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승
포트래이 · CEO
글쓰는창업가
"내가 우버고, 우버가 곧 나야!"
창업자에게 회사란 '나 자신'인가

2022년, 스타트업을 다룬 드라마 세 편이 연달아 나왔습니다. 

Paramount+ (한국에서는 TVING에서 제공)에서는 우버의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을 다룬 ‘슈퍼펌프드’를, 디즈니+ 에서는 테라노스의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를 다룬 ‘드롭아웃’을, 애플TV에서는 위워크의 창업자 애덤 뉴먼, 레베카 뉴먼 부부를 다룬 ‘우린 폭망했다’(WeCrashed)를 선보였죠. 

 

 

2021년 7월 AI 바이오 스타트업인 ‘포트래이’를 세우고 운영해 오고 있기에, 이 드라마들은 저를 아주 오랫동안 사로잡았습니다. ‘슈퍼펌프드'는 지금 거의 10번째 돌려보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우린 폭망했다'는 두 번을 봤지만 그 이상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드롭아웃'은 보는 내내 마음이 무척 불편하고 힘들었습니다. 끝까지 보는 게 어려울 정도였죠. 

스스로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이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도대체 어떤 것이 불편했고, 어떤 부분에 나는 매혹되었고, 혹은 어떤 것을 배우고 싶었나, 곰곰히 생각해봤더랬죠. 문득 떠올랐습니다.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 달랐다는 것을. 

 

 

창업자에게 회사란 ‘나'인가?

 

슈퍼펌프드 7화에서 트래비스는 이 말을 여러 번 반복합니다. 

"I am Uber, Uber is me." (내가 우버고, 우버가 나야.)

"I’m the fucking company." (내가 바로 그 빌어먹을 회사라고.) 

 

회사가 자신을 쫓아내려는 과정에서 자신 주변의 이들에게 ‘내가 회사’임을 여러 번 각인시킵니다. '이 회사는 내가 없으면 안된다고, 왜냐면 내가 회사니까!'라고 외치죠. 

직전에 창업했던 회사를 투자자와의 갈등으로 빼앗겼다고 생각했던 트래비스는 우버만은 자신의 회사이며, 빼앗기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합니다. 자신과 우버를 분리하려는 모든 주변을 적으로 규정하고, 전쟁과 같이 살아가죠. 그러기에 회사의 이익을 위해선 어떤 일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줍니다. 

반면, ‘드롭아웃'의 엘리자베스 홈즈는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5화에서 그 과정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애플을 고객사로 성공적인 행보를 보여오던 광고회사인 TBWA에게 테라노스의 광고를 의뢰합니다. 이 과정에서 TBWA는 엘리자베스에게 이런 요청을 하죠. 

“The reason we brought you down here is to talk about you. This really is the way to sell this company. your face, your dream, your story. People will trust this technology because they’ll trust you. Elizabeth, Theranos is you.

(저희가 엘리자베스 홈즈 당신을 여기로 모신 이유는 바로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당신의 회사를 홍보하기 위해서 이만한 방법이 없어요. 당신의 얼굴, 꿈, 이야기. 사람들은 당신을 믿기 때문에 이 기술을 믿습니다. 엘리자베스. 당신이 바로 테라노스 입니다.

 

 

자신의 앞에 대문짝만하게 걸린 자신의 사진을 보며, 엘리자베스는 대답합니다. 

"No, no, it’s not. It…it’s not. The focus should be on..on the technology."
(그, 그렇지 않아요. 모든 중심은 기술에 맞춰야 합니다.) 

아마 우버의 트래비스였다면 ‘그건 당연하죠’라고 말하며 이야기를 진행했을 겁니다. 하지만 테라노스의 기술이 거짓임을 알고 그를 숨기고 있었던 엘리자베스는 회사가 ‘나'이기를 거부하죠. 그리고 테라노스가 문을 닫는 과정에서도, 마치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홀가분해 한다고 생각이 들만큼요. 

 

자신들의 비전에 대해 나열하는 애덤 뉴먼과 부인 레베카 뉴먼.

 

‘우린 폭망했다'의 6화에서 뉴먼 부부는 또 다른 관점으로 회사를 바라봅니다. 

We are more than WeWork.(우리는 위워크 그 이상이야.) 

다른 장면에서는 이렇게도 말합니다. 

Nothing is more important than us.(우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어.) 

위워크를 세운 두 주인공은 회사보다도 중요하죠. 이 커플의 생각은 항상 회사의 현재보다도 저 너머를 바라보고 있으며, 회사의 견실한 성장보다도 본인들의 사상을 실현하는 것에 훨씬 더 가치를 두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인지 회사의 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하며, 회사의 주식시장 상장에 가장 중요한 문서마저도 자신들의 사상을 적어냄으로써 그 기행은 극으로 치닫습니다.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질문과 대답

 

  • 나는 회사와 같다. 
  • 나는 회사와 다르다. 
  • 나는 회사 그 이상이다. 

 

창업자에게 “회사란 ‘나'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각 창업자들의 행동을 규정했으며, 창업자 본인과 회사의 운명마저 갈랐습니다. 

테라노스는 결국 제대로 된 상품을 만들지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엘리자베스는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하며 범죄자가 됐습니다.

위워크는 상장을 앞두고 대표자 부부의 방만한 회사 경영 및 기행에 결국 이사회에서 대표자 부부를 방출했고, 현재 3.5조원의 시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애덤은 새로운 부동산 사업을 시작하면서 최근 공유아파트 사업인 ‘플로우'를 시작해 유명 벤처캐피탈로부터 조 단위의 회사 가치를 인정받으며, 4600억원을 투자 받았죠. 

우버의 경우는 창립자의 초법적인 운영 및 다양한 스캔들로 인해 창업자를 이사회에서 방출했으나 86조원의 시총을 자랑하며 존속하고 있습니다. 트래비스는 공유주방 서비스인 ‘Ghost kitchen’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를 받으며 회사가치가 15조원이 되는 등 엄청난 기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악명을 떨치며 방출된 창업자에게 다시금 기회를 주는 미국의 문화도 놀랍습니다.)

어떤 답이 옳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대답에 따라 행동의 방향은 달라지고, 운명을 바꿀 겁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듣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여러분에게 무엇인가요? 

Tags

Editor / Contributor
이대승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해 살아갑니다.

댓글 3
창업자의 태도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결정되는군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D 
Reply   ·   13일 전
스타트업, 특히 초기에는 창업가가 곧 그 기업인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그렇게 여겨야지만 버틸 수 있는 측면도 있고요. 다만 회사가 성장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해졌을 때는 창업자에게도 회사적 거리두기가 분명 필요할 것 같습니다:) 혹은 너무 몰입하다가 자기객관화를 하지 못하게 되거나 번아웃 돼버리기 전에…! 

테라노스가 회사와 자신을 분리했다는 점은 흥미롭네요 ㅎㅎ
Reply   ·   14일 전
테라노스 스토리는 그래서 보기가 힘들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매번 자신을 세뇌하려는 노력을 하는 모습을 너무 처절하게 보여주더라구요.. 
Reply   ·   14일 전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