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사업을 위해 제안요청서(RFP, Request for Proposal)를 읽어보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보통 RFP는 100~200페이지를 가뿐히 넘기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어 프로젝트의 의도와 핵심을 파악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많은 입찰 기업들이 이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공감하실 겁니다.
조준호 클라이원트(CLIWANT) 대표는 자신뿐만 아니라 국내외 비즈니스 종사자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들을 AI를 통해 해결하고 있습니다. 입찰 시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규모가 방대하며, (국내 200조 원, 미국 900조 원, 싱가포르 80조 원, 일본 790조 원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무궁무진한 기회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시장에서 클라이원트는 짧은 시간 안에 눈에 띄는 성과를 이루며,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창업한 지 1년이 채 안 된 2024년 2월부터 12월까지 클라이원트는 국내에서 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초기 목표를 초과 달성했으며, 계약금액 기준으로는 10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보통 1~2년 걸리는 Pre-A 투자 유치도 법인 설립 9개월 만에 성공했고요.
2024년 3월에는 오픈AI(OpenAI)로부터 ‘최고 잠재력 기업(Most AGI Potential Award)’으로 선정되었으며, 9월에는 Google AI Academy에 초청받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로부터 빠르게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이와 함께 클라이원트는 싱가포르 창이 공항(Changi Airport), 미국 포춘 500대 기업인 Thermo Fisher Scientific, 글로벌 AI 교육 기업 Speak의 미국 본사 등과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히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 켈로그 스쿨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이오플래닛은 조준호 클라이원트 대표를 만나, 클라이원트가 어떻게 고객의 니즈를 발견해 첫 고객을 유치했는지, 빠르게 매출을 성장시킨 비결은 무엇인지, 그리고 글로벌 확장 전략은 어떻게 세우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아티클 네비게이션]
1. 입찰 시장의 페인포인트를 날카롭게 정의하다
2. AI 및 데이터 기술로 시장이 원하는 솔루션을 내놓다
3. 대표의 도메인 지식보다 고객의 니즈에 집착하다
4. 스타트업 성장의 정석을 보여준 후 빠르게 글로벌을 노리다
1. 입찰 시장의 페인포인트를 날카롭게 정의하다
Q. 중소기업에서 14년 동안 일한 후 창업을 결심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이전에 다녔던 회사에서 창립 멤버로 시작해 창업가처럼 일했어요. 싱가포르 시장을 혼자 뚫었어야 했습니다. 여기서 한국 제품이 외국인들에게 인정 받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어요.
원래 제 꿈이 ‘세계 정복’이기도 했습니다(!) 언제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겠다는 목표를 세웠죠. 그런데 회사에서는 제가 원하는 만큼 빠르게 세계를 정복하는 것이 어렵겠다는 걸 깨달았어요. 따라서 제 꿈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법이 창업이라고 여기게 됐고요.
결정적으로 앤틀러코리아가 주최하는 ‘앤틀러 스타트업 제너레이터 프로그램’에 참가해 3차까지 합격했어요. 이후 저는 주저없이 퇴사했고 창업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Q. RFP 분석을 창업 아이템으로 정한 과정은 어땠나요?
무조건 꿈에 집중해서 어떤 아이템과 시장이 좋을지 고민했어요. 그렇게 처음 찾은 아이템은 ‘웹툰’이었어요. 회사를 그만 두기 전 마지막 프로젝트가 웹툰 관련 입찰이었고, 당시 연결된 공동창업자가 웹툰 도메인이 있는 분이었거든요. 하지만 생각보다 제가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지 않았고 시장이 크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 아이템은 빠르게 접었죠.
이후 생각을 조금 더 넓혀서 두 개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어요. 하나는 1) ‘내가 잘 할 수 있으면서 시장도 큰 아이템이 뭘까?’. 다른 하나는 2) ‘내가 하던 일 중 가장 힘든 게 무엇이었을까?’였어요.
그렇게 찾다 보니 입찰 시장에서의 RFP 분석 작업이 떠올랐어요.
Q. 입찰 시장에서의 RFP 분석은 창업 아이템으로 적합했나요?
네. 지금도 재미있게 비즈니스하고 있어요. 다음 3가지 이유로 RFP 분석이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적합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 입찰 관련 시장이 국내외로 상당히 큽니다. 스위스 구글의 요청으로 클라이원트를 한국 스타트업으로서 소개한 자리가 있었는데요. 이때 어느 나라를 가도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RFP 분석이 힘들다는 데 공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가타부타 다른 설명을 할 필요 없이요. 반면 웹툰의 경우 북미에서 유명하다고 하지만, 정작 관련 비즈니스를 하려면 많은 부연 설명이 필요했습니다.
-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서 비즈니스 기회가 많습니다. RFP 분석 관련 비즈니스를 하면 할수록 파도, 파도 어려운 문제가 많더라고요. 고객과 대화를 하며 계속 파악해나가고 있습니다.
-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갈 때마다 매출 증대 등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비즈니스를 계속 해야 할 이유가 되고 창업가로서 동기부여가 되는 부분이죠.
Q. 그동안 많이들 공감하는데도 풀리지 않던 문제들이 있었다는 이야기인데요. 도대체 그 문제가 무엇인가요?
클라이원트가 풀어나가는 페인포인트를 구체화하자면 크게 3가지로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 고객들의 비즈니스에 맞는 RFP를 찾고 받아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 민간 영역의 경우 RFP를 찾으려면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기업과 사전 미팅을 여러 번 하면서 신뢰를 쌓아야 해요. 그래야 파트너사로 인정 받고 RFP를 받을 수 있죠. 사전 영업이 굉장히 많이 필요합니다.
- 한편 클라이원트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공공 영역의 경우 하루 몇 천 개 되는 RFP가 쏟아져 나옵니다. 이를 일일이 다 보기는 어려워서 회사들은 적합한 RFP를 놓치기 일쑤고요. 한 고객사 대표님께 여쭤보니 “공정하게 경쟁해서 떨어지면 괜찮다. 하지만 (RFP가)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가면 화가 난다”고 하시더라고요.
- 그래서 클라이원트는 “고객 회사에 맞는 RFP들은 놓치지 않게 해주겠다”는 의도로 솔루션을 만들고 있어요.
- RFP를 어렵게 찾아 다운로드를 해도 입찰 준비가 번잡스러워요.
- 우선 반복적인 페이퍼워크(서류 작업)가 많아요. 회사소개서를 적합하게 적어 내야 하고, 기입해야 하는 자잘한 정보들도 많습니다. 또한 인력 프로파일을 일일이 다 만들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이게 잘 안 써져요. 따라서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 프로젝트의 의도와 과거 기록을 파악하는 한편 고객사는 자사의 역량을 파악해서 제안서에 녹여내야 하는데 이 일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 예를 들어 IT 솔루션 구축 사업 RFP가 있다고 하면, 1) 구축 전 설계 및 컨설팅 사업 내용이 어땠는지 보고 해당 사업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파악해야 하고요. 2) 해당 사업이 예를 들어 ‘서울 스마트 시티 사업’에서 나왔다고 하면 서울시가 이 프로젝트에서 강조하는 지점이 무엇인지도 알아야 유리합니다.
- 또 3) 해당 IT 솔루션 구축 사업에 이미 다른 기업이 설계와 콘셉트를 잡아놓은 것이 있는지도 확인하고, 고객사는 이 사업에 아예 뛰어들지 않는 편이 나은지 아니면 컨소시엄에 들어가는 게 나은지 판단해야 합니다.
- 한편 4) 무주공산인 사업 역시도 제안서를 아주 잘 만들어야 하는데요. 이유는 심사위원이 공무원 뿐만 아니라 외부인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객사의 설계 역량만 주구장창 적어놔도 입찰 수주에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정말 여러모로 머리 터지는 일입니다. 이를 바꿔 말하면, 저희 솔루션은 단순히 RFP 관련 해석 뿐만 아니라 메타 정보도 많이 보여주어야 고객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 스타트업 창업자의 아이템 및 페인포인트 설정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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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AI 및 데이터 기술로 시장이 원하는 솔루션을 내놓다
Q. 입찰 시장에서의 페인포인트를 솔루션화 할 때 고려한 점은 무엇인가요?
앞서 말씀 드린 페인포인트들의 답은 결국 RFP 문서에 다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사가 입찰 수주를 위해 사전 영업을 하고 싶다고 하면 RFP 문서 내에 해당 사업 당당자의 정보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요 요구사항, 원하는 스펙 등도 모두 적혀 있죠.
다만 RFP 문서는 전부 줄글로 돼 있고 한글 파일로 배포하며 문서 내 형식도 다 다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문서에서는 ‘입찰을 위한 자격’이라고 적혀 있는 내용이, 다른 문서에서는 같은 내용으로 ‘입찰 참가 조건’이라고 돼 있어요.
이렇게 표준화가 안 돼 있으니 고객사들은 RFP 문서를 다운로드 받거나 프린트를 해서 봅니다. 그들은 보고 싶은 정보가 어디 있는지 모르니 일일히 확인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이 방법은 굉장히 불편합니다. 근본적으로 ‘비효율적인 작업인데 자동화가 안 된다’는 문제가 있는 겁니다.
클라이원트는 고객사들이 RFP 문서를 다운로드 받거나 프린트할 필요 없이, 보고 싶은 정보를 볼 수 있는 AI 솔루션을 만들었습니다. 첨부파일 본문 내용을, 압축된 파일도 전부 풀어서 전부 분석 및 검색 가능하게 만든 거예요. 이를 통해 고객사들은 제안서를 쓸지 안 쓸지 효율적으로, 효과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요.
GPT가 나오면서 AI 시스템이 대규모 문서의 문맥을 이해하고 주요 정보(Key Information)를 메타데이터화 할 수 있게 된 덕분입니다. 클라이원트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활용해 RFP 문서 분석 관련 노하우와 규칙을 쌓았고 덕분에 정확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Q. IT 기술 측면에서 RFP를 잘 분석할 수 있는 프로덕트로 어떻게 고도화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 나온 GPT 3.5는 문서 요약을 빠르게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메타데이터만 추출하는 일을 잘 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다음에 나온 GPT 4.0을 활용했을 때 문서 요약과 메타데이터 추출 작업이 모두 가능했지만 속도가 느리고 비용이 많이 들었습니다.
클라이원트는 그래서 (저희 솔루션을 위한 용도로) 이 두 개의 GPT를 합쳐 ‘멀티 AI 에이전트’를 만들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각 GPT의 장점만 쓸 수 있게끔 둘을 섞은 거죠.
GPT 3.5에게는 키워드를 놓치지 않고 요약을 잘 할 수 있게 시켜서, 굉장히 두꺼운 RFP 문서를 착착 요약하도록 만들었어요. 그리고 이 요약본을 GPT 4.0로 넘기게 설정했고요. GPT 4.0의 경우, 두꺼운 RFP 문서가 아닌 요약본만 처리하면 되니까 빠른 속도로 주요 정보만 추출하게 만들었어요.
이 과정에서 파인 튜닝(Fine Tuning)이 필요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마침 오픈AI로부터 저희가 ‘최고 잠재력 기업’으로 선정 받아서 미국 본사에 갈 기회가 생겼어요. 그때 담당자에게 “지금 우리는 정규식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만 활용한다. 파인 튜닝이 프로덕트 정확도를 더 높일 수 있을까?”라고 물었죠. 그랬더니 그들은 “할 필요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더군요.
이유인즉슨, GPT 4.0 이후 버전이 나오면 더 빠르고 정확해질텐데, 지금 파인튜닝을 하면 나중에 한번 더 해야 하고, 하나 고치느라 다른 것을 더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저도 초기 단계 스타트업으로서 파인 튜닝을 하기에는 리소스가 많이 들고 효율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요.
💡파인튜닝: 딥러닝에서 사전 훈련된 모델의 가중치가 새로운 데이터에 대해 훈련되는 전이학습에 접근하는 방식을 말한다. 파인 튜닝은 전체 신경망을 대상으로 수행될 수도 있고 해당 레이어의 하위 집합에서만 수행될 수도 있다. |
Q. 오픈AI에게 인정받은 것도 멀티 AI 에이전트 덕분이었군요.
네. 멀티 AI 에이전트 덕분에 저희 솔루션이 더 정확한 결과를 빠르게 낼 수 있게 된 덕분이었죠. 다만 저희는 해당 IT 기술 자체에 매몰되기보다 비즈니스 자산을 축적한다는 시각으로 보고 있어요.
예를 들어, 한 고객사가 어떤 RFP 문서를 두고 컨소시엄이 허용되는지, 되지 않는지를 살펴본다고 하면, 이 조건 하나를 위해서 클라이원트는 100개가 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해요. 아까 말씀 드렸듯이 RFP 문서마다 용어와 표현을 다 다르게 사용하니 예외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에요. 이때 도구로서 AI를 사용하는 것 뿐이고요. 여러 고객사와의 이런 사례들이 전부 저희에게는 비즈니스 자산이 됩니다.
따라서 저희에게는 AI라는 도구를 프로덕트에 잘 녹이고 이 도구에게 분업을 잘 시키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Q. 현재 클라이원트가 솔루션에 활용하는 AI의 성능은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절대 AI 성능이 완벽해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완벽해질 때까지 서비스를 만들려면 출시도 못했을 거예요. 저희 클라이원트 팀은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90% 정도만 정확도를 끌어올리자고 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1%라도 부족하면 뭔가 부족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AI 성능 및 정확도를 보여주는 논문을 공유하면서 솔루션을 출시했죠. ‘우리 솔루션이 100% 완벽하지는 않다. 고객사를 위해 RFP 문서를 빠르게 분석해서 시간을 줄여줄 뿐, 수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공지했고요.
일단 프로덕트를 출시하니 고객들이 피드백을 주었는데요. 결국 수주까지 원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데이터에 집중하고 있어요. 과거 7개년 치 모든 공공 입찰 데이터를 확보해서 분석하고 있습니다. 분석 내용은 다음과 같아요.
- 고객사가 현재 보고 있는 RFP와 가장 유사한 RFP는 무엇인가?
- 고객사가 현재 보고 있는 RFP와 비슷한 RFP의 경우, 어떤 기업들이 수주를 많이 했나?
- 고객사가 현재 보고 있는 RFP와 비슷한 RFP에 입찰해 수주한 기업들의 수익은 얼마나 되나?
📌 스타트업 창업자의 솔루션 제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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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표의 도메인 지식보다 고객의 니즈에 집착하다
Q. 결국 고객의 니즈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인데요. 데이터 분석이 고객사의 수주와 직접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나요?
저희가 수주를 보장할 수는 없지만 확률이 높은 사업의 RFP를 찾아드리는 거예요. RFP 내용 중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과 가점 내용이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가점 내용에 관한 정보는 RFP 문서 어딘가에 숨어있고, 고객사가 해당 가점을 얻을 수 있는지 매번 확인하기도 어렵죠.
이때 고객사들은 클라이원트 솔루션에서 ‘경기도에 본사가 있고 정보통신 소프트웨어업을 하는 회사가 가점 3점 이상 받을 수 있는 사업만 찾아줘’라고 검색하면 관련 RFP 리스트를 쫙 볼 수 있어요. 복수의 조건으로도 검색할 수 있죠. 예를 들어 클라이원트 솔루션에서 ‘경기도에 본사가 있는 정보통신 소프트웨어업 회사고, 우리 회사가 주로 수행하는 1억~2억 규모의 사업만 찾아줘’라고 검색하면 돼요.
또 하나 고려해야 할 부분이 ‘가격’인데요. 클라이원트 솔루션은 고객사의 경쟁사들의 투찰율 추이를 파악해주고, 그 가격이면 얼마 정도를 받을 수 있을지 참고자료를 조사해서 보여줘요. 정확히 얼마가 좋을지 맞히기는 어렵지만 고객사들은 이를 보고 수주 확률을 높일 전략을 짤 수 있는 거죠.
Q. 대표님의 입찰 관련 업무 경험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업의 구조를 잘 아니까요. 실제로 그런가요?
초기에는 그랬지만, 시간이 지나니 고객을 직접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끼게 됐어요. 프로덕트에 제 아이디어가 들어간 것은 파편화된 기업 정보를 모아서 보여주는 기능 하나였어요. 고객사에게 파트너사 정보를 보여주는 거예요. 고객사들이 이 기능을 정말 좋아했죠. 그래서 현재 클라이원트의 중심추는 ‘검색 서비스’, ‘기업 검색 서비스’ 두 가지예요.
하지만 이 역시도 제가 아는 도메인 지식 그 자체보다, 그 지식을 바탕으로 고객사들의 페인포인트를 직접 듣고 프로덕트에 담아낼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했다고 생각해요. 데이터 분석도 결국 프로덕트를 출시한 뒤 고객사들의 니즈를 피드백으로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더 고도화할 수 있었고요.
지금은 비즈니스 우선순위도 고객이 원하는 것 위주로 설정해요. 많은 고객이 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여기고, 그에 따라 고객을 찾아갑니다.
Q. 그럼 첫 고객 인터뷰를 어떻게 시작했나요?
노코드로 랜딩페이지를 만드는 강의를 이오스쿨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 들었어요. 저희는 강의 그대로 똑같이 만들고 홍보를 했고요.
모든 카카오톡 채팅방에 클라이원트의 랜딩페이지를 소개하며 저희 솔루션을 알리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보냈죠. 이때문에 다수 채팅방에서 쫓겨났지만 효과는 있었습니다. 약 40군데 기업이 랜딩페이지를 통해 클라이원트 서비스 사전 신청을 했으니까요.
그 중 한 대표님이 적극적으로 “팬이다, 서비스 잘 만들어달라”는 메시지를 주셨어요. 그래서 그 분을 찾아가서 만나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정말 교과서적으로, 스타트업이 첫 고객을 찾는 방법의 정석 대로 따라 했죠.
하지만 중요한 포인트는, 클라이원트가 좋은 문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잠재 고객들이 관심을 가지고 이렇게 연락을 해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랜딩페이지를 통해 잠재 고객을 찾은 뒤 다른 고객사들은 어떻게 확보했나요?
지인 5~6명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네트워킹으로 고객을 확보하는 것도 창업가이자 CEO인 저의 역량이라고 생각했어요. 심지어 저는 주니어가 아니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랬죠. 이 다음에는 지인의 지인, 지인 회사의 컨소시움 파트너들을 소개해달라고 했어요. 다음은 파트너의 파트너까지 네트워크를 넓혔고요.
이렇게 확장하다 정체된 시기가 와서 그때부터 마케팅을 했어요. 현재 저희 그로스 리드분은 클라이원트에 자원해서 입사했어요. 이후 유튜브 콘텐츠를 포함한 저희 콘텐츠들을 자체적으로 만들기 시작했고요.
올해 5월부터는 세미나를 하기 시작했어요. 입찰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주제면 클라이원트가 세미나를 열어서 이니셔티브를 잡으려고 노력했어요. 덕분에 여기서도 고객사들이 많이 유입됐습니다.
다시 말해, 클라이원트는 스타트업의 정석 대로, 콘텐츠로 자연스럽게 노출이 많이 돼서 성장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Q. 블로그, SEO도 신경을 쓰시나요?
네. 클라이원트의 프로덕트는 페인포인트, IT 기술 등 맥락을 설명하면 고객들에게 더 잘 어필이 되기 때문에 블로그를 주기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현재 총 70곳의 고객사를 확보했는데요. 콘텐츠를 보고 유입된 고객사도 많습니다.
더불어 콘텐츠는 단순히 비즈니스 영업 뿐만 아니라 인재 영입에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사람들이 자진해서 클라이원트에서 일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계기가 되어줘요. 같이 일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클라이원트는 비즈니스 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하네. 그런데 콘텐츠가 심지어 재미있기도 하네”라고 하시더라고요.
현재 함께 일하는 구성원 중 절반 정도가 이렇게 자원해서 찾아온 분들이에요. 당연히 저희 영입 기준에 따라 선발 과정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콘텐츠 덕분에 인재 영입은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 스타트업 창업자의 성장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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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스타트업 성장의 정석을 보여준 후 빠르게 글로벌을 노리다
Q. Pre-A 투자를 이르게 받으셨는데 과정이 어땠나요? 또 다른 초기 스타트업에게 투자 받는 팁도 주시면 좋겠습니다.
클라이원트는 기본적으로 매출이 잘 나왔습니다. 서비스를 시작한 시점부터 매출을 냈고 매월 성장하고 있어요. 또 오픈AI에게 최고 잠재력 기업으로 선정되며 기사가 굉장히 많이 나왔어요. 덕분에 한번 더 도약의 기회를 잡았죠. 그래서 사실 클라이원트 입장에서는 법인 설립 6개월 만에 투자를 받을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경기가 좋지 않아서 오래 걸려서 9개월 만에 마무리됐다고 생각해요.
저는 정말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간다고 생각해요. 물론 운이 어마어마하게 잘 따라야 하지만, 클라이원트는 GPT로 여러 방법을 써봤고 그 과정에서 노하우를 쌓았기 때문에 오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고 봅니다.
투자 팁의 경우, ‘우리 기술은 너무 좋다, 특허도 벌써 다 받았다’는 어필은 하지 않으시기를 바란다는 말씀을 드려요. VC들은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고객 및 시장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가’, ‘기술을 활용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등을 궁금해하거든요. 클라이원트도 고객을 이렇게 잘 확보했고, 투자를 받고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점을 IT 기술보다 강조했어요.
더불어 시장의 크기는 반드시 커야 한다는 조언을 드립니다. 시장이 작다면 이를 키울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야 하고요. 스타트업은 무조건 빠르게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장만 보는 투자자 분도 계시거든요. 클라이원트의 경우 입찰 시장이 워낙 컸기 때문에 쉽게 어필할 수 있었습니다.
Q. 클라이원트의 글로벌 진출은 어디까지 왔나요?
올해 9월에 싱가포르 법인을 세웠습니다. 내년에는 거의 싱가포르에서 살다시피 지내며 비즈니스를 열심히 할 것 같아요. 이후 클라이원트를 상장시켜서 미국으로도 진출할 예정입니다. 어떤 VC 분들은 ‘1년 도 안된 스타트업이 국내 안정화도 덜 되었는데 왜 해외 진출을 하냐’고 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글로벌 진출에 때가 있다고 보지 않고, 해외 시장으로 나갈 수 있을 때 나가야 한다고 봐요.
특히 저희 프로덕트는 국내 비즈니스의 디테일에 너무 꽉 맞춰지면 해외에서는 경쟁력이 줄어든다고 생각해요. 글로벌 시장에서 하나의 중요한 기능을 제대로 개선하고 더 고도화해서 더 많은 시장에 소개해야 하는데 국내 기준에만 너무 타이트하게 맞추면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예요.
예를 들어, 국내 고객사가 입찰 준비에 ‘제출 서류를 자동화해달라’고 요청하실 때가 있어요. 클라이원트 입장에서 국내와 해외에서 요구하는 제출 서류 목록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이는 국내의 틀에만 맞춰지는 기능이어서 기능을 적용하기가 어렵습니다.
반면, 고객사가 경쟁력 있는 제안서를 만들기 위한 제안 전략을 설득력있게 만들어 달라는 요청은 어느 나라나 같거든요. 그래서 클라이원트는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서 더 고도화하고 개선하려고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저희의 글로벌 진출은 다른 스타트업의 정석과 다를 수 있어요. 하지만 저의 목표는 세계 정복이어서요. 클라이원트가 지금 당장 하는 일만, 그리고 한국 시장만 보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로 더 크게 봐야합니다. 그래야 클라이원트가 어떤 시장으로 진출하겠다, 새로운 프로덕트로 무엇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올해 2월쯤 연매출 목표를 5억 원으로 잡았어요. 당시 VC 분들은 “이제 시작하는 B2B SaaS 스타트업으로서 매출 1~2억 원만 올려도 잘하는 것이다”라고 코멘트해 주셨거든요. 하지만 결국 저희는 5억 원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어요. 계약 금액만 보면 10억 원입니다. 저는 항상 이렇게 목표와 꿈이 커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내년 목표는 올해 매출의 20배인 100억 원으로 잡았어요. 그러려면 지금의 클라이원트의 프로덕트와 고객을 아예 다른 방식으로 정의해야 하고, 더 큰 페인포인트를 발견해야 해요. 또 새로운 시장을 겨냥해야 하죠. 매출원을 근본적으로 다시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다들 말이 안 된다고 하지만 저는 재미있어요. 목표를 달성하리라는 확신도 있고요.
더불어 싱가포르 창이 공항과 이미 PoC(Proof of Concept) 계약을 맺었습니다. 십 몇 년 전 같이 일한 동료 분이 창이 공항에서 일하셔서 프레젠테이션을 요청했는데 다행히 반겨주시더라고요. 덕분에 창이 공항에서 만드는 RFP를 클라이원트가 AI로 생성하는 계약도 성사시킬 수 있었습니다. 클라이원트는 이렇게 글로벌 시장에서 RFP 생성 영역으로도 비즈니스를 확장해서 앞으로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PoC: PoC, 즉 ‘개념 증명’은 고객사에서 신기술을 도입하기 전에 요구사항을 보내면, 이에 대한 기술 타당성을 증명해주는 개념을 뜻합니다. 실제 제품 또는 개발의 전 단계에서 PoC를 성공시켜 더 큰 규모의 개발이나 상용화가 가능해집니다. 특히 비즈니스 모델 실험, 제품 검증 단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
저는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큰 목표를 잡고 쇄신하면 무엇을 해야 할지 새롭게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클라이원트의 팀원들도 그 목표에 맞춰 같이 고민하고 있어요.
📌 스타트업 창업자의 글로벌 진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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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디터 | 김지윤
글 | 장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