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아티클에서는 ‘오퍼스클립(OpusClip)’의 공동창업자인 영 자오(Young Zhao) 대표의 인터뷰를 정리했습니다.
오퍼스클립은 AI 기반 영상 크리에이터 플랫폼으로, 2022년 문을 열었습니다. 1000만 곳의 크리에이터 및 브랜드가 오퍼스클립을 사용해 2024년 한 해 동안 총 1억 7200만 개가 넘는 영상 클립을 제작했습니다. 이 영상들은 도합 570억 뷰를 기록했고요. 오퍼스클립의 클라이언트로는 유니비전(Univision), 복스미디어(Vox Media), 빌보드(Billboard) 등이 있습니다.
오퍼스클립의 전신이었던 오퍼스 스튜디오(Opus Studio)는 처음 3개월 동안 단 200명의 사용자밖에 모으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때 영 자오 CEO는 사용자 1인당 20~30달러를 지불하고 피드백을 겨우 얻었고 성공적으로 피봇을 했어요. 오퍼스클립이 어떻게 출시 후 7개월 만에 500만 명의 사용자를 모았고 AI 기술을 제품에 어떻게 적용했는지 영 자오 CEO와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들어보았어요.
[아티클 내비게이션]
- 고객에게 돈을 줘가며 피드백을 받아 피봇 했어요
- AI 시대에 프로덕트를 만들고 실험해 성장하는 방법
- 4번의 실패 끝에 뼈저리게 깨달은 ‘프로덕트의 본질’
- AI 시대에 살아남는 인간에겐 ‘이것’이 중요합니다
고객에게 돈을 줘가며 피드백을 받아 피봇 했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영 자오(Young Zhao)입니다. ‘오퍼스클립(OpusClip)’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입니다. 오퍼스클립은 AI를 활용해 원클릭으로 긴 영상에서 숏폼 동영상을 추출 및 편집하는 플랫폼이에요. 이를 통해 크리에이터나 브랜드들이 소셜미디어 영상을 제작할 때 들어가는 리소스를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주고 있습니다.
(오퍼스클립으로 피봇하기 전) 첫 번째 아이디어는 ‘오퍼스 스튜디오(Opus Studio)’로, AI를 활용한 실시간 생중계 스트리밍 툴이었습니다. 창업 당시인 2022년은 팬데믹이었고 스트리밍 콘텐츠 수요가 큰 시기였습니다. 그래서 반년 만에 AI 생성 밈(meme), AI 활용 상호작용 등도 할 수 있는 툴로서 오퍼스 스튜디오를 빌드했죠.
하지만 이 서비스는 결정적으로 페인포인트를 공략하지 못해서 론칭 3개월 후에도 200명의 사용자밖에 확보하지 못했어요. 저희는 이 사용자들에게나마 피드백을 받기 위해 절실히 매달렸습니다. 그럼에도 다들 관심이 없었기에 인당 20~30달러씩 드리면서 피드백을 요청했어요. 여기서 저희는 사용자 니즈에 관해 놀라운 발견을 할 수 있었습니다.
피드백 중 ‘서비스에서 긍정적으로 본 부분’에 대한 답변이 거의 모두 클리핑(clipping) 기능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클리핑은 실시간 스트리밍을 할 때 사용자가 숏폼 영상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부분을 표시하고 중계가 끝난 후 표시한 영상 클립들을 전송해주는 기능을 말해요. 더불어 저희는 스트리밍 중 AI로 클리핑할만 하겠다 싶어보이는 순간도 포착해서 사용자들에게 보내주는 기능도 제공했어요.
오퍼스 스튜디오의 사용자 200명이 좋아했던 기능은 클리핑 하나 뿐이었습니다. “다른 기능은 도움이 안 되는데 클리핑만 선택해서 쓸 수는 없겠느냐”는 피드백이 많았어요. 그래서 저희는 이것만 뽑아서 단독 서비스로 만들겠다는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피봇한 스타트업이 오퍼스클립이었습니다.
2023년 말 오퍼스클립의 사용자 연간 반복 매출(ARR, Annual Recurring Revenue)이 1,000만 달러(약 146억 5,000만 원)였고요. 서비스를 정식으로 론칭한 후 7개월 만에 500만 명의 사용자가 가입했습니다.
*참고: ARR은 기업이 구독 기반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일정 기간 동안(보통 1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예상 매출액입니다. |
지금 돌이켜봤을 때, 사용자들이 돈을 내고 싶어할 때 비로소 제품-시장 적합성(PMF, Product Market Fit)을 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퍼스 스튜디오 사용자들은 이 서비스가 자신의 페인포인트를 해결해주지 않으니 딱히 필수품이라고 생각지 않았을 것 같아요.
반면, 오퍼스클립 사용자들은 “다운로드를 더 받을 수 있게 만들어준다면”, “화질을 더 개선해 준다면”, “크레딧을 더 받을 수 있다면” 기꺼이 돈을 지불하겠다고 먼저 제안을 했어요. 심지어 초기에는 유료 옵션을 열어놓지 않았는데도 사용자들이 전화를 하거나 이메일을 보내서 다양한 요구사항을 이야기하며 비용 지불 의사를 밝혔어요.
왜냐면 오퍼스클립은 그들의 시간을 어마어마하게 아껴줬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과거 제공하던) 생중계 스트리밍 툴은 멋진 서비스였지만 사용자들의 시간을 아껴주지도, 비용을 줄여주지도 않았어요. 이런 제품은 괜찮아 보이지만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죠.
AI 시대에 프로덕트를 만들고 실험해 성장하는 방법
AI 시대의 기술 활용법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많은 스타트업이 굉장한 기술력을 보유했을 것이고, PMF를 찾는 팀도 있을 거예요. 그들은 학술 논문, 기술 문서 등을 통해 자신들이 보유한 훌륭한 기술을 뽐내겠죠.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사용자가 진심으로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원하느냐입니다.
(AI를 활용할 스타트업들이)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했는지, 사용자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어하는지, 심지어 서비스 제공자 스스로 사용자가 되고 싶어하는지를 우선 진지하게 고민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다시 말해, 스타트업들은 사용자들에게 제품이나 서비스가 꼭 필요한지 먼저 질문하고 이후에 AI가 정말 필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최선의 솔루션인지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굉장히 많은 AI 서비스가 (제공자 입장에서 봤을 때) 완성형으로 출시되고 있어요. 하지만 정작 사용자는 서비스에 실망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오퍼스클립은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AI의 결과물이 열광할 만한지 보기 위해 사용자가 수동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기능을 빌드하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예를 들어 사용자가 오퍼스클립의 결과물에 대해 80% 완벽하다고 생각한다면, 저희는 이후 워크플로우에서 나머지를 사용자 스스로 완성할 수 있게 수동으로 손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빌드합니다. 서비스를 빌드하는 일은 결국 사용자 문제를 100% 해결하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문제를 푸는 일이잖아요. 따라서 AI가 80%만 일을 잘 해낼 수 있다면 나머지 20%은 사람이 해결하도록 만들어야죠.
한편으로는 AI 제품의 경우 출시하기 전 반드시 실험을 전방위적으로, 많이 해봐야 합니다. 왜냐면 이제 AI를 제어하기가 너무 힘들어져서 결과가 불안정하게 나오고 만든이들의 예상을 빗나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에요.
심지어 저는 AI를 실험실에서 먼저 작동시켜보기 시작해서 베타 버전까지 만들어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렇게 작은 실험을 몇 번 거치며, 무엇보다 베타 사용자들에게 피드백을 받아봐야 하고요.
그렇게 몇달 후 기술이 안정됐다고 생각할 때 비로소 비용을 낮춰보고 핵심 제품의 일부로 적용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저희는 오퍼스클립을 출시할 때 그렇게 했어요.)
오퍼스클립의 서비스는 현재 사용자 피드백을 독특한 방법으로 받고 있어요. 사용자들이 직접 피드백을 주기보다 오퍼스클립을 활용해 만든 영상들을 소셜미디어에 올릴 때 그 포스팅들이 저희에게 피드백이 됩니다. 해당 영상들의 조회 수, 댓글 수, 공유 수를 볼 수 있으니까요. 내부에서 이들을 ‘오디언스 피드백(audience feedback)’이라고 불러요.
오퍼스클립은 오디언스 피드백들을 데이터 삼아 AI 모델을 훈련시켜서, 사용자들이 소셜미디어 채널에 업로드하기 전에 그들에게 제공하는 영상 클립이 정말 괜찮은지, 품질도 좋은지 미리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에게 더 좋은 결과물을 제공하고 있죠.
4번의 창업 끝에 뼈저리게 깨달은 ‘프로덕트의 본질’
오퍼스클립을 창업하며 이런 노하우를 알고 활용하기 전까지, 저는 네 번의 창업을 거치며 뼈저리는 배움의 경험을 했습니다.
맨 처음은 ‘소버(Sober)’라는 소셜미디어 앱이었어요. 저를 비롯한 많은 내향인이 현실세계에서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기가 좀 어려워요. 특히 술을 마시지 않고 인간적인 교류를 하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죠. 그래서 사회활동을 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 소셜미디어를 떠올렸고 직접 소버를 창업하기로 했어요.
소버는 ‘취하지 않은 상태’를 뜻하는 영단어에서 따온 이름이에요. 2013년 창업한 이 스타트업은 당시 150만 달러(약 22억 원)를 투자받았어요. 하지만 두 달 후 스냅챗이라는 엄청난 경쟁사를 만났죠. 콘텐츠가 몇 초에서 하루 안에 사라지도록 만든 것이 소버의 콘셉트와 굉장히 유사했어요. 그래서 소버는 1년 만에 접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창업자로서의 경험이 굉장히 즐거웠어요. 보통 초기 창업자들은 자신의 니즈를 풀어내는 방향으로 솔루션을 만들고, 이를 확장하잖아요. 저는 내향인이었던 한편 창업자로서의 경험을 통해 더 많은 사람, 사회, 세계에 영향을 끼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이후 2015년에 실리콘 밸리 친구들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했어요. 당시 중국에서는 미국에서 잘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모방하는 게 유행이었는데요. 저희는 미국의 토스트(Toast)라는 서비스를 찾았어요.
토스트는 식당이 POS부터 마케팅 관련 IT 기술, HR 관련 IT 기술까지 빠르고 수월하게 도입하도록 도와주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었어요. 중국에서 이와 비슷한 아이템으로 창업을 했는데 시장 상황과 생태계가 미국과 전혀 달랐기 때문에 이 모방 작전(?)은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1) 저희가 실질적으로 지역 식당들을 돕고 있다는 사실, 2) 소프트웨어를 빌드해서 제공하기보다 서비스 자체를 제공해야 한다는 사실을 학습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곧바로 음식 리뷰 전문 인재들을 보유한 에이전시를 창업했어요. 당시는 틱톡이 출시된 지 4개월 후였는데요. 그때 이미 숏폼 영상이 리뷰와 마케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었어요. 당장 저희에게도 기회가 보였죠. 그렇게 (틱톡 등을 소셜미디어를 다방면으로 이용해) 4년 간 에이전시를 성장시켰고 500명의 크리에이터를 확보한 팀을 꾸렸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크리에이터들이 에이전시를 떠나서 1인 기업을 여는 거예요. 그들은 지역 식당들을 홍보하는 영상보다 독특하고 독창적인 영상을 만들고 싶어했던 것이죠. 실제로 그런 일이 쉽고 간편해진 시대와 환경이 조성됐고요.
저는 그때 번뜩 “크리에이터 팀을 관리하고 운영할 게 아니라,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를 만드는 작업을 지원할 수 있는 AI와 자동화 기반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에이전시를 운영하며 크리에이터들이 얼마나 고생해서 콘텐츠를 만드는지, 그들의 페인포인트가 얼마나 다양하고 각각 얼마나 막대한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니즈를 보았던 것이죠. 이후 오퍼스 스튜디오에서 또 한번의 실패를 맛봤지만 오퍼스클립을 성공시킬 수 있었습니다.
AI 시대에 살아남는 인간에겐 ‘이것’이 중요합니다
애초에 오퍼스클립이 이렇게 크리에이터들을 지원하는 툴로 시작했고 핵심 제품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AI 시대에 크리에이터가 살아남는 법에 관해서도 관심이 큽니다.
오퍼스클립의 비전은 ‘영상 편집이나 프롬프팅 기술 없이도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저희는 AI가 사람이 하는 작업의 권위를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대신 AI는 사람들이 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게, 더 나은 스크립트를 짤 수 있게 도와주고 공감을 얻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합니다. 오퍼스클립은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지루해하는데 시간도 많이 드는 작업을 대신 해주는 솔루션이어야 하고요.
실제로 AI가 어떤 작업을 하는지 보면요. 기존에는 제작 단계에서 AI를 포함한 각종 디지털 기술을 특정 장면이나 프레임에서만 사용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사전, 사후 제작 등 영상 제작의 모든 단계에서 AI를 씁니다. 예를 들어 사전 제작 단계에서 주제를 편집할 때와 스크립트와 스토리보드를 만들 때, 그리고 후반 제작 단계에서 영상을 편집하고 장면을 연결할 때도 AI를 사용하죠.
그리고 요즘은 소라(Sora), 피카(Pika) 등 생성 AI 모델을 활용해서 몇 초 간의 영상 및 B-roll(각종 부차 영상)도 간단히 만들 수 있죠.
저는 AI가 영상 제작 프로세스를 ‘이해’해서 자동화할 수 있고 ‘생성’할 수 있게 돼서 화면을 실제로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해요. AI의 이러한 발전상 덕분에 크리에이터들이 단순히 콘텐츠 제작자가 아니라 창의적인 인간이 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고 보고요.
따라서 그들은 더이상 영상 하나하나를 만드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쏟지 않아도 돼요. AI가 그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대신에 그들은 ‘어떻게 하면 더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데 10배 넘는 시간을 들여야만 하죠. 왜냐면 다른 크리에이터들 역시 AI를 활용해 더 창의적일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창의적인 사람들이 예전보다 훨씬 많이 나올 거예요. 이때 10배 혹은 그 이상의 창의력을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따라 패러다임이 변화할 거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AI 시대에는 진심으로 콘텐츠와 오디언스에 접근하는, ‘진국’인 크리에이터들이 성공할 것이라고 봐요. 지금은 ‘진짜 자신의 모습을 보여달라’, ‘인간적으로 접근하라’는 말이 쉬워보일지 몰라도 5년~10년 후에는 진실되고 진심어린 콘텐츠를 만드는 게 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에요. 앞으로 AI를 활용해 많은 콘텐츠를 가짜로 지어내고 합성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그래서 진실된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들이 오히려 더 창의적이고 가치있게 여겨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4번의 실패를 거쳐 창업 7개월 만에 5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AI 기반 영상 편집 플랫폼 ‘오퍼스클립’ 창업자 영 자오(Young Zhao) CEO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 장혜림 에디터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