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규 벤디트 · CEO
크리에이터 아티클
#마인드셋
만 19세, 결혼하다

3회 프롤로그: 이전 회차 리뷰

 

이전 회차에서 '한국의 아마존'이 될 수 있었던 사업을 말아먹었던 이야기를 전해드렸었죠. 

스타트업이 낙오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함께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거시적인 비전을 가져야 한다는 것과, 그런 미래를 이룰 수 있음을 진심으로 믿게 만들거나, 애초에 믿는 사람을 모셔와야 한다는 교훈을 끝으로 이야기를 마쳤었어요. 기억 나시나요?


앞선 내용들에 따르면 큰 비전을 믿고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자기확신이 선행돼야 하는데요. 저는 첫 번째 사업을 정리하며 자기확신을 키우고자 했어요. 그래서 스스로의 실력 향상을 도모하는 것과 함께 두 가지 원칙을 정립했습니다.

 

1. 큰 책임을 당연하게 여기기

2. 티끌모아 티끌

 

첫번째 원칙은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에 만든 원칙이었어요. 주변 환경이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보다 빨랐었기 때문이죠.

두번째 원칙은 사사로운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며 스케일을 키우기 위해서였습니다.

두 원칙의 핵심은 스케일과 속도에 있었습니다. 작은 숫자는 조금만 더하거나 빼도 큰 오차가 생겨 신뢰를 잃지만 큰 숫자로 갈 수록 작은 수의 오차는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믿음이라는 영역에서도 작은 스케일, 계산할 수 있는 수준의 숫자에 오차가 생기면 금방 계산에 대한 믿음을 잃지만, 계산이 불가능한 커다란 스케일에서의 믿음은 작은 숫자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저는 이 두 가지를 주변 인간관계와 모든 일의 기본 원칙으로 삼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지켜내기 위해서 주변에 계속 두 가지 원칙에 대한 얘기를 하고 다녔습니다.

이번에는 이 두 가지 원칙들을 주제로, 성인이 되자마자 결혼 도장을 찍었던 이야기를 나눠 보려고 합니다.

 


 

1. 큰 책임을 당연하게 여기기

 

제게 책임이라는 것은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해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것. 후회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게 “큰 책임” 이라는 것은 “얼마나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하는가, 얼마나 후회 없이 과감하게 결정하는가” 인 것 같습니다.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걷어내고 모든 결정을 최대한 단순화해야 합니다.

결혼, 창업과 같은 인생의 중대한 의사결정도 서로의 경제적인 상황과 온갖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사랑해서” 처럼 단순화 하는거죠. 만일 결혼을 할 때 여러가지 변화될 수 있는 요소들을 포괄적으로 고민했다면 주식이 떡락하는 상황과 같이 여건에 변화가 있을 때 포기하게 되는 겁니다.

 

마이클 펠프스 - 나무위키
김연아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거지" - YouTube

 

수영과 결혼한 마이클 펠프스, 피겨 스케이팅과 결혼한 김연아도. 이들이 적어도 각자 분야에서 포기하지 않고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냥” 했기 때문일 거예요. 뭔가 결정할 때 온갖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존재한다면, 거기에 차질이 생겼을 때 포기하게 됩니다. 빙질이 좋지 않을 때는 연습을 멈추게 될 것이고, 주말에는 수영하지 않게 되었겠죠. 그랬다면 훌륭한 결과를 얻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그래서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는” 마음이 단단할수록 그건 스스로에게 큰 책임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책임을 당연하게 생각해야 어려운 결정이 쉬워집니다. 책임의 범위 안에 실패에 대한 고려가 없기 때문입니다. 결론이 날 때까지 해보고, 실패해도 후회하지 않는 경험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그리 일찍 결혼했냐, 어려운 결정이었을 텐데 대단하다고요. 또는 '후회하지 않냐'는 물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렇게 어려운 결정도 아니었고 후회하지도 않았습니다.

아내를 사랑해서 결혼했고, 어떤 결정과도 마찬가지로 결정에 대해 큰 책임을 질 뿐입니다. 만약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고치면서, 포기하지 않고, 그냥 끝까지 하면 됩니다.

더 솔직히 이야기하면 저는 빠르게 독립하고 싶었기 때문에 고등학생 때 결혼을 시도 했었는데요. 양측 법적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했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습니다. 😂

큰 책임을 “당연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씀드렸지만 큰 책임을 당연하게 질 수 있으려면 그 책임이 내게 어떤 인센티브가 되는지에 대한 자각이 있어야 할 겁니다.

저의 경우에는 책임을 지는 상태가 되었을 때 더 많은 노력을 하게 됩니다. 많은 책임이 작용할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스스로를 바꾸기보다 주변 환경을 바꾸고 책임을 지는 것이 훨씬 빨랐습니다.

그리고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스스로를 움직이는 데 정말이지 최고의 원동력이자 인센티브가 됩니다.

 

 

TMI. 아내를 만나게 된 계기:

저와 아내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교실에서 만났습니다. 저는 이과였고 아내는 문과에다 남녀 분반이라 마주칠 일이 없었지만 우연한 계기가 있었죠.

한 친구가 같이 축제 공연을 하자고 교실에 찾아왔었는데, 아내는 그 친구 옆에 함께 있었어요.

큰 키와 예쁜 얼굴에 비해 소심하고 수줍은 친구였습니다. 공연 이야기는 모르겠고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대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사귀게 되었고요.

수 많은 일들을 함께하며 보냈던 고등학교 2학년 때, ‘성인이 되면 결혼하자!’ 약속 했어요.

아내 생일이 제 생일보다 빨랐기 때문에 저의 생일이 지난 이후 망설임 없이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여보! 나 약속 지켰어! 😚 (밥 줄거지? ㅎ)

 

 

2. 티끌모아 티끌

 

그렇게 결혼을 하고 나서, 저와 아내는 송파에 있던 아내의 정말 작은 원룸에서 신혼을 보냈습니다. 수중에는 많아봐야 항상 수십만원 수준의 돈이 있었어요. 호스팅 사업 하면서 채굴에 사용했던 그래픽카드를 몇 장 가지고 있었는데, 그걸 중고 나라에 팔아서 돈을 벌기도 했고요.

어찌나 돈이 없었던지 교통비를 지급하는 “금융상품 아이디어 공모전” 등에 가짜 신청서를 내기도 했어요. 서류에 합격하면 고속버스 터미널에 가 쓰레기통을 뒤지며 버려진 버스표를 찾았죠. 그리고는 전남이나 경남 등 멀리서 온 표를 가지고 참석했는데요. 멀리서 온 사람들에게는 10만원 정도의 교통 여비를 지원해줬거든요. 그걸 받아서 버티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가산을 매일매일 탕진(?) 했습니다. 와이프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을 때 아이스크림을 사가고 딸기가 먹고 싶을 때 딸기를 사 집에 들어가면서요. 전 재산이 30만원이었을 때 아는 후배에게 전화가 와서 급하게 20만원을 빌려달라고 했는데 전 재산의 ⅔를 그 친구에게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전혀 타격감이 없었어요. 주변에서 형편도 어려운데 아끼라고 말할 때, 돈이 생기는 족족 사용하기 바빴어요. 운 좋게 수 천 만원 목돈이 생겨도 그걸 아내와 두바이 여행 경비로 쓸 정도였어요. 이런 지출을 아무 생각 없이 했다면 바보 같은 짓일 수도 있었겠지만 다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 생각이 바로 “티끌모아 티끌”이었습니다. 저는 주변에 흐르는 돈의 스케일을 바꾸지 않으면 가산을 저축하는 것이 별 효용 없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그렇게 했을 때 자진해서 작은 스케일의 세계에 갇혀버리게 되는 셈인 거죠. 월에 100만원을 번다면, 10만원은 큰 돈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경우에서든 10만원을 아끼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게 되겠죠.

그러나 저는 사람의 시간을 굉장히 비싸게 생각했습니다. 따지자면 인간의 두뇌는 2.3x10^13 TEPS(Traversed Edges Per Second)의 처리성능을 갖고 있고 이런 슈퍼컴퓨터를 돌리려면 시간당 17만달러(약 2억 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함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내용을 해석할 때 인간이 가장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상태가 되면 1시간에 2억 원은 벌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해석했습니다.

 

프랙탈 - 프랙탈 형상의 예

 

그리고 인간이 가장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그 쓰임이 보다 명확히 세상과 맞닿을 때 가능해진다고 여겼습니다. 슈퍼컴퓨터도 특정한 용도로 이용될 때 거기서 부가가치가 나오는 것이니까요. 나의 뇌에서 일어나는 연산과 맞닿는 세상의 표면적이 커지면 커질수록 많은 돈을 벌게 된다는 개념을 세우고, 스스로의 쓰임을 세상과 맞닿게 해 스케일을 키워나가는 시도를 계속 했습니다.

이런 식의 사고방식이 갖는 이점은 명확합니다.

첫 번째: 뭔가 쌓아두는 것에서 만족감을 느끼지 않고, 쌓아두지 않기 때문에 “잃을 것이 없는” 상태를 항상 유지할 수 있습니다. 잃을 게 없으면, 겁이 없어집니다.

두 번째: 시간당 2억 이하 작은 단위의 의사결정을 굉장히 빠르고 심플하게 만듭니다. 시간 당 2억 원이 한계 지점이겠지만 스스로의 스케일을 점점 더 크게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3회 에필로그: Lesson Learned

 

이번 화를 요약하자면 결혼도, 창업도, 취업도 “닥치고 해!” 입니다. 🤣 고급진 영어 회화로는 “Just do it!” 이라고도 합니다. 재고, 따지고, 계산하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남에게도 별 도움이 안되는게 아닌가. 그런 이야기 입니다.

저는 거창고 출신이 아니지만, 거창고 직업선택 10계명을 신봉합니다.

 

첫째,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둘째,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셋째, 승진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넷째, 모든 것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다섯째, 앞다투어 모여드는 곳에는 절대로 가지 말고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여섯째,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일곱째, 사회적 존경 같은 것은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여덟째, 한 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아홉째,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반대를 하는 곳이면 틀림없으니 의심하지 말고 가라.  

열째,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딱 봐도 이성적인 사람이 쓴 글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저는 여기 나오는 모든 계명을 지키면서 살아온 것 같고,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갈 생각입니다. 계산하지 않고 선택한 일들이 되려 인생의 스케일을 엄청나게 키워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안돼, 못해”라고 이야기하는 수 많은 사람들의 수 많은 변명을 들어 왔지만, 거의 대부분은 직접 체험한 제 인생을 통해 반박이 가능했습니다. 설득 비용도 크게 낮아지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오늘부터는 닥치고 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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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준규 벤디트 · CEO

본적 없는 것들을 믿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사람.


댓글 3
이준규 님의 글이 이오플래닛 뉴스레터에 실렸습니다👏 지금 바로 EO레터에서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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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   2달 전
너무 부러워요 진짜ㅠㅠ멋져요
답글   ·   2달 전
황송합니다. 🙏
답글   ·   2달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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