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프로덕트 #트렌드
앞으로 기업은 마케터보다 크리에이터와 일할 것입니다.

기업은 마케터보다 크리에이터가 필요합니다.

다소 급진적인 주장처럼 보이지만 누가 누구보다 낫다라는 가벼운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돈을 끄면 사라지는 페이드 마케팅 시대가 끝났습니다. 오가닉입니다. 콘텐츠이고요. 왜 그런지 듀오링고의 사례를 더해 설명할게요. 

우선 시대별 영향력의 이동을 살펴 보시죠.

 

1세대: 별의 시대_스타와 팬

TV광고단가가 권력입니다. “이번에 전지현이 OO와 10억에 광고 계약 했대”이런 거요. TV, 라디오, 영화와 같은 레거시 미디어가 스타를 만듭니다. 그리고 소수의 스타를 다수의 대중이 추종하는 이른바, 팬덤이 형성됩니다. 2025년에도 팬덤은 강력합니다. 다만 과거와 달라진 것은 OTT, SNS와 같은 뉴미디어가 이들의 무대를 글로벌로 넓혔다는 것. 그래서 스타의 빈부격차가 급격히 커졌죠. 매스미디어에 대한 전문가는 많으니 저는 이만 줄이고.

 

2세대: 갓반인의 시대_인플루언서와 팔로워

팔로워 수가 권력입니다. 새벽 애국가에서 심야 애국가까지 제한된 방송 시간에 수십 억의 값비싼 카메라(방송인프라)를 쓰는 레거시 미디어는 될성 부른 ’별’을 비출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반면 오늘날 백만원짜리 핸드폰을 손에 든 개인은 (당연히)자신을 비춥니다. 셀피, 브이로그, 밈과 같은 유행을 타고 일반인이 갓반인이 됩니다. 기술이 거듭니다. 무한스크롤과 실시간 스트리밍 기술을 탑재한 SNS는 24시간 무제한 지면을 제공하면서 인플루언서를 대량 생산해 냅니다.

이들을 따르는 사람들은 팬이 아니라 팔로워입니다. 집앞에 찾아가고 응원봉을 흔드는 극성스러움은 없습니다. 대신 좋아요를 누르고 추천하는 제품을 구매합니다.

 

3세대: 핵개인의 시대_크리에이터와 구독자

니치한 전문성과 서사가 권력입니다. 인플루언서가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외모의 우월함이 중요한 요소였다면 크리에이터는 삶의 유별함이 핵심입니다. 크리에이터는 숏폼인 SNS를 비롯해 전문성을 소구하기 위해 롱폼인 유튜브, 팟캐스트, 뉴스레터를 퍼널에 넣어 관계의 밀도를 높입니다.

한편, 코로나로 통제권을 박탈당한 개인은 자기이해와 자기영달에 심취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취향을 강화하고 이 과정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연대합니다. 더욱 잘게 쪼개진 취향 연대는 레거시 미디어를 거부하거나 그 잔재가 남은 SNS 인플루언서를 추종하는 대신 자신의 취향에 맞고 영달을 도와주는 성장 도우미, 크리에이터를 찾습니다.

“스타-팬”, “인플루언서-팔로워”가 애정기반의 목적형 관계였다면 크리에이터는 자아실현 기반의 도구적 관계입니다. 따라서 크리에이터는 구독자의 취향을 강화하고 자기영달(또는 성공)에 도움을 주거나 그런 사람들을 매개하는 도구로써 기능해야 합니다. 스스로 스타나 주인공이 되려고하면 구독자는 날카로움을 잃었다며 떠날 것이 분명합니다.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도 크리에이터와 비슷하게 봅니다. 잔뜩 보정한 외모나 어그로 콘텐츠로 팔로워 수를 늘려가는 것이 아니라 5~30K 정도를 탄탄하게 모아서 팔로워의 핏과 로열티가 높은 것이 특징. 현재 글로벌 광고시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광고판이 되고 있죠.

이 양상의 핵심은 “계속 잘게 쪼개지고 탄탄해진다”입니다. 거대하거나 거품이 끼어 비대해진 영향력은 갈수록 쓸모를 잃을 것입니다.

이 배경에서 최근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한 것이 있습니다. 대기업의 CMO들이 점차 혼자 활동하는 것이 보입니다. 뉴미디어가 유명 마케팅 사례를 조명하면서 CMO를 띄웠고 연봉보다 프로젝트 fee가 높으니 엑싯하는 것입니다. 근데 허니문이 오래가지 않는 것도 보입니다. 큰돈 받고 마케팅 전략을 세워주지만 그게 이제 시장에서 안 먹힙니다. 이들은 1, 2세대의 언어를 쓰기 때문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돈을 쓰기 때문입니다.

크리에이터나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가 직감적으로 구사하는 “언어”를 알아야 SNS에서 스노우볼처럼 작동하는 마케팅을 할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성수에 10억들여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인증샷을 찍어 올리길 기대하며 포토존을 만들고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SNS 언어를 이해한 20살 짜리 대학생, 12조의 회사를 만든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듀오링고 인데요. 듀오링고는 이제 기업의 숏폼 콘텐츠의 기준이 될 정도로 엄청난 파급 효과를 일으켰습니다.

갓 졸업한 대학생한테 마케팅 맡겨서 5만명에서 2,000만명의 팔로워를 만든 12조원 짜리 회사, 듀오링고는 어떻게 SNS를 점령했을까요.

 

SNS언어를 아는 20살 직원 한 명이 바꾼 듀오링고

2020년 갓 졸업한 대학생였던, 소셜 미디어 매니저 Zaria Parvez가 듀오링고를 넥스트 레벨로 진화시켰습니다. 레거시 마케팅 방식을 몰랐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죠.

크리에이터적인 면모와 SNS 언어를 완벽히 이해한 Parvez는 거창한 마케팅 캠페인 대신 소위 짜치는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요.

예를 들어 회의실 탁자 위에서 트월킹하는 거대한 부엉이, 직원들을 쫓아다니는 모습, Dua Lipa에 대한 Thirst 등으로 가득한 B급 콘텐츠를 만들어 발행했습니다. 아시죠? 귀여움이 세상을 구합니다. 귀여운 게 최고죠.

물론 브랜드 벨류를 헤칠 수 있는 하이 리스크의 위험한 접근 방식이었지만, 그만큼 하이 리턴을 가져다 줬습니다. 불과 3년만에 듀오링고는 전 SNS 플랫폼에서 2,000만명의 팔로워를 모았습니다. 5만 명에서 2,000만 명의 팔로워를 만들어 낸 것이죠.

Duolingo 팀에 따르면, 핵심은 노골적인 판매보다 엔터테인먼트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었습니다. Parvez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결국 재미있게 지내고 싶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재밌고 말면 무슨 소용인가요? 그래서 매출로 이어졌을까요?

Parvez의 콘텐츠 접근 방식은 빠르게 성공을 거두었고, 듀오링고의 틱톡 팔로워 수는 2021년 말 불과 한 달 만에 10만 명 미만에서 100만 명 이상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Duo의 혼돈의 카오스적인 행동들은 대히트였고, 개별 동영상은 수백만 회의 조회수와 좋아요를 기록했습니다. 이 새로운 틱톡의 미친듯한 인기는 듀오링고 사업에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듀오링고 앱은 2021년 4분기에만 260만 명의 신규 사용자가 추가되어 전 분기 대비 15% 증가하는 등 다운로드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DAU수도 2023년 전년 대비 62% 증가했습니다. 듀오링고의 브랜드 인지도와 호감도 지표는 특히 Z세대와 밀레니얼 소비자 사이에서 크게 상승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소셜 전략으로 전환

Parvez가 듀오링고에 합류했을 때, 이 브랜드의 소셜 미디어 전략은 교육 콘텐츠와 앱 기능에 초점을 맞춘 꽤 전통적인 (매우 심심한) 것이었습니다. Parvez는 틱톡에서 재미있고 공유할 만한 콘텐츠를 만들어, 타겟하고자 하는 젊은 층에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보았습니다. 

듀오링고의 마스코트인 Duo the Owl을 Adele 리믹스에 맞춰 트워킹을 하거나, 수업을 다 끝내지 않은 듀오링고 사용자들을 (반)위협하며, 수업을 완료하도록 하는 등 코미디 스케치를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브랜드의 어조가 진지하고, 유익한 것에서 밈에 정통한 것으로 크게 변화한 것이죠.

Parvez의 전략은 틱톡이라는 인스타그램 릴스라는 그리고 유튜브 쇼츠라는 플랫폼의 언어를 정확하게 이해함으로 나온 전략이었습니다.

앱을 노골적으로 홍보하기보다는 시청자를 즐겁게 하는 데 주력함으로써 듀오링고는 전통적인 광고에 지겨움을 느낀 Z세대 사용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오가닉의 힘, 미친 참여도를 만들다

정량적 영향을 넘어서 Parvez의 #미쳐버린 콘텐츠 전략은 듀오링고만의 독특한 브랜드 보이스와 페르소나를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Duo의 카오스적이지만, 사랑스러운 행동은 브랜드 정체성의 핵심 부분이 되어 팬 아트, 밈, 심지어 코스프레까지 만들어지는 듯한 자체 커뮤니티가 생겨났습니다.

Parvez와 그녀의 팀은 반복되는 캐릭터, 스토리라인, 대중문화(가십) 연계 등으로 이 독특한 페르소나를 계속 발전시켜 왔습니다. 덕분에 듀오링고는 온라인 문화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했으며, 전통적인 마케팅으로는 결코 달성할 수 없었던 사람들과 참여도를 이끌어냈습니다.

 

 

새로운 마케팅 접근법에 영감이된 듀오링고

Parvez의 엄청난 성공은 듀오링고의 전반적인 마케팅 접근 방식에 엄청난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트위터 만우절 장난부터 전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더 무례(스탠드업 코미디처럼 재미있게)하고 엔터테인먼트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듀오링고의 마케팅 팀은 또한 Parvez와 그녀의 동료들이 Duo의 행동에 대한 대담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제안하면서, 창의적인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더 많은 자유를 얻었습니다. 모든 아이디어들이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실험 문화는 브랜드가 온라인 트렌드의 최전선에 머물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난게 아닙니다. Parvez의 소셜미디어 영향은 심지어 듀오링고 조직 자체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CEO인 Luis von Ahn은 미쳐버린 틱톡 콘텐츠가 사용자 증가를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회사에 최고의 인재를 유치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결론적으로 Zaria Parvez의 혁신적인 틱톡 전략은 듀오링고의 소셜 미디어 존재감을 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전체 마케팅 철학을 혁신했습니다.

당시 듀오링고는 CMO(레거시 마케팅 방법론에 익숙한 조직)가 없었습니다. 수백억 예산을 쓰고싶은 CMO가 있었다면 Parvez는 이러한(?) 전략을 마음대로 펼수 있었을까요?

SNS를 쓰지 않는 사람이 없고 누구나 회사를 차릴 수 있는 초과다 경쟁의 시대입니다. 광고 효율이 떨어지면서 기업이 페이드 광고에서 오가닉 콘텐츠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으며 그래서 CAC보다 LTV를 높이는 것이 중요해(마켓 사이즈가 작은 우리나라는 더더욱 그렇습니다.)졌습니다.

수 십억 마케팅 예산 굴려본 월급 1천 만원 CMO를 대신해 SNS 언어를 아는 팔로워 1만 명의 크리에이터가 더욱 주목받을 것입니다.

 

가설이 아니라 현재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SNS 시대, 영향력있는 크리에이터가 되기 위한 인사이트를 나눕니다. 르코렉스 레터를 구독하고 곧 마감되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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