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한 스타트업, 실패의 원인은 엉뚱한 곳에 있었습니다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수없이 많습니다.
제품이 시장에 맞지 않거나, 팀이 해체되거나, 자금이 고갈되거나…
그래서 우리는 늘 그런 전형적인 이유만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필자가 최근 폐업을 맞이한 스타트업들을 회고하며 내린 결론은 조금 달랐습니다.
그들은 '그럴 듯하지만 본질에서 벗어난 선택'을 했고, 바로 그 지점이 실패의 시작이었습니다.
스타트업의 생존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무엇을 만들고, 누구에게 팔며,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것인지…
그 선택 하나하나가 누적되어 결국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선택이 사업의 본질과 무관한 방향으로 흐를 때 발생합니다.
한 팀은 아직 핵심 제품도 완성되지 않은 시점에 전혀 관련 없는 분야에 투자를 시도했고,
또 다른 팀은 본업과 무관한 부가 사업에 자금을 베팅했습니다.
결과는 모두 같았습니다. 빠른 현금 고갈과 집중력의 분산, 그리고 폐업이었습니다.
필자는 이들을 보며,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 그런 결정을 했을까?
왜 우리(투자자)에게 말하지 않았을까?
애초에 이 선택은 어떤 신호에서 비롯된 것이었을까?
이러한 질문은 단순히 한 팀의 실패를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창업을 준비하거나 이미 운영 중인 모든 스타트업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매우 중요한 체크리스트이기도 합니다.
“왜 그 선택을 했을까?”
필자는 현재 엑셀러레이터의 파트너로 활동하며 수십 개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하고, 때로는 엑시트의 기쁨을 함께 나누기도 합니다.
그만큼 많은 창업자들과 여정을 함께 해왔고, 그들의 성장과 실패를 지켜보며 배우는 것 또한 많았습니다.
최근, 저희 펀드와 내부 직투 팀들의 회계 정리 과정을 하던 중 몇몇 스타트업이 결국 폐업을 결정하게 된 상황에 놓였습니다.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투자자로서 그리고 동반자로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손실 처리를 하기 전, 창업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조심스레 던진 질문에 대한 답변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A 스타트업은 본래 B2B SaaS 기반의 서비스형 플랫폼을 만들던 팀이었습니다.
제품은 출시되어서 성과를 잘 내고 성장하는 단계였고, 고객사도 늘어나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 창업자가 본업과는 무관한 *** 영역에 자금을 투입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심지어 이 중요한 결정을 투자자에게 공유하지도 않았습니다.
또 다른 팀은 소규모 ***분야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었지만, 갑자기 *** 기반 콘텐츠 실험에 예산을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트렌드니까”, “기회 같아서”라는 말이 이유였습니다.
결과는? 아무런 성과 없이 리소스는 소진되고, 팀은 방향성을 잃고 흩어졌습니다.
이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핵심 사업과 무관한 선택을 했고, 그 선택에 대해 단 한 번도 투자자와 상의하지 않았습니다.
필자는 자주 묻습니다.
“왜 말하지 않았나요?”
“그때 상의했더라면 함께 대안을 찾을 수도 있었는데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늘 비슷합니다.
"혼자 해볼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괜히 간섭받을까 걱정돼서요."
"이미 결정한 일이어서…"
결국 그들은 중요한 기회를 스스로 차단했고, 투자자로서 필자 또한 도와줄 수 있는 순간을 놓쳤던 것입니다.
방향을 잃은 선택, 그리고 소통의 부재
앞서 소개한 팀들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단순히 운이 나쁘거나 실험이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실패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다음 두 가지였습니다.
1) 사업 본질과 무관한 결정
스타트업에게 자금과 리소스는 생명줄입니다.
그 제한된 자원을 어디에 쓰느냐는 곧 회사의 운명을 좌우합니다.
그런데 폐업한 팀들은 공통적으로 핵심 고객, 핵심 시장, 핵심 역량과 상관없는 영역에 자원을 투입했습니다.
실험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문제는 그 실험이 ‘전략’이 아닌, ‘충동’에 가까웠다는 점입니다.
철저한 고객 개발, 시장 타당성 검증 없이 “이거 해보면 잘 될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움직였고, 결과적으로 본래 집중해야 할 영역에서 눈을 뗀 순간,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잃은 것이었습니다.
2) 투자자와의 소통 부재
더 큰 문제는 그 중요한 결정을 창업자가 혼자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필자와 같은 초기 투자자들은 단순히 돈만 투자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때로는 피드백 파트너이자, 시장의 맥을 함께 읽어주는 전략 조력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들 창업자들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이걸 해보려고 한다’는 말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단순한 배려 부족이 아니라, 계약상으로도 분명히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입니다.
투자계약서에는 ‘핵심 사업 외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반드시 투자자에게 사전 동의 또는 보고를 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그 조항이 중요한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잘못된 결정을 ‘막아줄 수 있는 기회’를 사전에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그 기회를 묻지 않고 넘어간 순간, 팀은 스스로 가장 중요한 조력자와의 연결을 끊은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투자자와의 소통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이번 일을 겪으며 필자는 단순히 창업자의 판단 미스를 탓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투자자이자 동반자로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했고, 무엇을 놓쳤는지도 돌아보아야 했습니다.
엑셀러레이터라는 조직의 특성상, 저희는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많은 팀을 투자합니다.
이로 인해 모든 팀을 밀착 관리하기보다는,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면 대응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상 팀이 주도적으로 요청하지 않으면, 내부에서 파악하지 못하는 이슈도 많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처럼 팀이 조용히 방향을 틀고, 조용히 무너져내리는 과정을 사후적으로만 인지하게 된 순간,
필자는 깊은 무력감과 함께 반성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는 정말 이 팀과 ‘함께’였던 걸까?"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미리 만들지 못한 건 우리의 책임은 아닐까?"
그래서 필자는 이제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주 던지기로 했습니다.
이 팀의 최근 결정은 사업 본질과 일치하는가?
창업자가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되는 분위기’를 느끼고 있는가?
우리가 먼저 신호를 보내야 할 타이밍은 놓치고 있지 않은가?
창업자에게 드리는 제안
창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 혼자 판단하지 마세요.
그 결정이 커질수록, 외부 시선은 리스크를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간섭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중요한 갈림길에서 여러분이 ‘더 빨리,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존재합니다.
투자자와의 소통은 선택이 아니라, 스타트업의 생존을 위한 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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