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빌딩 #운영 #마인드셋
초기 스타트업은 언제 ‘직급’을 만들어야 할까? [리더십 챌린지]

초기 스타트업이 성장하며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사람 문제’다. 

규모가 커지면서 일손이 부족하지만 아무나 뽑을 수 없고, 채용하기도 쉽지 않다. 무작정 팀 규모까지 늘렸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적잖다. 초기에는 역할 구분 없이 모두 수평적으로 일에 뛰어들었다면 조직의 성장에 따라 구조 개편, 체질 개선이 수반된다. 성장통이 뒤따른다. 

그렇다고 무작정 기성 기업의 조직 체계를 적용할 수도 없다는 점이 초기 스타트업의 팀빌딩과 조직 운영의 난이도를 올린다. 유연한 의사결정과 실행력을 요구받는 창업팀은 어떻게 비즈니스와 조직,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초기 스타트업은 언제부터 ‘직급’을 만들며 새로운 팀으로 거듭나야 할까. 

(도합 조회수 100만 회를 돌파한 EO 리얼밸리 인터뷰를 통해) 커리어와 조직 운영에 대한 인사이트를 나눴던 UpZen 창업자 한기용 대표는 스타트업이 성장 단계에 따라 수평과 수직의 비율을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처 : 이오스쿨

 

지난 3월 2일 스타트업 미디어 EO와 웰니스 스타트업 달램이 함께 주최한 리더십 세미나에서 한 대표는 60여 명의 리더들에게 강연을 진행했다. 현장에는 내로라 하는 대기업에 속한 고연차 직장인부터 스타트업 대표, C레벨 임원진까지 다양한 리더들이 참석했다. 한 대표는 비즈니스와 팀의 성장, 그 과정에서 어떻게 조직을 운영하고 의사소통 해야 하는지 경험과 통찰을 공유했다.

 


한기용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30년 가까이 일해온 베테랑이다. 유데미, 폴리보어 등 스타트업에서 초기 팀의 고속성장을 경험했고, 야후 디렉터로 일하며 조직 운영의 고락을 직접 소화했다. 직접 공동창업자로도 활약하며 10개 넘는 다양한 기업을 다녔던 한 대표는 1천 명 이상에게 멘토링/컨설팅을 한 커리어 코치이자 책 <실패는 나침반이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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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조직에 필요한 2가지 계층화
 

강연 1부에서 한기용 대표는 <CEO, 공동창업자, C레벨의 관계>에 관해 언급했다. 처음에는 수평적인 관계로 출발하는 듯한 극초기 창업팀도 그리 멀지 않은 시점에 최종의사결정권자를 두고 점차 조직의 계층화에 들어선다는 것이다. 

이때 조직 계층화는 단순히 회사의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해야만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게 한 대표의 조언이다. 명확한 역할 분담을 통해 효율적이면서도 민첩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나아가 팀의 규모가 커지며 구성원이 다양해졌을 때 팀원이 일에 대한 동기부여를 얻기 위해 직급이 필요해진다는 설명이다. 

UpZen 창업자 한기용 대표 : 보통 스타트업 팀의 규모가 80명이 넘어갈 경우 조직 내 계층이 필요해집니다. 직급이 생기고, 중간 매니저가 생기는 것이지요. 특히나 주니어 팀원이 늘어날수록 그들에게 ‘지향점’이 있어야 한다는 걸 실감합니다. 예컨대 “다음 직급으로 가려면 무엇을 해야 한다”는 길을 그들에게 보여줘야 하죠. 스타트업 팀의 계층화는 그래서 필요합니다. 

 

출처 : 이오스쿨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 조직은 수직계층화에 신중해야 한다. 단지 사업이나 조직이 커졌다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계층을 나눴다가는 자칫 유연하지 못한, 경직된 조직 구조로 굳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형태로 조직을 운영할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그 구조를 지속하다가 (앞서 언급한 필요성에 근거해) 평평했던 조직을 입체적으로 계층화하는 순서라 이해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사고의 계층화’도 성장하는 스타트업에 필수적이라는 조언이 이어졌다. 기업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다 보면 때로는 서비스나 조직에 위기 신호가 누적될 수 있다. 예컨대 기술 부채가 쌓여서 서비스 오류가 잦아지거나 신규 기능을 개발하는 데 애를 먹는 경우다. 하지만 비즈니스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이상 절벽에서 떨어지며 비행기를 조립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기용 대표는 “위험도에 순위를 매겨 파악해야 한다”고 봤다. 1부터 10까지 위기 신호를 최대한 분류해서 위기 신호의 빈도와 강도가 어떤 패턴을 보이는지 사전에 모니터링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사고 위험도가 올라가는 추세를 보인다면, 혹은 이미 긴급한 사고가 발생했다면 이러한 기록이 빠르게 내부를 설득해 위기에 대비/대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어려운 대화를 피하는 ‘착한 창업자’의 함정

 

2부 <매니저와 팀원의 관계> 강연에서도 한 대표는 조직 내 수직과 수평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통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이미지는 소위 가라지(차고, Garage)에서 탄생해 맨손으로 다 함께 회사를 일으키는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2015년에 시행된 머니투데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타트업에 이직하는 사유로 ‘자기주도적 업무 추진 가능’과 ‘수평적 조직문화’가 손꼽힐 정도였다. 

하지만 한기용 대표는 수평적인 인간관계가 반드시 수평적으로 일하는 조직 구조를 일컫는 게 아니라고 짚었다. 수평적으로 자유롭게 의사소통이 가능하더라도 결국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실리콘밸리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조직의 장은 만장일치를 이끌어내는 사람이 아니라 의견을 취합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리다.  

UpZen 창업자 한기용 대표 : 스타트업 조직 내에 계층 구조가 생기면 중간 매니저의 역할이 특히 중요해진다. 경영진과 실무진 사이에 피드백을 적절히 연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팀원들이 신뢰감을 갖고 의견을 내도록 독려하면서도 결국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파트장이다. 수평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지, 일을 수평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출처 : 이오스쿨

 

이러한 관점에서 창업가는 ‘착한 창업가의 함정’을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결국 기업을 이끄는 리더로서의 창업가 혹은 대표(CEO)는 성공을 해 그 과실을 나눌 때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자칫 사람 좋은 창업가가 되려고 피드백을 주저하거나 (모두가 찬성하지 않는) 의사결정을 미룰 경우 오히려 결과적으로 좋지 않은 리더로 남을지 모른다. “일관적으로 사람을 대할 수만 있다면” 창업자이자 리더로서 충분하다는 것이 한 대표의 관점이었다.

‘언제든지 제게 이야기 해주세요’ 대표는 그 자체로 소통에 열려있는 리더처럼 보이지만, 사실 소통의 공백을 놓치고 있는 대표적인 예시로 거론됐다.  

아무리 ‘언제든 제게 이야기 해주세요’라고 공표하더라도 다수가 모여있는 자리에서 개인적인 업무 고민을 나누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바빠 보이는) 대표에게 직접 찾아가도 될까? 이러한 자기검열이 이어지며 팀 내 의사소통은 좀처럼 원활해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리드급에 해당하는 C레벨의 경우 더더욱 말을 아끼는 경향을 보인다는 고민이 현장 QnA에서 제기됐다. 

이에 관해 한 대표는 경영진 사이에도 ‘원온원’(1대1 면담)이 주기적으로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CEO를 포함한 경영진이 모두 모이는 스탭 미팅뿐 아니라 리드급끼리 만나는 피어 미팅을 통해 근황을 체크하고 협업, 충돌의 여지를 체크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젠다가 없더라도 (예컨대 격주로 대화하면서) 소통의 공백을 깰 때 원활한 조직 운영과 성과 도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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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이오스쿨


 

실패를 나침반으로 만드는 2가지 키워드

 

행사 QnA에서는 근본적인 질문도 등장했다. 결국 조직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나만의 커리어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데, 정확히 어떻게 나 자신을 알 수 있는지 묻는 질문이었다. 연차가 쌓여가는 직장인, 혹은 조직 관리를 도맡아야 하는 리더들에게 ‘나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명제는 마음 깊이 공감 가면서도 아리송한 화두라는 고민이었다. 

이에 관해 한기용 대표는 2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하나는 실패의 의미에 대한 재정의, 다른 하나는 자신을 둘러싼 커뮤니티의 재구축이다. 

한 대표는 “행동을 취해 결과를 내봐야 비로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가 반드시 일종의 ‘성공’이 아닐 수도 있다고도 첨언했다. 나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취하는 여러 액션은 자주 실수,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러한 과정 없이 길을 찾을 순 없다는 것이 한 대표의 의견이었다. <실패는 나침반이다>라는 책 제목에서 그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UpZen 창업자 한기용 대표 : 실수를 한 번도 하지 않으면서 길을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을 듯합니다. 결국 실패를 당연하게 여기는 ‘정신승리’가 종국에는 나 자신을 이해하고 내가 향하는 목적지로 나를 이끄는 원동력이 돼 줍니다. 

이때 본인을 둘러싼 환경이 ‘잦은 실패’를 새로운 실마리로 받아들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한 대표는 강조했다. 나의 도전과 시행착오가 결국은 나를 목적지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응원해주는 커뮤니티가 주변에 있다면 비로소 실패를 ‘정신승리’로 재정의해 실제로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의 동기부여가 아니라 주변 환경, 시스템을 살펴보라는 조언이다. 

UpZen 창업자 한기용 대표 : 내가 가는 길을 응원해주지 않고 핀잔만 주는 사람이 내 곁에 훨씬 많다면 당연히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내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어떤 커뮤니키에 속하고 싶은지 자문해봐야 합니다. 실패가 나침반이 되려면 나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라 그 너머의 환경, 시스템에 주목해보면 어떨까요?

 

출처 : 이오스쿨

 

이날 행사 현장에서는 다양한 조직의 리더들이 생생한 고민거리를 건넸다. 공동창업자의 기여도에 대한 아쉬움부터 처음 리더를 맡은 직장인의 커리어 걱정, 팀원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을 어떻게 적절히 전달할지에 대한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조직 내 기술이나 소통의 부채를 어떻게 경영진에게 설득할지 묘안을 찾는 사람도 있었다.

개별 질문에 모두 답변하면서 한 대표는 본인이 겪은 커리어 여정과 그 과정에서 느낀 아쉬움, 주변 시니어 직장인이나 리드급 인재들이 이야기한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세미나 모든 세션이 마무리된 후에는 책 사인회와 네트워킹 세션을 통해 참가자들과 대화하며 리더십과 조직 운영에 대한 희로애락이 연결됐다. 어디에서도 묻고 답하기 어려운 귀중한 질의응답이었다. 

초기 스타트업은 언제 ‘직급’을 만들어야 할까. 처음으로 리더의 자리에 오른 실무자는 어떻게 그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까. 공동창업자 사이에, 혹은 크고 작은 조직 내에서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며 다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 모든 고민을 앞서 마주하고 풀어낸 한기용 저자의 생생한 답변은 막막함을 안고 온 참가자들에게 배움과 영감, 용기의 원천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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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eo ·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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