임)은 산업 전반의 수익성을 급격히 악화시켰고, 실제 흑자를 내는 기업은 BYD, 리오토, 세레스 등 소수에 불과합니다.
결국 다수의 기업이 '수익 없는 혁신'의 덫에 빠진 셈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 무자비한 가격 전쟁의 부담이 결국 '공급망' 전체로 전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결국 소수의 승자만이 살아남는 '자연도태 메커니즘'의 작동을 의미하며, 산업 생태계 전반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핵심 리스크입니다.
두번째로, '기술과 사회의 불균형' 리스크입니다. 이는 '속도와 안전의 딜레마'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기술 개발은 가속화되고 있지만 소비자와 사회 시스템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입니다. 소비자가 기술의 한계(예: 자율주행)를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기능을 오인하여 비극적인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기술 개발의 조급증'이 '안전'이라는 핵심 가치를 위협한 것입니다.
실제로 샤오미 SU7 고속도로 추돌 사고 이후, 시장과 규제 당국의 시선은 급격히 냉각되었습니다. 상하이 모터쇼 현장에서도 '자율주행'이라는 용어 대신 '안전'과 '주행 보조'가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습니다. 기술은 앞서가지만 교육, 안전, 윤리 체계가 뒤따르지 못하는 불균형이 현실화된 것입니다.
마지막은 '지정학적 리스크'입니다. 이는 개별 기업이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환경 리스크로, 산업 전반에 중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미국의 커넥티드카 규제와 같은 지정학적 제약이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특히 해외 시장 확장을 목표로 하는 중국 기업들에게 거대한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는 세계 자동차 시장을 '중국 기술 블록'과 '비(非)중국 기술 블록'으로 분절시키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실행의 철학 — 속도, 구조, 그리고 리더십
Q7. 샤오미 레이쥔의 발표가 주는 핵심 신호는 무엇인가요?
최근 그가 '평생 편히 살 수 있어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반도체 산업에 도전하겠다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저는 이 메시지가 몇 가지 신호를 보낸다고 봅니다.
우선, '속도와 확장'입니다. 단순히 반도체를 하겠다는 것을 넘어, 가전에서 시작해 EV로, 그리고 이제는 반도체로까지 사업 영역을 매우 빠르게 넓히려는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려있음을 보여줍니다.
거기에 더해 말이 앞서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투자 및 조직 전환을 먼저 감행하는 실행 중심의 문화를 명확히 드러냅니다.
마지막으로 빠른 확장과 실행력을 뒷받침하는 방식인 '운영 원리'입니다. 우선, 업무·공정·의사결정 전반에 빠르게 리더들의 Span of control을 넓히며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빠른 실험과 즉각적인 보상 등을 통해 조직의 열정을 제도화하고 있으며, 생태계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되 핵심 자산은 철저히 자체 보호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투자자나 업계 관계자로서 우리가 이들을 볼 때 주목해야 할 실행 프레임은 “효율을 끌어올리고, 핵심은 지키면서, 확장은 빠르게”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샤오미가 단순한 제품의 글로벌 진출을 넘어, 반도체와 같은 핵심 '역량' 자체를 강화하며 글로벌로 나아가려는 시도를 계속할 것임을 암시합니다.
신뢰로의 진화: 속도 이후의 경쟁력
Q8. 중국 정부와 기업은 전기차로 속도와 가격경쟁력을 넘어 신뢰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나요?
네, 이 질문은 현재 중국 EV 산업의 매우 중요한 변화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중국 산업이 단순한 '속도 경쟁'의 단계를 넘어 '질서와 통제', 그리고 '신뢰 구축'의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 중국 산업의 이미지가 '저가·모방·양산'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로의 완전한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산업 내 무질서하고 과열된 경쟁을 적극적으로 통제하며 질서를 잡아가고, 기업들은 그 틀 안에서 '품질', '서비스망(AS망)', 그리고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매우 정교하게 다듬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독일 IAA(뮌헨 모터쇼) 현장에서 본 중국 기업들의 태도는 이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그들은 "우리가 이만큼 할 수 있다"는 식의 과시보다는, 오히려 유럽 산업 생태계 속으로 조용히 스며들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는 이것이 단순한 시장 확장이 아니라, 유럽 시장 내에서 '신뢰를 기반으로 한 침투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궁극적으로 중국은 이 과정을 통해 산업의 고도화, 지정학적 협상력 확보, 기술 주도권 강화라는 선순환 구조를 노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앞으로 중국이 단순한 제품을 글로벌로 내보내는 것을 넘어, 핵심 역량 자체를 강화하며 글로벌로 나아가려는 시도를 계속할 것임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라고 봅니다.
Q9. 중국을 ‘보지 않겠다’는 태도는 왜 위험하며, 지금 우리가 전환해야 할 관점은 무엇인가요?
산업의 트렌드가 중국발로 형성되고 소비자 행동도 그에 맞춰 변하는 만큼, 중국을 배제하면 시장 변화의 언어 자체를 놓치게 됩니다.
중국 내에서는 제품·기술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고, 대표적으로 화웨이같은 기업이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들이 자신이 이해하는 언어로만 고객을 해석하는 관성에서 벗어나, 실제 고객의 표현·데이터·맥락을 해독하는 역량을 키워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우리 밸류체인이 어디까지 확장될지를 그려 보고, 어떤 구간에 집중할지 고민도 필요합니다. 속도는 따라잡을 수 있지만, 구조는 복제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전기차 산업은 기술뿐만 아니라 실행, 실행을 넘어 생태계가 중심이 되는 전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속도와 신뢰로 설계될 미래 생태계', 이것이 지금 투자자와 기업이 주목해야 할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유럽 자동차 시장의 한가운데에서 여러 실험을 통해 ‘속도만 빠른 중국’에서 ‘신뢰받는 파트너’로 올라선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확장은, 결국 속도의 혁신이 신뢰의 혁신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중국은 전기차 시장의 특성을 빨리 파악하고 과감히 실행했고, 이제는 브랜드·서비스·협력 구조까지 갖춰 유럽 시장에 조용히 스며드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이번 대화를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지점은 분명하다. 중국을 하나의 예외가 아니라 현재의 기준으로 보고, 내가 속한 산업군에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빨리 학습해야 할지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것. 결국 앞으로의 경쟁력은 속도만이 아니라, 속도 이후를 설계하는 신뢰의 구조에 달려 있다.
- 본 아티클의 내용은 LG 경영연구원의 공식 의견이 아님을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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