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셋
이번 생애에 셀러는 처음이라

무인마트에서 의류를 팔고 있습니다. 무인마트 개업할 때, 리퍼의류(반품 혹은 재고의류)를 받았습니다. 1박스에 3만원, 50박스쯤 받았습니다. 박스에 뭐가 들어 있는 지는 모릅니다. 상의, 하의, 속옷, 수영복, 외투 등등 아무것도 모릅니다. 어떤 브랜드가 들어 있는 지도 모릅니다. 복불복입니다. 

오픈하는 재미는 있었습니다. 어느 박스에는 쓰레기 급만 들어 있었고, 다른 박스에는 수십 만원 정도 할 수 있는 의류가 들어있기도 했습니다. 

제게는, 팔리는 옷과 팔리지 않는 옷을 구별하는 안목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처음이라 안목이랄 것이 전혀 없습니다. 되는 대로 진열해 팔았습니다. 그리고 수백벌이 팔리고 나니까, 팔릴 옷들이 느껴졌습니다. 옷을 만지면 금새 판매될 옷들이 머리 속에서 나뉘어졌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박스 여는 재미가 더 있습니다. 팔리지 않을 옷들을 그냥 버립니다. 팔릴 옷들을 팔릴 것을 기대하면서 진열합니다. 제 상상(기대, 판단)이 맞을 지 맞지 않을 지 설레이는 마음으로 지켜 봅니다. 

그런데 의류 랜덤 박스를 오픈하다 보면,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유명한 브랜드에, 때깔도 곱고, 딱 내 스타일인 옷입니다. 그런 옷을 발견하면 제가 입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그 옷을 팔았을 때의 희열이, 입었을 때의 만족보다 더 클 것 같았습니다. 그 옷을 마트에 진열했는데, 반나절만에 누군가가(고객) 금새 채갔습니다. 팔린 것을 확인했을 때 기뻤습니다. 제가 정상이겠지요!

물건을 만드는 메이커(maker)와 물건을 파는 셀러(seller)는 마음 가짐이 다른 것 같습니다. 메이커는 자신이 만든 물건에 대한 자부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먹고, 자기가 입고, 자기가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그런 모습이 좋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셀러는 아닌 것 같습니다. 가장 좋은 물건을 고객에게 팔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 셀러답습니다. 예를 들어, 정육점 사장님이 가게에 들어오는 고기 중에 제일 좋은 고기는 자기가 먹고, 좋지 않은 고기만 고객에게 팔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지만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번 생애에 “옷 파는 셀러”는 처음이라, 제 마음가짐이 제대로인지 한 번 되돌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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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환 낫유스튜디오 ·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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