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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크족 심사역이 육아 스타트업을 만든 이유

“테크 액셀러레이터인 블루포인트에서 육아 스타트업을 만든다고요?” 

 

회사의 첫 컴퍼니빌딩 프로젝트가 무려 육아라니. 블루포인트 전문 분야도 아닐 뿐더러, 이미 잘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있는데? 우리가 정말 이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까? 의구심이 앞섰다.

사실 망설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결혼 7년간 딩크족을 고집했던 나 자신이었다. 아이를 키우다 경력이 단절된 친구들, 아이를 대신 봐주시는 이모님께 어렵게 받은 월급을 고스란히 반납하는 동료들, 아이들 교육비로 허덕이는 선배들까지. 나의 선택에는 수많은 타당한 이유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남편의 내심 서운한 마음도 모른척했다. 그런 나에게 이번 컴퍼니빌딩 프로젝트는 쉽게 다가가기 어려웠다.

 

그러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혹시, 이번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내가 출산을 거부하는 이유들의 진짜 원인을 찾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볼 수 있을까?

 

그렇게 육아 스타트업 기획이 시작됐다. 6개월 간 육아 돌봄 서비스 현황에서 잠재고객, 관련 산업 관계자와 기업들까지 닥치는 대로 인터뷰했다. 재밌는 사실을 발견했다. 부모와 아이의 진짜 지지를 받고 있는 서비스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부모들은 최선의 선택이 아님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자신을 대신해 시간을 때워줄 이모님이나 학원에 상당한 돈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가장 하고 싶은 ‘친구와 만나서 놀기’를 할 수 없었다.

 

/ 사진 = 서울 마포구 용강동에 위치한 블루포인트 1호 컴퍼니빌딩 ‘아워스팟’ 활동 모습

 

나는 이 문제가 결국 ‘시장이 고객(아이와 부모 모두)이 원하는 서비스에 대한 고민에 집중하지 않아서’ 라고 결론 내렸다. 사업성이 없다고 외면했기 때문이다. 안전한 오프라인 공간, 신뢰할 수 있는 선생님, 아이를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콘텐츠. 이 모든 것을 고객이 지불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컴퍼니빌딩의 성패는 이 불가능한 삼위일체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누구나 느끼는 패인포인트이기에, 이 문제를 해결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결국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사실 아워스팟은 블루포인트의 단발적인 프로젝트가 아니다. 우리가 현재 직면한 인구문제를 새로운 솔루션을 통해 해결하기 위한 첫 실험이었다. 그리고 블루포인트는 개개인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이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내고 이를 진짜 해결하려는 진심어린 창업가를 찾는 노력에서 그 시작이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아워스팟이 작은 아이디어에서 진짜 서비스로 만들어지는 1년 동안 나에게도 큰 변화가 생겼다. 예쁘고 건강한 딸 아이가 태어났다. 그 동안 내 마음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순진하게 아워스팟이 내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을 완전히 해소해 줄 것이라 믿어서는 아니다. 이런 고민을 진지하게 함께하고 솔루션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적어도 앞으로의 나의 삶이 조금은 나아질 수 있을 거란 기대와 든든함 때문 아닐까.

 

 

 

 

Written by 이미영

블루포인트 수석심사역. 컨설팅 회사에서 언론사 기자, VC까지 좀처럼 교집합이 없는 커리어를 이어가다 액셀러레이터에 안착했다. 지난 10여년의 다양한 경험은 블루포인트의 '퀀텀 점프'를 이룰 컴퍼니빌딩의 자양분이 됐다. 블루포인트의 별동대와 같은 혁신창업팀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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