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저스를 응원하더라도 자이언츠 군중 쪽에서 봐야 하는 이유.
· 셀카는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 눈에 보이지 않는 룰.
어제 무려 20만원이란 거금을 드려 오타니의 LA 다저스와 SF 자이언츠의 경기를 보러가게 되었다. 야구장을 20년 넘게 안가본 나로써는 게임을 보는 눈 자체가 없기에 알게모르게 긴장이 됬었는지 심장이 두근두근 떨린다. 자랑스런 육군출신이라는 사명감으로 군에서 가르쳐준데로 지형을 살펴보기로 한다.
내가 갔던 오라클파크 스태디움 기준, 총 3개의 층이 있었다. 경기장은 모바일에서 예약했을때의 상상보다 많이 작은 느낌이 있었는데, 야구선수들이 우리나라 비해 커서 그런건지 헷갈렸다. 경기장 2층에 도착하니 관중석 입구서부터 티켓을 살펴보시는 분들이 서 계셨다. 보니, Suite 층이다. 들어가서 사진이라도 한번 찍어보고 싶었지만, 쪽(?) 당할것 같아 빠르게 3층으로 이동한다. 3층은 예약할땐 가장 싼 자리였지만 오히려 경기를 한눈에 볼수 있었고, 가장 뷰가 좋았다.
슬슬 어딘가부터 마음이 조급해지면서 두려움이 몰려오는데 이때까진 뭐가 원인인지 몰랐다.
1. 여행중, 현지에서 스포츠는 홈팀 쪽에서 봐라.
3층에서 뷰를 담아봐도, 핫도그를 먹는 사진을 찍어봐도, 오타니의 늠름한 뒷모습을 수십장 찍어봐도 아직도 내 심장은 두근두근 거렸다. 마음이 시키는데로 일단 오타니의 얼굴이라도 제대로 봐야 겠어서, 내 자리 반대편인 SF 자이언츠 쪽으로 이동했다. ‘아 홈팀 분위기가 훨씬 더 좋구나’.
토트넘 경기를 응원할때 처럼 당연히 난 모든 경기장 분위기가 그럴줄 알았다. 뜨겁고, 소리지르고. 그런데 여기서 뭔가 눈치가 보였다. SF 자이언츠의 스태디움에서 LA 다저스를 응원한답시고 오타니를 외치는데, 홈팀 눈치가 계속보였나 보다.
2. 경기장 셀카는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두근거리는 심장의 원인을 찾아 헤매다 보니, 나는 경기장이 어느정도 보이는 자리에서, 나를 찍어줄 만한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렇다. 내가 보기에 예쁜 기록을 남기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알고보니 경기장이 어느정도 보이는, 현장감 있는, 남이 찍어준 사진을 남기고 싶었던 게다.
자, 그럼 이제 매우 구체적인 목표가 생겼다. 경기장내엔 가족도 친구도 없어 혼자인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 경기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혀야 한다. 하지만 문제가 많이 있다.
A. 내 자리가 아닌 존에서 찍혀야 하며, (내 자리는 마운드와 멀다)
B. 사진을 찍기 위해선 나는 수백, 수천의 관중들을 역으로 마주해야 하고,
C. 사진을 찍는 동안,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과 사진에 담기는 내가 많은 사람들의 뷰를 가릴수 밖에 없다.
D. 또한, 사진을 잘 찍어줄 만한, 센스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이 사람이 내가 찍히고자 하는 자리에 하필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