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식 연재 모델을 서구 시장에 맞게 재창조하다
2016년, 창업자 이승윤 대표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견합니다. 바로 한국 웹소설 시장의 ‘연재+미리보기’ 모델이었죠. 독자가 이야기의 초반부를 무료로 읽고, 흥미가 생기면 유료로 전환해 뒷 부분을 이어서 볼 수 있게 하는 구조입니다.
당시 한국에선 네이버웹툰이나 카카오페이지가 이미 꽤 성공했지만 영미권 독자들은 이런 모델에 낯설었습니다. 래디쉬는 한국의 모델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서구 독자의 습관에 맞춰 바꾸기로 합니다.
일단 소설을 짧은 에피소드로 나눴습니다. 한 편 당 1,500자, 읽는 데 5분이면 충분한 분량입니다. 첫 3~5편은 무료로 제공하고, 이후엔 코인(약 1달러)을 구매해 읽게 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래디쉬는 출시 2년 만에 30만 명의 유료 독자를 확보했고, 2019년에는 매출이 전년 대비 25배 성장했죠. 2020년엔 76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습니다.
여러분의 제품에도 이런 ‘맛보기’ 전략을 적용할 수 있을까요?
디저트 가게라면 첫 구매 시 샘플을 무료로 주고, 재구매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앱을 만든다면 핵심 기능은 무료로 풀고, 추가 기능은 유료로 전환해보세요.
래디쉬가 한국 모델을 영미권에 맞췄듯이, 여러분도 시장 특성에 맞게 여러분의 '맛보기'를 변형하면 됩니다. 작은 테스트로 고객 반응을 확인해보세요.
2. 데이터를 활용해 독자의 마음을 빠르게 잡다
래디쉬는 데이터를 의사결정의 핵심 도구로 삼았습니다. 독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며 콘텐츠와 전략을 조정했죠.
우선 독자들이 소설의 첫 3화를 무료로 읽고, 이후 유료로 전환하는 모델을 도입했습니다. 데이터에 따르면, 첫 3화에서 독자의 70%가 이탈했지만, 이를 넘기면 80%가 유료 구독으로 전환했습니다. 이 발견을 바탕으로 래디쉬는 초반 3화를 중독성 있게 만드는 데 집중했고, 구독 전환율을 크게 높였습니다.
래디쉬는 플랫폼에서 어떤 장르가 인기인지(로맨스 55%, 스릴러 25%), 어느 지점에서 독자가 이탈하는지(5화에서 35% 이탈)를 추적했습니다. 이탈률이 높은 에피소드는 즉시 수정하고, 인기 장르에는 작가와 작품을 늘렸죠.
플랫폼에서 로맨스 장르가, 특히 “강한 여성 주인공”과 “금지된 사랑” 테마가 반응이 좋다는 것을 파악하면 이에 따라 작가들에게 이런 요소를 강조한 이야기를 쓰도록 요청했습니다. 독자 데이터를 작가와 공유하고, 실시간 피드백을 주며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 갔습니다. “소설 공장”이라 부를 정도로 체계적이었죠.
2018년, 래디쉬는 100명의 작가와 협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평균 1주일에 1~2편의 연재분을 작성하며, 독자 반응에 따라 스토리를 조정했습니다. 한 작가가 쓴 소설에서 “악역의 반전”이 독자 댓글에서 큰 호응을 얻자, 래디쉬는 이를 다른 작가들에게도 권장했습니다.
데이터 중심 접근은 래디쉬를 빠르게 성장시켰습니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래디쉬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50만 명에서 120만 명으로 2.4배 증가했습니다.
이 시스템의 힘은 속도와 양에 있었습니다. 래디쉬는 한 달에 200~300편의 신규 에피소드를 출시하며, 경쟁사 대비 3배 빠른 콘텐츠 공급 속도를 유지했습니다. 이는 매출 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2019년 800만 달러(약 88억 원)이던 매출은 2020년 2천만 달러로 2.5배 뛰었습니다.
이 속도와 정확성은 2021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약 5,000억 원에 인수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데이터를 모으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데이터를 다루는 건 좀 더 품이 들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식당을 운영한다면 매일 어떤 메뉴가 잘 팔리는지 적어보세요. 온라인 사업이라면 무료 툴(구글 애널리틱스나 엑셀)로 방문자 수와 구매 패턴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래디쉬처럼 숫자를 보고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하루 매출 5만 원인 회사라도 데이터가 쌓이면 방향이 잡힙니다.
여러분의 '독자'가 뭘 원하는지 알아보세요.
3. 프리미엄 콘텐츠로 경쟁에서 앞서 나가다
래디쉬는 콘텐츠 품질에 과감히 투자했습니다. 2017년, 이승윤은 할리우드 출신 전문가와 손잡고 ‘Radish Original’을 런칭합니다. 에미상 수상 경력의 작가와 ABC 방송사 부사장 출신 수 존슨(Sue Johnson)을 영입해 고품질 소설을 제작했죠.
비용은 컸지만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일반 웹소설보다 평균 조회수가 2.5배 높았고, 독자 유지율은 80%를 넘겼습니다.
2020년 투자 유치 당시, 투자자들은 래디쉬의 이러한 차별화된 콘텐츠를 보고 760억 원을 투자합니다. 고품질 콘텐츠는 결국 래디쉬를 북미 웹소설 시장의 강자로 만들었죠.
여러분 업종에서 ‘프리미엄’을 만들 수 있나요?
공방을 운영한다면 유명 장인과 협업하여 한정판 제품을 내놓을 수 있겠죠. 블로그를 운영한다면 전문가를 인터뷰해 깊이 있는 글을 써보세요. 래디쉬는 할리우드라는 큰 무대를 활용했지만, 여러분은 여러분의 동네에서 작은 협업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질이 높아지면 고객이 먼저 찾아옵니다.
핵심 인사이트 3가지
- 고객에게 먼저 가치를 제공하고, 이후 구매로 전환
- 데이터로 빠르게 니즈를 파악하고 공급을 조정
- 경쟁사가 따라하기 힘든 독보적인 품질에 집중
래디쉬는 창업 초창기에 내린 세 가지 결정을 통해 성공으로 달려갔습니다. 70만 독자, 760억 원 투자, 5,000억 원에 엑싯까지. 그 시작은 작았으나, 지나온 숫자는 거대했습니다.
한국의 사업 모델을 미국 시장에 맞게 변형하고, 데이터 활용하고, 콘텐츠 품질에 투자한 것.
래디쉬의 성공 방식을 여러분 사업에 맞춰보면 어떨까요? 여러분도 지금 작은 도전을 시작해보세요.
4월 첫 주 딘스레터는 여기서 마칩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