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도 탈락합니다.”
이 문장을 보면 의아하실 수 있습니다.
‘심사위원은 평가하는 입장 아닌가요?’라고 말이죠.
하지만 필자도 누군가의 심사를 받는 입장에 서야 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엑셀러레이터로서 정부 지원사업의 용역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 직접 서류를 제출하고 발표를 해야 하며, 때론 날카로운 질문을 받고, 심지어는 떨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경험은 단순히 웃어넘길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과정을 통해, 필자는 심사받는 창업자 여러분의 마음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심사에 강해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발표 심사장의 그날
필자는 최근 엑셀러레이터로서 하나의 정부 용역사업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사업의 목적과 기대효과를 충분히 분석한 후, 나름대로 정성껏 발표 자료를 만들고 스토리라인도 촘촘히 구성했습니다. 엑셀러레이터 용역 사업에 대한 경험이 많은 편이기에 서류는 무난히 통과되었고, 발표 심사까지는 자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발표 순서가 첫 번째….
심사위원들이 막 회의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는 순간, 첫 번째 발표자가 마주하게 되는 분위기는 늘 딱딱하고 경직되어 있습니다. 발표 내용보다는 “기선 제압”에 가까운 공격적인 질문이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보니 심사위원들도 분위기를 파악하고 다른 심사위원들의 질문 성향을 파악하면서 스탠스를 맞춰가다 보니 항상 발표 심사의 1~2번째 순서는 매우 불리하기 마련입니다.
필자 역시 심호흡을 하며 발표를 시작했고, 내용은 무난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질의응답 시간이었습니다.
한 심사위원이 아주 날카로운 질문을 퍼부었습니다.
“엑셀러레이터라면서 투자 재원 너무 적은 거 아닙니까?”
“펀드 사이즈도 작고, 팀당 투자 규모도 뻔하네요.”
그 말투는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비아냥에 가까운 공격이었습니다.
필자는 차분하게 대응했지만, 속으로는 이미 직감했습니다.
‘아, 오늘은 결과가 좋지 않겠구나…’
질문은 때로 검증이 아니라 공격입니다
창업자 여러분, 많은 분들이 발표 심사 때 느끼는 두려움 중 하나가 바로 질문입니다.
그런데 이 질문이라는 것이 단순히 궁금해서 묻는 것만은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선, 검증을 넘어 평가자의 ‘시선’과 ‘편견’이 담긴 공격이 되기도 합니다.
필자는 수많은 창업자들에게 발표 대응 요령을 알려드리며, “공격적인 질문이 들어와도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필자가 직접 발표자가 되어 그런 질문을 받으니…
솔직히, 기분이 좋을 수 없었습니다.
질문이 아니라, “넌 안 될 것 같다”는 식의 선입견이 섞인 말투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몇 날 며칠 뒤, 결과는 예상대로 탈락이었습니다.
그 순간 필자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은 두 가지였습니다.
‘정말 아깝다. 조금만 더 좋은 질문자가 있었더라면…’
‘그래, 이 기분… 창업자들도 늘 이런 기분이겠지.’
심사라는 자리는 공정하지만, 때로는 너무 인간적입니다.
심사위원도, 발표자도, 결국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험은 필자가 창업자를 멘토링할 때 더 깊은 공감과 실질적 조언을 줄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도 합니다.
저도 계몽되었습니다 (^^;;; 정치적 색깔 전혀 아닙니다. 요즘 이 단어를 재밌게 사용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고 나서, 솔직히 분한 마음이 컸습니다.
‘저 질문만 없었어도…’, ‘왜 첫 번째 발표였을까…’, ‘내가 뭘 잘못했지?’
머릿속에서 자꾸 생각이 맴돌았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벤처캐피탈 대표님과 식사 자리를 갖게 되었습니다.
가볍게 하소연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더니, 그분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럴 땐 이렇게 대응하세요.
‘와, 정말 기발한 질문 감사합니다. 제가 미처 거기까진 생각을 못했네요.’
그다음엔 이렇게 웃으면서 마무리하죠.
‘저도 오늘 계몽되었습니다.’”
처음엔 웃자고 하는 말처럼 들렸지만, 곱씹을수록 정말 멋진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면 돌파도, 회피도 아닌 유연한 인정과 긍정의 언어.
그 한마디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오히려 성숙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
그날 이후, 필자는 깨달았습니다.
심사는 우리가 상대를 판단하는 자리가 아니라, 나 자신을 단련하는 훈련장이라는 사실을요.
그리고 누구보다도 창업자 여러분께, 이 이야기를 꼭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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