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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창업자의 자리는 매우 고되고 힘든 자리이며 누구에게도 이해받기 힘든 외로운 자리입니다. 권력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기원전 4세기 시라쿠사의 왕 디오니소스는 실력으로 왕위를 찬탈한 참주였습니다. 그의 심복이었던 다모클레스는 늘 왕의 자리를 부러워했으며, 항상 왕의 곁에서 아첨하는 신하였습니다. 

어느 날 왕은 다모클레스에게 “그렇게 왕의 자리를 부러워하니, 하루만 왕좌에 앉아볼 텐가”하는 제안을 했습니다. 다모클레스는 왕의 제안에 뛸 듯이 기뻐하며 승낙했습니다. 연회에서 왕의 자리에 앉은 다모클레스는 아름다운 시녀들이 갖다 주는 진수성찬과 부드러운 술에 황홀해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천장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예리한 칼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다모클레스는 저것이 대체 무엇이냐고 왕에게 물었습니다.

“왕이라는 자리는 저 칼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것처럼 언제라도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이 자리가 부러운가?”

다모클레스는 혼비백산하여 왕좌에서 내려왔고 그 후 다시는 권력을 탐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미디어에서 화려하게 비춰지는 창업자의 삶은 세간의 부러움을 사지만, 필자가 근거리에서 만난 창업자들의 일상은 항상 압박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불안한 모습이었습니다. 창업자는 이러한 ‘권력’의 대가를 치루기 위해 ‘승리하는 선순환’이 필요합니다. 

이안 로버트슨 교수는 권력을 가지게 되면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아져, 걱정을 덜 하게 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과감한 시도들을 하게 만듦으로써 승자가 될 확률을 한층 높여준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승리에 대한 경험’은 우리를 더 똑똑하게 만들며 집중력을 높여주며 창의성을 증가시켜줍니다.  그리고 승리는 더 높은 테스토스테론의 원인일 뿐만 아니라 결과이기도 합니다. 

케임브리지의 연구자들은 런던 주식 중개인 열일곱 명의 투자 양상을 연구하면서, 아침과 오후에 이들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측정했습니다. 놀랍게도 아침에 측정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이들의 수익률을 예측하는 신호라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아침에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중개인들이 그렇지 않은 중개인들에 비해 더 높은 수익을 올렸습니다. 이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적이고 전투적인 자세로 과감하게 투자해 상대적으로 더 큰 성과를 얻어냈습니다.

결국 권력은 승리를 부르고 승리는 다시 권력을 낳는 선순환의 구조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창업자는 회사가 추구해야 할 사명과 비전을 수립하고, 조직의 문화와 인재상을 규정하며, 나아가야 할 전략적 방안들을 제시합니다. 창업자의 비전과 전략 하에 하나가 된 팀은 큰 조직은 흉내 낼 수 없는 엄청난 속도와 파괴력을 창출합니다. 이때 창업자의 야망은 훌륭하고 좋은 것입니다. 성공과 성취로 가게 만드는 연료이자 원동력입니다. 

권력 남용은 폐해가 매우 크지만, 권력 그 자체는 곧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힘입니다. 정치인이나 기업가뿐만 아니라, 과학자, 사회복지사, 간호사, 교사, 경찰관 모두 선한 의도를 가지고 사회와 환경과 사람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직업입니다. 이런 좋은 의도를 가지고 올바르게 행사하는 권력은 선한 것입니다. 권력을 잡는데는 대가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 대가를 덜 치르려면 권력을 ‘원해야’하고 또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즐겨야’ 합니다.

미시건 대학교의 미쉘 워트 교수 연구팀은 피실험자들을 짝지어 승자와 패자가 정해지는 게임을 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연구진은 게임의 결과를 조작한 다음, 이 결과를 기반으로 사람들을 승자 집단과 패자 집단으로 분류했습니다. 게임 전에 피실험자들은 설문 조사를 통해 각자의 권력욕을 측정했습니다. 

강한 권력욕을 가진 사람들은 승리를 거두었을 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의 수치가 큰 폭으로 떨어졌고, 반대로 패했을 때에는 코티졸 수치가 급격하게 올라갔습니다. 반면 권력욕이 약한 사람들은 패배했을 때도 그다지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서 코티졸 수치의 변화가 별로 없었습니다. 여기까지는 크게 놀라울 것 없이 없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이 승리했을 때 발견됐습니다. 

권력욕이 약한 집단은 승리를 했을 때에 오히려 코티졸 수치가 올라갔다. 이들에게는 승리조차도 스트레스 요인이었던 것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승리하는 것에 모종의 불편함을 느끼며 심지어 일부러 패배를 택하기도 합니다.

Wirth, M.M., et al., Hormones and Behaviour, 49 (2006), pp 346-352

결국 창업자가 권력욕이 낮거나 영향력 행사의 동기가 낮다면, 경쟁이 치열한 스타트업 환경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게 될 수 있습니다. 

프라이머의 권도균 대표님은 “사업 그 자체가 바로 선한 사회적 영향력”이라고 했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CSR 등의 활동을 하는 것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사업 자체가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면서요. 이 외에도 주주에게는 수익을 분배하고, 직원들에게는 양질의 고용을 창출하며 좋은 기업 문화를 만드는 등 사회에 직간접적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매우 큰 것이 창업입니다.

창업자들이 자신들이 창출하는 이런 사회적 가치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권력과 야심은 선한 의도를 가지고 행사될 때 좋은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어쩌면 창업자들이, 같이 참여하는 스타트업 씬의 플레이어들이 자신이 얼마나 ‘고귀한 일’을 하는지 잊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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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현 백패커 · CSO

백패커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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