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커플링(탈레스 S. 테이셰이라, 인플루엔셜)이란 책에 소개된 여러 가지 사례 중 남성에게 익숙한 면도기 브랜드 '질레트'의 사례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면도기 브랜드 '질레트'의 창업가는 킹 캠프 질레트(King Camp Gillette). 평범한 세일즈맨이자 발명가였던 그가 일회용 면도기 아이디어를 떠올렸던 때는 1895년. 그의 나이는 40세. 1900년 당시 미국인의 평균 수명이 49.5세였다고 한다. 놀랍다. 오늘날로 치면 65세 정도일텐데.
더욱 놀라운 것은 아이디어를 떠올린 이후 그가 보인 실행력이다. 당시 미국에는 오늘날과 같은 벤처캐피털 산업이 없었다. 질레트가 투자자를 유치하고 기술을 개발하고 생산하기까지. 무려 8년이 걸렸다고 한다. 1903년 첫 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자신이 겪은 불편함을 해결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 아이디어를 현실화하여 시장에 제품을 내놓기까지 8년을 버티는 에너지는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8년간 준비하여 시장에 제품을 내놓은 1903년 첫 해. 5달러짜리 질레트 면도기 셋트는 51개, 1달러짜리 12개의 교체용 면도기 세트 14개가 팔렸다. 백 단위, 천 단위가 생략된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고작 51개가 팔린 것이다. 8년을 준비한 결과로는 매우 초라하다. 그가 겪었을 좌절감의 깊이를 상상할 수 없다. 린스타트업 방식을 적용한다면 이때 질레트는 피봇해야 했을까?
반전은 그 다음해부터 시작된다. 제품 출시 다음 해에는 면도기 91,000개, 면도날 세트 10,000개가 팔렸고,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하여 1917년까지 면도기 100만개, 면도날 세트 1,000만개가 팔렸다. 다시 강조하지만 질레트가 40대 후반에 제품을 첫 출시하여 이룬 성과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당시의 평균 수명을 기준으로 하면 이미 노령층에 속하는 나이.
어제 제조 스타트업을 경영하는 후배와 티 타임을 가졌다. 30대 중반의 열정 가득한 창업가다. 후배는 요즘 40대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난 한 가지를 강조했다. 40대 중반이 되어보니 왜 40대를 남자 인생의 꽃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알겠다고. 40대가 되면 생각보다 할 수 있는 것도 많고, 그간의 삶을 통해 축적한 것도 많다. 어떻게 연결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삶이 크게 달라진다. 무거운 책임감도 느끼겠지만, 동시에 행복의 깊이 그리고 성공의 크기를 더해갈 수 있는 시기라 생각한다. 대부분의 남성이 한번쯤은 사용해봤을 면도기 브랜드 질레트. 이 질레트도 40세에 아이디어를 떠올려 48세에 첫 제품을 출시했다고 하지 않는가.