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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을 이끄는 자본·인프라의 엔진, 에너지 비즈니스

문승희 위원 인터뷰

SK주식회사 AX / 제조 글로벌사업부문 사업개발 전문가
《에너지 비즈니스》(2025), 《기후기술의 시대》(2023) 저자

 

AI, 반도체, 모빌리티, 금융까지—그 모든 혁신의 뒤에는 전력과 에너지 인프라가 있다. 문승희 작가는 이를 ‘글로벌 산업의 숨은 엔진’이라 부르며, 에너지 전환이 단순한 친환경 담론이 아니라 자본이 새롭게 배분되는 시장 구조의 전환임을 강조한다.

2023년 저서 《기후기술의 시대》에서 그녀는 기후 변화 대응이 환경 의제를 넘어 기술 패권과 자본 이동의 출발점임을 짚었다. 이어 올해 신간 《에너지 비즈니스》에서는 그 흐름이 실제 산업의 밸류체인과 수익 구조를 어떻게 재편하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전력을 다루는 능력”이라는 명제 아래, 글로벌 에너지 전환과 경쟁의 본질을 이번 인터뷰에서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한국-스웨덴 지속가능 파트너십 서밋, 패널 토론자로 참여 (2025년 10월)

 

에너지 전환이 투자 시장을 재편하는 이유

 

Q1. 에너지 전환은 왜 ‘환경을 위한 선한 일’보다 오히려 거대한 돈의 흐름으로 보아야 할까요?

전 세계 에너지 산업은 자본이 드나드는 관문이자 세계 경제의 핵심 인프라입니다. 거대한 자본과 기술이 이 영역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이죠. AI, 반도체, 모빌리티 등 어떤 산업도 에너지 기반 없이는 작동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에너지의 가치와 규모를 체감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비교적 저렴한 전기 환경에 익숙하고, 과거 오일 쇼크처럼 “자원 위기”를 겪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 세계의 부(富)의 가치와 권력은 오래전부터 에너지를 중심으로 움직여 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국내 대기업 다수는 에너지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했고, 지금도 에너지 전환·금융·신재생·신사업을 결합해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겉으로 잘 보이지 않을 뿐, 그 밑바탕에는 기술과 에너지 인프라가 견고히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강연과 책에서 이렇게 강조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산업은 에너지 비즈니스다.”

AI도, 제조도, 금융도 결국 이 토대 위에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Q2. 글로벌 테크 기업들은 왜 에너지 전환에 그렇게 막대한 투자를 하는 걸까요?

지금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글로벌 IT 기업들은 AI를 중심으로 산업 전환(AI-driven industrial transformation)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이 바로 전력(Power)입니다.

AI 데이터센터(AIDC, AI Data Center)는 어마어마한 전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에너지 확보와 효율성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됩니다. 그래서 이 기업들은 단순히 친환경 이미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즈니스 지속성의 핵심 인프라로서 에너지를 선점하기 위해 투자하고 있습니다.

즉,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수력, 지열 등)·신에너지(수소에너지, 연료전지 등)의 다양한 에너지 전환 기술에 먼저 발을 담그며,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먼저 짐을 지고 움직이자’는 전략적 결단을 내린 것이죠.

이건 단순한 ‘착한 이미지’를 얻고자 하는 차원이 아닙니다. 그들은 필연적인 산업 전환을 주도하며, 동시에 리더십 이미지까지 가져가는 비즈니스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결국 에너지 전환 투자는 AI 시대의 성장 동력이자,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더 탄탄하게, 더 오래 지속시키기 위한 핵심 투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Q3. 전통적인 화석에너지 기업들은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대표적인 기업인 엑손모빌(ExxonMobil)을 통해 대응전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화석 에너지 리더이지만, 지금은 탄소포집활용저장기술인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와 직접공기포집기술 즉 DAC(Direct Air Capture) 같은 신기술에 적극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들은 간단히 말해 탄소를 포집하거나 상쇄해 기존의 사업을 점진적으로 전환시키는 도구입니다.

즉, 과거처럼 석유를 뽑아내면서도 탄소 상쇄나 신재생 기술을 결합해 ‘기존의 캐시카우를 버리지 않으면서’ 서서히 새로운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과정에서 자기 사업을 잠식(Cannibalization)하는 위험이 있지만, 그걸 감수하고 ‘전환의 다리’ 역할을 하는 기술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결국 이들의 목표는 단기 이익이 아니라 장기 생존을 위한 구조적 전환(Transition) 입니다. 그리고 많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어떤 회사들은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의 수준이 아니라, 이제는 모두가 동시에 전환에 참여하는 시대라고 보시면 됩니다.

 

문승희 작가 저서 <에너지 비즈니스>(2025), <기후기술의 시대>(2023)

 

재생에너지 주도권과 투자포인트 : 중국의 에너지굴기와 캐나다의 에너지안보

 

Q4. 현재 재생에너지 분야를 주도하는 국가가 중국이라고 하셨는데, 그 배경에는 어떤 전략이 있나요?

중국은 한때 반도체나 첨단 제조 분야에서 글로벌 1위 자리를 놓쳤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다음 산업 패러다임의 주도권을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에서 찾기로 한 것입니다. 그들은 신재생 에너지를 ‘에너지 굴기(崛起, Energy Rise)’라고 칭하며, 산업 전체를 자국 중심의 가치사슬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했습니다.

중국은 풍력, 태양광의 재생에너지 인프라 분야에서 생산 기술·설비·인력·자원을 이미 자체적으로 확보했습니다. 이 덕분에 그들은 “2060년 탄소중립” 선언을 단순한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에너지 독립(Energy Independence)의 비전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즉, 오일 파동이나 파이프라인 단절 같은 외부 리스크에 휘둘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공급할 수 있는 ‘자급 가능한 에너지 국가’를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현실화 하고 있습니다. 

 

Q5. 중국의 기술력·공급망·밸류체인 지배력이 에너지 시장에서 어떤 투자 기회를 만들고 있나요?

중국은 단순히 태양광 패널을 생산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소재 → 부품 → 장비 → 완제품 → 시공·운영>까지의 전 밸류체인(Value Chain)을 모두 갖춘 나라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에서 부품 공급이 중단된다면 거대한 글로벌 해상풍력 프로젝트 자체가 멈춰버릴 정도로 기술·인력·공급망의 지배력이 막강합니다.

거기에 더해, 중국은 가격 경쟁력과 속도 면에서도 독보적이어서, 재생에너지 발전, 인프라 관련한 전세계 시장 점유율을 석권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에너지 분야에서도 “세계가 중국에 의존하는 구조”가 명확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중국의 에너지 굴기는 단순한 산업 성장 이야기가 아니라, 국가 전략·기술 주권·산업 헤게모니가 결합된 프로젝트라 볼 수 있습니다.

 

CJK(China-Japan-Korea) Cooperation Dialogue 협력대화 패널토론에서 (2025년 8월, 도쿄)

 

Q6. 캐나다의 에너지 비즈니스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요?

캐나다는 자원 부국(Resource-rich country)으로, 에너지 안보(Energy Security)와 자급(Self-sufficiency)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인구는 적지만 국토가 넓고 천연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외교나 무역에서 매우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나 관세 문제에서도 캐나다가 비교적 당당하게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에너지 자립 기반 덕분입니다. 그들은 에너지 수출국이자 안정적인 공급망을 가진 경제 대국으로, 석유, 천연가스(LNG), 전력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Q7. 캐나다의 에너지 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나요?

과거에는 전통적인 자원 개발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하이테크 기반의 에너지 혁신(High-Tech Energy Innovation)으로 빠르게 전환 중입니다.

예를 들어, LNG 가스와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결합하거나, 탄소 감축·저탄소 인프라에 대한 글로벌 협력 프로젝트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제가 캐나다의 에너지 안보(Energy Security)와 협력에 관한 포럼에 참여했을 때 인상 깊었던 점은, 그들이 에너지를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국가 정체성의 핵심으로 보고 있었다는 겁니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움직이며, 한국과 같은 기술 기반 국가와의 협력을 ‘동등한 파트너십’으로 인식하는 점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캐나다는 에너지로 외교를 하고, 기술로 신뢰를 쌓는 나라라 볼 수 있습니다.

 

WCD(Women Corporate Directors) 강연 (2025년 4월)

 

움직이는 에너지 자산, 전기차의 새로운 역할

 

Q8.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전력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EV)로 전환되면서 배터리 자체가 ‘이동형 에너지 자산’이 되었습니다. 전기차가 움직일 때는 전력을 소비하지만, 멈춰 있을 때는 ESS(에너지저장시스템)로서 전력을 저장하고 판매할 수 있습니다.
만약 전력 거래 시장이 개방되어 전기를 사고파는 것이 자유로워진다면, 자동차 제조사는 이 배터리를 통한 사업화(Monetization)를 본격화하면서, ‘전력을 기반으로 한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게 됩니다.

즉, 전력 판매–구매–저장–활용이 가능한 ‘움직이는 에너지 플랫폼’이 되는 것이죠. 자동차 안에서 인포테인먼트, 충전, 생활 서비스가 확장될수록 이 전력 기반의 밸류체인이 커지고, 결국 전기차 자체의 소비자 체류 시간·활용도·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전력과 모빌리티의 결합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에너지 생태계의 중심 축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의 브릿지 에너지 전략과 미래 기술 리더십

 

Q9. 한국은 지금 어떤 단계의 에너지 전환을 겪고 있나요?

한국은 현재 LNG(액화천연가스, Liquefied Natural Gas)와 같은 브릿지 에너지(Bridge Energy, 중간 전환형 에너지)에 집중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이는 신재생으로 바로 넘어가기 전, 탄소중립과 경제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전략적 선택지이기도 합니다. 신에너지로서, 수소, 연료전지 분야 또한 놓치지 않고 많은 연구와 투자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한국의 강점은 단순히 기술 보유가 아니라 ‘기술 통합력(Technology Integration)’입니다.삼성전자, SK, LG전자 등은 전력·반도체·소재·제조 기술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엮어내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따라서 향후 핵융합, SMR(소형모듈원자로) 같은 고난도 기술에서도 이러한 통합형 역량은 ‘한국만의 경쟁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즉, 한국은 개별 기술보다 시스템·설계·운영을 통합할 수 있는 메이커형 국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Q10. 한국이 미래 에너지 혁신에서 주목해야 할 기술과 관점은 무엇일까요?

저는 SMR(소형모듈원자로)와 핵융합 기술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는 단순한 전력 생산 기술이 아니라 에너지 안보, 수출 산업, 기술 리더십이 걸린 영역입니다.

한국은 이미 설계·시공·운영 기술을 갖춘 나라입니다. 지난 8월 부산에서 열린 기후산업국제박람회(World Climate Industry EXPO)에서도 한국형 SMR 축소 모형이 전시되며 많은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모듈형 구조 덕분에 조립·설치 기간 단축, 안전성 확보 등에서 경쟁력을 보였습니다.

물론 이 분야에 대해 회의적인 과학자들도 많습니다.
“아직 멀었다, 상용화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중국은 세계 최초의 SMR 상용화 프로젝트에 착수했으며 내년 말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미국도 곧 뒤따를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안 되는지를 말하기보다, 어떻게 되게 만들지를 연구하고 시도해야 할 시점입니다.

에너지 전환 시대의 리더십은 가능성을 실험하는 국가에게 돌아갑니다. 기술 회의론보다 실증 프로젝트를 통해 신뢰를 축적하는 방향이 한국이 다시 에너지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인터뷰의 핵심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에너지 전환은 환경 이슈가 아닌 자본의 이동과 산업 질서 재편의 중심축이다.
글로벌 테크와 전통 에너지 기업 모두 전력과 인프라를 선점하는 자가 시장의 주도권을 쥔다.
한국의 강점은 ‘개별 기술’이 아니라 복잡한 에너지·산업 구조를 통합하는 시스템적 사고력이다.

AI, 데이터, 전력, 자본이 얽힌 지금 진짜 경쟁력은 ‘혁신을 설계하는 힘’이 아니라 혁신을 구동할 에너지를 다루는 힘에 있다. 이것이 곧 전환을 이끄는 자본·인프라의 엔진, 에너지 비즈니스의 본질임을 기억하자.

 

문승희 위원 링크드인 : https://www.linkedin.com/in/insights-calli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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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미쿠스 크리에이터

투자, 테크 트렌드에 관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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