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 방금 뭐 하려고 했더라?"
다들 이런 경험 있으시죠. 뭔가 하려고 스마트폰을 열었다가 한참 다른 것에 빠져 원래 하려던 걸 깜빡하는 거요.
파탄잘리는 "요가는 의식 작용의 지멸"이라 했지만, 지멸은커녕 나의 의식은 점점 도파민의 노예가 되어가는 듯합니다. TV, PC, 태블릿, 그리고 폰까지 - 바야흐로 멀티 디바이스 & 멀티 스크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오늘은 여러분과 함께 스마트폰 중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가 될테니 조금 길더라도 끝까지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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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어쩜 다 서마터폰 중독
여러분, 하루에 스마트폰 몇 시간 사용하시나요?
휴대폰 설정에 들어가서 한 번 스크린 타임을 확인해 보세요. 처음 보신다면, 아마 꽤 놀라실 거예요.
전 세계인의 스마트폰 평균 사용 시간은 4시간 37분이라는데요.
스마트폰 과의존, 혹은 중독 현상은 지금 전 세계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리서치 기관마다 숫자가 조금씩 상이하긴 하지만, 몇 가지 통계를 살펴볼게요.
- 사무직 기준 평균 스크린 타임: 10시간 이상
- 2011년 vs 2024년 평균 휴대폰 확인횟수: 34회/1일 → 205회/1일
- 평균 스마트폰 사용시간 1위 국가: 필리핀 (하루 5시간 20분)
한국인 역시 평균 4시간 이상을 스마트폰에 씁니다. 이전 세대보다는 MZ세대의 의존도가, MZ세대 내에서도 밀레니얼 세대보다 Z세대의 의존도가 더 높고요. 청소년은 더 심각하지요.
현대인들이 스마트폰과 함께한 지도 어언 15년, 이렇게 국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비슷한 상황이다 보니 어느 정도는 이 과의존 상태를 용인해주고 있는데요.
우리 몸과 마음, 그리고 관계는 이대로 계속 가기엔 괜찮지 않은 것 같아요.
🐢 몸에 새겨지는 스마트폰의 흔적
미국의 중독치료 전문가 애나 렘키는 말합니다. 끊임없는 쾌락 추구 끝에 남는 건 고통이라고.
말 그대로요. 쉼 없이 스크롤, 숏폼, 쇼핑, 게임을 소비하며 쾌락을 좇는 동안 우리의 눈은 점점 말라가고, 목은 굽어졌습니다. VDT 증후군, 거북목 증후군을 겪는 환자는 지난 10년간 급격하게 증가했죠.
목을 60도 숙이면 목뼈에는 27kg에 달하는 하중이 가해진다 ©️ Spine Wellness Center
스마트폰, 그리고 그 안에 '중독'을 유발하도록 설계된 수많은 앱은 신체적인 영향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지요.
카지노의 슬롯머신 같은 가장 강력한 중독 장치가 포진해있는 SNS는 두말하면 입 아프죠.
책 <디지털 미니멀리즘> 저자 칼 뉴포트 박사는 인간이라면 '본질적으로 느끼는 공허함'을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잠시 가릴 뿐이라며, 그 뒤에는 더 커다란 공허감이 찾아오며 우리는 이 악순환에 빠져있다고 말합니다.
본디 인간의 편리와 연결을 위해 태어난 기계들이 되려 인간의 몸과 정신을 속박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디지털 기기를 끄고' 디지털 미디어나 음악으로 인한 자극을 없앤 상태로 시도하면 도전이 된다. 오늘날에는 높은 보상을 주는 감각 신호를 뇌를 자극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외부 자극 없이 조용히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것조차 노력이 필요해졌다.
/ 애나 렘키 <도파민 디톡스>
🪽 퇴화하는 영성
지금쯤 '글이 왜 이리 길어, 그래서 어떡하라고?' 싶으실 수도 있지만 한 가지만 더 짚고 넘어갈게요. 이번 조사에서 새로 알게된 점을 나누고 싶거든요. 바로 스마트폰은 인류의 영적 퇴화에도 기여한다는 점입니다.
스마트폰, 특히 소셜미디어는 인류가 전통적으로 해왔던 다양한 영적 수행을 필요 없는 것으로 만들거나 줄어들게 했거든요. 다양한 영적 의식을 통해 신성함을 공유하고, 자기초월적이고 경외감을 느끼는 경험과 전통을 잃어버리게 된 겁니다.
또, 소셜 미디어는 타인과 세상을 향한 사랑, 자비, 연민보다는 알고리즘이 첫 화면으로 배달해 준 소식을 보고 빠르게 분노하고 비난하라고 부추기지요.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소셜 미디어는 이와 정반대로 행동하라고 우리를 훈련시킨다. 소셜 미디어는 우리가 비판하려는 사람들의 인간성에는 조금의 관심도 보이지 말고, 그들이 행동한 맥락도 알려고 하지말고, 우리가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바로 그 행동을 우리 자신도 자주 했다는 사실조차 인식할 필요 없이 신속하게 공개 심판을 하라고 장려한다. / 조너선 하이트 <불안 세대>
프라티야하라 Pratyahara
이쯤에서 오늘의 본론, 파탄잘리 요가수트라의 8가지 행법 중 그 다섯 번째를 소개해 봅니다. "거두어들인다"는 뜻의 Prati, "음식"을 뜻하는 Ahara. 여기서 "음식"은 우리의 주의력이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외부의 자극을 뜻해요.
외부 자극으로부터 영향받는 우리의 오감을 제어하고, 주의를 내면으로 향하게 하는 과정인 프라티야하라. 현대의 요가수련자에게 프라티야하라 수련은 스마트폰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디지털 디톡스를 위한 프라티야하라에 초점을 맞춰 소개해 볼게요.
디지털 프라티야하라
0. 중독 인정과 분석
모든 중독 치료의 시작은 인정이죠.
스크린타임을 확인해 내가 몇 시간이나 디지털 기기를 쓰는지 정확히 직시합니다. 그리고 이 사이트로 가서, 계속 이렇게 휴대폰을 사용할 경우 인생의 얼마나 많은 시간을 스크린을 보며 보내게 되는지 계산해보세요. (계산하고 다시 돌아오는 걸 잊지 마시고요!)
놀랍지요.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 알게 됐다면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지금 나는 어떤 앱에, 그리고 왜 그것에 그렇게 시간을 많이 쓰고 있는지를요.
제 경우엔 인스타그램입니다. 10년 전, 해외 생활을 시작하며 인스타그램 사용 시간이 크게 늘었어요. 친구들과 계속 연결되고 싶은 마음으로 열심히 포스팅하기 시작했는데, 무한 스크롤에 중독이 되어버린거죠. 제겐 "해외살이의 외로움"이 스마트폰 과의존을 불러온 트리거였어요.
1. 지루함과 고통을 선택하기
책 <도파민 디톡스> 은 호르메시스 Hormesis 라는 개념을 소개합니다. 생명체는 미량의 독소나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오히려 기분 좋아지는 호르몬을 증가시킨다는 건데요.
인간에겐 운동, 얼음 목욕, 간헐적 단식이 이에 해당해요. 명상과 같은 인지적 도전, 불편한 대화를 감내할 때의 감정적 고통, 몰입해 작품을 만들어낼 때 느끼는 창의적 고통도 포함됩니다.
중독 물질과 행동을 끊을 때는 지루함이라는 정신 상태를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 지루함은 삶의 속도를 늦추고 순간에 집중하게 하며 다음에 무엇이 올지 기다리게 만든다. 현대인들에겐 견디기 어려운 일이지만, 지루함은 목표와 가치관에 따라 삶과 우선순위를 재정비할 기회를 제공한다. / 애나 렘키 <도파민 디톡스>
그러니까 우리는 과학에 근거해 선택할 수 있어요. 단기적으로는 즐겁지만 장기적으로는 나쁜 스마트폰이 아니라, 단기적으로는 고통스럽지만 끝난 뒤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행동을요.
중독을 인정했고, 잠깐의 고통도 마주할 준비가 됐다면 실질적으로 행동을 바꿔볼 시간입니다.
스마트폰 사용의 유익을 여전히 가져가면서도 조화롭게 사용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디톡스 솔루션과 제가 효과를 봤던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해 볼게요.
2. 제한하고 잠그고 끄기
- 스크린타임 관리앱 사용: Opal (iOS), 포레스트, Digital Detox (안드로이드)
아이폰 내장 스크린타임 기능으로 별 효과를 보지 못한 저는 Opal 이라는 어플을 사용해 소셜미디어 사용시간을 정해두고 있어요. 모든 SNS를 합쳐 하루 45분만 허용해 뒀습니다. 아침 3시간 & 수면 전 1시간은 금지시간으로 설정해뒀는데, 효과가 정말 뛰어나요. 무료 버전도 충분히 좋고요. 올 연말에는 하루 평균 스크린타임을 총 2시간 이하로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