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인
가지랩 · CEO
글쓰는창업가
5년 넘게 같이 일한 동료들과 창업까지 같이 한 이유
'페이팔 마피아'는 결코 먼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아니 왜 또 창업을 선택한거에요? 왜...? 왜? 왜?" 

창업하고 최근 3개월 동안 저는 이 질문을 적어도 100번은 들은 것 같습니다. 저를 보는 분마다 물어보시더군요. 창업, 한번도 정말 힘든데 왜 또 했냐, 지치고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 그 다음으로 많이 받는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5년간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팀원이라고요? 아니,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서로를 그렇게 사랑하나요...!?"

저는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 눔에서 7년간 일하다 현재는 가지랩을 창업했습니다. 10명의 팀원이 함께 웰니스 큐레이션 플랫폼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이전 스타트업에서의 커리어를 정리하며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요. 왜 또 창업을 선택하게 됐는지, 특히 '사람이 전부'인 스타트업에서 어떻게 5년간 함께 합을 맞춰온 팀원들과 또 다시 함께 하게 됐는지, 그래서 얼마나 든든한지! 답을 들려드리려 합니다.
 

 

‘배민 마피아’로 보는 연쇄 창업의 시대 

 

(배민 마피아, 출처 : 이코노미 조선)

 

 지금은 연쇄 창업의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풍성해지면서 꼭 창업자가 아니더라도 빠르게 성장한 스타트업에서 풍성한 경험을 쌓은 분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죠. 

스타트업 경험을 쌓은 분들이 연쇄 창업을 하게 되면 창업 초기 시행착오를 덜 겪을 수 있어 창업을 하는 개인 입장에서도 성공의 확률을 좀 더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개인 뿐 아니라 스타트업 업계 전반에서도 투자 재원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성공 확률을 높이고 수익금과 인재풀이 다시 업계에 재투자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가지랩은 이러한 연쇄 창업의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눔에서 함께 경험을 공유했던 멤버들과 함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된 것이죠. 

창업 사실을 공개하는 과정에서도 눔으로부터 ‘퇴사’라는 표현보다는 ‘졸업’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눔에서 정말 많이 배워 새로이 창업을 길을 걸어가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이 돼 고마운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눔의 창업자인 정세주 대표님도 공개적으로 창업을 응원해주셨고, 가지랩에서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도 눔코리아와 협업을 하는 등 우호적인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한 스타트업에서 7년을 근무한 이유?

 

(최근 글로벌 유동성 위기가 오기 전만 하더라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스타트업에서의 채용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정말 많았습니다. 지원하는 쪽보다 뽑는 쪽에서 수요가 더 많다 보니 스타트업 종사자 입장에서는 이직을 통해 연봉을 높이고 경력을 확장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한 스타트업에서 1-2년 경험을 쌓고 다른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죠. 

하지만 저는 이전 회사인 눔에서 7년 넘게 근속했습니다. 스타트업 종사자 치고는 매우 긴 시간이죠. 어떻게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한 스타트업에 머무를 수 있었을까요?

 

(2018년 눔 연말 파티. 제공 : 김영인)

 

우선, 회사와 함께 제가 성장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7년을 돌이켜보았을 때 성장의 모멘텀이 주기적으로 찾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눔은 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 새로운 업무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처음 메디컬 디렉터로 합류했을 때는 만성질환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 참여를 했습니다. 

같은 해에 한국 법인에 코칭팀을 처음 셋업하는 역할을 하게 되면서 코칭팀의 팀장 역할을 했습니다. 2년차에는 국내에서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하게 되면서 투자 유치(IR)를 담당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3년차에는 정세주 대표님의 CEO Staff(기획실) 역할을 하며 한국, 일본에서의 사업 개발 및 후속 투자 관련 업무를 했습니다. 4년차부터 한국 법인의 대표를 맡아 경영자의 역할을 맡게 됐고 바로 그 다음해에 일본 법인의 대표를 겸임했습니다. 

눔이 가진 미션도 제가 오래 근무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습니다. 눔은 “Healthier Lives Through Behavior Change”(행동 변화를 통해 더욱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다)이라는 미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개인으로서 내가 월급을 받고 열심히 하는 일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고무적이었습니다. 

생활 습관을 바꾸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으며, 바쁘게 살다 보면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기술과 행동과학을 접목시킨 제품으로 해결하려 노력한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회사가 매출을 내지 못해 힘든 고비를 넘기고 있던 시기에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하지만 다시 추스리고 J커브를 그리기까지 미션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습니다. 회사가 고비를 넘기고 빠른 성장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미션이 구성원들의 강력한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같이 일했던 동료들과 또 다시 창업하는 이유?


눔에서 퇴사한 이후 가지랩에 합류한 동료들에게 ‘눔에서 오랜 시간 근속할 수 있었던 이유’를 물었을 때 대체로 앞서 제가 공유드린 내용과 유사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에 반해 가지랩이라는 새로운 스타트업에서도 연달아 함께 일하자고 제안을 했을 때, 각자가 수락한 이유를 종합해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수렴했습니다.

첫째는 신뢰였습니다. 기존에 같은 회사에서 근속한 시간이 길었던 만큼 서로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컸습니다. 회사가 어려웠던 시기에도 묵묵히 맡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건강한 조직문화 형성에 기여했던 분들이다 보니 서로에 대한 신뢰가 탄탄했습니다. 각자 한 스타트업에서 5년 넘게 쌓은 전문성에 대한 신뢰와 서로가 책임감을 가지고 업무에 임할 것이라는 경험에서 나오는 신뢰였죠. 

특히, 동일한 조직문화를 추구하는 조직 내에서의 경험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도 신뢰의 탄탄한 기반이 됐습니다. 한 멤버는 국내 유명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은 전도유망한 중기 스타트업에서 입사 제안을 받았지만 가지랩을 선택했어요. 이유를 물어보니 이렇게 말해줬습니다.

“다년간 신뢰를 쌓은 동료들이 합류한다는 소식을 들어 초기 기업이지만 가지랩을 선택하게 됐다."

 

(워크샵 후 식사 중인 가지랩 멤버들, 출처 : 가지랩)

 

둘째는 문제 인식에 대한 공감이었습니다. 기존에 종사한 헬스케어 분야에서 또 다시 한팀으로 일하게 된 이유는 헬스케어 시장에 대한 문제 인식을 공유했기 때문입니다. 

헬스케어 기술이 많이 발전했지만 개인에게 헬스케어는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정보비대칭으로 인해 본인에게 필요한 헬스케어 자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인지부조화로 인해 건강 행동을 일상에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팀원들 모두 '어떻게 하면 개인 차원에서 더 쉽게 건강 관리를 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 인식에 대한 공감이 있었습니다. 

한 멤버는 새로운 진로를 고려하여 vc 신규인력 양성과정을 이수하고 몇 군데 투자사들과 채용 과정을 진행하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가지랩 최종 합류 결정 이유를 이렇게 언급했습니다. 

“문제가 명확하고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커 만약 내가 vc라면 투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자하고 싶은 회사를 직접 성장시킬 수 있다면 더욱 값질 것 같다.”

 

(업무 중인 가지랩 멤버들, 출처 : 가지랩)

 

셋째는 새로운 기회였습니다. 눔은 글로벌 한 제품(one product)을 지향하는 회사이다 보니 한국 시장에 특화된 형태로 제품을 현지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회사 규모가 커지고 자원은 더 많아졌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는 오히려 몸집이 무거워지고 복잡도가 높아진 상황이었죠. 

국내 헬스케어 시장 환경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비용이 다소 높은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새로이 창업을 하면서 눔과 다른 방식으로 한국 소비자에게 특화된 플랫폼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싶다는 니즈가 있었습니다. 

고객들을 인터뷰 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나누는 과정에서 초기에 작은 팀의 장점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빠른 속도로 국내 고객에 특화된 제품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저희를 들뜨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제가 처음 시장에 뛰어들었던 2015년 대비 국내외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매우 빠른 성장을 이루어가고 있었어요. 함께 협업할 수 있는 스타트업도 많이 늘어난 상황이었습니다. 보험사, 제약사, 제조사 등 다양한 기업들이 헬스케어 분야로 뛰어들고 있어 새로운 협업의 기회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연쇄 창업 팀으로 새롭게 출발합니다!


함께 오랜 시간 합을 맞춘 멤버들과의 창업을 하니 창업 초기부터 많은 혜택을 받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팀의 역량과 시장의 모멘텀을 보고 카카오벤처스와 네이버D2SF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고 사업을 전개할 수 있었죠. 빠른 시간 내에 중기부 팁스도 선정돼 좋은 인재들을 모시고 기술 개발을 할 수 있는 자원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연쇄 창업 팀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팀이 가진 장점 대비 주의해야 할 부분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멤버 중 다수가 공통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보니 새로 합류하는 멤버나 이들이 가져올 변화에 배타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규모가 점차 커지는 과정에서 새로 합류하는 멤버들과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 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특히, 자원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사업을 시작하는 만큼 빠르게 사업적인 성과를 낼 수 있기 위해 집중력을 발휘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랜 시간 함께 한 멤버들이지만 또 새로운 사업을 통해 만나게 되니 새롭게 알게 되는 측면도 있어요. 즐겁기도 하고, 이렇게 신뢰하고 합류해준 멤버들을 잘 이끌어나가야겠다는 측면에서는 부담도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좋은 분들을 모시고 사업을 하는 만큼 함께 또 다른 성장의 모멘텀을 만들어가며 새로운 사업을 잘 일궈나가보려 합니다. 가지랩이 앞으로 어떻게 건강하게 성장해나가는 여정을 글로 계속 공유드려볼게요. 다음 글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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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인

웰니스 큐레이션 플랫폼 가지랩 창업자, 딴짓하는 의사

댓글 1
이렇게 함께 하게 된 가지랩에서 “UX/UI 디자이너”를 찾습니다!! 위 내용에 설명드린 저희 멤버들과 이께 일하고 싶은 디자이너 분들은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Reply   ·   16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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