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셋
패키지 여행이 회사생활이라면 자유 여행은?

얼마 전 가족끼리 일본 홋카이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코로나 이후 첫 해외여행이라 약간의 설렘을 가지고 떠나, 많은 걸 경험하며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예전에는 별생각 없이 즐겼던 것들이 4년의 풍파를 겪고 나니 다르게 보이게 되더라고요. 이번에는 패키지여행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여행을 하고 보니 여행이 일과 참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패키지여행과 자유여행의 차이를 일의 관점에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1. 패키지여행 = 회사 생활

패키지여행을 신청하면 일단 여행 전 과정에서 신경 쓸 게 많이 줄어듭니다. 호텔, 항공권, 식당, 교통편 등 다양한 골칫거리들을 여행사에서 미리 준비해 주고, 현지에서는 가이드도 같이 있어 언어 문제도 해결해 줍니다. 아침 일찍부터 일정을 짜놓기에 평소보다 더 빨리 일어나게 되기도 합니다. 이동하는 버스에서는 가이드분이 심심해할까 봐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 합니다. 역사, 문화, 경제, 과거 투어 비화 등 역시 가이드분들은 이야기 보따리꾼들입니다. 때로는 중간에 자유시간을 주며 여행지에서 풀어놓기도 하고, 쇼핑 걱정도 안 하게끔 샵들도 데려다줍니다. 아, 너무 친절하게 해주는 사이에 가이드가 팁을 받아 가기도 합니다. 여행이 마무리될 때 피드백도 요청해서 향후 투어를 개선합니다.

저는 패키지여행을 비선호하는 편입니다. 우선 자기 주도성이 떨어짐에 따라 여행의 밀도가 낮아진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짜놓은 플랜에 나를 맞췄고, 현장에서의 커뮤니케이션과 조율도 대리인이 있기 때문에 나는 그 안에서 즐기기만 하고 체험을 하기만 하면 되는 상태에 도달합니다. 이에 따라 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나와 안 맞는 일정까지 같이 가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또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게 패키지여행의 특징인데요, 일상생활을 할 때도 변수가 늘 있지만, 해외여행을 가는 경우는 변수가 더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여행하는 순간의 감정과 느낌, 환경에 따라 변화를 주고 싶을 때가 있지만 패키지여행은 단체로 움직이는만큼 변수에 대응하는 게 상대적으로 경직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패키지여행은 명확한 존재 이유가 있습니다. 여행의 전-중-후 과정 중 ‘전’에 인풋을 할애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패키지여행은 탁월한 솔루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여행을 갔을 때도 패키지 여행으로 온 많은 한국인 여행객분들을 관광지마다 볼 수 있었습니다. 별 고민 없이, 큰 수고 없이 여행을 가서 마음껏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패키지여행은 여전히 매력적인 옵션인 것 같습니다.

이 패키지여행 일련의 과정을 보면 직장 생활과 참 비슷한 것 같습니다. 회사에 들어가면 이미 많이 갖춰진 것들이 있고, 그 안에서 나는 주어진 일을 잘 수행하면 됩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사수에게 물어보면서 하나씩 숙제를 풀어갑니다.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채울 때도 있고, 더 나은 성과를 위해 강하게 피드백을 할 때도 있습니다. 재택근무가 되면 좋겠지만 많은 회사는 출근을 선호하기에 전날 술을 마셔도 아침 일찍 일어나 지하철을 타고 있습니다.

한편 회사는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을 잘 해야만 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가 세워놓은 마스터플랜과 팀 단위로 만들어낸 세부 계획을 통해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 가운데 내가 원하는 방향과 방식이 생길 수 있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선순위에서 잠시 미룰 줄 아는 것도 회사 생활을 잘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또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빨리 돌아가는 세상 흐름에 일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도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전체 600명, 본부 40명, 팀 20명 정도되는 조직에서 일을 했는데 상대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게 그리 많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회사에 있었기에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집단이 축적해놓은 시스템과 노하우를 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을 익히며 시장에 대한 이해를 하는 데에 회사는 탁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회사 생활을 어떤 마인드셋과 전략을 갖고 하냐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바를 실컷 펼칠 수도 있었습니다.

2. 자유여행 = 사업

저는 첫 자유여행이 스페인 가족 여행이었습니다. 입시를 마무리하고 대학에 들어가기 전 2주 동안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패키지보다는 자유여행이 저에게 잘 맞는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내가 가고 싶은 곳들을 내 호흡에 맞춰 일정을 짜고, 맛있을 것 같은 식당과 궁금한 샵들을 자유롭게 다니고, 그날그날의 컨디션과 기분에 따라 세워놨던 계획도 뒤집어버릴 수 있는 재량권이 저를 더욱 여행자로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문뜩 너무 평화로운 나날들을 보낸다고 생각하면 한 번씩 투어를 신청하여 해설사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미술관을 보고 바르셀로나에 있는 가우디의 건축물을 더 깊게 이해했습니다. 지금은 어떤 내용인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투어를 하는 그 순간만큼은 매우 풍성했다는 잔상이 남아있습니다.

패키지여행이 회사 생활이라면 자유여행은 사업과 닮아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를 1년 정도 다닐 때 즈음 저는 회사 밖에서 나만의 뭔가를 갖춰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저는 회사에서 맡은 프로젝트에 완전히 몰입했었는데요, 마치 제 것인 것처럼 열정을 쏟았습니다. 혼자 주말에 나와 일을 하기도 하고, 자기 전까지 조회수나 좋아요를 확인했습니다. 그러다 한번은 클라이언트와 결과물을 놓고 이야기를 하면서 클라이언트의 강력한 말에 결국에는 이게 내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 뒤로는 회사에서 회사 일을 하며 내 역량을 키우고 기여하는 것만큼, 회사 밖에서 나만의 무기를 갈고닦을 필요가 느끼고 이리저리 고군분투했던 것 같습니다. 마치 <미생>의 장그래가 “내 인프라는 내 자신이었다”처럼 나만의 시스템과 노하우를 쌓아야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사업은 온전히 내 것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주고 싶은 가치를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게 사업의 주요 포인트 중 하나인 것 같은데요. 대표, 사장, CEO 등의 직함을 내걸고 선택권을 쥐는 것, 그리고 그 선택권에 온전히 책임을 지고, 결과물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게 사업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전체 플랜을 짜고 끊임없이 변수에 부딪히면서 성과를 만들어내는 경험은 삶에서 한 번 즈음 경험해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마치 패키지여행만 쭉 하다 자유여행을 체험하고서 여행의 깊이가 달라지듯 사업이라는 하나의 사이클을 돌다 보면 나한테 맞는 걸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업에 관해 들었던 흥미로웠던 내용 중 하나는 회사의 업무 방식과 사업의 업무 방식이 정반대라는 것입니다. 회사는 실행하기 전에 리스크를 관리하고 변수를 줄여나간다면, 사업은 상대적으로 계획보다는 실제로 실행해나가면서 고쳐나가는 점이라는 거였습니다.

3. 결국 본질은 여행과 일

이번에 홋카이도 여행은 3박 4일 일정이었는데요, 3일은 날씨가 괜찮았고 하루는 비가 많이 왔습니다. 날이 좋을 때는 밤에 넓은 호수 옆에서 불꽃놀이를 감상하고, 유람선을 타며 자연의 경이로움에 놀라고, 가족들과 더 즐겁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비가 많이 올 때는 흐렸지만 그 속에서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여행지들의 모습에 더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날이 좋든, 좋지 않았든 해외로 여행을 왔다는 사실만으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여행을 하는 데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패키지여행이 맞을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자유여행이 최적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 둘을 적절히 잘 섞은 여행이 최고의 만족도를 줄 수 있습니다. 결국 내가 제일 몰입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게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내가 생각하는 여행은 무엇인지, 나는 왜 여행을 하는지, 나는 여행 와서 무엇을 얻어 가고 싶은지를 고민하고 실천해 봐야 합니다.

이번 가족 여행을 하면서 저는 가족들과 오랜만에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때로는 하나의 관광지에서 가족과 떨어져 혼자 다니기도 하고, 일정을 마친 뒤에는 더 긴 시간 동안 대화할 수 있었지만 제 일을 하는 걸 선택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창밖 풍경을 잠깐 본 뒤 웹툰 화면으로 눈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해온 행동들에 있어 ‘그렇게 하지 말걸’이라는 후회가 남는 것 같아요. 그렇게 여행이 마무리될 즈음에서야 “내가 왜 여행을 왔지?”에 대해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가족들과 더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위해 등을 마음에 품고 비행기를 탔지만 내려서는 종종 그 이유를 까먹게 된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만약 자유여행으로 왔다면 어땠을까라는 하나마나 한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회사를 다니든, 회사를 다니지 않든, 내가 회사를 운영하든, 본질은 결국 일을 하는 것이니까요. 내가 생각하는 일이 무엇인지, 나는 왜 이 일을 하는지, 나는 이 일을 통해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잘 정리하면 그 뒤에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는 게 나을지가 잡힌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머릿속으로만 계산하는 게 아니라 직접 몸으로 겪으며 체득하는 과정을 경험한다면 나만의 정의로 일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여행의 방식을 고르는 것, 일의 형태를 고르는 것 모두 본인의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내가 나의 특징을 잘 알고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나한테 맞는 패키지여행 상품과 회사를 고를 수 있습니다. 혹은 나에게 딱 맞는 여행 경로를 짜고, 내 업을 스스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실행력을 갖추지 못하면 추상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되고 외부에 흔들리기 쉬워집니다. 내가 회사를 선택해야 하는데 뽑아주는 곳을 갈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리고 선택했다면 그 선택을 온전히 책임지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선택한 뒤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보다는 거기에 몰입해 그 순간을 완전히 만끽해 보면 그다음이 보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4. PS

패키지 여행과 자유 여행의 비교를 통해 일이란 무엇인지까지에 대해 의견을 정리해봤습니다. 끝으로 제가 존경하는 사람 중 한 명인 프레인의 여준영 대표가 예전에 쓴 <여행할 때처럼 일한다면>을 소개드리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긋지긋한 일에서 벗어나 여행을 하는 사람들. 만일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일을 할 때도 여행을 할 때 처럼만 하면 수퍼 울트라 프로페셔널이 될 것 같다.

사람들은 여행할 때 대체로

  1. 목적지가 명확하다
  2. 엄청난 리서치를 한다.
  3. 예산을 합리적으로 계획 집행한다.
  4. 일정도 미리 꼼꼼히 짠다
  5. 작은 시간도 허투루 보내는 걸 아까와 하고 알차게 보낸다.
  6. 하나라도 더 듣고 보려고 노력을 한다.
  7. 세세한 것을 놓치지 않고 기록한다
  8.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9. 성공하고 나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또 계획한다.
  10. 하기 전에 상상하고 하고나서 돌아보고 정리한다
  11. 계속 더 멀리 나아가고 전보다 더 능숙하게 해낸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더 많은 콘텐츠는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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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민 트래픽머신 · 전략 기획자

세상을 나아지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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