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학창 시절에 좋아했던 R&B 가수 '플라이투더스카이'의 환희 씨가 트로트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현역가왕2>에 출연했습니다. 그가 트로트 가수로 전향했다는 소식에 일부 팬들은 플라이투더스카이의 또 다른 멤버 브라이언 씨의 SNS를 통해 '환희 오빠 좀 말려주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낼 만큼, 환희 씨의 트로트 가수 전향에 대해 극구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해요.
그가 트로트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겁니다. <현역가왕2>에 출연할 당시, 출연자들 대부분 서로 아는 사이라 밥을 먹을 때에도 삼삼오오 모여서 밥을 먹는데, 본인은 스타일리스트들 사이에서 밥을 먹었다고 해요. 새로운 분야에 뛰어듦에 대한 불편한 시선과 반대의 목소리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겠지요.
하지만 환희 씨는 일부 반대에 굴하지 않고 더 많은 무대를 서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정통 트로트는 아니지만, 본인의 전문 분야인 R&B를 트로트에 섞어 자기만의 특색을 갖춘 트로트 무대를 만들었죠. 이제 그는 10·20대의 어린 팬들뿐만 아니라 50·60대 이상의 중년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는 가수로 발돋움하게 되었습니다.
동양인 최초로 국제출판협회(IPA) 회장직을 역임한 지영석 회장은, 앞으로 우리 세대는 커리어를 다섯 번은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 변화를 준비하기 위해서, 지금 우리가 속해 있는 세상의 바깥에 존재하는 사회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죠.
세상은 꾸준히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옛것을 계속 붙들고 있는 사람은 한손잡이다. 기존의 방식을 완전히 무시하고 새로운 것만 잡는 사람 또한 한손잡이다. 양손잡이가 되려면 옛것을 놓지 않고 새로운 것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 지영석 회장(책 <세상을 공부하다> 중)
한마디로 'ambidexterity', 양수능숙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환희 씨는 지영석 회장의 조언과 같이, 기존에 갖고 있던 자신의 R&B 분야를 왼손에 잡고, 지금 대중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트로트를 오른손에 잡은, 그야말로 양손잡이형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95년에 발매된 가수 패닉의 노래 '왼손잡이' 가사 중에 이런 가사가 있어요.
“난 아무것도 망치지 않아 난 왼손잡이야”
30년 전만 해도 오른손잡이를 '정상', 왼손잡이를 '비정상'으로 보는 시선이 있었는데, 이처럼 한쪽을 정상, 다른 한쪽을 비정상으로 보는 여러 편견에 대해 비판하는 가사입니다. 30년이 흐른 지금, 이제는 양손잡이의 시대입니다. 어쩌면 그것이 제가 마케터와 작가, 두 가지 직업을 8년째 병행하고 있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어요. 언젠가 자의든 타의든 직업을 바꿔야 하는 때가 찾아왔을 때, 새로운 무언가를 잡는 것이 어렵지 않도록, 두 손을 균형 맞춰 열심히 사용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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