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은 지겹다, 소셜 미디어에 더 이상 소셜은 없다
이미 우리는 알고리즘의 통제를 받고 있고,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고, 앞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 우리는 예측할 수도 없습니다.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 인터뷰 중
우리는 매일 146개의 알림을 받고, 100개의 광고를 인지하게 됩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 인스타그램에서는 전체 유저의 77%가 광고를 접하고 있습니다.
광고에 피로도를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비리얼, 블루스카이 등 대안 SNS도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선 아직 낯설지만 소셜 미디어 본연의 기능과 역할에 집중해 사람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팀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창업자에요.
인스타그램의 성장을 견인한 스토리 기능을 만든 PM이 퇴사하여 창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앱 출시 이후 미국보다 아시아에서 먼저 인기를 모았고, 실리콘밸리 빅테크 CEO들이 애용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공동창업자와 현재 인스타그램 CEO 아담 모셰리, a16z의 앤드류 첸, 딜런 필드 피그마 창업자는 어떤 것에 이끌려 이 SNS를 사용하게 됐을까요?
지금의 인스타그램을 만든 PM의 새로운 도전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많이 쓰는 기능 중 하나가 스토리입니다. 올리고 나서 24시간이 지나면 없어지는 형태로 전세계에서 매일 5억 명이 스토리를 이용하고 있어요.
게시글로 올려 오랫동안 남는 게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스토리는 인스타그램에 들어와서 활동할 이유를 만들어줍니다.
2016년 8월에 출시된 이 기능은 지금까지 인스타그램의 성장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스토리 기능의 기획자는 Nathan Sharp입니다.
하버드 대학교를 나온 Nathan은 인스타그램에 들어가기 전 Nifti라는 쇼핑 서비스를 창업했었어요.
당시 미래 소득 일부를 담보로 투자를 받아 5만 달러를 모은 뒤, 사업을 키워 10만 달러의 빚을 다 갚기도 했습니다.
이후 인스타그램 PM을 거쳐 메타의 전체 프로덕트 디렉터를 맡았던 Nathan은 페이스북 데이팅, 페이스북 그룹, 메타버스 등 메타의 중추가 되는 기능들의 그로스를 만들었습니다.
2022년 Nathan은 사람들이 SNS에 지쳐하는 것을 주목했습니다.
스토리 기능이 나온 초기 동료들이 같이 일상을 공유하며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던 시절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대형 소셜 앱들이 친구들 간의 소통이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중심으로 변했다.
일반 사용자들이 콘텐츠 제작자와 경쟁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고자 Nathan은 메타를 떠나 창업에 도전했습니다.
처음에는 크리에이터 마켓플레이스, 데이팅, 채용 등의 아이템을 시도했습니다.
여러 가설을 검증하며 팀은 편안함에 집중했고, 그 결과 친구들끼리만 연결되어 사진을 공유하고 서로 일상을 살펴보는 Retro를 만들었습니다.
광고 없이 운영이 되고 있으며, 소셜 미디어의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 최대 친구 수에도 제한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실리콘밸리의 주요 인사들은 Retro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꼈을까요?
빅테크 리더들을 사로잡은 SNS
Nathan과 Retro 팀은 친구와 가족이 진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추구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한 꾸며짐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나누고, 서로가 그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그래서 내가 올린 사진은 내가 초대한 친구들만 볼 수 있습니다. 좋아요 수도 계산되지 않고 사진은 주 단위로 자동 업데이트됩니다.
그렇기에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CEO들, 셀럽들이 Retro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내가 올리는 모든 정보가 AI에 학습될 수 있는 시대에 내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 내가 일상을 보내는 순간들을 자연스럽게 올리기 위해 실리콘밸리 리더들이 Retro를 자주 쓰고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유저들이 아이 얼굴이 나오는 사진, 파티를 하는 사진, 비행 일정 등 개인적인 정보가 많은 사진을 올리는 데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고 Retro 팀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 먼저 반응이 온 프로덕트
인스타그램에서 있던 팀이 만들었지만 가장 빠르게 반응이 온 곳은 대만과 일본이었습니다.
기존 소셜 미디어에 대한 피로도를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던 시점, 1020 커플을 중심으로 레트로가 알려졌고, 스레드에서 높은 조회수의 콘텐츠가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사진을 올리면 시간 순으로 정리를 해주고, 따로 텍스트를 남길 필요 없이 저장되면서 인스타그램에서는 보여주지 못하는 일상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게 강점으로 작용했습니다.
또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더 가깝게 일상을 공유하는 앨범을 만들기도 하고, 내 관심사를 편하게 모아볼 수 있는 용도로 Retro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정말 소셜한 미디어가 나올 수 있을까?
춤을 너무 잘 추는 전문가만 있으면, 일반인은 위축됩니다.
모두가 조금씩 움직일 수 있을 때, 진짜 좋은 공간이 되죠.
그리고 ‘가만히 앉아 지켜보는 사람들’만 가득한 플랫폼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Nathan 인터뷰 중
SNS 생태계에서 중요한 가치로 다양성과 적극성이 있습니다.
특정 분야의 사람들만 그곳에서 활동한다면 그 환경은 고이게 되고, 활동 없이 지켜만 보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플랫폼은 생기를 잃어가게 됩니다.
대형 SNS에 도전하는 대안 서비스들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순간순간의 유행을 만드는 경우는 자주 있지만 오랫동안 유저의 이용을 이끌어내는 곳은 아직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Retro를 사용하며 느낀 감정은 여유와 편안함이었습니다.
일상적으로 찍는 사진들을 남의 시선을 생각하지 않고 올릴 수 있었고, 한 주 동안 내가 어떤 것에 주목했는지도 쉽게 볼 수 있었어요. 특히 함께 사용하는 커뮤니티 멤버들, 동료들의 일상도 더 가까이 지켜볼 수 있어 재밌었습니다.
Retro가 어떻게 그 흐름을 바꾸는지를 지켜본다면, 앞으로의 소셜미디어 시장에서 더 도전해볼 수 있는 기회들을 잘 포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