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빌딩 #운영 #마인드셋 #기타
회사에 대한 자부심, 무엇으로부터 비롯되나

의자 하나로 자부심을 줄 수 있다?

회사에 입사하고 연수원에 입문교육을 받으러 갔습니다. 치밀하게 짜인 각본에 따라 연출되는 한 편의 연극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훌륭한 시설과 지급되는 용품, 교육 방식과 커리큘럼, 진행 요원들의 유니폼과 일사분란한 움직임, 예의를 갖추면서도 엄격한 진행 원칙 등을 보면서 공들여 잘 준비되었다는 느낌과 함께, 입사 초기에 강하게 조직 몰입을 밀어붙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육에 참석하여 진행을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생각과 인사이트를 갖게 되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진짜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연수원 로비나 복도의 작은 공간에 누가 봐도 작품 같은 의자들이 하나씩 놓여 있었습니다. 딱 봐도 상품이 아니라 작품인 듯 했고, 유명한 디자이너의 의자도 있었습니다. 

여러 개가 같은 공간에 놓여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작품을 전시해 놓듯 놓여 있었기에, 공간을 구분하는 무언가가 없었음에도 작품이라 여겼고 아무도 앉지 않았습니다. 그 중 하나는 골판지 같은 재질로 만들어진 의자였는데, 재질이 아무래도 종이이므로 더욱이 장난으로라도 앉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는 진행하는 선배사원과 그 장소를 지나갔습니다. 갑자기 궁금해서 의자에 대해 물었습니다. 대답은, ‘마음대로 앉을 수 있는 것’이라는 것. 

‘너는 이제 이런 의자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실제 입사 동기들은 그러한 마음을 갖는 것 같았습니다. 순간 무서웠습니다. 잘 짜여진 교육 과정보다 수백만 원 이상을 호가할 만한 작품에 마음대로 앉아도 되는 사람이 됐다는 그 메시지가, 그리고 암묵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랬습니다.

 

 

조직과 개인의 동일화

규모가 큰 기업은 보이는 것을 중요시하고 이미지 관리에 많은 노력을 합니다. 기업의 가치와 이미지 개선을 위한 광고와 언론 홍보를 하고, 사회적 공헌을 실천하는 조직을 따로 운영합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이런 노력들은 내부 인력의 조직 몰입에 기여하고 잠재적 인재 확보에 도움이 됩니다. 세대와 사회적 환경이 변하면서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이 갖는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회사가 갖는 사회적 위상과 지위를 자신과 동일시합니다.

그래서 회사의 위상이 자신의 위상이 되고, 그것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지원하도록 만들게 됩니다. 실제로 인사팀에서도 ‘OO인’이라는 마치 신분을 규정하는 용어를 씁니다. 단호하게 “OO인은 무엇을 하지 않습니다”, “OO인은 어떻게 행동합니다”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여 조직과 개인의 '동일화'를 유도합니다.

 

조직과 동일화되는 사람들

회사에서 일부 사업을 정리하기로 결정하여 M&A를 진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상당히 대규모의 인력이 일하던 사업부였고, 핵심인력은 물론이고 많은 직원들이 순조롭게 적을 옮겨 기존의 사업을 그대로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어야 M&A 자체가 성사될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였습니다. 

많은 전략과 조건들이 부딪히고 깨지며 진행됐습니다.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직원들을 어렵게 설득했고, 그 이후 다른 직원들의 전적을 독려하고 설득하는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모든 대상 직원들을 일일이 면담하여 동의 여부를 묻고 설득하였습니다.

여러 면담 중 매우 놀라웠던 적이 있습니다. 자신의 기술이나 이력, 전적 조건 등을 고려할 때 실리적으로 전적하는 것이 분명 유리한 것은 알겠는데, 못하겠다는 겁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평생 자식을 이 회사에 보내고 뿌듯해하시는 부모님께 말씀을 못 드리겠다, 여때껏 OO인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왔는데 하루아침에 버린다는 것이 용납이 안된다는 이유였습니다. 

다른 한 직원에게는 결혼 적령기인데 이 회사 직원이 아니면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 어렵다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어떤 직원은 지금 자신이 일이 없어져 청소를 한다 해도 이 회사에서 하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놀라웠습니다. 물론 10년 이상 근무했던 분들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 분들의 특별한 로열티인지, 환경이 그렇게 만든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면서 느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판단으로 만족하는 것보다, 남들이 나를 판단하는 것을 중요시하고 조직과 나를 동일화하여 안전감과 자부심을 얻는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름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면서 현실적인 인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 회사가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 공들이는 노력들이 이렇게 본인의 인생을 결정하는 순간에서도 작용될 만큼 강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연수원의 그 ‘의자’가 떠올랐습니다.

 

회사에 대한 자부심은 타인으로부터

회사에 대해 심리적으로 만족하기 위해서는 내재적 보상과 외재적 보상이 모두 중요하다고 합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끼고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회사에 대해 소속감을 (때로는 동일화를) 느끼고 로열티와 자부심을 갖는 것은 일반적인 만족감 하고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즉, 연봉이나 복지 또는 직무의 가치나 자신의 역할 등에 의해 만족감을 느낄 수 있지만, 회사에 대한 자부심은 타인의 평판과 이미지를 통해 형성되고 확인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회사의 대외적 이미지와 평판을 형성하고 관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많은 시간과 인력, 비용이 투자돼야 하고, 회사의 근로조건이나 문화 등 많은 것의 변화를 전제해야 하는 일입니다. 

한편으로는 회사의 브랜딩은 여건이 될 때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구축해가야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특히, 회사의 이미지, 브랜드가 제품이나 서비스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경우, 구성원들의 구성과 몰입이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 등에서는 전략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자부심을 갖게 하는) 회사 브랜딩 시작하기

 

컴플라이언스

우선 컴플라이언스의 관점에서 개선사항을 점검하고 법적 안정성을 구축해야 합니다. 근로시간 위반, 연장근로 수당 미지급, 연차 관련 법 위반, 직장 내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부당 해고 등 법적으로 위반의 소지나 미흡한 점이 없는지 먼저 점검해 개선토록 합니다. 법을 위반하는 회사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직원은 없을 것입니다. 기본적인 것 같지만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

제 아무리 훌륭한 회사라도 모든 것을 다 좋게 할 수는 없죠. 애플에서도 구글에서도 직원들의 불만이나 비판적 목소리는 나옵니다. 다만 다른 좋은 조건들이 월등한 권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많은 인재들이 모이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이겠죠. 

이러니 스타트업의 고민은 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브랜딩이라는 것은, 특히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끼거나 긍정적 동일화를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 하나라도 특출난 것이 필요합니다. 간단히 말해, 두루두루 평범한 것보다 무엇 하나라도 확실한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회사의 한계 내에서 확실한 하나, 그것을 찾아, 그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직원들이 우리 회사를 소개할 때, 고객이나 다른 사람들이 우리 회사를 인지할 때, “다른 건 몰라도 그 회사는 OOO 하나 만큼은 진짜 좋은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올 만한 것.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명확한 방향성

스토리가 필요합니다. 회사의 사업, 제품, 브랜드 이미지,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에 맞는 전략적 방향 설정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가구회사에서 직원들이 사용하는 가구는 당사의 대표적인 제품이면 좋겠고, 여성 고객이 많은 제품과 브랜드를 위해서라면 모성보호제도와 관련 복리후생이 좋아야 할 듯합니다. 젊고 새로움을 지향하는 기업 이미지라면 기발하고 엉뚱한 회사 제도를 실험적으로 운영해 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핵심은, 어떤 제도와 시도가 설명할 필요 없이 명확하게 이해돼야 한다는 겁니다. 그것이 일관성 있게 지속돼야 브랜딩이 되고 사람들에게 이미지화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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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직원들의 커피만큼은 책임지겠다며 고급 커피바를 만들어 최고급 커피를 무제한 제공하는 기업, 성장하는 기업과 직원을 모토로 교육 내용에 관계없이 연간 수백만원의 교육비를 지원하는 기업, 직원 리프레시 만큼은 확실하게 하기 위해 연차 승인과 개수 제한을 없애고 근속별 리프레시 휴가를 지원하는 기업 등 작지만 자신만의 색을 구축해가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직원들이 회사와 자신의 브랜딩을 동일시하고 자부심을 갖는 기업, 만들고 있나요? 여러분의 ‘의자’는 무엇인지 되짚어봄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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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 IMHR · CEO

더 나은 HR을 고민하고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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