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2배 더 빠르게 하는 요령이 없어서
남들보다 3배 더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업무 툴을 기가 막히게 다루는 사람들, 데이터를 바탕으로 옳은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웠습니다. 빠른 시간 내 최상의 결과를 도출하는 사람들. 하지만 저는? 숙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실수를 통해 배우는 사람입니다.
저는 효율성이나, 흔히들 말하는 ‘일잘러’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한번 익숙해지면 곧잘 해내지만 처음이 어렵습니다. 비단 회사생활 뿐만이 아니라 학생 시절에도 이랬고, 앞으로도 뭐 비슷할 것 같습니다. 단기 레이스로 본다면 엄청나게 큰 핸디캡이죠.
그래서 저는 저만의 방식으로 길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이 방식으로, 저보다 훨씬 능력치가 뛰어난 사람들도 결국에는 이길 수 있었습니다. 요령 없는 제가 살아남는 비결을 공유합니다.
MD 시절 회사는 전쟁터였습니다. 서로 친하지만 실적을 놓고 경쟁했고, 누가 더 좋은 거래처를 영업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리곤 했죠. 영업력이 곧 나의 가치를 결정했습니다.
40명이 넘는 조직이었는데 각자마다 스타일이 달랐습니다. 누군가는 데이터 기반으로 움직였고, 또 누군가는 자동화에 집중했으며, 어떤 이는 기존 클라이언트를 통한 소개 영업에 주력했습니다. 연차가 높고 주변 인맥이 좋아서 신규 영업이 딱히 필요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인맥도 없고 프로그램도 잘 못 다루는 저는, 애석하게도 이 가운데 하나도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남들이 잘 하는 방식을 열심히 따라도 해봤지만, 제 길이 아님을 깨닫는 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요령 없고, 경험 없고, 인맥 없는 제가 믿을 구석이라곤 ‘노력’밖에 없겠더군요. 그래서 남들보다 배는 더 하기로 했습니다.
남들보다 한두 시간 더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고, 하루 10통씩 메일을 더 보내고, 주에 미팅을 서너 건씩 더 잡고, 다들 앉아있을 때 밖에서 발로 뛰었습니다. 그리고 이 방식을 지난 (4년은 회사에서, 1년은 창업자로) 5년간 빠짐없이 지속해왔습니다.
회사원 시절 43개월 동안 약 8천통의 메일을 보냈더군요. 물론 1, 2년차 때 보낸 비중이 훨씬 크지만 이후에도 월 100개씩은 꼬박 보냈습니다. 3년차부터는 신규 영업이 딱히 필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영업을 멈추면 제 성장도 정체될 것 같았습니다.
꾸준함은 아주 좋은 무기가 되어주었습니다.
효율화를 꾀할 시간에 한통이라도 더 보내고, 작은 반응이라도 보인 곳은 바로 전화해 저를 소개했습니다. 이 방법을 통해 아주 좋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는데, 아마 제가 하는 일이 ‘영업’이라 그랬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 느리지만, 철판 깔고 발로 뛰는 저를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결과도 말씀 드리면요. 1년차에 가장 저성과자였던 제가 2년차에는 중위권의 실적을 달성했고, 3년차부터는 회사에서 가장 고성과자 중 한명이 되었습니다.
회사를 차리고 나서도 이 루틴만큼은 지속하고 있습니다. (저도 깜짝 놀랐는데) 작년 한해 동안에만 8천통의 메일을 보냈습니다. 주에 최소 6~8건의 미팅을 진행하고 있고, 여전히 박람회가 열리면 첫날 개장 시간에 맞춰 방문하곤 합니다.
재밌는 썰도 하나 있는데요. 창업 초기에 디자이너를 채용하고 싶은데 회사소개서도 정리되어 있지 않을 때라 플랫폼을 이용하기도 애매했습니다. 주변에 부탁할 디자이너 지인도 딱히 없어서, 제가 취한 방식은 이번에도 ‘콜드메일’이었습니다.
마침 졸업 시즌이더군요. 디자인으로 유명한 대학교의 졸업전시 홈페이지를 검색해 곧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졸업반 디자이너들을 직접 수소문했습니다. 70분 정도 커피챗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고, 회신이 온 5분을 실제로 만났습니다. 채용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이 경험은 제가 추후 디자이너를 채용함에 있어 큰 도움이 되어주었습니다.
탄탄한 영업이 바탕이 되어 회사도 현재 건강하게 잘 성장하고 있는데요. 궁금하신 분은 이전 작성한 아티클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일에 요령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해서는 한계가 명확하고, 어느 지점부터는 요령에 따라 많은 것이 좌우됩니다. 하지만 제가 사회에서 배웠던 건, 많은 사람들이 ‘요령’만 찾느라 정작 중요한 ‘노력’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자동화를 꾀했던 이는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막상 메일링에 소극적이었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싱했던 이는 정작 중요한 오프라인은 나가지 않았습니다. 저는 여기서 저 같은 ‘일못러’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를 보았고, 노력이라는 무기를 더 갈고닦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게 제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지금부터는 저도 요령을 갖춰볼 생각입니다. 위에 적은 것처럼 한계에 부딪힌 것 같아서요. 지금의 저는 충분한 영업 풀도 갖추게 됐고, 시행착오를 감내할 수 있는 여유와 저를 서포트 해줄 좋은 팀원들도 있어 전보다는 자신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말이죠. 처음부터 있지도 않은 요령이라는 것에 집착했다면, 지금의 저는 없지 않았을까요?
가벼운 커피챗도, 무거운 제안도 좋아요.
Creative Dispatch
임우중 디렉터
@brand_imsight
D2C/C2C가 어렵다면 연락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