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스타트업 파운더들과 함께 먹고 잘수 있는 해커하우스를 만들고, 거기서 팀들을 액셀러레이팅 하겠다는 꿈을 꿨었는데, 은연중에 그 상상이 나를 계속 따라 다니며 자극했었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게 피터라는 사람을 보고 모인 파운더들과의 워케이션을 올 여름에 가게 되었다.
심신은 지칠대로 지쳤지만, 설렌다.
1. 놓아야 새롭게 보인다.
이번 6월에 진행된 500의 팔로알토 Founder Retreat이 계기였던 것 같다. 금번 리트릿은 내가 그동안 500에서 진행해온 Retreat 프로그램으로는 최대 규모로 약 30여명으로 구성된 파운더, 정부 및 재단 담당자들, 500 Global US 및 500 Korea 팀들, 모두가 각자의 영역에서 일당백하는 리더들, 주도적인 삶을 개척해내고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을 감당해야 했다.
경험해보니, 정해진 커리큘럼에 맞춰 프레임워크들에 따라 가르치면 되는 Seed X와 같은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보다 파운더들이 유기적으로 놀수있게, 자유롭고 창의적인 판을 깔아줘야 하는 Retreat 형태의 프로그램이 훨-씬 더 많은 세심한 배려와 기획이 수반된다. 전자는 일이 시작되기 전까지가 힘들지만 후자는 시작되면 더 많은 변수들을 수용해내야 하기에 업무상 J인 나에게 무지 힘이든다.
막상 부딪혀보니 준비하는 과정, 실제로 Retreat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내안에 많은 것들을 놓는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다. 설상가상 한번 내려놓기 시작하니, 다음 날 내려놓아야 할게 더 많아졌고, 그럴때 마다 매우 아팠지만 내려놓는게 더 쉬워졌다.
그렇게 2주가 흐르고 한국으로 돌아와 매일 가던 카페로 출근하는데 불법으로 내달리던 빨간 신호등이 새롭게 와닿았다. 그렇게 빨간 신호등 앞에서 조급함을 버리기로 스스로에게 약속하고 나니, 세상을 좀 더 적극적으로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억누르고 지냈던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사람들, 웃음, 사랑, 미술, 여행, 컴컴한 밤 별빛.
무언가를 놓아야 보이는게 있다는 말이 정말 인가보다.
2. 꿈을 실현하는 과정.
그렇게 내 안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여행을 가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나는 사업이 풀고자하는 문제 앞에서 자신의 Ego와 매일 싸우고, 남들의 눈치와 기대치, 돈에 대한 욕심, 좌절에 대한 두려움에 매일 맞써 싸워야 하는 창업가들이 좋다.
시장원리에 대한 진실,
파운더 안에 있는 한계,
고객과 투자자의 심리,
파운더는 진리를 쫓는 그리고 쫓아야하는 사람들이기에 나에게 창업자는 성직자와 같다.
그래서 난 창업가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노트북을 켜고 문제에 집중하며 테이블에 앉아있는 성스러운 창업자들의 모습에 내가 그들과 함께 앉아 그들의 문제에 공감하고, 얘기 나눌 수 있어 감격스럽고 감사하다.
그렇게 워케이션을 꿈꿔봤다. 나를 중심으로 우리가 모일 수 있을까?
그 이후로, 약 4번에 글을 통해 나와의 워케이션에 관심을 가진 창업가, 파운더들 20여명이 모였다. 제안한 두개의 날짜 옵션 모두가 안되어 못 오게 된 분들을 제외하고 나를 포함해 총 15명의 창업가가 모였다.
그런데 막상 꿈을 실현하는 과정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
이번주는 500 포폴사들과의 1박 2일 여름 Founder Workshop이 진행되고, 향후 약 2주간 우리팀은 Seed X4에 지원한 약 200여개의 기업들을 리뷰하고 인터뷰해야 하며, 9월-11월에 걸쳐 팔로알토에서 진행되는 IBK Changgong Program을 준비한다. 이를 위한 마케팅, 새로운 신규 멘토 소싱 및 컨텐츠 기획 등 업무의 강도는 매번 어마무시하다. 참고로, 우리 프로그램 팀은 단 3명으로 이뤄져있다.
이번 피터의 워케이션을 막상 준비해보니, 막대한 업무량에서 비롯된 두려움, 부담감의 지옥과 제주에서의 웃음 꽃 피울 밤들의 천국이 종이 한장 차이로 매 순간 뒤 바뀐다.
그렇지 우리 창업자들도 매일 이렇게 느끼겠구나.
3. 흘려보내기 위해 모으겠다.
이런 내 진심이 얼마나 오랫동안 잘 유지될지 모르겠다. 되도록이면 한번 시작한 것 꾸준히 다양한 형태로 도전하고 더 개선시켜보려 한다.
파운더 워케이션에서 그리게 될 수 많은 웃음과 흘리게 될 눈물, 나누게 될 깊은 감정과 배움들을 모두 안고 9월에 미국을 준비하겠다.
올해 9월 실리콘벨리에 있는, 그리고 같이 한국에서 데리고 갈 파운더들에게 한국의 창업씬 중심에서 울리는 성스러운 심장박동 소리와 쏘울을 전파하겠다.
관심 가져주신 파운더분들 한분 한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