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저는 공동창업자를 찾았습니다. 제 공동창업자는 앤틀러 3기에서 만난 분은 아니에요. 그러나 제가 세 번의 팀빌딩 실패를 하지 않았다면, ‘누구’와 창업할지 & ‘어떤 문제’를 전념해서 풀어나갈지 확신을 가지고 선택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에게 ‘공동창업자’와 ‘풀고 싶은 문제’를 찾아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와 시간을 주신 Antler Korea에 감사하며ㅎㅎ, 제가 겪은 세 가지 실패와 각 실패마다 답했던 질문들을 남겨봅니다.
1. 첫 번째 실패: 내가 관심을 가지고 최소 5년 이상 전념할 수 있는 주제인가? (내적 동기)
처음에는 마음이 잘 통하는 공동창업자를 만나면, 둘 다 함께 열정을 태울 수 있는 ‘풀고 싶은 문제’를 쉽게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문제는 그렇게 쉬운 건 아니었어요 ㅎㅎ
1) 나와 파트너가 잘하는 강점은 무엇인지, 2) 각자 삶을 살아오면서 불편하다고 느낀 문제는 무엇인지, 3) 그냥 사회적으로 지금 문제가 있는 영역은 어디인지 등… 여러 아이템과 문제를 검토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시장/기회가 커보여도, 좋은 문제라고 생각이 되어도, 진심으로 몰입할 수 있는 문제들은 사람마다 달랐습니다.
개인적으로 기회가 많아보여서 몰입하려고 노력해 본 아이디어/문제들의 리스트들이에요. 각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면서, 스스로 관심이 있는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내가 이 문제를 위해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게 되었어요. 내가 진짜 몰입하는 문제는 ‘실행의 수준’과 ‘이거 안되도 하고싶다는 마인드셋’이 달라진다는 걸 여러 아이템을 실행해보며 느꼈습니다. (혹시 새로운 아이템을 고민하시는 분이 있다면, 제가 기회가 있고 매력적이라고 느낀 이 아이템들을 언제든지 가져가셔서 실행해보셔도 좋습니다)

공동창업자를 찾기 위해, 액티브 시니어 시장 기회에 대해서 Antler에서 피칭하고 함께 창업하자 호소했던 PPT 일부
- 액티브 시니어: 세대 교체가 되는 5060 시니어가 (과거 중년과는 달리) 제 2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cf. 청소연구소의 ‘우리클래스’, 오뉴, 시놀이 풀고 있는 문제)
- 외국인 노동자 문제 : 한국에 빠르게 유입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생활에서 불편한 점은 없을까? (cf. 앱 Morago)
- 한류의 흐름을 타고 늘어난 외국인의 한국어 공부 니즈 (cf. ‘트이다’, Antler 1기 포폴이었던 ‘Woozo’가 풀고자 했던 문제)
- 빈티지 가구 플랫폼 (한정판인 빈티지 가구를 Kream처럼 팔 수 없을까?)
혹시 ‘내가 정말 이 문제를 풀고 싶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책 <승려와 수수께끼> 를 추천합니다. 여튼 그렇게 ‘함께 공동으로 몰입할 수 있는 주제’를 찾기 어려웠고, 각자 내적 동기를 가진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에 첫 번째 팀을 깨게 됩니다.
2. 두 번째 실패: 내가 공감할 수 있고 / 잘 설득할 수 있는 고객이 타겟인가? (돕고 싶은 고객)
(사람마다 다 좋아하는게 다른 것처럼…)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사실 모르겠지만…ㅎㅎ, 아래 리스트에 적은 아이템들은 개인적으로 동기부여가 잘 되었던 문제들입니다.
-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 (cf. Too good to go, Tabete, Karma, Olio)
- 최대 규모의 탄소배출량을 배출하는 건축 시장 내에서 ‘친환경 건축으로’ 전환을 돕는 일 (ZEST)
- 영상 과다 시청으로 인해 망가진 아이들의 집중력을 진단하고 돕는 사업 아이템
- 기존에 나왔던 ‘노코드’라고 하는 툴들이 사실 비개발자에게는 너무나 어렵다고 느끼는 문제
이 중, 약 2달간의 실행을 함께 했던 ‘건축 시장 내 친환경 건축으로 전환’을 돕는 문제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창업을 마음 먹기 전, 저는 ‘멋지고 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발굴하고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을 전파하는 CQR이라는 신사업을 담당했었습니다. 고루하고 재미 없어 보이는 환경보호도 멋있게 할 수 있다는 것을 팀원들과 서비스를 함께 만들며 깨닫게 되었고,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를 통해 돈을 버는 경험까지 해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아직 시장은 그렇게까지 반응해주지는 않더라구요.
그래서 ‘지속가능성’이라는 비전을 가지면서도, 실제로 정부 규제 등으로 빠르게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녹색 건축’이라는 주제가 제게 꼭 해보고 싶은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돈도 벌 수 있고ㅎㅎ (모든 사업가에겐 중요한 지점이죠), 진심으로 지속가능성을 가치로 두는 사업 아이템인 ZEST 팀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건축 업계에 4050 남성 업계인들이 주된 고객이며 건축이라는 특별한 도메인을 가지고 있었던 사업 아이템은 B2C 사업과 주로 2544 여성 타겟을 잘 이해하고 있었던 저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어요.

멋진 회사 제스트 그냥 한번 링크해보기 (https://www.linkedin.com/company/zest-im/)
즉, 어떤 아이템을 선택할 때 중요한 요소가 ‘고객’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제게는 사업이 내가 돕고 싶은 고객을 찾아나가는 여정으로 시작되는 것 같았기에, 내가 공감할 수 있고 설득이 잘 되는 고객일수록 더 많은 임팩트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마케터로 커리어를 시작해서, 사업개발로 전향한 9년차 사업개발/전략 업무 담당자였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어떤 고객을 잘 설득할 수 있는지’ 였겠지만, 개발자에게는 ‘어떤 고객을 위한 제품을 잘 만들 수 있을지?’ 등으로 치환해서 생각해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이유로 2달 간의 도전을 끝으로, 여전히 너무나 필요하고 공감되는 비전을 가진 ZEST팀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ZEST의 남은 두 공동창업자분들께서 훨씬 더 팀과 아이템을 잘 디벨롭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전히 응원합니다)
3. 내가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길 원하는가? 어떤 조직 문화를 만들고 속하고 싶은가? (조직과 나의 방향성)
마지막 질문은 앞서 설명한 두팀을 포함해 여러 팀을 거치며 아직 깨닫는 과정에 있는 질문입니다. 사실 지금 제가 생각하는 것이 앞으로 창업을 이어나가면서 많이 바뀔 것 같다고 느낍니다.
일단 지금까지로는 저는 세일즈/고객개발/마케팅/IR 등 ‘어떻게 하면 고객의 피드백을 더 잘 받고, 이해관계자에게 우리의 사업을 잘 이해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방향으로 제가 성장하길 원하는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초기 팀 내에 비슷한 Biz를 논의할 코파운더가 있기보다는 제품에 대해서 고민하는 코파운더와 더 좋은 Fit이 될거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책임지고 성장하려면 팀 내에 누군가가 있기보다는 스스로 부딪히며 성장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또한 저는 복잡한 일들을 단순하게 돕는 제품이(여러가지를 품는 플랫폼보다는 뾰족한 문제를 깊게 푸는 제품) 초기 고객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스토리텔링하기에 매력적이라고 느끼며, 상호 소통이 많은 팀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즉, 1번과 2번 질문에서 Okay!가 난 팀이라면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고민하고 찾아나갈 팀을 만들고 싶은 것 같습니다.이 외에도 여러 기준들이 있었겠지만, 종합적으로 스스로 기여하고 싶은 / 조직이 향해야 할 방향성이 다르다고 느낀다면 그 팀을 떠나는 선택을 했습니다.
— 앤틀러 회고를 마치며
이 세가지 질문들은 제가 공동창업자를 찾는 여정의 시작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별히 ‘누구’와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Gabriel (Sa-Eun) Jung님께서 많이 조언해주셨던 것이 참고가 많이 되었습니다. 스스로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부분을 꼭 활용할 수 있는 문제와 팀을 선택하라는 조언을 여러 방면으로 해주셨어요. 감사합니다.
이 글을 끝으로 앤틀러 3기에 대한 회고를 마칩니다. 너무 긴 글이라는 피드백도 있는데요. 혹 공동창업자와 아이템을 찾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느라고.. 다음 글부터는 분량을 조절하려는 계획이 있습니다 ㅎㅎ
다음 글에서 제가 현재 풀고 싶은 문제에 대해서 공유하고, 이 문제를 가지고 계신 분들 중에서 제가 도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적어보려합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