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승 포트래이 ·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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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가의 심장을 찌르는 드라마 '플레이리스트' 속 4가지 장면
창업가의 심장을 찌르는 드라마 '플레이리스트' 속 4가지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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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듣보잡

 

재생 버튼을 눌렀더니 낯선 스웨덴어가 흘러나왔습니다. 가볍게 보려고 틀었던 드라마에 금방 사로잡혔습니다.  스포티파이라는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을 다룬 넷플릭스의 ‘플레이리스트'에선 ‘회사’의 다양한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심장을 콕콕 찌르는 말들이 그득했죠. 심장을 쳤던 첫 대사는,

 

 

그렇습니다. 모든 스타트업의 시작은 듣보잡이죠. 어디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작은 회사요. 그런데, 변호사로 잘나가고 있는 페트라 한슨을 스포티파이의 저작권 협상 담당자로 모시기 위한 마르틴 로렌슨의 능청스러움도 심장을 쳤답니다.

마르틴: 당신을 고용하려고요. 우리 회사 공식 변호사로요. 스포티파이의 직원이 돼서 음반 회사들과의 모든 계약을 맡는 거에요. 
페트라: 스칸디나비아의 최고 법률 회사를 관두고 듣보잡 스타트업에 오라고요? 이건 너무 미친 제안이네요
마르틴: 미쳐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제 명함이에요. 

미쳐보기. 이 단어만큼 창업자를 설레게 하는 말이 있을까요.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작은 팀에서 하나씩 만들어나가는 희열은 모든 고된 순간들을 이겨내게 하는 어쩌면 유일한 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번쯤 자신을 던져보고 싶은 열망을 자극하는 순간순간에 큰 기쁨과 두려움이 공존하죠. 저희 회사로 한 분씩 천천히 설득해나가는 과정이 촤라락 스쳐 지나갔습니다. 

중간에 여러 우여곡절이 있지만, 페트라는 스포티파이로 넘어가 음반사와의 계약을 성사시켜내죠. 하지만 이 계약은 또 다른 파장을 낳습니다. 

 

2. 소모품

 

‘플레이리스트’에선 창업가의 관점에서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일전 다루었던 드라마들인 ‘위크래시드'(우린폭망했다) ‘드롭아웃' ‘슈퍼펌프드'로부터 이 드라마가 차별화되는 부분이죠. 특히 마음이 아팠던 부분은 스포티파이의 전 CTO였던 안드레아스 엔의 이야기였습니다. 

 

 

전율이 옵니다. 

모든 인터넷의 통신 규약을 깨면서, 인간의 인지 한계에 도전합니다. 일부의 정보를 잃더라도 귀로 구분할 수 없는 수준으로, 버튼을 눌렀을 때 즉시 재생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0.2초의 벽을 깨부숩니다. 기술적으로 아름다운 스트리밍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이 생각을 처음 해 냈을때의 희열을 간접적으로 맛보며, 언젠가는 우리도 이런 멋진 순간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하지만, 이후의 행보는 심장을 아프게 합니다. 

이 멋진 해결책을 만들기 위해 일에 몰두하다 보니, 사랑했던 여자는 떠나갑니다. ‘기다리면서 시간을 버리기엔 삶은 너무 짧아'라는 말을 남기고요. 그리고 완전 무료로 음악을 세상에 제공하겠다는 처음 이상과는 달리, 음반사와 계약을 하고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하자는 페트라의 등장에 안드레아스는 점차 실망하게 되죠. 

결국 본래 CTO였던 본인보다 더 높은 지분을 가지는 다른 이가 생기게 되며 스포티파이를 떠나게 되죠. 여자친구와 떠나며, 이런 말을 남깁니다. 
 

 

새로운 알고리즘을 생각해 냈을 때보다도, 스포티파이를 떠나는 안드레아스의 얼굴이 더 행복해 보였다면, 조금은 슬픈 이야기 일까요.

 

3. 병적인 문제 
 

 

책상위에 올라가 호탕하게 웃는 바로 이 사람. 스웨덴에서 성공적으로 광고회사를 상장시킨 뒤 스포티파이의 공동창업가가 된 ‘마르틴 로렌손’ 입니다. 창업자의 시선에서 제가 가장 심장이 움직였던 인물이었어요.대표인 ‘다니엘 이에크'보다도 말이죠.

살면서 난 내 성격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배운 건 내가 남들처럼 할 수 없다는 거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인지는 그려주지 않지만, 제가 봤을 땐 아마도 ADHD였던 것 같습니다. 늘 에너지가 넘치고, 충동적으로 저지르고, 여러 말 실수를 하기도 하죠. 마르틴 본인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가 가장 멋졌던 부분은 바로 남들처럼 살 수 없으니, 남들과 다르게 살기로 한 것이죠.

투자를 받기 위해 미국에 날아가 만났던 피터틸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당신 사업이 마음에 들지만, 당신의 병적 문제도 아세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냥 상당수 성공적인 사업가들이 가벼운 병적인 문제가 있다는 거에요. 
당신은 사회화의 모방 유전자가 부족하달까? 혁신에는 플러스라 때로는 위대한 기업을 만들죠.

어쩌면 창업가에게 필요한 것은 무언가 망가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상도 못할 스트레스, 불확실성, 거대한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 어떻게 보면 인간으로서 가지고 있는 본능 중 일부를 버림으로써 한 인간의 몸으로 거대한 책임을 져 나갈 수 있는 것일지도요.  

이 망가진 조각은 스포티파이의 성장엔 결정적인 동력이었지만, 스포티파이의 나스닥 상장엔 위험요소가 됩니다.

 


다니엘의 결혼식 파티에서 회장직을 사퇴해 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그 이야기를 들은 직후 파티에서 신나게 춤을 추는 마르틴의 모습은 애잔해 보였습니다. 

 

4. 타협 

 

창업과 성장의 기쁨은 뜨겁습니다. 하지만 분명 그 기쁨은 일시적이며, 회사는 개인보다도 커지게 되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마주하며, 만났던 이와는 이별의 순간을 마주합니다. 드라마는 단순한 창업기가 아니라 ‘기업’이란 무엇인지를 여러 번 묻습니다. 

창업가이자 대표자의 관점에서, 혁신당하는 전통적 사업 운영자의 관점에서, 산업을 파괴하는 법률가의 관점에서, 핵심에서 서서히 밀려나가는 개발자와 창업 파트너의 관점에서, 그리고 그 안에서 가장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했던 플랫폼 사업자의 희생양의 관점에서.

모든 이에게 무료로 음악을 주면서도 음악 산업을 희생시키지 않고자 했던 스포티파이의 비전은 결국 음반 산업에게 매출의 70%를 지불하며 아티스트를 더욱 힘들게 하는 기업으로 귀결됩니다. 마지막으로 스포티파이의 운명을 갈랐던 이 대화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다니엘: 스포티파이가 음반사에 기여하는 건 비전에 없었어.
마르틴: 네. 비전에 없었을 뿐이지, 다니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약간의 타협이 필요하다면 그게 나갈 방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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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대승 포트래이 · CEO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해 살아갑니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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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   약 1달 전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소개된 윌트 휘트먼의 시 중 “What will your verse be?”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대승 에디터님께서도 써주신 글을 보면서도 사람 뿐만이 아니라 기업도 결국은 “우린 어떤 시를 쓸건가"라는 질문에 좀 더 귀 기울여보고 싶어지는 생각이 드네요.
답글   ·   약 1달 전
시간이 다 지나고 써 놓은 시를 다시 볼 때, 그 시가 다른 이를 감동시킬 수 있다면 더 좋겠네요 :) 
답글   ·   약 1달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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